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imaginary freinds는 어디로 갔을까

지난달에 딸아이 imaginary friends에 대해 포스팅을 한적이 있다.

지난번 포스트 링크

포스팅을 하고서 딸아이에게 (만으로) 5 이야기를 나누던 imaginary friends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기대와는 달리, 그러나 어쩌면 당연하게도, 딸아이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딸아이와 예전 기억을 되밟아보았다. 그리고 그당시 그림일기를 찾았다. 사진으로 찍어 올려둔다. 딸아이가 말하기로, 상상속의 친구들은 무리로 다녔는데, 같은 그룹은 같은 색의 옷을 입었다고 한다.

막 글쓰기를 배우던 때라 스펠링이 재미나다. 들리는 데로 쓴 영어다. 아이가 쓴 ‘Mi imaginere frends lok lic this.’는 ‘My imaginary friends look like this.’ 로 읽힌다.

 

 

딸아이의 imaginary friends

딸아이 자작 영시를 공유하고서 몇가지 생각이 들었다.

딸애는 아기때부터 자기만의 세계가 확고했다. 6살 무렵에는 혼자서 imaginary friends를 만들어 한참을 수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혼잣말)를 떨면서 놀곤 했다.

그당시 남겨둔 메모: 텍스트의 눈송이로 걸어들어가는 아이 (2015년 3월 17일자 포스트)

지금도 그 상상속의 친구들을 잊지 않았는지 물어봐야겠다. 어린 왕자에서 생텍쥐페리가 그랬던.가. “Growing up is not the problem, forgetting is!”

가끔 아이일 적, 그때의 딸애가 그립다. 서서히 틴에이저가 되어간다. 그나마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아빠와의 포옹을 거부하진 않는다. 그리고 최근에 딸애한테서 아기의 풋풋한 냄새가 사라졌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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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키우는 이야기

요즘 둘째는 말을 한참 배우고 있다. 두돌이 조금 못되는 아기가 얼마만큼 말을 하겠냐만은 그래도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될 정도. 문장을 구성하는 능력은 두단어 이상을 넘어가지 못하고 단어도 3음절이 넘어가면 버거워한다.

그래도 놀라운 건 그정도 언어능력으로도 상당부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것. 이를테면 얼마전 이야기.

아침에 외출을 하려고 옷을 갈아 입히는데, ‘싫어’를 외치며 도망다닌다. 집안 구석구석을 찾아 뺀질거리며 종종거리며 숨는다. (으규, 벌써 미운 세살이 온겨?) 요리조리 도망다니는 녀석을 붙들어 잡아서 침대에 눕힌다. 기저귀를 갈기 위해 두다리를 잡아 들어 올리는 순간, 딸애가 헤헤 웃기 시작하더니 하는 말. “아빠, 미안.”

정확히 두음절 단어 두개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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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딸자랑 – 서사의 기본 구조

다시 딸바보 모드로 돌아와서 어제 밤 아이와 수다 떤 이야기를 나눠야겠다.

어제 밤에 아이가 옛날 이야기를 하나 해달라고 조르는 거다. 옛날 얘기가 다 떨어졌다고 하니 그럼 만들어서라도 해달라고 한다. 너무 어렵다고 하니까 별로 안어렵다고 어떻게 하는지 설명해 주겠단다.

우선, 이야기에 나올 사람을 고르고 이름을 지어준단다. 사람이어도 되고 동물이어도 된다고. 그담은 주인공의 배경을 셋업해주어야 한단다. 숲속 이야기인지 아니면 미국에 사는지 한국에 사는지 정해주어야 한다고… 그다음에 주인공에게 problem을 주고 어떻게 solve 해가는지 이야기를 만들면 된다고… 거기다가 cause and effect를 심어주면 더욱 좋단다. (며칠 전에 딸내미한테 causal relationship에 대해 한참을 설명해주긴 했다.)

깜짝 놀라서 물었다. 학교에서 배웠냐고. 자기가 그냥 생각했단다.

초딩이 서사의 기본 구조를 어떻게 저렇게 쉽게 설명하는지 놀라운데, 아무래도 천재 딸을 낳은 것 같다. 아니면 요즘 티비 만화를 너무 많이 보게 했던지…

아무래도 후자 같지만, 나는 애비니까 전자로 생각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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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http://www.infoplease.com/cig/writing-well/narrative-building-blocks.html)

짧은 근황: 택배 상하차 일용직 근로 체험중

한동안 페북이 뜸하기도 했고, 요즘 지내는 얘기를 잊기전에 메모도 해둘 겸 해서 몇자 남긴다.

이번주 월요일 부터 샌프란시스코에 와있다. 우리회사는 추수감사절부터 크리스마스까지가 피크 시즌이라 일손이 딸리는데 사무직 직원들도 일부를 뽑아서 일을 시킨다.

사실 사무직 직원들을 일시키려면 항공료도 지원해줘야 하고 호텔비까지 부담해야하기 때문에 오히려 손해 일것 같긴 하지만 현장을 경험 시킨다는 명목도 있고 해서 매년 몇백명씩을 ‘Ready Team’으로 뽑아서 보낸다. 올해는 내 차례.

평소에 육체 노동을 안하는 사무직이라고 해서 그다지 봐주는 건 없다. (오히려 더 힘들게 굴린다) 주 6일에 12시간씩 트레일러에 택배 상자를 싣고 내리는 일을 한다. (여기 알바는 한 4~5시간 하다가 간다.)

울회사가 현장 경험을 중시하는 회사라서 그렇기도 하다. 순익이 7조원이 넘는 대기업이지만 CEO부터가 택배 배달원으로 시작하는 회사라 한번쯤은 상하차 경험을 해야한다는 유무형의 압력이 있다.

올해는 샌프란쪽에 인력이 부족해서 당일(!) 연락을 받고 밤비행기를 타고 날라왔다. (미안해요 마눌님.) 이 상하차 작업이란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막노동에 가까운 일이고 12시간을 일하다 보니 몸이 남아나질 않는다. (게다가 나는 야간 쉬프트라 수면 패턴도 엉망…)

한 이삼일은 죽을 것 같아서 도망칠까 하는 생각도 잠깐 들더라. 어쨌든 버티다 보니 몸이 적응 되면서 요령도 생기고 근육도 붙어서 그럭저럭 할만해 졌다. 그래도 아직까지 가구나 타이어를 짐으로 부치는 사람들은 원망스럽다. (아~ 카페트나 덤벨 부치는 사람도…)


(image source: http://www1.pictures.zimbio.com/gi/UPS+Bustles+During+Busiest+Package+Delivery+rVf5NUB1SDEl.jpg)

하나 좋은 소식은 살이 쭉쭉 빠져서 가져온 바지가 헐렁해서 못입을 지경이라는 거. 역시 내가 미국와서 살찐 건 나이나 음식 때문이 아니라 운동 부족이었던 듯.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지라 이제는 같이 일하는 짐꾼들과도 그럭저럭 말을 트고, 문신한 흑인들과도 서로 bro라고 부르며 지내고 있다. 사실 여기서 며칠 구르면 옷차림이나 행색도 비슷해져서 그다지 구분하기도 힘들다.

육체노동을 계속 하다보면 생각이 단순해 지는데, 우선은 먹는 거에 민감해진다. 그날 메뉴가 뭔지에 온 신경이 곤두선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될지 몰랐는데, 트레일러 한차를 박스로 가득 채우면 뿌듯한 느낌이 들기까지 한다. (이렇게 길들여 지는 것일까??) 휴식과 일의 구분이 불분명하고 맺고 끊음이 없는 사무직 일과는 확실히 다르다.

택배 상하차가 힘든 일이지만 여자도 근근히 보이고 (미국은 여자라고 살살 일하고 그런 것도 없다.) 고등학교 갓 졸업한 흑인 틴에이져 부터, 틈만 나면 댄스를 하는 히스패닉 청년, 트럭 운전을 하다가 은퇴한 오십대 백인 아저씨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여기서 대학나왔다거나 아틀란타 본사에서 왔다거나 사무직이라고 말해봐야 별의미가 없어 그냥 초짜입니다 라면서 섟여서 지내는 중이다. 나는 여기서 그냥 미스터 아틀란타다.

그렇게 열두시간을 일하고 숙소로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 잠이들기에 이런저런 글을 올리는 것도 사치스런 일이 되었다.

와중에도 감사할 일이 참으로 많다. 그중 하나는 앞에서 말한데로 살빠지고 근육이 붙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내 감사에는 딸래미 얘기가 빠질 수 없다.

초등학교 2학년이지만 가끔 딸램과 이야기 하다보면 내가 아들이고 따님께서 부모인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통화할 때마다 아픈데는 없냐, 일은 안힘드냐, 눈치봐서 살살해라고 이런저런 (잔소리에 가까운) 이야기를 한다.

나중에 아이 엄마한테 들은 이야기다. 내가 샌프란으로 가고서 딸래미가 그렇게 아쉬워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아빠한테 내가 가진 용돈이라도 좀 손에 지워 줄 껄 하더랜다. 아무래도 샌프란 가면 돈이 좀 필요할 텐데라면서…

일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자그마한 선물이라도 사가야겠다.

딸내미의 선거운동

선거가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뉴스에서는 연일 지겹도록 후보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된다. 티비에서 얼마나 떠들었는지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도 트럼프나 힐러리를 알 정도이다.

딸내미가 선거에 관심이 있는 모양이다. 부모가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이야기를 한적이 없음에도 힐러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아~ 식사 중에 아내한테 트럼프의 어이없는 말들을 언급한 적이 있었다. 어쩌면 그 이야기를 듣고서 딸램이 힐러리 지지를 마음 먹었는지 모르겠다.

반 친구들이 누구를 지지하는지 물어봤던 가보다. 집에 와서 어떻게 트럼프를 지지할 수 있냐며 어이 없어한다. 다행히도 친한 친구 xxx, yyy는 힐러리를 지지한다며 즐거워한다.

나름 선거운동(?)도 한다.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한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2학년이 지지한다고 해봐야 부모의 생각을 그대로 따르는 것일 뿐이겠지만… ^^)

딸아이는 트럼프가 여자에게 ugly하다고 했다면서, (언제 그런 얘기는 들었는지…) 너 같으면 너희 엄마를 못생겼다고 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을 수 있냐고 말했다고.

참으로 열혈 지지자일세.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 누가 대통령인지 관심도 없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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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doors – Jason Mraz

어제밤 큰애가 잠들기 전. 제이슨 므라즈의 노래를 흥얼거렸다. 자기전에 신신당부 하기를 내일 잊지말고 등교길에 차에서 꼭 므라즈의 Outdoors를 틀어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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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연령대가 맞지 않아 볼일이 없었는데, 몇년 전만해도 가끔 아이하고 세사미 스트릿을 보곤 했다. 세사미 스트리트에는 가끔 깜짝 게스트가 나오는데, 예를 들자면 미쉘 오바마가 나오거나 케이티 페리, 브르노 마스 같은 탑가수가 나와 노래를 할 때가 있다.

지금은 없어진 뽀뽀뽀 같은 프로그램에도 트와이스나 자이언티 같은 가수들이 나와서 노래했다면 수명이 좀더 길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어쨌든 큰애가 부탁한 Outdoors는 므라즈의 대표곡 중 하나인 I’m Yours를 세사미 스트리트 용으로 개사한 노래.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서 나는 바로 회사로 출근하는데 보통은 NPR 뉴스를 듣는다. 오늘은 계속 므라즈 노래를 틀어놓았다.

뉴스에는 어제 샬롯에서의 경찰 흑인 발포 사건 이야기가 나올게 뻔했다. 뉴스듣고 머리아퍼질 꺼면 그냥 노래를 듣는게 훨씬 낫고.

그 무드가 계속 되어서 오늘 회사에서도 제이슨 므라즈다. 오늘 쓰기 싫은 보고서를 하나 써야 하는데, 나를 의자에 계속 붙들어 두려면 노래를 듣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지금 같이 페북을 하는 건 최악의 방법이고… ㅠㅠ)

공부하기 싫은데 자리에 앉아있기 위해서 라디오 프로그램과 가요를 꽤차고 있던 시절이 생각난다.

이단 heresy의 정의

간만에 딸램 얘기.

그저께는 registration day라 새로운 담임과 인사했고, 다음주면 초등학교 2학년이다. 벌써.

아이라 궁금한게 많다. 잘못된 상식을 심어주지 않으면서 수준에 맞추어 대답하는 것은 여전히 숙제이다.

“아빠 이단이 뭐야?”
“글쎄~ 이름은 교회인데, 가짜 교회?”
“그런데 돈은 받고?”

모두 빵 터졌다. 어쩌면 아이가 더 정확하게 세상을 보고 있는 건지도.

산타크로체 성당 – Immaculate Virgin Victorious over the Serpent of Her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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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 반지

이번에 초등학교 일학년을 마치는 딸아이가 와서 묻는다.

Diamond ring이 얼마정도 해?
진짜 비쌀 껄? 갑자기 왜?
용돈 모으면 살 수 있을까?
내가 돈 모아도 힘들껄? 갖고 싶어?
지난 번에 선생님들끼리 이야기 하는 거 들었는데, Ms. P (담임 선생님)가 diamond ring을 받고 싶데. 일학년 끝날 때, 선물주려고.

오매야, 아마존에서 장난감 큐빅 반지라도 찾아봐야겠다.

Wilton 1" Party Favor, Bling Rings 12 ct. 1006-919

아마존에서 찾아낸 toy r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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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 한강

[ 괜찮아 ] —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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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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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 2013

+ 덧: 시에서 한강은 아이에게 괜찮다고 말해주자 며칠 뒤에 울음을 그쳤다는데, 백일이 갓지난 우리 아가는 언제쯤 울음을 그치려나… 어쩌면, 엄마/아빠가 울음을 그치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