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

캡처

이번주 목요일에 회사에서 ‘Take your child to work day’ 행사가 있었다. 행사는 오전과 오후 순서로 되어있었는데, 오전에는 아이들에게 회사소개를 하고 회사 투어를 했고 오후는 카니발이 있었다. 카니발에서는 각 부서별로 부스를 마련해서 솜사탕을 팔거나 물풍선 던지기, 링던지기 같은 가벼운 게임을 했는데 수익금은 donation한다. 딸아이는 어려서 오전순서는 참여하지 않고 오후의 카니발만 참석했다. 카니발이 끝나고 내 책상도 잠깐 들렸는데 딸애는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리고 놀았다. 동료들에게 인사도 시켰다. 아이도 즐거워 했고 나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자식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서 무언가를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우리는 아이가 위험할까봐 뾰죽한 물건을 치우기도 하고, 몸에 좋거나 맛있는 음식을 아이를 위해 따로 챙겨두기도 한다. 아이가 교양있는 아이로 자랐으면 하는 마음으로 태교도 하고, 커서는 책도 읽히며 음악회나 미술관도 데려가고 박물관에 따라가기도 한다. 아이가 사는 세상이 좀더 좋았으면 하는 마음에 교육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환경에도 신경을 쓰게 된다. 도덕이니 규범이니 하는 것도 아이가 없는 사람의 마음과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마음은 천양지차이다.

한 블로거는 ‘아이들이 어른들의 희망’인 이유는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가르쳐 주기 때문이라고 하더라. (격암님의 블로그: 아이들이 어른들의 희망인 이유) 우리는 지켜야할 소중한 무엇이 있기 때문에 행동한다. 최소한 걱정한다. 아이가 생기기 전에 무신경하게 지나쳤던 술집들이나 위험한 환경은 부모가 된 사람들의 눈에는 걱정꺼리이다. 아무리 악한이라고 하더라도 자식이 보고 있는 앞에서 떳떳하게 범죄를 저지르지는 못하는 법이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때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다. 어버이날이 되면 몇몇 부모들은 카네이션을 달고 회사에 출근한다. 대부분 부장/차장님들이다. 평소에는 ‘쪼으는 데’에 숙달된 분들이시다. 내 기분탓인지 그분들도 카네이션을 달고 있는 그 순간 만은 조금더 너그럽고 유한 모습을 보이셨던 것 같다. 아이들은 우리가 한숨 돌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여유를 주는 존재이다.

나는 기독교인이고 내 정체성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성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들었던 시절에는 성경을 읽거나 기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 때 나를 지켜주었던 것은 아이에게 매일 성경을 읽어주고 기도하기로 한 약속이다. 매일 지키지는 못했다. 그래도 아이와 한 약속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그러나 사실 그 시간은 내가 가르키는 시간이라기 보다는 배우는 시간이었다. (예전글: 페르시아의 유대인 말살 정책과 에스더) 아이는 진정 어른의 선생이다.

저출산은 우리나라의 서글픈 현실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단순히 부담이나 짐이 아니다. 아이와 함께 울고 웃고 그리고 우리는 배운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선언한 친구가 있다. 그의 다짐이 진심에서 나온 것인줄 알기에 또 아니라고 하기에는 별다르게 설득할 말이 없기에 더욱 서글프다. 부모만을 의지하며 연명해가는 갓난아이들, 세상을 호기심으로 바라보면서 질문을 쏟아내는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을 의식하면서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부모들이 있는 한 세상은 희망이 있다.

이쯤에서 세월호 참사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는 미국에서 그 소식을 접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한발 떨어진 입장이었다. 대다수 나의 친구들이 이미 부모가 되었기 때문인지 그들에게 충격이 적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형참사 자체의 참혹함도 있지만 그 대상이 아이들이 었다는 데에서 더욱 큰 슬픔이 있지 않았나 싶다. 계속되는 뉴스와 소식들에서 대한민국은 우울증에 빠져 있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무언가를 해야한다고 강하게 느꼈던 것 같다. 부모의 심정이란 그런 것이다. 자신이 부모인 것을 자각하는 것 그 자체로도 세상은 변하고 사람들은 행동한다. 그것이 아이들이 어른들의 희망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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