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려서 영화관에 잘 가지 못하는데, 지난 주는 기회가 되어서 영화를 두개나 보았다. 하나는 인터스텔라. 다른 하나는 Big Hero 6이다.
Big Hero 6는 아직 한국에 개봉하지 않은 디즈니 애니매이션이다. 찾아보니 내년 1월달에 개봉한다고 하더라. 마블/디즈니/픽사 라인이고, 미국에서는 개봉하자마자 인터스텔라를 밀어내는 괴력을 보였다.
하긴 인터스텔라가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그다지 흥행하지 못하고 있기는 하다. (듣기로는 손익분기점 간신히 맞출 정도라나?) 미국사람들이 심각한 영화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인것 같기도 하구… ‘놀런’ 감독 말처럼 우리나라 관객의 지적수준이 높아서 일 수도… 어쨌든 우리나라에는 ‘놀런’ 브랜드가 확실히 자리잡은 것 같다.
Big Hero 6는 샌프란소쿄(샌프란시스코와 토쿄의 합성어)가 배경이다. 주제는 ‘너드가 세상을 구할 것이다.’ 정도? 영화 곳곳에서 샌프란시스코와 일본의 풍경이 섞여서 나온다. 아닌게 아니라 만화는 어디선가 보았던 클리쉐들로 범벅되어있다. 나쁜 의미는 아니고, 흥미로운 요소들을 마구 섞었는데 그게 억지스럽지 않고 재미있게 짜여져있다. 꽤 잘빠진 애니매이션이고 한국사람들도 좋아할만한 요소들이 많아서 내년에 우리나라에서도 흥행이 예상된다.
인터스텔라 역시 재미있었다. 나는 고딩시절 과학자를 꿈꾸었다. 책으로 보았던 사건의 지평선, 웜홀, 블랙홀 같은 세계가 눈앞에 펼쳐지는 데 어찌 감격하지 않을 수 있을까? 과학 너드가 아니었던 아내도 3시간동안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은 아무래도 놀란이 만들어 내는 스토리텔링의 힘에서 나왔던 것 같다.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를 이해하기 쉬운 가족애와 사랑 이야기를 절묘하게 섟어서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더라.
인터스텔라를 이야기하면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이야기 안할 수 없을 것 같다. 영화 전체에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대한 오마주가 가득차있다. 어찌보면 신선함은 없는 영화이다. 영화적인 아이디어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한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않았다. 서사 방식 역시 닮아 있었다. (기승전결이 아님.) 다른 점은 큐브릭의 영화는 불친절했고 (대사가 거의 없어서 대부분 졸기 쉽상이다.), 놀란은 다양한 기교를 쏟아부어서 이야기에 몰입을 하도록 만들었다는 것. 음악/음향효과/편집/CG/보편적인 정서에 호소하는 이야기까지 모두 영화에 몰입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나저나 Big Hero 6는 우리 딸과 같이 보았는데, 후회중이다. 딸아이는 영화에서 나온 마스크 쓴 악당이 꿈에 나온다며 삼일 동안 잠을 설치고 있다. 절대 무섭거나 아이들이 보기 힘든 영화가 아니다. 그냥 우리 딸이 좀 심하게 예민한 편이다. 새벽에 잠을 설친 딸을 달래느라 나까지 잠을 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