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민주주의

앞서 소개한 권력 유지에 대한 동영상을 한 블로거께서 한글로 소개해 올려주셨다. 장면 하나하나 캡쳐해서 해설을 하고 옮기는 일이 쉽지 않았을텐데, 노고에 감사를 드린다.

민주주의는 옳기 때문에 필요할까? 권력은 어떻게 유지가 되는가? (1)

민주주의가 우월한 이유 (2)

다만 블로그 쥔장님께서 커맨트를 단 내용이 있었는데, 나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를 테면, 소개글 중간에 트럼프가 기존의 부패한(?) 정치 세력을 공격하는 것을 높이 평가하는 부분이 그렇다. 나는 위험한 접근이라고 본다.

아래는 관련해서 내가 블로거 쥔장님께 단 댓글 내용이다. 길어져서 여기다도 저장해둔다.

Mr_Donald_Trump_New_Hampshire_Town_Hall_on_August_19th,_2015_at_Pinkerton_Academy,_Derry,_NH_by_Michael_Vadon_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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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좋은 동영상 소개 시켜 주셔서 잘 봤습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동영상이었습니다. 다만, 트럼프에 대한 쥔장님의 견해는 동의하기가 쉽지 않네요.

일단, 트럼프가 기존 정치세력 establishment를 공격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 것은 그가 정치적 자산이 없기 때문입니다. 절대 다수의 권리를 보호해 주기 위해서가 아니고 기존 권력의 지지를 잃는 다고 해서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트럼프가 권력을 쥐는 것에 성공한다고 해서 그를 대통령으로 뽑아준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할 것이라는 생각은 희망사항 일 뿐입니다. 일단 권력을 쥔 후에는 다시금 동영상이 설명한 권력자의 Rule 3가 필요한 입장이 됩니다. 그 이후에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key를 쥔 사람들의 이권을 보호하는 것이 그에게 이득이 됩니다.

트럼프가 자신의 사람들만 싸고 돌 것이라는 예상은 지금의 행동으로만 봐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를 테면 그를 대통령 후보자리로 올라서는 데에 도움을 준 뉴저지 주지사 크리스 크리스티가 지금 스캔들이 터져서 곤경에 빠졌는데, 모든 정치인들이 이미 크리스티에 등을 돌린 상황에서도 트럼프는 간접적으로 그를 감싸는 모습을 보입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동영상에서 소개한 권력 유지의 메커니즘이 바뀔 이유는 없습니다. 기존의 세력 establishment에 대한 증오가 가득한 사람들은 그를 지지할 것이고 기존의 establishment는 타격을 받겠지만, 결과적으로 트럼프는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서 새로운 establishment를 세울 것입니다.

댓글2

말씀하신 대로 클린턴이 그렇게 이상적인 후보는 아닌 것 같습니다. 클린턴을 싫어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전쟁광이라고 말하고, 기존 월스트리트와 연계를 언급합니다.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리고 트럼프 선거 캠프는 이런 점을 효과적으로 공략을 해왔습니다.

동영상에서 잘 설명이 되어있듯이 민주주의에서도 권력 유지를 위한 메커니즘이 있습니다. 또 그것이 반드시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녀는 그러한 민주주의 하에서 권력유지 메커니즘을 지키는 데에 충실한 정치인으로 보입니다. 민주주의에서 권력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행동을 유사하게 보여줍니다. 그러나 쥔장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독재와 민주주의는 다른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그나마 저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유익이 되는 것은 독재보다는 많은 사람에게 그 혜택이 돌아가게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의 행동들은 민주주의의 시스템 자체에 많은 해악을 끼치고 있습니다.

저 역시 힐러리에 불만이 있습니다. 그리고 kyw0277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기존의 소외받던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투표율이 낮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백인 저소득층들은 정치인들의 관심대상이 아니었지요. 그들이 마약과 자살로 평균 수명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엄밀한 사실입니다. 이 주제 관련해서 저도 이전에 포스팅 한 일이 있습니다. (https://isaacinseoul.wordpress.com/2016/03/29/american-white-men-mortality/)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가 결론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판단하기에 트럼프는 자신이 쥔 권력을 유지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에게는 정책적인 방향도 없기 때문에 결국은 4년간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고, 그 결과는 동영상에서 보여주는 민주주의의 그나마 있었던 보통사람들을 향한 이득이 트럼프의 지지세력이나 그에게 이득이 되는 사람들에게만 몰리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위와 폭력에 대하여

NYT에 실린 Nicholas Mirzoeff 교수 (NYU media학과) 의 대담을 공유한다. 요약과 함께 내 생각이 섞여있으니, 관심있는 분은 원문을 참조할 것을 부탁드린다.

시위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시위가 폭력적으로 돌변했다.’ 라는 보도를 자주 듣는다. 그 경우, 시위가 폭력적이다, 아니다의 기준은 시위과정에서 기물 파손이 있었는가, 시위대와 경찰 간에 물리적 충돌이 있었는가, 경찰이 물리력을 행사했는가에 있다.

그러나 시위에 있어서 폭력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개개인에 따라 다르다. 주위에서 같은 뉴스 보도를 보고서도 다르게 해석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매일 보지 않는가. 왜 그럴까.

일반적으로 시민은 정부의 폭력에 대해서 관대하거나 인지하지 못한다. 그것은 타당하다. 사회 계약의 관점에서 시민은 ‘보호’, ‘안전’, ‘치안’을 대가로 정부에게 폭력의 독점권을 양도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치안’유지를 위해 사회의 ‘안정’을 위해 규제를 하고 공권력을 행사한다.

시민들이 정부의 폭력 독점을 인지하는 시점은 정부의 정당성이 약화되었을 때이다. 대표적인 예로 ‘독재 정권’에 대한 시위와 ‘식민 정권’에 대한 항거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으로 윤봉길 의사의 홍커우 공원 도시락 폭탄 투척 사건을 보자. 일본 제국의 정당성을 지지하는 입장의 사람들에게 이는 명백한 폭력이고 테러 행위이다. 당시 대다수의 일본 시민이나 일본의 제국주의를 지지하는 조선사람들은 이를 테러 행위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제국의 정당성을 지지하지 않는 (나를 포함한) 현대의 한국인들은 윤봉길의 행위를 의거로 본다.

동일한 관점을 ‘민주화 운동’에도 적용할 수 있다. 정부의 정당성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시위대는 폭도들이고, 이를 진압하는 정부의 공권력은 정당한 질서 유지 활동으로 읽힌다. 그 반대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이미지가 이러한 상반된 시각의 대립과 균형(?)을 한번에 무너뜨리기도 한다. 이를 테면 역사를 바꾼 보도 사진들이다. 대표적으로는 최근 시리아 난민을 주목하게 만든 Aylan Kurdi의 사진이 그러하고, 한국의 예로는 김주열의 주검사진 (또는 소문)이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도 사진은 정치적이다. (여기서 나는 정치적이라는 단어를 가치 중립적으로 사용했다.) 사진은 시선과 메세지를 담기 마련인데, 폭력의 독점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피해자의 사진은 약자의 시선을 보여주고, 폭력을 독점하는 정부의 ‘폭력성’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정부의 폭력 독점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정부의 폭력 독점을 견제하는 대표적인 예는 미국 수정헌법 2조이다. 그리고 수정헌법 2조는 미국에서 총기를 소유할 권리를 보장한다고 해석이 되고 있다.

나는 수정헌법을 둘러싼 논쟁의 옳고 그름과 이론적인 배경을 떠나서, 폭력의 극단적인 형태인 총기 소유의 자유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현실을 직접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