지난달에 김태용/탕웨이의 ‘만추’ 보고 쓴 리뷰를 재 포스팅한다.
오늘 아침 탕웨이 결혼발표에 팬심을 감추지 못하고 하루종일 묘한 기분이다. 나하고 상관 없는 결혼인데 왜 내가 흐믓해지는 걸까? 이제 분당이마트 가면 청바지 입고 장보는 탕웨이를 볼 수 있는 것인가? ㅎㅎㅎ 올가을에 결혼하는 그들에게 축하를~
‘만추’는 정말 가을 돋는 영화인데… 그렇게 친절하지는 않다. 많은 상황을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냥 탕웨이의 표정만 관찰하다가 영화가 끝난다. 구체적인 대사가 없어도 타인의 심정을 조금 느낄 수 있게 되는 30대 이상의 연륜이 필요한 영화다. 영화속에서 여러가지 언어가 섟여 있는 낯선 상황, 그리고 시애틀이라는 도시가 짙은 안개속에 함께 어우러 져있던게 인상적이었다. 오늘 다시한번 볼 생각이다.
아참 링크 걸은 씨네21 인터뷰도 볼 만하다. 인터뷰 도중 탕웨이가 갑작스래 웃는다. 둘이 사귀기 전의 인터뷰이지만, 탕웨이의 김태용 감독에 대한 호감도 살짝 비친다. 이성적인 감정이라기 보다는 같이 작업을 재미있게 했던 정도의 느낌이랄까?
(한달전 포스팅한 본문)
좀 늦게 김태용 감독의 ‘만추’를 보았다. 이 영화 개봉했을 때는 시크릿 가든이 한참 떴을 때라 현빈의 이미지가 겹칠 것 같아서 보지 않았었다. 생각 이상으로 영화가 좋더라. 몇가지 장면에 개인적인 경험이 오버랩되어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시애틀: 시애틀에 한번 가봤는데 그때가 2011년 구정때 였다. 나는 당시 회사에 알리지 않은 채 유학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는 것, 경제적인 부담, 준비되지 않은 타국 생활에 대한 막연함이 있었다. 아직 두돌이 안된 딸과 아기 엄마를 한국에 두고 온 것도 그 막막함을 배가 시켰던 것 같다. 할 일을 마치고 하루의 시간이 생겼는데 시애틀 시내를 그냥 돌아다녔다. 갑자기 내가 아무도 모르는 먼 타국에서 왜 이러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벤치에 앉아서 그냥 멍하니 사람 구경하다가 싸구려 호텔로 들어왔던 생각이 난다.
주인공 애나(탕웨이)는 교도소에 7년간 복역해 있다가 모친상으로 잠깐 휴가를 받는다. 시애틀 상가를 거닐다가 옷가게에서 옷도 입어보고 귀걸이도 사본다. 새로산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해 본다. 그것도 잠깐, 이내 자신이 자유의 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쓸모 없는 옷을 화장실에 버려두고 나온다.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잠깐 사람들 지나 다니는 걸 본다.
이 영화에는 중국어/영어/한국어가 섟여져 있다. 중국계 미국인 아이들은 중국어를 못하고 부모는 중국어로 아이들에게 이야기 한다. 시장 골목에서 영어로 대화를 시작한 애나와 현빈. 현빈은 중국어를 모르지만 ‘하오(좋다)’와 ‘화이(나쁘다)’로 추임새를 넣고 애나는 중국어로 자신의 사연을 풀어낸다. 딱히 의사소통이 되는 건 아니지만 그게 중요해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그렇다. 여기저기서 각자 사연을 가지고 이주해온 다양한 민족의 사람들이 한테 모여 살고 있다. 내가 학교 다닐 적에 유학생들끼리 파티를 열면 기본적인 대화는 영어로 진행되지만, 어느 순간엔가는 자기 나라 말로 떠들 때가 있다. 한번은 중국인들 틈에 낀 적이 있는데 영어로 시작된 대화가 중국어로, 한국 친구가 끼자 다시 한국어로 이리저리 튄다. 익숙해 지면 그냥 그 상황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진다.
‘만추’는 대중성은 좀 약해 보이지만 잘 만들어진 멜로 영화다. 스토리의 흐름이 치밀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는 의도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현빈이 영어로 연기하는 데에 조금은 어색해 하는 것 같아서 아쉬운 점은 있지만, 영화에 몰입하는 데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다. 탕웨이는 정말 좋은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언어로 연기해도 자연스럽고 존재감이 가득하다. 괜히 스타가 된게 아니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