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독점 규제에 대한 미국 민주당 대권주자들의 입장들

요 며칠 미국 반독점 규제 관련 논란 포스팅을 했는데, 마침 오늘 NYT에 관련 기고문이 올라와서 공유한다. 한참 필받은 김에 메모 차원에서 한번 더…

Antitrust Returns to American Politics (NYT, 3월 13일자)

기고문은 콜롬비아 법대 교수 Tim Wu가 올렸고, 이 사람은 망중립성 논쟁에서 꽤 지분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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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 Wu, 1972 – )

Wu 교수가 주장하기로 현재 미국은 1912년 선거 때 대기업의 과도한 독점이 주요 쟁점이었던 때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한다. 내용은 딱히 새로울 건 없지만, 현재 민주당 대권 주자들이 반독점 규제 이슈에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는지 정리하기 좋은 아티클.

이를테면 워렌은 반독점의 운동의 선두주자 격이고, 샌더스는 “break them up”입장이나 다만 테크 기업보다는 그 타겟이 금융권으로 향하고 있다. 뉴저지의 Cory Booker도 대기업 집중 현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한바 있다.

반면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바이든은 ‘친기업적’이다. (곧 출마선언을 할 걸로 보이긴 한다.) 아무래도 바이든은 기존의 오바마/힐러리 노선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알다시피 이쪽은 실리콘 밸리 기업인들과 꽤 친하게 지냈고… 먼 옛날의 일이지만 1970년대에도 바이든은 반독점법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고.

좀 독특한 사람이 Klobuchar 의원인데, Klobuchar는 보통 중도 라인으로 분류되지만, (이를테면 요즘 민주당에서 인기있는 medicare for all을 실현가능성이 없다며 반대한다.) 반독점 이슈에 한해서는 워렌과 방향을 같이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리콘 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인 Harris는 아직 분명한 입장이 없는 상태.

미국 반독점 규제 논란과 그 역사

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 중 하나인 워렌 의원이 최근 공약으로 테크 대기업들, 즉 아마존/구글/페북의 분할을 내세워서 화제이다. 심지어는 한국 뉴스에서도 보도를 할 정도.

미국판 재벌개혁워런아마존·페북·구글 분할 (조선일보, 3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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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 주제에 다소 관심을 갖고 있던 터라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핸펀으로 메모를 남겨본다.

기사만 보면 지상 최대의 자본주의 국가 미국에서 이게 왠일인가 싶지만, 독과점 (특히 테크기업의) 이슈는 최근 미국 경제/정치 쪽에서 이미 상당히 뜨거운 이슈이다. 이쪽으로 급진적인(?) 경제학자들은 테크기업의 모노폴리를 monopsony 수요독점 이라고 이야기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반독점 운동은 소위 New Brandeis Movement라고 불리운다. 그리고 워렌은 New Brandeis Movement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정치인 중에 하나이다.

2016년 워렌이 open market event에서 한 연설은 일종의 New Brandeis Movement의 요약문으로 들릴 정도이다. 참고로 연설문 링크를 남겨둔다. 11페이지 분량이고 주석이 친절하게 달려있어 추가 공부를 하기에도 좋다.

2016 엘리자베스 워렌 반독점 정책 연설 전문 (2016년 6월 29일자)

뉴 브랜다이즈 운동 관련해서 최근 기사는 아래 NYT 기사를 참조하면 될 것 같다. 아래 기사는 독점법 관련 젊은 스타 법학자 리나 칸 (30세)을 소개하고 있다.

Amazon’s Antitrust Antagonist Has a Breakthrough Idea (NYT, 2018년 9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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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독점 관련 논쟁의 역사를 좀 살펴보자. 1890년 루즈벨트의 Sherman Act와 1914년 우드로 윌슨의 Clayton Act를 우선 봐야할 것 같다. Sherman Act는 지금 엑손 모빌의 전신인 스탠다드 오일과 American Tobacco Company를 분할 시키는 근거가 된 법이다. 그리고 그당시 그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 바로 루이스 브랜다이즈 대법원 판사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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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다이즈의 말을 하나 인용해보자면, “We may have democracy, or we may have wealth concentrated in the hands of a few, but we can’t have both.” 이 있다.

2세기 전의 이 말이 현대 미국 젊은이들에게도 상당히 공감을 주지 않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반독점 운동을 ‘뉴 브랜다이즈 운동’이라고 명명한게 참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셔먼 액트 시대에서 1960년대에 이르자 반독점의 흐름은 피크를 친다. 기업이 커지면 연방정부가 눈여겨 보기 시작했고, 자영업자 같은 분들이 소송을 걸면 법원은 항상 ‘소위’ 약자의 편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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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보자. 1966년 von’s grocery case. 60년에 지역 마트를 사서 캘리포니아에 진출한 회사가 반독점법에 걸린다. 합병 이후에도 그회사의 지역 시장 점유율은 7.5%에 불과함에도.

1967년 Utah pie case. 전국구 규모의 냉동 파이 회사가 싼 가격을 무기로 지역 파이 시장에 진출하려 했으나, 동네 파이 가게의 시장을 잠식한다는 이유로 반독점에 걸린다. 물론 소송건 파이가게가 지역독점을 하고 있고 이로 돈을 번다는 건 안 비밀.

판결문 링크
1966 US v. Von’s Grocery Co.
1967 Utah Pie v. Continental Baking Co.

상황이 이쯤 되자 사람들이 반독점 규제에도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1970년대에 이르자 반독점의 기세는 누그러들었다. 그 기세가 완전히 꺽어진건 1978년 Robert Bork 판사에 의해서다. (참고로 Bork 판사는 DC circuit의 판사로 재직했고 레이건에 의해 대법원 판사 후보에 올랐으나 의회 인준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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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k 판사는 지금까지도 반독점법 관련 고전으로 읽히는 Antitrust Paradox라는 책을 출판한다. 시카고 로스쿨 출신 Bork는 시카고의 밀턴 프리드먼의 영향을 받았다. 그가 세운 독점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consumer welfare에 해가 되는가 아닌가였다.

그러니까 현대의 기준으로, 또는 Bork 판사의 기준으로, 브랜다이즈가 주장한 이야기는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경제학을 모르는 사람이 할법한 이야기인 것이다. 실제로 일부 경제학자들은 뉴 브랜다이즈 운동을 hipster economy 라며 무시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그렇다면 지금 계속 논란이 되는 불평등의 문제는 어디에서 생겨난 것일까?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 같던 시장경제의 약속은 어디로 가고, 독점 (또는 monoposony) 는 왜 점점 심화되고 있고, 자영업/중소기업들은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M&A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 실제적인 의문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거다.

참고로 이건 최근 벌어지고 현상이고 팩트이다. (해결책이나 분석은 자신이 밟고 있는 이념의 토대에 따라 상이할 수 있겠지만…) 관련해서 3년전에 자료를 정리한 적이 있는데 아래 링크를 참조하면 될 것 같다.

커져가는 반기업 정서, 그리고 독과점 이슈 (2016년 9월 29일자)

너무 주저리주저리 길어졌는데 점심시간도 끝나가니 내 의견을 남기고 마무리를 지으려고 한다. 이런 어려운 얘기에 내가 답이 있을리 만무하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벌려놨으니 아직 정리가 안된 생각이라도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 같아서.

사실 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현대에 들어서 논란이 되는 반독점 규제 이슈는 애매하기 짝이 없고 답도 없다. Antitrust paradox 관점에서 보더라도 대부분 소비자가 손해보았는가 물어본다면 대답이 어렵다.

소셜 미디어는 (광고를 제외하면) 소비자에게 공짜이기에 페북이 독점한다고 해서 광고가 귀찮은 이상의 어떤 경제적인 해를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소비자는 페북에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 정보라는게 페북수준으로 데이타를 모으기 전까지는 돈되기 힘들고, 그렇게 신경쓰는 사람도 드물다.

비즈니스 모델만 거칠게 보자면 구글도 뭐 매한가지고. 애플/아마존이 독점한다고 해도 소비자 입장에서야 싸고 좋은 물건을 만들어 준다면야 뭐…. (한가지 흥미로운 건 1990년대 독점 논쟁의 중심에 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금 완전히 이미지를 쇄신했고 심지어는 페이스북/아마존과 비교해 착한 기업 이미지까지 있다.)

결국 현대에서 문제가 되는 독점은 경제학의 문제라기 보다는 오히려 민주주의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그러니까 부의 집중 그 자체보다 그로 인해 따라오는 권력의 집중이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게 아닐까. 그 옛날 브랜다이즈는 독점의 문제를 민주주의의 문제로 보았었다. 생각해보면 권력을 분리한다는 아이디어는 정말 미국적이다. 나는 미국 정치철학은 근본적으로 권력을 분리하는 데에 있다고 본다.

가끔 실리콘밸리 쪽 분들을 만나면 드는 생각이 이분들은 혁신을 하다보면 세상이 좋아질 것이라는 순수한 믿음을 가진 분들이구나 싶을 때가 있다. 존경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배배꼬인 생각이 든다. 세상과 동떨어져 보이는 고고한 자태가 어디까지 가능할까. 정치도 규제도 딴 세상 이야기이고 숭고한 혁신만이 우리를 구원할 듯이 말을 한다.

다시 말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배배꼬인 관점이다. 나는 그분들의 열정과 선의를 믿는다. 그리고 그를 통해 변화하는 세상에서 누리며 살고 있다. 당장 이 메모도 아이폰으로 페북에다 남기고 있는 걸. 그러나 사람과 선의를 믿는 것과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이제는 주체 못하고 커진 힘에 더이상 책임감을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 아닐까. 페이스북이 최근 곤혹을 겪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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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없는 재정 확대?

요즘 페북질이 너무 뜸한 듯하여 잡담이나 몇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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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들어 미국에선 거시쪽으로 몇가지 굵직한 일들이 있었다. 개인적 감상을 정리해본다. 내 감상이야 학부생 거시 입문 수준이니까 누구든 틀린 부분은 지적해주면 감사할 따름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그럴 때 더 많이 배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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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요새 미국 경제에 사람들이 주목하는 건 이번달 들어 두차례 있었던 주식 시장 조정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만 하는게 미국 주식인가 싶을 정도 였는데, 몇차례 조정을 겪고나니 미국 경제에 경고등이 들어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된 것이다. 갑자기 생소한 Vix라는 인덱스까지 뉴스에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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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 – the Cboe Volatility Index는 마켓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별칭으로 fear gauge공포 측정기로 불리기도 한다. 투자자들의 공포나 시장 변동성을 어떻게 측정하나 싶지만, 이게 30일 만기 옵션의 가격 차이를 계산하면 나오는 값이다. 물론 이 지표를 ETF로 만들 수도 있겠지만, 지표를 운영하는 쪽에서 검토를 하다가 포기했다. 그러니까 투자자들의 공포심리를 투자 상품으로 만드는 건 공포를 부추기는 결과 밖에 나오지 않겠나. 그치만 현실적으로는 vix가 링크된 ETF는 있고, 이를 short하는 상품도 있다. 그리고 이 니치마켓을 겨냥한 금융상품이 나름 인기있기도 하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로 마켓 변동성은 꾸준히 떨어졌기에 vix를 short하는 상품은 상당히 수익성이 좋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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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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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제 미국 경제의 건전성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여러가지 분석도 나오기는 한다. 그치만 결국 주식시장은 주식시장일 뿐 경제가 아니다. 어쩌면 주식시장이 잘나가는 건, 또는 폭망하는 건 진짜 경제하고 1도 관계 없을 수 있다. 주가는 말 그대로 투자자들의 기대일 뿐이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순항하고 있다. 실업률 최저, 기업들 수익도 좋고, 심지어는 이제 임금까지 오를 기미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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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미국 정치 이야기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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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미국 국회는 2년짜리 장기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쉽지는 않았다. 두차례 셧다운이 있었고, 두번의 필리버스터가 있었다. 민주당 중견 의원 낸시 펠로시 의원은 DACA (불법 체류자 자녀들 신분을 보장해주는 행정명령) 무효화를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했고, 공화당 랜드 폴 의원은 적자 폭을 늘리는 예산안이 당의 정체성에 반한다며 반대했다. (그러게 공화당은 균형예산을 말하던 당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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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표면만 보면 극심한 진통 끝에 예산안이 타결된 것 같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도 않다. 공화당도 민주당도 모두 원하는 바를 얻었다. 공화당은 이미 세금을 내렸고, 국방 예산을 대폭 늘렸다. 민주당도 취약계층 (특히 저소득층 어린이) 의료 예산을 상당히 많이 확보했다. 그러니까 민주당도 이민법 말고는 많은 것을 얻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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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예산안은 $20B 인프라, $6B 향정신 의약품 관련, $5.8B child care, $4B 보훈병원 관련, $90B 허리케인 및 산불 피해 복구 관련. 이렇게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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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법인세 인하는 미국 기업들에 엄청난 공돈을 안겨주었는데, 실제로 많은 회사들이 올 초에 보너스 잔치를 벌였고, 일부는 임금인상을 하기도 했다. (물론 이게 타이트한 노동시장 때문인가 법인세 감면 때문인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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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끝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장벽을 포기하지 않았고, 당장 다음주에 인프라 투자 계획 발표를 예고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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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누가봐도 지금 미국 정치권에서는 재정적자, 정부 부채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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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만 가만히 따져보면 공화당이 변했다고 말하기도 힘든게, 레이건 때도 세금을 인하하면서 국방 예산을 늘렸고 부채는 증가했기에 정치는 원래 그런가부다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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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재작년 만해도 유동성 함정과 저금리가 화두가 되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재정확대를 말하기 시작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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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경제쪽 사람들을 갸우뚱하게 만드는 건 시기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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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업률은 완전고용을 말할 만큼 낮은 수준이다. 그리고 경제학자들은 이정도 상황에서 인플레가 왜 오지 않을까 궁금해하고 있는 바로 그 시점인데… 왜왜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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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이 시점에서 바로 옐런 누님이 임기를 마치신다. 누구에게도 칭송을 받고 적격자로 평가받던 사람. 그리고 신임 의장 파월. 나야 잘 모르지만, 여러 분들이 파월 정도면 무난한 인선이라고 하시니 그런가보다 한다. 그치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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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내 거시 입문 지식을 되살리자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실업률과 인플레는 모두 같이 엮여 돌아가는게 아닌가. 재정정책 쪽에서는 이미 휘발류를 들이 붓기로 작정한 것 같고, 결국 미국 (크게는 세계) 경제의 고삐를 쥔건 파월인 셈이다. 그 고삐는 조금 느슨하게 쥐었다가는 버블이 생기고, 꽉 쥐었다가는 급격한 불황이 찾아오는 아슬아슬한 고삐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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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이번주 이코노미스트지는 재미있는 기사가 많이 실렸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고삐를 세게 쥐는 상황 (그러니까 이자율을 급격하게 올리는 일)을 경고하면서 세가지 측면을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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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는 미국이 완전고용 상태에 들어섰지만, prime age (25세에서 54세) 노동 참가율을 보면 아직도 자발적인 실업상태인 사람이 많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prime age 노동 참가율이 (금융위기 이후) 그래도 조금씩 증가했다고 듣기는 했었다. 근데 여전히 2000년의 82%와 비교하면 3%에 작은 79% 라고 한다. 그리고 그 3%의 차이는 무려 370만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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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는 임금이 오르고는 있지만 그 폭이 무척 제한적이라는 점. 그러니까 예전에 미국 노동자들은 대다수 노조에 가입이 되어있었고, 대다수 물가 상승과 준하는 임금 상승을 보장 받았으나, 지금은 꼭 그렇지 않기에 임금 상승과 인플레의 영향은 상당히 적을 것 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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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는 타이트한 노동시장과 시중의 자금이 결국에는 기업들의 자본투자와 생산성 향상, 기술 발전을 이끌지 않을까 하는 낙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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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뭐 내말로 얘네들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일단 불안불안한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좀 지켜보자. 낙관적인 면도 있다 정도 인 듯하다. 그린스펀 때도 생산성 향상이 있어서 결국 장기적인 호황이 온거 아니냐 뭐 그런 이야기도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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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같은 범부가 뭘 알겠나. 말마따나 정말 갑작스럽게 생산성이 막 향상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아직도 사짜스럽게 들리는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서 기술이 퀀텀 점프 할 지도 모르는데. 월급 따박따박 나오는 회사 다니는 거에 감사하고, 아직 젊으니까 갑작스런 인플레에 취약한 연금 수급 생활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또한 번 감사를, 그리고 보스에게 충성 하는게 장땡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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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불붙은 헬스케어 논쟁

미국에는 헬스케어 논쟁이 다시금 불붙었다. 오바마케어 폐지가 실질적으로 무산이 된 지금, 공화당과 민주당은 서로 다른 대안을 상정하면서 맞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샌더스가 다시 단일의료 보험안을 내놓았다. 그리고 민주당 상원의원의 반정도가 동의를 했다. (지지를 표한 의원들은 대부분 민주당 내에서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의원들이다.) 물론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지도 않은 현 국회에서 샌더스 안이 통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화당 쪽에서는 좀더 원론적으로 시장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안을 내놓았다. 이 안 또한 통과 가능성이 없어보인다.

미국의 헬스케어에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섟여있다. 단순히 민간 의료보험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완전히 자유시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의료시장이 정부의 통제에 있지도 않다. 회사들이 직원들에게 복지형태로 제공하는 민간보험이 있고 (민간 의료보험), 65세 이상 노인에게 주어지는 메디케어가 있으며 (단일의료보험), 주에서 관리하는 저소득자를 대상으로 하는 메디케이드가 있고 (주정부 관리), 소위 오바마 케어로 불리는 민간보험이 개인을 대상으로 거래소에서 거래된다 (오바마 케어). 그리고 2천8백만 정도 무보험자가 있다. 또 병원은 Veteran Health Administration (한국으로 치면 보훈병원)을 제외하고는 민간이 운영한다.

내 의견을 밝힌다. 나는 약간 심드렁하다. 의료보험이 누구에 의해 운영되는가가 핵심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큰틀의 결정도 중요하지만, 결국에 가서는 하부의 세세한 운영과 촘촘한 의료망이 관건이 아닐까 한다. 정말 크게 보자면, 의료보험도 중요하지만 전반적인 사회의 복지가 어떻게 설계되어있는 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사실 복지의 문제로 들어가면 다양한 가치가 서로 부딪치게 된다. 의료분야를 예를 들자면, 1) 생명에의 가치, 2) 의료 접근성으로 대표되는 평등의 가치, 3) 선택의 자유 라는 다양한 가치관이 서로 상충하여 존재한다. 대부분의 정책입안, 집행자들이야 긍정적인 부분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겠지만 세가지 가치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미국의 의료비가 비싼 것은 의료보험 때문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미국의 의료비가 비싸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를 테면 환자당 의료진 수나 의료업계 종사자들의 급여수준) 나는 이쪽이 좀더 타당하다고 보는 편이다.

굳이 미국식 의료에서 장점을 찾자면 미국이 의료 기술의 발전을 선도한다는 점. (워낙 돈이 많이 굴러 다니는 산업이다보니…)

관련해서 참고할 만한 자료를 공유한다. 2008년 자료니까 좀 지난 자료이긴 하지만 여전히 큰 틀에서는 변화가 없다. 121페이지에 이르는 매킨지 보고서에 미국 의료 비용 분석이 빼곡히 들어있다. 영어가 부담스럽더라도 차트가 많기 때문에 해당문제에 관심이 있으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자료. 주요 차트는 아래에 첨부 했으니 참조. (뭐 적어도 차트 성애자인 나에게는 재미있었다는 이야기.)

Accounting for the cost of US health care: A new look at why Americans spend more (McKinsey Global Institute)

작년에 나도 비슷한 내용의 포스팅을 한적이 있다. 당시 포스트는 아래 링크를 참조.

Healthcare, Again (2016년 5월 17일자)

그런데 왜 지금와서 다시금 의료보험이 이야기 되는 것일까? 지겹지도 안나.

개인적으로는 최근 미묘한 워싱턴 분위기의 변화와 연관이 있다고 본다. 이를테면 배넌의 퇴장이나 그리고 트럼프와 공화당 지도부 사이의 잡음이다. 여기서 공화당 지도부라고 함은 오바마케어 폐지에 실패한 폴 라이언과 미치 맥코넬이다. 지난 주에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민주당 인사들과 만남을 가졌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멕시코 장벽 건설을 늦추는 대신에 다른 분야에서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분석을 한다.

For Conservatives, Trump’s Deal With Democrats Is Nightmare Come True (9월 6일자 NYT)

이런 관점에서 보면 다시 되돌려서 생각해보면, 트럼프는 (기존의 좌우 관점에서 보았을 때) 뚜렷한 정치 노선이 없는 사람이다. 오히려 기성정치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점에서 샌더스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의 초창기 선거유세를 들어보면 미국의 의료 시스템이 망가진 주요 원인을 제약회사의 탐욕으로 돌리고 있다. 이는 샌더스의 문제의식과 유사하다.

관련한 예전 포스트: 미국의 정체성과 도널드 트럼프 (2016년 3월 16일)
물론 트럼프는 당시 대안으로 단일 의료보험을 제안한 적이 없다. 정확히는 대안 자체가 없었다.

덧: 언급한 자료 중에 주요 차트를 같이 올린다.

국가별 PPP(구매력) 대비 의료비 지출

미국과 주요 EU 국의 약값 차이

OECD 국가별 기대 수명

선진국 국가별 의사 급여수준 비교

OECD 국가 CT/MRI capacity

인당 의료 진단 건수

국가별 입원일수 및 일당 입원비 비교

국가별 간호사 임금비교

국가별 bed occupancy rate 비교 (고정비 지출)

미국 병원 원가/이익 구조

제약회사 이윤율

연도별 신약 출시 수

전문의를 만나거나 수술 날자를 잡는데 걸리는 시간 국가별 비교

 

 

 

총기 규제 이슈에 대한 생각 정리 – 3편: 총기 규제에 대한 오바마의 견해

목차
1편: 총을 가질 권리
2편: 총기 규제의 범위
3편: 총기 규제에 대한 오바마의 견해
4편: 신원조사와 관련 법안 국회 상정

올랜도 참사 며칠 전에 있었던, 오바마의 타운홀 미팅 영상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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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총기 규제 반대론자가 질문을 한다. 왜 힐러리나 오바마 같은 민주당 정치인들은 선량하고 책임감 있는 총기 소지자들의 총을 빼앗으려 하는가? 총을 가진 범죄자들에게서 자신을 보호할 권리는 수정헌법 2조에 명시되어 있다. 당신의 고향인 시카고를 예를 들자면, 민주당 지역인데다가 총기 규제가 가장 엄격한 주인데, 총기 살인 사건이 높기로 유명하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기서 오바마의 답변이 살짝 의외다.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를 언급한 것은 일종의 개인적인 공격이기도 한데, 오바마는 이에 대한 언급은 넘어간다. (나 같으면 흥분해서 시카고부터 정리하고 토론을 이어 갔을 듯) 굳이 논쟁을 이긴다고 해서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논쟁에서 이기는 것 보다는 국정을 홍보하고 아젠다를 이끌어가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사실 시카고의 높은 총기 살인사건률에 대한 반론은 어렵지 않다. 시카고가 총기 규제가 엄격하긴 하지만 한시간만 운전해서 인디애나에 가면 총을 살 수 있다. 또 신원조회 background check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총기 박람회 gun show에 가면 신원조회가 필요 없다. (아래 기사 참조) 이를 gun show loophole 이라고 하는데 내일 좀더 설명하겠다.

오바마는 팩트를 제시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힐러리를 포함해 민주당 정치인 누구도 총기를 소유할 권리를 부인한 적이 없다. 오히려 자신의 재임기간 동안 총기 판매가 더 늘어났다. 내가 하려고 하는 것은 총기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오바마 정권이 총기를 가질 권리를 빼앗으려고 한다는 오해 때문에 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가 총기로 인한 사망 사고를 연구하는 것 조차 불가능 하다.

그리고서 오바마는 (2편에서 언급했듯이) 논란의 소지가 있는 assault weapon에 대한 언급을 건너뛰고 테러용의자들에 대한 신원조회 문제를 이야기한다.

현재 FBI의 수사로 용의 선상에 있는 ISIS 동조자들이 총을 사는 데에 아무런 제약이 없는 것을 아느냐? 총기 문제가 정치적 논쟁이 되어 아무런 제약을 가할 수 없는 것이다. (No-fly list 라고 불리우는 테러 용의자 리스트에는 실제 20800여명의 미국 시민권자가 등재되어 있고 그들의 비행기 탑승은 제한된다. 그러나 이들이 총기를 사는데에는 문제가 없다.)

오바마는 말을 이어간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총기를 규제하는 법안들을 만들고, 제도적으로 선량한 민간인이 스포츠/사냥/호신에 총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종종 이러한 문제들이 잘못 프레임지워져 논의 조차 되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안타깝게도 이 타운홀 미팅이 있은 후 며칠뒤에 올랜도 참사가 벌어진다. 알려져있다시피 범인 오마르 마틴은 ISIS 동조자로 두차례 FBI의 심문을 받은 적이 있었고, 합법적으로 살상용 돌격소총을 구입해서 범행을 저지른다.

Omar Mar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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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견해를 소개하는 이야기가 길어졌다. 오늘 하려고 했던 총기 구매자의 신원조회 이야기와 이와 관련해서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법안에 대한 얘기는 내일해야 할 것 같다. 참고로 현재 상정되어 있는 신원조회 관련한 법안은 오는 월요일 (6월 20일) 표결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글은 페북에 6월 18일 토요일에 올렸다.)

목차
1편: 총을 가질 권리
2편: 총기 규제의 범위
3편: 총기 규제에 대한 오바마의 견해
4편: 신원조사와 관련 법안 국회 상정

미국 민주당 싸움 이야기 업데이트

오늘자 뉴스에 따르면 샌더스 의원이 힐러리에게 대통령 자격이 없다며 강하게 비난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상대방에 대한 비난을 삼갔던 그의 톤이 사뭇 달라졌기에 의아해서 메모를 남긴다.

싸움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려면 전후사정, 맥락 등을 다 살펴야 하므로 기사에 인용된 이야기로만 판단하기는 무리가 있을 듯 하다. 그럼에도 나는 선거권이 없는 그저 구경꾼이니 기사 (링크: Bernie Sanders and Hillary Clinton Spar Over Presidential Qualifications, NYT 4월 7일자) 를 따라 상황을 재구성해보면,

– 클린턴이 샌더스의 월스트리트 개혁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숙제를 덜 했다고 언급했다. (클린턴측 주장에 따르면 대통령 자격을 말한 것은 아니라고 함.)

– 샌더스가 어제밤 필라델피아 유세에서, 이에 대해 답하면서, 클린턴이 나에게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힐러리는 1) 슈퍼팩으로 각종 이익단체로 부터 수백억원을 기부 받았고, 2) 이라크 전쟁에 찬성표를 던졌고, 3) 수백만 미국인 일자리를 담보로한 trade agreements를 지지했기 때문에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물론 슈퍼팩과 이라크 전쟁, 자유무역 반대는 샌더스 의원이 줄곧 이야기 해온 것이지만, 그 대상으로 힐러리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었기에 의외이다.

맥락을 보자면, 샌더스의 경선 6연승 이후에 힐러리의 우세가 예상되는 뉴욕주 경선을 앞두고 나온 말이라서 참 묘하다.

나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선거는 싸움구경이라고 말하는데, 오늘 뉴스는 진짜 싸움 구경 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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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쪽 이슈 관련 기사모음

트럼프 현상관련 글이 나름 반응이 있어서, 민주당쪽 상황 정리 포스트를 하려다가 말았다. 조금 거리감을 가지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백인 블루칼라 얘기와 달리 이쪽은 다소 핫한 주제라…

그냥 내가 정리했던 기사 링크만 걸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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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내 의견이 진심으로 궁금한 사람들은 아틀란타 놀러와서 밥사주면 술술 불수 있다. ㅎㅎ

아이오와 코커스 감상

어제 아이오와 코커스를 보고서 느낀점을 간략하게 남긴다.

들어가기 전에, 나는 특정인을 지지하지 않고 동네 싸움 구경하듯이 관전만 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게다가 미국 정치에 조예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예측 같은 것은 할 능력도 되지 않는다. 그저 현재 돌아가는 이야기만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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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승자는 누가 뭐라해도 테드 크루즈이다. 7 포인트 정도 뒤지는 여론 조사 결과를 뒤집고 트럼프 대세론을 잠재웠다. 아이오와는 50개 주 중의 하나로 산술적으로는 경선에서 1% 밖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서프라이즈를 보여주면 분위기를 타게된다. 아무래도 여론조사와 실제 경선은 무게가 다르다. 크루즈는 아이오와에서 보수 기독교 층과 티파티의 지지를 바탕으로 승기를 잡았다. 그런 점에서 다음주에 있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중요하다.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와 크루즈의 지지율은 아이오와 보다 차이가 큰데, 여기서도 크루즈가 이기면 트럼프에게는 치명타이다.

<아이오와 공화당 지지도 여론조사 (source: HuffPoll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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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트럼프이다. 지금까지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위너의 이미지를 구축해왔던 그가 뉴햄프셔에서도 고전한다면 버티기가 힘들어진다. 그가 아이오와에서 부진했던 것은 여러가지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자와의 차이, 저학력자 지지층이 경선에 참여하기 어려웠던 점, 아이오와의 보수 기독교층 등등…) 핑계를 대어봤자 이득될게 없다. 그의 지지가 일정부분 승리자로서의 이미지에 기대왔던 것을 생각하면 트럼프는 꾸준히 이겨야 한다. 그는 리얼리티 쇼에서 종종 ‘No one remembers second place’ 같은 말을 하지 않았던가.

마르코 루비오는 나름 선전했다. 공화당 주류의 지지를 받는 그는 아이오와에서 strong third를 했다. 이를 바탕으로 온건 보수층의 표를 결집한다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는 경선 초반 신선한 정책을 바탕으로 젊은 층의 지지를 모았다. 그러나 치열한 공화당 경선판에서 흔들리며 같이 막말에 동참하여 지지율이 지지부진해 졌는데, 아직은 두고봐야 할 것 같다.

벤카슨과 젭부시는 아이오와 경선 이후 제대로 선거운동을 진행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특히 젭부시는 치명타를 입었다. 아이오와에만 $14 million 를 쓰고서 5,165 표를 얻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민주당은 셈이 좀 복잡해보인다. 특히 지지자에 따라서 다른 이야기를 한다. 샌더스를 지지하는 분들은 막판까지 추격한 모습을 보며 실질적인 동률(virtual tie)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힐러리를 지지하는 분들은 어쨌든 이겼으니 선방했다고 평가한다. 다음번 경선이 있을 뉴햄프셔는 샌더스 의원의 텃밭이므로 그의 승리가 거의 확실해 보이지만, 이어 치뤄지는 사우스 캐롤라이나 경선에는 힐러리가 우세하다. 이쪽도 역시 좀더 지켜봐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샌더스 의원이 이렇게까지 지지를 받을지 상상하지도 못했다. 확실한 것은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힐러리 지지자와 비교해 보았을 때) 상당히 열정적이라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자신의 지지를 표명할 때 자동차 트렁크에 스티커를 붙인다. 지금은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되지 않았고 경선 시즌임에도 종종 샌더스 스티커를 붙인 차량을 본다. 반면 아직까지 나는 힐러리를 지지 스티커를 본 적이 없다. 페북과 트위터에서의 buzz도 샌더스 쪽이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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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은 돌발 변수가 또 있다. 바로 전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이다. 그는 수차례 민주당과 공화당을 오간 인물이다. 일종의 중도를 표방하는 정치인인데, 경제 이슈에는 공화당 지지, 인권/총기 관련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포지션이다. 그는 힐러리 지지를 선언했으나 지지부진한 그녀의 성과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그는 샌더스의 승리가 확실해지면 무소속으로 출마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트럼프를 능가하는 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허무맹랑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미국식 네거티브 선거

이번달 초 민주당 후보 1차 토론회가 있었다. 토론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샌더스가 힐러리의 이메일 논란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I know it may not be good politics, but the American people are sick and tired of hearing about your damn emails.”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각오를 하고 말하건대, 미국인들은 그 놈의 이메일 얘기는 이제 지겨워한다.)

당시 나는 토론을 귀로 흘려 들으면서 딴 짓을 하고 있었는데 (페북, 트위터, 블로그 등등의 잉여질…) 깜짝 놀라서 아이폰을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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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CNN)

멋있는 것 인정한다. 네거티브 전략을 쓰지 않겠다는 뚝심이 샌더스 답다. 그러나 본인도 말했지만, 이는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이다. 쫓아가는 입장에서는 네거티브 전략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 게다가 샌더스는 지지율 상승이 정체되는 추세다. 물론 세상일이 계산 만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니 아직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 (바이든이 돌연 출마 선언을 한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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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Huffpost Pollster)

혹자는 (네거티브를 안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부러워하더라. 그런데 정확히 말하면 이런 일은 미국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2012년 미국대선. 당시 나는 미국 현지에서 롬니와 오바마 선거전을 지켜볼 수 있었다. 선거는 막판으로 갈 수록 치열해 졌다. 그런데 막판에 롬니에게 터진 치명적인 스캔들이 하나 있었다. 그게 바로 47% 발언이다.

“오바마는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47%의 미국인들의 지지에 의존한다” “이런 사람들을 걱정하는 게 내 일이 아니다” 같은 발언을 한 동영상이 공개된 것이다.

이런 호재를 놓칠 이유가 있을까. 티비에서는 네거티브 광고가 지겹도록 반복되었다. 47% 동영상이 계속 나왔고, 롬니 측에서는 질세라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하면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다’라는 광고를 했다. 상당히 원색적이다. 물론 이런 광고를 선거 캠프에서 직접 집행하는 것은 아니다. 형식적으로는 독립된 각 후보 지지 단체의 이름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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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final presidential election results: source wikipedia)

단 특이한 점이 있다. 네거티브 광고는 주로 스윙스테이트(경합주)에서 방영된다. 당시 내가 살았던 노스캐롤라이나*는 스윙스테이트로 들어갔기에 네거티브 광고가 주구장창 나왔던 것이다. 네거티브 전략은 확고한 지지층에는 별 영향이 없겠지만, 애매하게 관전하는 사람에게는 조금씩 효과를 보이는 확실한 전략이다.

승리가 확실한 지역의 광고는 다르다. 선거기간 중에 뉴저지를 갈일이 있었는데 (뉴저지는 민주당 텃밭이다.), 대부분의 광고는 점잖았다. 차분하게 정책을 선전하는 정도로 만족한다. 굳이 네거티브를 하면서 손을 더럽힐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미국의 특이한 대통령 선거 제도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 대선은 알다시피 간접선거이다. 50개 주에서 각 주의 선거인단을 뽑고 그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는다. 주마다 (2개주를 제외하고서)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인 선거제도이기 때문에 압승이냐 간발의 차이로 승리하느냐는 큰 의미가 없다. 이를테면 플로리다는 27명의 선거인단이 있는데, 10:17로 이기던지 1:26으로 이기던지 관계 없이 이기는 당이 27표를 획득한다.

어쨌든, 이번 선거도 여러모로 볼거리는 풍성하다. 선거권이 없는 나는 그저 남의 집안 싸움 구경하는 기분이다. 아참, 싸움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정치의 본질은 싸움이기도 하다.

*주: 당시 노스캐롤라이나는 크게 봐서 경합주에 들어 갔다. 그러나 선거 막바지에 이르러서 오바마는 노스캐롤라이나를 포기하고 오하이오, 버지니아, 플로리다에 집중했다. 결론은 알다시피 압승 이었다.

한편 민주당에서는… : 샌더스와 바이든

요즘 미국 뉴스는 도널드 트럼프 이야기로 가득하다. 반면 민주당은 큰 이슈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 와중에 민주적 사회주의자 democratic socialist 라고 불리는 샌더스의 약진이 눈에 띈다.

며칠전에 샌더스가 클린턴을 앞섰다는 뉴스를 듣고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뉴햄프셔 한정이고 전국적으로는 아직 추격하는 단계이다. (뉴햄프셔가 중요한 곳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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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허핑턴 포스트, 링크)

아직까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은 샌더스의 민주적 사회주의자 포지션을 불안해 한다. 내 주변의 미국인들은 (지지여부를 떠나) 당선가능성에는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하나 지켜볼만한 포인트는 부통령 바이든의 출마 여부이다. 클린턴 대세론이 힘을 잃자 바이든의 출마 여부에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바이든은 72년에 아내와 딸을 교통사고로 잃었고, 올해 5월에 아들을 먼저 떠나 보냈다. 최근 인터뷰에서 아들을 잃은 슬픔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에 (지금까지는) 심리적인 에너지가 부족했다고 밝혔다.

그제 (9월 12일) 영국 노동당 당수로 제레미 코빈이 당선 되었다. 그는 왼쪽 색깔이 뚜렷한 인물이라고 들었다.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전세계적인 불평등 이슈로 인해서 영미권 사람들도 사회주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