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초 파티 문화에 대한 미투?

캐버노 청문회는 인준 후보의 35~36년전 과거 행적에 대한 논란이 주이다. 그러다보니 1980년대 초반 엘리트 프렙 스쿨문화가 재조명된다. 그런 맥락에서 어떤 이들은 이번 청문회를 80년대 백인 청소년 문화 전반에 대한 미투로 읽기도 한다.

80년대 초반은 지금보다 청소년의 성적 일탈에 대해 좀더 너그러운 시대였다. 그리고 에이즈의 공포가 확산되기 이전이었다. 조금 앞으로 시대를 되돌려 보자면 70년대 성혁명이 미국을 흔들었었다.

돌이켜보면 80년대는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버젓이 하드코어 포르노 공연이 있던 시절이었다. (댓글 첨부 참조) 참고로 맨하탄 (크게는 미국) 섹스 인더스트리의 발흥은 요즘 방영중인 HBO 드라마 deuce가 잘 묘사했다.

여담이지만 80년대는 (아마도 90년대 까지?) 한국도 청량리 등지에서 버젓이 사창가 영업이 벌어지던 시기이기도 하다. 초등학생이던 나도 그 정경을 기억한다. 청량리역에 택시를 타고 갈일이 있었고, 그때 기사가 소위 588을 통해서 지나갔었다. (교통 체증 때문이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초등학생임에도 풍경이 기억에 남는걸 보면 그닥 교육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 그러니까 그당시는 초등학생에게 그런 풍경을 보는 것이 대수롭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물론 어머니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던게 기억난다.

어쨌든 미국얘기로 돌아와서. 80년대 일부 부유한 백인 청소년들은 매주 술파티를 벌였다. 그당시 개봉한 영화들을 보면 80년대 초반 미국 틴에이져들의 성풍속이 잘 드러난다. 대표적인 영화가 1983년도 톰크루즈의 ‘위험한 청춘 risky business’ 이다.

 

Image result for risky business

 

당시 미국 틴에이지 영화는 십대 남자들이 몰려다니며 술파티를 벌이고, 자빠뜨릴(!) 여자를 찾거나, 아니면 창녀를 불러내 질펀한 파티를 벌일 생각에 몰두해 있었다고 말한다. 코메디 영화라 그 과정에 벌어지는 주인공들의 어이없는 실수와 해프닝이 주된 소재이다.

1980년대 초반은 플레이보이지의 전성기였다. 소위 말하는 “if it feels good, do it” 이라는 플레이보이 철학이 그 시대를 대표한다. 페미니즘을 기준으로는 70년대 에리카 종의 ‘비행공포 fear of flying’이 이미 담론 형성을 마친 상황이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지난 주말 SNL에서 방영한 80년대 파티 라는 제목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수다를 마친다.

미국 낙태 이슈 관련 논점들

페북 포스팅에 낙태 이슈에 대해 논점을 정리해달라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답을 하다가 길어져서 여기에도 저장해 둡니다.


법, 윤리 이런 쪽으로는 별다른 식견도 없지만 얘기를 꺼낸 죄로 관련 논점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우선 워낙 묵직한 이슈이기에 법, 윤리, 정치 면으로 나눠서 생각해야 이야기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미국에 제한해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법적으로 보자면 이번 판결은 우선 1973년 Roe v. Wade 판결을 확장시켰다는데에 의미가 있습니다. 포스트에서도 설명했지만, Roe v. Wade 판결로 인해 미국은 낙태가 법적으로 허용이 되었습니다. 이번 판결은 낙태시설 접근성을 제한하는 텍사스 법안을 Roe v. Wade 판결을 근거해서 위헌으로 본 것입니다. 그러니까 낙태를 선택할 권리에 대한 판결은 아닙니다. 그것은 이미 법적으로 인정되는 권리이고 지금 판결은 이를 더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판결을 내린 거죠. (피치못할 사정이 아니고서는 낙태가 금지되어 있는 한국과는 조금 상황이 다릅니다.)

이번주 판결문 전문

Roe v. Wade case는 1973년에 있었습니다. 판결은 헌법에 보장된 개인 사생활의 권리 (수정헌법 14조)를 기본권으로 보고서 potential life에 대한 권리를 기각했습니다. 다만 그 한계를 임신 6개월로 한정지었습니다. 7개월부터는 미국도 낙태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 기준에 따르자면 임신 말기 부터 태아가 생명으로서 권리를 인정 받는 셈입니다.

Roe v. Wade 판결문

윤리적으로 보면 이 주제에 대해 개개인이 느끼는 윤리 감정이 다르기에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법적인 판단이 항상 윤리적인 판단과 일치하는 것도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포스트에도 적었듯이, 태아를 생명으로 보고 있고 어떤 경우에도 낙태는 옳지 않다고 보지만, 다른이에게 동일한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아마 이에 대한 논란은 윤리가 상대적인 것인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는 절대적인 것인가? 아니면 정말 도덕/윤리라는게 실재하는가? 에 대한 논란이 되기 때문에 토론으로 쉽게 결론이 날 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미국 정치에 대한 영향부분으로 돌아와서, Roe v. Wade 이후 낙태는 미국 정치에서 항상 중요한 이슈가 되어 왔습니다. Pro-life 측에서는 Row v. Wade 판결을 뒤집고자 정치적으로 무척이나 노력해왔습니다. 낙태 이슈는 정치인의 진보/보수 여부를 결정짓는 리트머스 시험지이기도 합니다.

지난번 포스트에서도 적었듯이, 미국 대법원이 가진 위상은 엄청납니다. 그래서 대법원 판사를 선임할 권한이 주어지는 대통령이 보수냐 진보냐가 중요해 집니다. 어제 판결은 미국 정치 지형에서 상당히 진보적인 판결로 받아들여집니다. 대법원 판사가 한자리 공석이 된 현시점에서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판결이기도 합니다.

아참, 낙태 이야기는 사실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보거나 여성문제, 또는 빈곤의 문제, 미혼모 문제, 성에 대한 이야기 등등 집고 넘어가자면 많은 이슈들이 있는데… 제가 잘 모르는 이야기라 법/윤리/정치에 한정해서 이야기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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