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 또는 뭉뚱그려 공부에 대한 이야기…4 대화상대

우리 어머니는 경상도 출신이시다. 평소에 대화할 때 조금 사투리가 섟여 있지만, 그렇게 티가나는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고향분들하고 전화할 때는 완전히 경상도 분이 되신다. 어찌나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하시는 지 들을 때마다 깜짝 놀라곤 한다.

우리 와이프는 교포티가 별로 안나는 편이다. 한국말 능숙해서 스위스에 있을 때 거기 계신 분들이 마눌님이 토종이고 내가 교포인 줄 알았다고 한다. 이건 내가 말을 좀 어눌하게 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렇다…ㅎㅎ 우리 아내가 처남하고 이야기 할 때는 영어로 이야기 하는데 지금은 자연스럽지만 처음에는 좀 적응이 안됐다.

언어는 단순히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 그자체이다. 사투리를 다른 언어라고 볼 수는 없지만, 큰 범주에서 보면 언어의 한 갈래이다. 라틴어에서 출발한 서양언어가 영어/불어/스페인어 등으로 갈라진 것도 처음에는 사투리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한 언어를 배운다는 건 단순히 도구적인 측면을 떠나서 문화를 배우는 것이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한 언어를 배울 때 그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과 친분을 가지는게 필요하다. 스위스에 있을 때 만난 한국분들중에 스위스 사람과 결혼해서 오래 외국생활하신 분들이 많았는데 그분들은 한국어가 모국어임에도 한국어가 어눌하더라. 다른 예로 우리 마눌님은 어릴때 배운 독일어를 아직까지 잊어버리고 있지 않은데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어릴적 독일 친구랑 아직도 독일어로 교제를 나누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영어를 배울 때도 native와 영어로 관계를 맺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나 speaking은 더욱 그렇다. 문법과 문장만들기가 어느정도 되는 분들도 처음 미국인과 대화하면 여지없이 무너지는 데 한국사람을 처음 접하는 미국인들은 콩글리쉬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건 우리가 번역체가 심한 책을 보고 머리아파지는 거랑 비슷하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은 사고체계가 영어식이기 때문에 말할 때 논리를 구성하는 방식이나 사물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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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pixabay.com)

2002년 캐나다에 처음 어학연수를 갔을 때였다. 캐나다 대학생들과 친분을 쌓으려고 정말 노력 했었다. 그런데 다른 문화권 사람과 친분을 쌓는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같으면 외국인이 있으면 예의상으로라도 말도 걸어주고 얼굴색이 다르면 궁금해서 쳐다보기라도 할텐데, 이사람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철저한 개인주의기 때문에 자신과 이해관계가 없으면 굳이 말을 걸지도 않는다. 아시아계를 접해본 일이 별로 없는 시골지역일 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한데, 어떤때는 아시아 사람이랑 같이 있는 거 자체를 불편해 하는 느낌까지 받았다. 실제 미국 대학생들 안에서도 미국 학생들은 대부분 끼리끼리 노는데, 서부출신은 서부출신끼리, 동부는 동부끼리, mid-west는 mid-west끼리, 흑인들은 흑인들끼리, 아시아계는 아시아계끼리, 유학생들은 유학생들 끼리 이런 식이다.

처음 몇달간 캐나다에 있는 동안 나의 선생님이자 친구이자 말동무는 TV 였다… ㅎㅎ 그런데 의외로 TV는 영어공부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미취학 아동들이 티비보면서 한국말 배우는 거랑 같은 이치이다. listening에는 특히 좋은 선생님이다. 몇달의 은둔기가 지나고서 학교의 IVF를 찾아가서 캐나다 대학생들과도 교제를 시작했고 네비게이토 수련회에 따라가기도 했었다. 당시 알게되었던 한친구는 나중에 한국에 원어민교사로 오게 되었는데, 아직도 가끔 연락하고 지낸다. 어쨌든 그때 그 경험이 바탕이 되서 지금 미국에서 이렇게 살고 있으니 개인적으로는 소중한 경험이고 추억이다.

다시 영어공부 얘기로 돌아와볼까? 그럼 어떻게 native를 만나고 교제할 것인가? 솔직히 한국에만 있으면 길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정말 없으면 회화학원이라도 가야 할 것이다. 그나마 가장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전화영어인데 해본적은 없지만 효과는 좋다고 들었다. 단, 가격 부담이 크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길이 없는데 굳이 억지로 친구를 만들 필요까지 있을까 싶은 생각도 있다. 정말 꾸준히 관계를 맺지 않으면 speaking은 금방 녹슨다. 하물며 자기 출신 지역 사투리도 몇년만 지나면 어색해지는데 그건 당연한거다. 정말 의지가 대단한 분들은 필사적으로 영어 대화상대를 만드는 분들도 봤다. 그런분들이 존경스럽긴 하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다. 영어는 관계를 맺는 수단인데, 영어를 위해서 관계를 맺는건 왠지 순서가 바뀐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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