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비행기에서 신분 격차를 새삼 느낄까?

땅콩회항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하루 이틀 이야기하다가 말겠거니 했는데 해를 바꿔가면서 모두들 한소리씩한다. 굳이 내가 거기에 한마디를 보탤 이유는 없다. 그런데 유독 사람들이 비행기 1등석 이야기에서 분노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며칠전 한 기사를 읽다가 내 나름데로 실마리를 찾았다. 기사의 원문은 아래와 같다.

뉴스 페퍼민트: 왜 항공사는 당신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싶어하는가

Newyorker 원문: Why Airlines Want to Make You Suffer
BY TIM WU

이야기인 즉슨, 항공사들이 수익을 위해서 점점 더 이코노미석 승객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consumer report에 따르면 지금 미국 4대 항공사의 가장 넓은 이코노미석 좌석은 1990년대 가장 좁은 좌석보다 작다고 한다. (source: Think airline seats have gotten smaller? USA Today)

1등석/비즈니스석/이코노미석의 차별은 미시경제학으로 보면 개인별로 다른 consumer surplus를 최소화하는 가격을 책정해서 수익을 최대화하려는 가격정책의 일환이다. 싸게 티켓을 사고 싶은 사람들은 좁은 자리에 타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돈을 주고라도 서비스를 사고 싶은 사람은 더 비싼 요금을 감수한다는 논리이다.

수학적으로 계산 가능한 이야기이고, 1990년대에는 그렇게 비행기 티켓 가격을 책정했던것 같다. 그런데 요즘 기업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항공사들은 기본적인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그 불편을 피하고 싶으면 좀더 돈을 주고 좋은 서비스를 이용하라는 메세지를 주는 것이다.

미국 기업들은 pricing에서 다양한 통계 기법을 활용한다. 그리고 새로운 가격정책을 내 놓을 때는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를 한다. 내가 몸담고 있는 운송업계에서도 마케팅부서의 상당수가 pricing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몇년전 구직활동을 할 때, 이쪽 업계 분위기에 맞추어서 델타항공/FedEx에 면접을 준비하면서 프라이싱 관련된 토픽들을 몇개 준비했던 기억도 있다. 특히나 항공업계는 pricing 분야를 선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조금 다른 각도에서도 생각해보았다. 현대 사회에서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 능력은 신분의 차이를 의미한다. 신분제가 분명했던 예전과 같이 노골적인 차별은 거의 없어졌다. 대신 돈을 지불해서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특권이고 능력이다. 차별화된 호텔/운송수단(열차,비행기)/근사한 외식은 중산층의 사치이거나 특권층의 당연한 권리이다. 비싼 식당이나 호텔에 갔을 때 불만족을 느끼면 내가 이돈을 내고 이런 서비스를 받다니라면서 불쾌해진다. 서비스업의 본질이란게 어쩌면 사람들에게 이러한 환상을 파는 행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좌석의 class는 이러한 계급 차이를 노골적으로 압축해서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는 이 사건에서 직접적으로 모욕감을 느꼈던게 아닐까.

영화하는 사람들은 운송 수단에서 계급구조를 잘 간파하고 있는 듯 하다. 재작년에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이러한 계급의 차이를 주된 영화의 소재로 삼고 있고, ‘타이타닉’에서도 귀족과 평민들의 차이를 1등석과 3등석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이를 피부에 와닿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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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비즈니스석을 탄 적이 있다. 뉴욕에서 서울로 갈 때 였는데, 오버부킹되는 바람에 업그레이드 되었다. 나는 대접받는게 익숙치 않아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다섯살난 딸내미는 금새 적응해서 즐기더라. 비행중에 이코노미석에 타신 어르신과 마주쳤는데, 딸아이보고 귀엽다고 하시다가 비즈니스석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고서 부러운 눈길을 주며 말하셨다. 나는 이나이 먹도록 이코노미만 타고 살아왔는데, 저 어린게 어찌 비즈니스석을 탔을까 라면서…

뭐 어찌 되었든 비즈니스석도 아닌 일등석에 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하고 별로 상관있게 느껴지진 않는다. 개인적으로 비즈니스석도 돈낭비라는 생각이 들고 별로 부러워 한적은 없지만, 좁아터진 미국 국내선에서 처자식 불편해 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돈 좀 더내고 편하게 가면 좋겠다는 생각은 가끔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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