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유보금과 labor share

사회학자이신 블로거 바이커 님이 사내유보금에 대한 흥미로운 포스트를 올리셨다. 그리고 관련해서 내가 몇가지 댓글을 달았다.

쟁점은 크게 두가지였는데, 내가 궁금했던 건 거시 경제학에서 말하는 corporate saving과 회계상의 retained earning의 차이였고, 교수님의 쟁점은 전세계적으로 노동자의 몫이 줄어드는 현상이었다.

나는 두가지가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이고, 같이 엮이면 혼동을 가져온다고 보는 편이다. 댓글 타래와 관련 링크 자료들도 유익했기에 여기다도 옮긴다.

원문 포스트는 아래 링크 참조.
sovidence.tistory.com/863


나: 저도 말씀하신 부분이 궁금해서 좀더 찾아보았습니다. Retained earnings을 말할 때 자산보유와 현금에서 가장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감가상각이 아닐까 싶은데, 거시 경제에서 볼 때 이러한 차이들은 어떻게 계산할까 궁금하네요. 거시경제에서 말하는 corporate savings와 회계에서 말하는 retained earning이 조금 차이가 있는데, 기술적으로는 이런 차이들이 어떻게 계산되서 반영될까요?

해당 논문은 유료라서 그부분에 대한 언급이 있는지 확인을 못해봤는데, NBER에서 찾은 definition이 거기에 대해 언급은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서 좀 갑갑하네요.

해당 NBER pdf 문서는 여기 링크 걸어둡니다. http://www.nber.org/chapters/c4831.pdf

바이커: 그 기술적 차이를 조정하면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큰가요?

나: 하나만 더 여쭙습니다.

결과라 하시면, corporate savings가 증가하는 추세에 대해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retained earning과 coporate savings의 차이에 대해 말씀하시는 건가요?

개인적으로는 기업회계에서 bottom up으로 계산하는 방식과 거시 경제에서 top down으로 계산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가 궁금합니다. 거시 경제에서 말하는 저축이라는 용어가 일반인이 사용하는 저축과 다소 의미가 상이하기도 하고요.

알고 계시겠지만, 자산과 현금은 차이가 있고, 일반적으로 회계에서 retained earning이라 하면 위에서 언급하신대로 총자산에서 배당을 제외한 나머지 자산이고, 회계상의 숫자일뿐 실제 보유 현금과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특히나 감가상각이나 deferred tax같은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회사들이 현금이 별로 없는 상태일 수도 있고요. 그래서 대부분은 현금흐름을 같이 봅니다.

물론 거시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차이가 별 문제가 아닐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래서 저는 그 계산이 실제로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궁금했습니다. 또 이 주제가 아무래도 워낙 논쟁적일 수 있어서 용어정의가 좀더 신경쓰이기도 했고요.

바이커: 제 질문은 전자였습니다.

그리고 이 논문에서 위 그림은 national accounts 자료를 사용했기 때문에 거시경제의 컨셉과 일치할 것입니다. 현금 보유가 아니고요. 제가 거시경제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 정확한 답변을 못드려 죄송합니다.

이 논문의 ungated version은 https://minneapolisfed.org/research/wp/wp736.pdf 에 있습니다.

나: 공유해주신 논문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가장 큰 궁금점은 회계 상의 retained earning과 national account에서 corporate savings가 상이한데 어떻게 계산했을까였는데, 회계 부분의 이익잉여금을 거시 데이터와 비교할 수 없기에, 독자적인 모델을 만들어서 national account의 corporate savings에 상응하는 숫자들을 만들었네요.

전반적으로 (거시경제/회계 관점 둘다) 가계의 저축이 감소하고 기업의 저축이 증가한다는 이야기는 흥미로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익잉여금 논쟁 때문에 retained earning을 현금으로 보는 것에 상당히 민감한 편인데, 궁금했던 부분이 다소 풀렸습니다.

논문에서는 해결책까지 나아가진 않고, 현상을 분석하는데에 그쳤는데, 교수님께서는 어떤 의견이 있으신지요. 이 주제가 다국적기업, 배당금 과세, 사내유보금 과세, 기업투자 등 여러가지 주제가 얽혀서 쉽지 않은 이야기인 줄은 압니다만, 이야기 타래가 길어진 김에 살짝 여쭙습니다. ^^

바이커: 저는 특별한 의견이 없습니다. 제가 잘 아는 분야가 아니라서요. 저는 왜 이익잉여금이 rent 등의 형태로 노동자와 공유가 안되는지–즉, 노동자의 소득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지가 더 궁금합니다.

Autor, Dorn, Katz, Patterson & Reenen의 forthcoming 논문을 보면 미국에서 labor share 가 떨어지는 이유로 산업별 대기업 집중을 듭니다. 기업 내 노동자 몫은 별 변화가 없고요.

나: 댓글 달아두신 걸 이제야 봤네요.

네, 대체로 많은 분들이 원인으로 대기업 독과점 이슈를 지목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대선 때도 사실 반대기업정서가 중요했는데, 현 미국 정부의 정책은 기업친화적으로 가네요. 의외입니다.

예전에 저도 관련 주제에 대해 포스팅을 한적이 있긴 합니다. 물론 labor share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기에 좀 관점이 다른 이야기 일수도 있습니다만… 얘기가 나온김에 참고로 살짝 링크 남겨두고 갑니다.

https://isaacinseoul.wordpress.com/2016/05/31/monopoly/

바이커: 링크 감사합니다. 블로그에 좋은 내용이 많으네요!

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항상 교수님 블로그에서 많이 얻어갑니다.

나: 기업의 이윤이 높아지는데,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에 대해 예전에 본 폴크루그먼이 논의한 걸 본적도 있는데, 참고로 올려둡니다.

http://bruegel.org/2014/02/blogs-review-profits-without-investment-in-the-recovery/

바이커: 링크해주신 논의는 거시경제 지식이 짧아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네요.

나: 요약한 내용이라서 좀 그런면이 있네요. 아무래도 포스트의 링크를 하나하나 타고 들어가서 원문을 읽으면 조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를테면, 아래 이코노미스트 기사 링크나 폴크루그먼 칼럼 링크는 좀 더 수월할지도 모르겠네요.

http://www.economist.com/blogs/buttonwood/2013/06/companies-and-economy

바이커: 링크 감사합니다.

Image result for retained ear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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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t Old-time Economics by Paul Krugman

뉴욕타임즈에 실린 폴크루그먼 컬럼 (2015년 4월 17일자)

That Old-Time Economics

평소 그의 스타일 대로 실명을 거론하면서 화끈한 독설을 퍼붓는다.

요약하면,
– 2008년 금융위기에서 많이 회복한 미국에 비해 유럽은 아직도 헤매고 있다.
– 차이점: 미국은 재정적자로 불황을 대처했지만, 유럽은 긴축정책을 취했다.
– 유럽의 정책입안자들은 정치적 입장 때문에 새로운 경제 이론을 선택했다.
– 그러나 실상은 새로운 경제 이론보다, 옛날 경제학 (케인스 경제학)이 더 낫다.

+ 덧: 재정정책 논쟁에 관심이 있는 독자는 아래의 링크를 보기 바란다. 만화라서 이해하기 쉽(?)다. 만화의 저자는 중립적인 입장이다. (어떻게 보면 미묘하게 폴 크루그먼을 반대하는 입장에 서있는 것 같기도.)

본격경제만화(2) – 재정긴축 논쟁

Capture

huffingtonpost korea에 올라온 코스타리카 관련 글들을 보고서 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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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huffingtonpost korea에 올라온 코스타리카 관련 두개의 아티클을 보고서 든 생각을 올려본다. 본문의 내용과 상관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하다.

‘8강 돌풍’ 코스타리카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과연 코스타리카는 지상천국일까?

남미출신 친구들과 이야기 해보면 그곳은 만성적인 인플레가 일상화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곳에서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하다. 잠깐 지상낙원으로 소개되었던 코스타리카도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는 듯.

남미 쪽 물가상승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인지라 그동네 화폐들은 이미 화폐로서의 가치가 거의 없다고 봐야할 듯 하다. 예전에 mba 회계 case 수업때 남미 회사의 case를 다뤘는데, 상당히 건실한 기업이었는데도, 자국 화폐가치의 신뢰성 하락으로 복잡한 회계적인 이슈들이 있었다. 기업 회계 담담자 입장에서 골치 아픈 건 물론이고, 이정도 되면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거의 불가능 하다고 봐야한다.

우리나라도 70-80년대 고속성장의 부작용을 많이 겪은 나라이고, 이젠 나름 정부에서는 물가 통제(?)의 노하우도 많다.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정부에서 몇몇 기업의 총수들을 소환해서 압력을 넣는 방법인데, 이게 무식해 보이지만 아직 우리나라 정도의 규모 경제에서는 먹힌다. 그리고 실제 이런 방법을 우리나라는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 듯 하다.

우리가 가끔 행복지수가 높다고 예시로 드는 부탄 같은 나라는 세계 경제의 지형도에서 섬같이 고립된 나라이니 우리가 지향점으로 삼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세계 경제는 어찌보면 미국화(?) 또는 신자유주의화(?)라는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 견고한 모습의 유럽의 경제도 예전보다는 많이 미국처럼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개개인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한가지 생각나는 예는 휴가의 천국으로 불리는 프랑스 같은 나라. 이 나라는 한달씩 휴가를 가는 걸로 유명한 나라인데, 이런 럭셔리도 이제는 점점 옛날 이야기가 되어 가고 있다고 들었다. 무한 경쟁의 삶으로 모두를 몰아가는 미국식 경제 모델은 전세계 모든 사람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진보적이고, 깨어있다고 하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미국식 경제 모델과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는데, 나의 솔직한 느낌은 그렇다면 우리에게 무슨 대안이 있을까 하는 것이다. 전세계적인 흐름을 거부하고 우리식의 모델을 제시하면서 나아가는게 방법일까? 그렇게 말하기에는 이미 우리나라 경제의 수출의존도가 너무나도 높다.

우리나라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깜짝 놀랄 만큼 높다. 학교에서 거시경제 수업들을 때 한 나라를 선택해서 미국의 GDP와 비교하는 조별 과제가 있었다. 조원중에 한국사람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나… ㅠㅠ) 내가 총대를 매고서 우리나라 GDP와 미국의 GDP를 비교하는 작업을 해봤는데, 오히려 미국같은 나라는 내수의 비중(특히 서비스업)이 엄청나다. (그렇다고 논문이나 연구수준의 심도 깊은 리서치는 아니었다. 그냥 수업 중에 하나 과제였을 뿐….ㅎㅎ) 아이러니 하게도 미국 정도 경제규모가 되는 나라는 세계 경제와 동떨어져서도 사는게 가능하다.

내가 자본주의의 본산이라고 하는 미국에서 경영을 공부해서 그런지 다른 대안을 솔직히 잘 모르겠다. 진보적인 학자들이나 참신한 의견들이 많고, 그런 목소리들이 색다른 시각을 던저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역시나 아직 그런 목소리들이 주류라고 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내가 워낙 형이하학적인 인간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기존의 경제체제나 회사가 돌아가는 방식은 너무나 견고해보이고, 진보적인 목소리는 아직도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