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통 대기업 테스코(우리에게는 홈플러스 모기업으로 알려져 있는)가 어려운가 부다. 이번주 이코노미스에 의하면 64억파운드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돈으로는 10조원이다. 후덜덜.
Tesco: Very little helps (2015년 4월 25일자 이코노미스트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작년에 분식회계 사건도 있었고, 실적이 아주 바닥을 치고 있는 데 이번에 아예 비용처리를 크게 해서 다 떨고 가려는 심사인 듯하다. 무려 47억 파운드의 부동산을 손실 처리해버렸다. 기업이 안좋을 때 아예 다 떨어버리고 가는 건 상식적인 회계 전략(이라고 쓰고 꼼수라고 읽는다.)이다.
생각해보면 유통업은 부동산과 밀접한 관련이 있긴 하다. 2003년 봄. 스코틀랜드 아버딘(Aberdeen)에 놀러간 적이 있다. 그때 지인이 집앞에 테스코 매장이 들어온다면서 정말 좋아했다. 이웃들이 축하(?)까지 해주더라. 한국 사는 우리야 이게 뭐 대단한 일인가 싶지만, 유럽이나 미국 한적한 시골에 살다보면 집앞에 대형 마트가 들어온 다는 것은 아주 큰 문화적 혜택이다. 사람 사는게 다 그렇듯. 지리적인 변화가 있으면 부동산에 영향이 가는 것도 당연하고.
회사 동료 중에 영국쪽 마케팅 전략을 짜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에 의하면 영국은 eCommerce가 가장 잘 발달 되어 있는 나라 중에 하나라고 한다. eMarketer자료에 의하면 2013년 기준 영국의 개인당 eCommerce spend는 $1,907로 미국의 1.2배이다. (US: $1,685/person, Y2013) 전세계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인 유통업(bricks and mortar)은 점점 힘들어지는 추세이고, 영국은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는 나라 중에 하나이다.
이커머스와 별개로 테스코에게 치명타를 입힌 건, 독일의 알디(Aldi)와 리들(Lidl)이다. 독일에 살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알디와 리들은 저렴이 쇼핑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싸면서도 쓸만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이건 여담인데, 재작년에 독일에 갔을 때, 우리 마눌님께서는 알디에서 장모님과 함께 몇시간을 보내셨다. 알디가 쇼핑 관광을 하기 좋은 곳은 아니다. 독일 생활을 하셨던 마눌님과 장모님의 추억 때문에 그렇다. 게다가 우리 마눌님은 잡다구리 쇼핑을 진정 좋아하신다.)
어쨌든, 대충 영국에는 유통업계 포지셔닝이 가격 순서로
알디, 리들 (저가) < 테스코 (중저가) < 막스앤스펜서 (중간 이상)
이쯤 되는데, 알디/리들이 인기를 끌면서 테스코의 입지가 줄어들었다.
상황이 이러니 테스코도 원가절감에 투자를 하고, 매장에 진열하는 품목 수도 줄이는 등 (알디에 가면 물건 가짓수가 적은데, 항목수가 적으면 관리비용이 줄어드는 이점이 있다.)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뭐, 대강 그렇다는 이야기. 대단한 insight가 있는 것은 아니고 신문 기사 보고 놀라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어봤다. 우리한테는 큰 영향이 있을 건 없을 것 같고, 굳이 변화가 있다면 어쩌면 홈플러스 주인이 바뀔 수도 있겠다 정도?
+ 덧: 2015.5.15
아내에게 확인해보니, 독일 여행할 때 장시간을 보낸 곳은 dm(데엠이라고 읽는다.)이었다. 데엠은 grocery store가 아니고 drug store이다. 잡다구리 화장품/잡화가 많다. 우리로 치면 ‘올리브앤영’ 같은 곳이다. 아내가 grocery store에서 몇시간을 보내는게 말이되냐구 한마디 했다. 내가 보기엔 그게 그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