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난민 이슈와 나

유럽 난민 이슈를 정리해봤다. 오류나 부족한 점이 있으면 지적 부탁한다.

생겐 조약 (Schengen Agreement)과 entry count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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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Bloomberg)

한국사람이 처음 유럽여행을 하면 신기한게 하나있다. 국경을 넘을때 아무도 여권 검사를 하지 않는다. 95년 발효된 생겐 조약 때문이다. 생겐 조약 이후 26개의 유럽 국가들은 국경을 걷어버렸다. 그러다 보니 유럽과 비유럽의 경계선에 있는 나라들의 국경이 실질적인 국경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태리, 그리스, 스페인, 헝가리가 이에 해당한다.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문제가 계속 심각했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었기에 유럽의 정부들은 오랜 시간 묵살하고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전에는 그리스와 이태리를 통했던 해로가 주요 루트였다면, 최근에 헝가리를 통하는 육로가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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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FT)

문제는 헝가리의 경우는 난민을 받아들인 역사도 없고 (서유럽에 비하면) 잘사는 나라가 아니라 난민들도 독일이나 스웨덴 같은 북유럽 또는 영국으로 가기를 바란다는 점이다. 또한 EU는 처음 난민 신청을 한 나라의 난민을 인정하기 때문에 헝가리 같은 경우는 난민을 방치하고 그대로 독일로 실어보내는 일이 최근에 발생했다. (역사 때문인지 독일은 난민에 전향적인 정책을 취해왔다. 난민들은 심지어 독일 총리를 mama Merkel 이라고 부른다고.) 이 뉴스는 현재 진행형인데, 9월 4일 오늘자 뉴스에 의하면 열차 이용이 어려워진 시리아 난민들이 독일까지 걸어서 이동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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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france24)

이런 와중에 숨진 세살 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란의 사진이 공개되면서 전세계적인 이슈가 되었다.

경제/정치 공동체 유럽

사진 이야기를 더 하기 전에 잠깐 EU의 경제적인 부분을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생겐 조약은 EU에서 단일 시장을 구현하기 위한 합의의 일부분이다. 같은 화폐를 쓰는 단일 시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네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1. 재화 이동의 자유 (Free movement of goods)
  2. 자본 이동의 자유 (Free movement of capital)
  3. 서비스 이동의 자유 (Free movement of services)
  4. 거주이전 (또는 노동 이동)의 자유 (Free movement of persons)

생겐 조약이 발효된 근간에는 네번째 자유 즉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에 부각되고 있는 난민 사태는 EU의 근간을 흔드는 커다란 위협이기도 하다. 어떤 면에서 보면, 그리스 사태 보다 더 시급한 위협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참고로 네가지 자유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리스 사태는 두번째 자유, 즉 자본 이동의 자유에 대한 위협이다.

EU가 출범 했을 당시 유럽은 일단 화폐 부터 통합하고, 나머지는 차례로 통합해 가는 방향을 선택 했다. 그런데, 이 나머지 통합이라는게 갈길이 아직 멀어보인다. 그나마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게, 재화이동의 자유 정도이다. 이는 지금도 Euro의 근본적인 문제로 남아있다.

유럽의 변방 그리스

어찌 보면 유럽 통합은 도달하기 너무 어려운 이상인지도 모르겠다. 올해의 큰 이슈였던 그리스 사태가 대표적으로 그러하다. 금융으로 드러난 문제와 별개로 그리스가 (서)유럽과 얼마나 이질감이 있는 국가 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그리스는 우리에게 서양문명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들은 잠시 반짝이는 문화를 꽃피웠을 뿐이다. 비잔틴 제국의 한 지역으로 1000년을 존재했고, 이후는 오스만 제국의 일원으로 400년을 살았다. 19세기 오스만 제국이 망해갈 때서야 자신들의 조상의 찬란한 문명을 기억해 내었고, 발칸반도의 다른 나라와 함께, 민족주의의 바람을 타고서, 열강 (영국, 프랑스, 러시아)의 도움으로, 간신히 독립을 쟁취했다. 그리스 정교 기반에다가 오스만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그리스는 어찌 보면 유럽도 아니고 아시아도 아닌 유럽의 경계로 존재하고 있다.

현대의 그리스는 EU에서 쫓겨 날 위기에 처해 있다. 또한 중동/아프리카/아시아의 난민들이 들어오는 entry country이니 그 역사가 참 애처럽게 느껴진다. 그리스에 더 관심 있는 분들은 블로거 Santacroce님의 포스트를 볼 것을 추천한다. (그리스 비극1: 그리스인은 유럽인일까?)

조금 뜬금없는 이야기 같지만 그리스 이야기를 꺼낸 것은 나는 유럽 난민 사태가 유럽인의 정체성의 위기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스 사태에서 보듯이 어디까지 유럽이라고 선을 그을 것인가, 얼마만큼 받아들이고 함께 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이다.

물론 이전에도 프랑스가 베트남의 보트피플을 받아 들이거나, 핀란드가 소말리아전쟁 난민을 받아들인 예가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생겐 조약과 EU의 통합 덕택(?)에 지금의 난민들은 유럽 안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종교와 문화가 완전히 다른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는 유럽의 정체성에 위협을 주고 있다.

아일란과 유럽의 대응

다시 유럽 난민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아이란의 사진은 유럽 각국의 지도자들을 테이블로 불러 들였다. 지금까지 난민문제에 상당히 열려 있던 독일을 포함해서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왔던 영국도 모른척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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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l decisions on asylum applications, 2014 (source: eurostat)

사실 유럽이 얼마만큼 난민을 받아들일 수 있을 지는 조금 의문이다. 그게 쉬운 일이었으면 이런 문제가 진작에 일어나지 않았을 테다. 예를 들어 독일 망명 신청자는 30만에 달하는 데 이는 독일 인구의 0.4%에 해당한다. 민족주의 극우파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와중에 유럽이 이를 소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제아무리 마마 메르켈이라고 하더라도.

민간인 (시인 김종삼)

언젠가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나는 블로깅을 하면서 나와 관련된 주제가 아니면 다루지 않으려고 한다. 정보전달이 내가 블로그를 하는 주된 목적은 아니다. 몇번 그런 포스트를 한일이 있지만, 나중에는 쓸데 없는짓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능력도 부족하고 전문가도 아니면서 섣불리 아는 척 하는 일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좋아하는 시 때문이다. 아래 시는 읽을 때에 천천히 마음속에 그림을 그리면서 읽어야 하는 시이다.

1947년 봄
심야
황해도 해주의 바다
이남과 이북의 경계선 용당포

사공은 조심조심 노를 저어가고 있었다.
울음을 터뜨린 한 영아를 삼킨 곳.
스무 몇 해나 지나서도 누구나 그 수심을 모른다.

시인은 47년 자신이 월남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담담하게 시로 풀어내고 있다. 그런데 기교 없이 쓰여진 이 시가 읽고나면 큰 파장을 남긴다.

어찌보면 우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 시리아/아프간/이라크/파키스탄의 사람들이지만, 나의 할머니/할아버지의 모습이기도 하고, 아파하는 이웃의 모습이기도 하다.

관련 자료들을 정리해보면서 내 생각도 정리해보았다. (아참 이 포스팅의 많은 부분은 Santacroce님께 빚져 있는데,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민자와 학력간 상관관계 데이타

2008년 이코노미스트 자료.

이민자의 학력과 자국민의 학력을 비교해서 도표로 나타내었다. 대체로 경기가 안좋은 나라(eg. 그리스, 스페인 등)가 외국인 학력 인플레가 심하다. 반면, 미국은 비교적 낮은데, 학력이 중요하지 않은 저숙련 직업의 이민이 많아서 그렇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미국 사는 외국인 노동자 입장에서 흥미로워서 스크랩.

원문 기사 링크: The brain drain (economist 2008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