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에 유명인이 살았던 집을 방문하면 실망하기 일 수 이다. 가끔 기념품 코너에서 쓸만한 물건이라도 건지면 다행이다.
NYT travel section에 따르면 네루다의 집들은 가볼만 한 듯하다. (In Chile, Where Pablo Neruda Lived and Loved, NYT 2015년 12월 16일자) 시인이었던 그는 로맨틱한 시도 썼던 것으로 아는데, 집을 아담하게 꾸미고서 아내(들)에게 사랑을 표현했다고. 입구부터 연인을 향한 애정이 가득하다. 아치문 주위에 그려진 새와 포도나무 장식. 그는 타고난 로맨티스트가 아니었을까?
그의 집에는 친구이자 민중화가인 디에고 리베라 (프리다 칼로의 남편)에게 받은 선물 장식을 비롯 그가 세계 곳곳에서 사모은 집기들이 있다고 한다. 기사에 실린 사진을 보면 집안 구석구석에서 집주인의 섬세한 취향을 발견할 수가 있다. 언제가 될런지 모르지만, 칠레 산티아고에 방문하면 꼭 들려야 할 장소로 네루다 생가를 선정해 두었다.
아쉽게도 나는 시와는 별로 안친한 편이라,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면서 민중문학의 히어로인 네루다는 이름만 들어보았다. 그나마 그에 대한 지식은 그를 모델로한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그리고 영화 <일포스티노>가 전부이다. 생각난 김에 오늘 밤에는 <일포스티노>를 보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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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격렬한 불 속에서 불렀어,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그렇게 얼굴 없이 있는 나를
그건 건드리더군.(후략) 파블로 네루다 (정현종 옮김) – 시가 내게로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