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ggly tooth

원래 일곱살부터 젖니가 빠지기 시작하나? 딸아이 아랫니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눈에는 여전히 아기로 보이는데, 이가 흔들리는 걸 보고 적잖이 놀랐다.

이미 또래끼리는 누구 이가 빠졌나가 관심사라고 한다. ‘패트릭은 이가 벌써 빠졌고, 애쉴리도 흔들리기 시작했어… (블라블라~)’ 항상 말이 많아서 듣고 있으면 심심할 새가 없다.

아이는 친구들한테 ‘wiggly tooth’를 보여줄 생각에 아침부터 신이나 있다. 첫경험은 언제나 설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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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들려주는 허접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

딸아이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하두 옛날 얘기를 조르길래 내가 만들어서 해주고 있는 중이다. 이유는 내가 옛날 얘기를 잘 몰라서… 어쩌다보니 시리즈가 됐는데, 스토리 구조가 빈약하기 짝이 없다.

시작은 걸리버 여행기의 4부인 말의 나라 이야기와 재크와 콩나무를 짬뽕했다. 그러다가 딸이 좋아할 법한 이야기 범벅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이야기가 산으로 가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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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멀린다가 마법사가 만든 콩나무를 타고 말의 나라에 온다. 전혀 다른 문화/언어의 세계에서 방황을 한다. 7살 또래 친구 말인 ‘히히힝힝’에게 언어와 관습을 배우며 말의 나라에 살게된다.

2부: 아담 역시 7살 친구이다. 멀린다와 동일하게 말의 나라에 오게된다. 멀린다의 도움으로 말의 나라에 적응하게 된다.

3부: 한편, 인간의 나라 의사선생님이 환자를 보다가 충치에 효과적인 보물이 말의 나라에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 보물은 말의 나라가 새겨져 있는 Snow Globe인데…

3부의 배경지식: 딸아이는 snow globe를 좋아한다. 그리고 딸아이의 장래 희망은 책을 쓰면서, 건축을 하는, 치과 겸 소아과 내과 의사선생님이다. 또 3부의 주인공인 의사선생님은 딸아이와 동명이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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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래저래 들어본 이야기만 범벅해서 며칠에 한번씩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역시 나는 이야기꾼은 아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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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와 산초 – 두려움에 대하여

두려워하는군, 산초야. 네 마음 속의 두려움이 네가 올바르게 듣지도 보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다. 두려움의 효력이 바로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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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은 영혼을 갉아먹는다. 딸아이가 두려움을 호소할 때가 있다. 유난히 겁이 많은 편이라 눈앞에서 잠시만 부모가 없어도 난리가 난다. 어떻게 두려움을 대처해야 하는가 잘 가르쳐주고 싶다.

가장 편한 방법은 아빠가 항상 옆에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효과적이지만, 일시적인 해법이다. 나는 그것이 지킬 수 없는 약속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부모가 자식을 평생 지켜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두려움은 대부분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을 만났을 때 생겨난다.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갑작스런 놀래킴은 공포영화의 단골 소재이다. 나쁜일도 미리 예측이 가능하고, 대처가 가능하다면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내게 있어 가장 힘든 것은 나쁜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그 은근한 긴장감을 계속 유지하는 상태이다.

두려움에 대처하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을 것 같다. 과학의 방법과 종교의 방법. 무지의 영역을 지식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과학의 방법이고, 무지의 영역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종교의 방법일테다.

딸이 가장 배우지 않았으면 하는 것은 두려움의 영역을 짖밟고 부정하는 것이다. 두려움에 가득찬 사람들은 사물을 그대로 보지 못하며 사실을 사실 그대로 보지 못한다. 사람들이 상식적인 이야기를 못하는 것을 볼 때마다, 저 이는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딸의 걱정 – 사랑에 대한 갈망

딸에게 걱정이 생겼다.

“엄마, 외할머니는 세상에서 누가 젤로 좋데?” “네가 제일 좋데.” “내가 태어나기 전에는?” “엄마였겠지.” “그럼 있잖아. 내가 크면 결혼해서 애기를 날 껀데, 엄마는 그때 내 딸을 더 좋아하면 어떡하지?”

별개 다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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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

“무조건적 사랑은 어린아이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가장 절실한 갈망 가운데 하나다. 한편 어떤 장점 때문에, 다시 말하면 사랑받을 만해서 사랑받는 경우, 언제나 의심이 남는다. 내가 사랑해주기를 바라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언제나 남아 있다. 언제나 사랑을 잃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는 것이다.” –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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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의 잔소리

첫번째

회사 보스 Matt 이야기. Matt의 동생 Bobby가 집에 놀러왔다고 한다. 그런데 9살된 Matt의 딸은 Bobby가 자기전에 양치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삼촌은 왜 자기 전에 양치를 하지 않아?” “I don’t c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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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flickr)

잔소리가 먹히지 않자 딸이 Matt에게 일러바친다. “아빠, 삼촌이 양치를 안하고 자려고 해.” “(잠시 생각하다가) 흠… 다른 사람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 (as long as it doesn’t hurt you), 그정도는 괜찮아.” “그렇지만, 이를 닦지 않으면 이가 썩을 꺼고 그러면 냄새가 날텐데? 그건 결국 나한테 피해를 주는 거야 (it would hurt me eventually.)”

Matt은 할말이 없었다고…

두번째

아이가 생기기전, 나는 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딸이 생기면 내게 사사건건 잔소리를 하지 않을까하는 걱정. 사실 나의 게으름은 딸의 잔소리를 불러오기에 딱이다. 그래도 아내와 딸이 협공을 해서 나의 생활습관을 지적하면 좀 슬플 것 같았다.

그런데 의외로 딸은 나에게 관대하다. 어쩌면 몇번 하다가 안돼니까 포기한 걸지도 모르겠다. 오히려 요즘은 엄마에게 잔소리를 하기도 한다.

어제 이사를 했다. 그런데 이사짐 센터가 아주 엉망이었다. 아내가 아끼던 가구 몇군데가 긁혔고, 대금지불 문제로 이슈가 있었다.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던 중에 아내는 분통을 터뜨렸다. 나는 조용히 듣고 있었다. 이때 아이가 대화에 끼어든다.

“엄마, 오늘 교회에서 성경말씀을 들었는데 내가 대접받고 싶은대로 남을 대접해야 된데.” “그래?” “가끔 성경 말씀 들을 때, 엄마가 생각날 때가 있어. 오늘도 말씀 들을 때 엄마가 딱 생각나더라구.”

아내는 할말을 잃었다. 그러다가 딸이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머리를 쓰다듬는다. 나는 한마디 덧붙여야 하나 싶었다. ‘성경 말씀은 남이 아니라 자기에게 적용해야 하는 거야.’ 같은 말을.

그러다가 이내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런 말을 했다가는 ‘1) 내 말이 꼰대 같이 들릴 것이다.’와 ‘2) 딸이 나한테 말고 아내에게 잔소리 하는 것도 의외로 나쁘지 않군.’ 하는 생각이 동시에. 그냥 씩 웃었다.

딸과의 통화

간만에 딸하고 통화했다. 기록해두고 싶은 내용이 있어서 잊기전에 적어둔다.

딸내미가 한참 새로 생긴 장난감을 설명해주고, 여섯살 먹은 아이스러운 말장난을 이어가다가 갑자기 톤을 낮추며 말한다.

딸: 아빠는 내가 보고 싶지 않아?
나: 보고 싶지… 그치만 전화로는 볼 수가 없잖아?
딸: 음… 그치만 눈 감고 그 사람 생각하면 볼 수가 있다.
나: 그래?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딸: 내가 맞춰볼께. 아빠는 지금 편한 옷입고 누워서 통화하는 거 아냐?
나: 어떻게 알았지? 아빠는 잠옷입고 있었는데.
딸: 내가 볼 수 있다고 그랬잖아. (깔깔깔) 근데 나 발 시렵다.
나: 흠… 네가 발이 차면 아빠 배에다 넣고 뎁히고 그랬는데… ㅋㅋ 으~으~ 지금 생각만해도 차갑다.
딸: (깔깔깔) 맞아. 흠… 그얘기 들으니까. 지금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지? 흐음…

아빠와 딸관계라서 다행이다. 이 녀석 크면 남자 여럿 울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