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때문에 산다

간만에 딸내미 이야기 하나.

9시가 넘었는데도 자기 싫어하는 첫째. 침대에 누워서 혼자 종알 거리길래, 방에 들어갔더니 정말 좋아하더라. 수다떨 친구가 생긴 거지.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했다. 딸램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깔깔 거리며 웃는다.

한참을 웃더니 대뜸하는 말이 ‘내가 아빠 때문에 산다.’

이어서 ‘아, 이건 어른이 아이에게 하는 말이지?’ 그러더니 또 깔깔깔, 낄낄낄.

나도 따라 웃었다. ‘그래, 내가 너때문에 산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누가해도 어색한 말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의 존재 때문에 사는게 아닌가.

#가정의달에는서로사랑을표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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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http://www.publicdomainpictures.net/download-picture.php?adresar=140000&soubor=stick-family-1449578741cAV.jpg&id=139335)

 

Reblog: 맥도날드의 기억들

일년전 오늘 포스트.

요즘 첫째의 케첩 사랑은 예전만큼 강렬하지는 않다. 케첩 조금 뿌려주고 사랑받을 수 있을 때는 아빠 노릇하기가 참 쉬웠는데…

Isaac의 생각저장 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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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wikipedia)

딸아이의 생일

아이의 생일 파티 장소를 물색하는 중이다. 올해는 한국에서 생일을 치른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자주 못보는 손녀이기 때문에 기왕이면 좋은 장소에서 해보려고 한다. 어버이날 식사를 겸해서 아마 부페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한국은 부페가 워낙 비싸서 부담스럽긴 하다.

아이가 옆에서 듣고 있더니 뾰루퉁 하다. 못마땅한 표정을 모른 척 넘어가기 힘들어 이유를 물어보았다. ‘내 생일 파티인데 내가 장소를 골라야지!’ 그래서 대체 어디를 가고 싶냐고 물어보았더니, 가고 싶은 곳이 맥도날드란다. 딸아이 답다. 생일 때 말고 언제 한번 데려가기로 했다. 하긴 외식이 흔하지 않았던 나의 어린 시절, 나도 생일 파티를 버거집에서 하고 싶었다.

아이는 맥도날드를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의 식습관을 생각해서 특별한 날만 가는 곳으로 정해놨다. 그래서인지, 외식을 할 때 어디갈까 물어보면 언제나 맥도날드다. 키즈밀에 따라나오는 장남감도 좋아하고, 프랜치 프라이도 좋아한다. 특히 케찹을 좋아하는데, 케찹을 먹기위해 프라이를 먹는 것인지 프라이를 먹기 위해 케찹을 먹는 것인지 헤깔릴 정도이다. 그렇게 보니 녀석이 생일파티 장소로 맥도날드를 생각한 건 당연하다.

아이 엄마의 입덧

아이가 엄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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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내미와 발렌타인 데이

기념일 챙기는 데에 1만큼의 소질도 없고 고지식하기만한 아빠의 딸내미 발렌타인 데이 챙기기 분투기를 남긴다.

우선 작년 이야기부터.

딸아이가 발렌타인 데이에 대해 알게되었다. 유치원에서 아이들끼리 캔디를 주고받았던 듯. 아이가 엄마에게 초콜렛을 선물하고 싶어했다. 아빠는 설명 욕구가 솟구쳤다. “발렌타인 데이는 연인들끼리 선물을 주고 받는 날이야. 보통은 좀 커서 여자친구, 남자친구가 생기면 초콜렛을 주고 받지. 요새는 꼭 연인 사이가 아니어도 남자/여자 끼리 주고 받기도 해. 그치만 여자끼리 주고 받는 것은 좀 이상하지?” “그럼 엄마한테 초콜렛을 못주는 거야?” “엄마는 여자니까 원칙적으로 그렇지. 주고 싶으면 줄 수 있지만, 그건 발렌타인 데이라서라기 보단 그냥 초콜렛을 주고 받는 거니까.” “그럼 엄마한테 초콜렛을 못주는 거야?” “주고 싶으면 줄 수 있긴 한데…”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아빠는 올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요즘은 발렌타인 데이를 굳이 남녀상열지사와 연결시킬 필요도 없다. 미국 초등학생들은 초콜렛과 편지를 부모들이 준비해서 남녀에 관계 없이 초콜렛을 주고 받는다. 어차피 미국에는 화이트 데이도 없으니 복잡할 것도 없다.

아이와 홀푸드 Whole Foods 에 가서 엄마 선물을 준비했다. 올해는 아이 외할머니도 계시니 하트모양 초콜렛을 두개 준비했다. 아빠는 초콜렛 대신 하얀 튤립을 샀다. 꽃을 화병에 꽂으니 집안 분위기가 살았다. 엄마와 할머니도 초콜렛을 좋아했고 아이는 흐뭇해했다. 둘째가 크면 다음 번에는 근사한 외식을 해도 좋을 것 같다.

저녁을 먹는데 아이가 나지막히 이야기 한다. 다들 초콜렛을 받았는데, 나만 없네. 아차! 며칠전에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초콜렛을 주고 받았기에 괜찮을 줄 알았다. 아이에게 갓난아이 때문에 집안이 전쟁터이니 이해해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 시간이 좀 늦었지만, 집앞 마트에 가서 초콜렛을 사서 교환할까? 어차피 아빠도 못받았으니까 서로 사주면 되지.” 아이의 눈이 반짝인다. “잘됐다. 모아둔 돈이 있어. 초콜렛이 50불은 안넘겠지? 지난번에 세배돈 받은게 있는데.” “그럼 그거면 충분하지. 제일 맛있는 초콜렛을 골라서 아빠 사줘.”

아빠는 핑크색 하트 모양 박스에 담긴 무난한 트러플 초콜렛 truffle chocolate을 생각하고 집을 나섰다. 발렌타인 때는 어디서나 살 수 있는 평범한 종류이다. 그런데 마트 구석 발렌타인 코너에서 초콜렛을 일일이 확인하던 아이의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다. 아이는 포장뿐 아니라 내용물까지 봤는데 딱히 맘에 드는 초콜렛이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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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무난해 보이는 고다이바 Godiva selection을 집어 들었다. “아빠는 이거면 될 것 같은데. 너는?” “그래? 좋아 아빠 맘에 드는게 있어서 다행이다. 그거 사고 갈까?” “너는?” “음… 타겟 Target에 가볼까? 거기서 내가 본게 있는데.” 오늘을 넘기기에는 마음이 편치 않다. “그래 Target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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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45분경, Target의 초콜렛 섹션에 물건이 많이 남지 않았다. 특히 발렌타인용으로 포장된 초콜렛 중에서 아이의 맘에 드는 초콜렛이 없었다. 아이는 독일에서 먹어본 밀카 Milka 류의 부드러운 밀크 초콜렛을 원했다. 유럽에서는 흔한 브랜드이지만, 미국에서 구하기는 조금 어렵다. 게다가 이시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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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는 더 좋은 것을 사기로 하고서 하나씩 초콜렛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는 기분좋게 초콜렛을 먹은 다음 양치를 하고 엎드려서 책을 보고 있다. 혹시나 싶어 아빠는 아이에게 말을 걸어봤는데, 초콜렛 이야기는 이미 잊은 것 같다. 그래도 아빠는 왠지 잘못한 느낌이 들었다.

아이의 취향을 알았으니 내년에는 좀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일년 후에 아이는 좀더 여자가 될 것이고, 무신경한 아빠가 알 수 없는 복잡 미묘한 무언가가 더 생기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느낌이 든다.

또다시 딸바보 포스트

한 페친께서 요새 내가 딸램 디스를 계속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딸아이의 이미지를 생각해서 딸바보 포스트도 올린다.

어제 밤, 딸래미가 놀아달라고 보챘다. 둘째가 생기고 아무래도 부모는 신생아의 육체적인 욕구를 채우는데에 절절매다보니, 첫째와의 시간이 적었나보다.

아빠, 오늘은 나랑 놀아줄래?

그럴까?

응, 근데 잠깐 놀아주는 거. 10분 놀아주는 거. 이런거는 안돼.

그래 충분히 놀아줄께. 근데 시간이 늦었으니 너무 오래는 안돼.

그럼 1시간 놀아줘~

지금 잘시간인데 1시간은 너무 길다.

그럼 2시간.

그것도.

그럼 3시간.

그것도 너무 긴데, 대신 주말에 길게 놀아줄께.

(한참을 있다가…) 아빠, 오늘 안 놀아줘도 돼. 나랑 놀아주기 싫구나?

(…)

딸아이가 여덟살인데, 벌써 거절 못하게 말하는 법을 안다. 여자아이라서 일까. 나는 어른이 되어도 터득하지 못한 대화술인데…

정이 넘치는 딸과의 대화

저녁 8시 반 경, 딸아이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다.

아빠는 양치하러 갈께. 잘자~

몇 분이 지난 뒤, 딸아이가 옆방에서 부스럭 거리는 아빠 소리를 듣는다. 궁금한 아이는 방문을 빼꼼히 열고서 나긋이 묻는다.

“아빠, 양치 안해?” “아~ 하고 왔어.” “벌써?” “응, 아빠 양치 빨리 하는 거 알잖아.” “그렇지만 그렇게 양치를 빨리하면 이가 썩을 걸.” “그러게, 네 말이 맞다. 다음부터는 꼼꼼하게 천천히 양치할께.”

“괜찮아.” 딸은 쿨하게 덧붙인다. “내 이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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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flicker)

미운 일곱살

딸내미가 장난꾸러기 스누피를 보고서 공감하더라는 이야기를 했었나? 딸램이 반항하는 영혼이 되었다. 원래 말잘듣고 순종적인 아이라 좀 당황스럽다.

방치우기 싫다고 바닥에 드러누워 옷자락으로 카페트 청소를 하지않나, 아침에 바쁜 와중에 양치를 25분 걸려서 하면서 싫은 소리 했다고 하루종일 투닥투닥, 숙제 시켜 놓으면 준비물 가지러 방에 들어갔다가 빠져버린 독서 삼매경. 에라 모르겠다 딸램 옆에 같이 누워 책이나 보자.

물론 잔소리와 신경전의 고달픔은 순전히 엄마의 몫이다. 나야 옆에 같이 드러누워서 화를 돋구는 왕베짱이 같은 존재이고.

어떤 날은 나도 잔소리 대열에 끼어들어 심하게 소리지르고 나서는 일곱살난 딸램과 하루종일 감정싸움 하기도 한다. 아~ 아직도 덜된 인격이여.

그러다가 옛말이 생각난다. 미운 일곱살. 그러고 보니 딸아이가 일곱살이 되었더라.

이 시기도 지나가겠구나. 옛말의 효용은 이럴때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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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에이블 뉴스)

읽어볼만한 기사: 미운 일곱살 이해하기 (에이블 뉴스, 2014년 2월 6일자)

공감하는 캐릭터가 당신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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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찰리 브라운 이야기를 한 김에 하나더.

영화를 보고서 딸아이에게 뭐가 가장 재미있었는가 물었다. “스누피!” 주저함이 없다.

생각해보면 찰리 브라운에서 주인공인 찰리의 인기가 스누피를 넘어선 적이 한번도 없다. 재미난 장난을 치고, 말썽을 부리는 강아지가 인기의 중심이다.

하지만… 실은…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찰리에게 시선이 가 있었다. 불운은 언제나 그녀석만 따라 다니더라. 그리고 풋내기 짝사랑 하던 소녀. 해도해도 안되는 일들. (학창시절 나는 운동에 젬병이었기에 공감도 쉬웠다.)

같은 영화를 봐도 사람에 따라 느끼는 점이나 공감하는 캐릭터는 다르게 마련이다. 주로는 그 공감하는 캐릭터가 자신을 말해준다. 이를테면 요즘 딸아이는 스누피다. 가끔 스누피 처럼 말썽을 부리는 딸아이가 버겁다.

누가 둘리를 보고서 공감이 느껴지면 아이, 고길동에 공감이 느껴지면 어른이라고 하던데 그 말이 갑자기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