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 때에 “잊었노라”
<개벽>(1922.8) 수록
+ 덧
너무나도 그리워서 잊고, 믿을 수 없어서 잊는 소월의 당신은 누구/무엇이었을까. 시대가 10대 후반의 시인을 이렇게 청승맞게 만들었을까.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고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해 이렇게 절절하게 표현해 내는 시가 또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