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콰이어의 몰락 관련 기사를 보면서

잘못된 만남…H&Q의 에스콰이아 투자 실패, 무엇이 문제였을까 (조선 비즈) 2015.2.18일자

에스콰이아 몰락, 그후 (일요시사) 2015.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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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성수동 옛 에스콰이어 본사 건물)

패션업계에 큰 관심이 없는 내가 봐도 우리나라 구두 산업은 하향세였다. 2000년대 중후반, 구두 상품권은 반값 수준으로 유통되었다. 구두 상품권이 너무 흔해서 천덕구러기 선물로 전락했었다. 우리 아버지도 어디선가 구두 상품권을 가끔 받아들고 오셨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는 분당에 살았는데, 서현역의 삼성 플라자 (지금의 AK플라자) 앞에는 반값으로 구두 상품권을 파는 가판대가 있었다. 저렇게 팔고 남을까 싶었다. 상품권 할인 경쟁이 어느정도 매출을 지키는 효과는 있었을 테다. 그러나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브랜드 가치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

그래도 에스콰이어가 워크아웃에 들어갈 줄은 몰랐다. 백화점에 들어가는 브랜드이고 어르신들에게는 아직도 에스콰이어가 먹어준다. 또 노른자 땅에 부동산이 많았다고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2009년에 한 사모펀드가 에스콰이어를 인수 했다. 이런 회사는 buy-out에 딱 적당한 회사이기도 하다.

그 이후로 업계가 어떻게 흘러 갔는지 잘 모른다. 최근에 발견한 이 기사에 의하면, 사모펀드와 에스콰이어와의 궁합은 최악이었던 듯 하다. 전략적인 패착과 시대의 흐름이 엮여서 회사는 빠르게 몰락했다. 홈쇼핑 유통 전략의 실패, 원가절감에만 집중한 생산관리, 본사 및 창고 이전 과정에서의 혼선이 결국 2014년 회사를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했다.

딱히 할말이 없다. 원가절감에 집중하는 스타일의 Private Equity가 구두 산업과 전혀 맞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구, 아무리 잘해봐야 국내 구두 산업이 시장환경을 거스르기는 힘들 었던 것 같기도 하구. 그냥 나는 이런 기사를 볼 때마다 한때 우리나라를 대표했던 한 산업이 이렇게 몰락하는 구나 싶어서 안타깝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