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니 청의 미투와 캐버노 상원 인준 투표

코니 청의 미투. 70이 넘은 원로 언론인에게서 여전히 느낄 수 있는 기품에 한번 놀란다. 그리고 적나라한 묘사와 생생한 증언에 두번째 놀란다. (자녀와 같이 듣긴 좀 민망할 수도.)

“Bravo, Christine, for telling the truth.”

오늘 오전(3시간 쯤 뒤) 캐버노 인준 상원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전 미국인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정치권은 시끄러울 것이다.

(예전에도 언급했지만) 린지 그레이엄이 정치 공작이라며 분노할 때 이미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넜다. 인준이 통과되지 못하면 많은 사람들이 (린지의 편에서) 분노할 것이다. 반대로 통과되도 많은 사람들이 분노할 것이다.

나는 정치 공학과 별개로, 그리고 미투 진실 여부와 별개로, 캐버노가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생각이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인다.

Capture

Connie Chung (1946 – )

80년대초 파티 문화에 대한 미투?

캐버노 청문회는 인준 후보의 35~36년전 과거 행적에 대한 논란이 주이다. 그러다보니 1980년대 초반 엘리트 프렙 스쿨문화가 재조명된다. 그런 맥락에서 어떤 이들은 이번 청문회를 80년대 백인 청소년 문화 전반에 대한 미투로 읽기도 한다.

80년대 초반은 지금보다 청소년의 성적 일탈에 대해 좀더 너그러운 시대였다. 그리고 에이즈의 공포가 확산되기 이전이었다. 조금 앞으로 시대를 되돌려 보자면 70년대 성혁명이 미국을 흔들었었다.

돌이켜보면 80년대는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버젓이 하드코어 포르노 공연이 있던 시절이었다. (댓글 첨부 참조) 참고로 맨하탄 (크게는 미국) 섹스 인더스트리의 발흥은 요즘 방영중인 HBO 드라마 deuce가 잘 묘사했다.

여담이지만 80년대는 (아마도 90년대 까지?) 한국도 청량리 등지에서 버젓이 사창가 영업이 벌어지던 시기이기도 하다. 초등학생이던 나도 그 정경을 기억한다. 청량리역에 택시를 타고 갈일이 있었고, 그때 기사가 소위 588을 통해서 지나갔었다. (교통 체증 때문이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초등학생임에도 풍경이 기억에 남는걸 보면 그닥 교육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 그러니까 그당시는 초등학생에게 그런 풍경을 보는 것이 대수롭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물론 어머니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던게 기억난다.

어쨌든 미국얘기로 돌아와서. 80년대 일부 부유한 백인 청소년들은 매주 술파티를 벌였다. 그당시 개봉한 영화들을 보면 80년대 초반 미국 틴에이져들의 성풍속이 잘 드러난다. 대표적인 영화가 1983년도 톰크루즈의 ‘위험한 청춘 risky business’ 이다.

 

Image result for risky business

 

당시 미국 틴에이지 영화는 십대 남자들이 몰려다니며 술파티를 벌이고, 자빠뜨릴(!) 여자를 찾거나, 아니면 창녀를 불러내 질펀한 파티를 벌일 생각에 몰두해 있었다고 말한다. 코메디 영화라 그 과정에 벌어지는 주인공들의 어이없는 실수와 해프닝이 주된 소재이다.

1980년대 초반은 플레이보이지의 전성기였다. 소위 말하는 “if it feels good, do it” 이라는 플레이보이 철학이 그 시대를 대표한다. 페미니즘을 기준으로는 70년대 에리카 종의 ‘비행공포 fear of flying’이 이미 담론 형성을 마친 상황이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지난 주말 SNL에서 방영한 80년대 파티 라는 제목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수다를 마친다.

어제 대법관 인준 청문회 감상

어제의 청문회를 (물증과 증인이 중요한) 재판으로 보느냐, (지명자의 자질이 중요한) 인준 청문회로 보느냐가 판단의 기준점이 아닐까 싶다.
.
개인적으로는, 한국과 비교해서 생각하자면, 정치적인 판단과 법리적인 판단이 분리되어 이뤄졌던, 안희정 건이 좀더 낫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
미국 여론은 당사자들만 아는 엇갈리는 진술 (소위 말하는 he said, she said story) 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고, 이코노미스트지는 단호하게 여자 편을 들었다.
.
이코노미스트 관련 기사
Kavanaugh versus Blasey (9월 28일자)
.
이코노미스트지가 기사 마지막에서도 말했지만, 정리적 계산으로는, 대법원 지명자 인준은 중도 라인에 서있는 몇몇 상원의원의 판단이 결론을 낼 것이다. 그리고 이변이 없는한 통과가 되지 않을까 싶다.
.
어제 오후 청문회에서 린지 그레이엄이 정치공작이라며 분노를 표현할 때. 이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구나 싶더라.
.
오늘 출근해보니 직원들도 온통 어제 청문회 이야기다. 청문회가 OJ 심슨 급의 관심을 모은지라 정치적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다.
Image result for brett kavanaugh

캐버노 대법관 지명자 (1965-)

.
+ 추가 업데이트: 방금 속보로는 중도라인 Jeff Flake 의원이 캐버노 지명자 지지를 선언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