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련 포스트 정리

투표 이후, 일이 손에 안잡히는 지라… 정신줄을 놓지말자는 의미에서 예전에 써둔 트럼프 관련 글들을 복기해 봤다. 꽤 많지만 현재 시점에서도 의미있는 포스트를 추리면 8개 정도 된다.

트럼프 관련 포스트 재탕: 1번째

첫번째는 브렉시트 때 내 생각을 정리하면서 끄적여둔 경제 불평등 이슈 이야기다.

당시 트럼프 현상을 정리하면서 이야기 했지만, 자유무역으로 인해 고통받았던 러스트 벨트 지역이 트럼프 현상의 한 축이었고 민주당 지역이었던 이곳은 이번 선거에서 전부 트럼프로 돌아섰다.

브렉시트와 불평등의 문제 (7월 4일자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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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련 포스트 재탕: 2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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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에 대해 생각을 정리한 포스트. 이글은 영어로 작성했다.

About free trade (10월 1일자 포스트)

트럼프 관련 포스트 재탕: 3번째

브렉시트 때 썼던 글이다. 2번째 재탕 포스트에서는 경제적 불평등 관점에서 트럼프 현상 (그리고 브렉시트)을 읽었고, 이번 포스트는 코스모폴리타니즘과 반이민 정서 관점에서 읽은 트럼프현상 이다.

참고로 이 글은 조너선 하이트의 칼럼에 근거했다. 조너선 하이트의 관점은 트럼프 현상 뿐 만아니라 현재 유럽의 상황을 바라보는데에도 유용한 틀을 제공한다. 내년에는 프랑스 대선이 있고, 르펜이 다시금 뉴스의 중심이 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nativism(자국민중심주의)는 여전히 큰 이슈가 될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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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련 포스트 재탕: 4번째

오바마케어에 관한 이야기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한 이유로 꼽는 대표적인 정책이 오바마케어 반대이다. 오바마케어 무효화는 공화당의 숙원이기도 했고 트럼프가 가장 확실하게 약속한 공약이기도 했기에 트럼프 정권의 우선순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당시 포스트를 할때는 민주당 경선을 보는 관점에서 작성을 했기에 트럼프 이야기랑은 조금 거리가 있지만, 오바마케어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재탕을 한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 참조.

Healthcare, again (5월 17일자 포스트)

트럼프 관련 포스트 재탕: 5번째

민주주의와 선동가demagogue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글은 정치 칼럼리스트 앤드류 설리반의 칼럼을 토대로 쓰여졌다.

올해는 브렉시트, 콜롬비아 내전 종식 국민투표 불발, 트럼프 선거로 인해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앤드류 설리반은 플라톤의 국가에서 시작해 민주정과 참주정, 그리고 선동가의 출현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그의 이야기에 온전히 동의하지 않는다. 그의 논의를 따라가면, 지나친 민주주의는 중우정치를 가져오기에, 결과적으로 적절한 수준의 엘리트 정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나는 여러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온전한 민주주의가 여전히 유효하고, 세상에는 좀더 민주적인 절차가 필요하다고 믿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을 트럼프 시대 이전의 보수주의자들이 어떻게 읽는가 잘 보여주는 컬럼이기에 재탕한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 참조.

민주주의와 중우정치 (5월 19일자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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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련 포스트 재탕: 6번째

트럼프의 화법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의 말바꾸기와 모순된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을 오히려 자신의 편으로 끌어오는 재주가 있다.

지난 주말 뉴스에 따르면 그는 오바마케어에 대해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그가 두번째 대선 토론에서 했던 말이 여전히 생생하다. 오바마케어는 아주 나쁜 것이고 자신이 대통령에 오르는 순간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힐러리는 오바마케어에 한계도 있지만 남길 것은 남기고 보완을 해야한다고 했다. 그리고 힐러리는 구체적인 내용은 자신의 웹사이트를 참조하라고 했다.

그게 고작 한달 전이었고, 그는 선거 유세 기간 내내 오바마 케어는 없어져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그게 지난주다. 정치인은 누구나 거짓말을 하고 사안에 따라서 입장을 바꾸기도 하지만, 이건 정도가 심하다.

트럼프의 말바꾸기가 하루 이틀은 아니지만 전국민앞에서 한 이야기를 어떻게 그렇게 쉽게 바꿀 수 있는가 잘 이해는 가지 않는다. 어쨌든 그 이전에도 그는 동일한 방식으로 여러 사람을 혼란스럽게 했다. 더 이상한 것은 선거과정에서도 그의 모순어법은 오히려 그의 지지자들을 더욱 뭉치게 했다.

당시 잘 이해가 되지 않아 고민해 보았던 글을 재탕한다.

트럼프와 모순의 힘 (5월 12일자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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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련 포스트 재탕: 7번째

그동안 미국 정치에서 잊혀졌었던, 그러나 이번 선거의 주역이었던 저학력 백인 남성에 대한 포스트다.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 디턴 교수가 작년말에 논문을 낸 적이 있다. 그의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중년 백인 남성의 사망률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주된 원인은 알콜, 마약 중독, 자살, 간질환의 급증이다. 위의 그래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백인 남성 안에서도 고졸자와 대졸자의 사망률은 현저하게 다르다. 특히 아편/코카인 등의 마약은 심각한 문제이다.

그들은 완전히 잊혀진 존재였다. 민주당 지역에 살면서 투표에도 참여하지 않았던 그들. 절망속에서 유일하게 그들의 목소리가 되어준 트럼프를 그들은 열렬히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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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련 포스트 재탕: 8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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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보수주의 복음주의자 기독교인들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이번 선거에서 그들이 주역은 아니었다. 그들은 늘 하던데로 보수적인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미국 보수 기독교인들이 선거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낙태와 동성애를 금지하는 후보자인가 여부일 것이다. 기독교적인 가치관과 정반대 되는 후보를 뽑은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그것은 더욱 두드러진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한사람으로서 고민이 되는 지점이다. 특히나 이번 선거의 결과가 미국안에서 진정 소외되는 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었던 결과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미국 기독교계가 지금까지 얼마나 소외받는 이웃에 대해 무심했던가 싶다. 그리고 미국 복음주의자들의 정치 참여 형태는 부끄럽게도 한국에도 동일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기독교인으로서 그들에게 묻고 싶다. 2016년 지금 예수님이 미국에 오신다면 무엇을 하시겠는가. 동성애와 낙태를 저지할 대법원 판사를 지명하기로 약속한 트럼프를 뽑겠는가? 아니면 소외받고 잊혀졌던 이웃 애팔래치아 사람들 그리고 러스트 벨트의 사람들에게 다가갔을까?

트럼프 관련 포스트 재탕: 번외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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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련 재탕 포스트는 이번을 끝으로 마무리지을 생각이다. 아직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더 있긴 하지만, (예를 들자면 스윙스테이트 였던 노스캐롤라이나나 플로리다 이야기라던지… 라티노 이야기라던지…) 이제 트럼프가 당선 된지 일주일이 되었고, 털고 지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매일 트럼프 복기하는 일이 괴롭기도 하고.
아, 그리고 너무 잦은 포스팅으로 페친들의 탐란을 어지럽힌 죄에 대한 반성도 해야 할 듯 하다.
어쨌든 이런 저런 의미로 트럼프의 경제 정책의 두 축이 될 보호무역과 재정정책에 대한 경제 이론 포스트를 재탕한다. 트럼프의 말이 얼마나 무게가 있는 줄은 모르겠으나, 앞으로 얼마간 두가지 토픽은 경제 뉴스에서 자주 들을 것 같으니 미리 예습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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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련 포스트 재탕: 번외편 2

올 3월에 올린 포스트다. 트럼프 현상에 대한 나의 생각은 당시 이 포스트를 쓰면서 정리 했었다. 그당시만해도 트럼프 현상이었지, 트럼프 대통령까지는 생각 못했다.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 반복이라서 넘어갈까 하다가 혹시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올린다.

아참, 하나더. 지금 이 글을 읽어보니 당시 미시건에서 샌더스가 20% 정도(!) 뒤지던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힐러리를 이긴 이야기가 나온다.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 샌더스가 미시건에서 이긴 패턴은 트럼프가 미시건에서 이겼던 패턴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미국의 정체성과 도널드 트럼프 (3월 16일자 포스트)

트럼프 관련 포스트 재탕 시리즈 목차
재탕1. 브렉시트와 불평등의 문제 (7월 4일자 포스트)
재탕2. About free trade (10월 1일자 포스트)
재탕4. Healthcare, again (5월 17일자 포스트)
재탕5. 민주주의와 중우정치 (5월 19일자 포스트)
재탕6. 트럼프와 모순의 힘 (5월 12일자 포스트)
재탕7. 미국 백인 중년 남성 사망률 통계 (3월 29일자 포스트)

번외1. 세계화와 보호 무역: 스톨퍼 사무엘슨 정리 (8월 10일자 포스트)

            끝나지 않는 논쟁: 케인즈 승수 (8월 22일자 포스트)
번외2. 미국의 정체성과 도널드 트럼프 (3월 16일자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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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와 보수 기독교 가치관에 대한 생각들

기독교 신앙을 가진 한 개인으로서 가끔 드는 의문이 있다. 왜 소위 복음주의 기독교인은 강력한 보수주의자가 되는 것일까. 물론 이건 미국 정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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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에서 낙태는 항상 중요한 이슈였다. 그리고 최근에 동성애 이슈가 더해졌다. 몇몇 보수적인 복음주의자들에게는 낙태 금지가 너무나도 중요하기에 pro-life라는 이유 만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도 한다. (우리말로는 낙태 반대/찬성으로 쓰는 게 맞겠지만, 여기서는 pro-life/pro-choice로 표기하기로 하자.)

그렇다. 특정후보는 트럼프를 말한다. 처음부터 트럼프가 보수 기독교인들의 표심을 대변하지는 않았다. 공화당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트럼프를 추격했던 테드 크루즈가 오히려 보수주의 기독교인을 대변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

관련한 이전 포스트
공화당 경선 정리: 트럼프와 크루즈 (05/06)

점잖은(?) 기독교인들에게 트럼프는 너무나도 저속하고 세속적인 사람이다. 그는 대법관으로 pro-life 노선인 사람을 지명하겠다고 하면서 보수적 복음주의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이를 두고서 어떤 이들은 대법관에 보수적인 인사를 지명하겠다고 약속만 한다면 복음주의자들은 누구에게라도 표를 던질 것이라고 비아냥 거린다.

사실 트럼프는 낙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없어보인다. (정확히 말하면 낙태 말고도 대부분의 이슈에 대해서도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무지가 금새 드러난다.) 이번주 수요일 마지막 대선 토론에서 낙태 이슈가 언급되었다. 그는 힐러리가 말하는 대로 하면 임신 9개월된 태아를 자궁에서 꺼내는 비극이 일어날 것이라며 pro-life를 지지한다고 했다. “If you go with Hillary is saying, in the ninth month you can take the baby and rip the baby out of womb of the mother.”

그가 낙태의 끔찍함을 표현하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미국에서 낙태가 합법이라고 해서 실제 그런일이 일어나진 않는다. 산모의 생명을 위협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9개월 된 태아는 인큐베이터에 넣는게 보통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를 사산하게 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임신 후기로 넘어가면 낙태하는 경우가 원칙적으로 없다고 봐야한다. 그리고 일부 주는 법으로도 이를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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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자. ‘대법관’ 선정 이슈를 이해하려면 조금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미국 대선에서 후보의 진보/보수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미국 대법원이 가진 독특한 위상 때문이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헌법을 해석하고 판결을 내리는 독자적인 권한이 있다. 미국 헌법이 워낙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고 모호하게 쓰여져서 그렇다. 그리고 그렇게 내려진 연방 대법원의 판례는 향후 다른 재판의 근거가 된다.

미국에서 낙태는 1973년 Roe v. Wade 건 이후 합법이 되었다. 미국 보수 기독교계는 이를 뒤집으려고 오랜시간 노력해왔다. 그러다보니 9명의 판사가 다수결로 판결을 내리는 연방 대법원에서 대법관의 진보/보수 구성비가 중요하다. 그리고 종신직인 대법원관을 임명하는 권한을 가진 대통령의 진보/보수 여부가 정치적 쟁점이 되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미 1명이 공석이고,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2~3명의 신입 대법관의 보수/진보 구성비가 바뀐다.

관련 포스트
미국 낙태 이슈 관련 논점들 (07/01)

이번 선거에서 보수 기독교 유권자층은 혼란을 겪고 있다. 기독교인들을 혼란에 빠뜨린 것은 트럼프이다. 트럼프 이전, 보수 기독교 유권자들은 대선 후보자들이 보수적인 가치관을 가졌는가를 먼저 판단했다. 그리고서 그 후보자가 대법관으로 보수적인 인물을 선정할 것인지를 가늠해 보고서 지지 여부를 결정했다.

트럼프는 이 과정을 역으로 뒤집었다. 본인이 먼저 유권자들에게 ‘pro-life’ 재판관을 선임한다고 약속한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의 언행은 저속할 뿐 만아니라 그는 기독교적 가치관과는 정반대로 행동한다. 그는 최소한의 가식적인 예의도 없다.

트럼프의 언행은 기독교 유권자들이 쉽게 (또는 떳떳하게) 공화당을 지지하기 어렵게 한다. 대표적으로 비디오 테입 유출 사건 이후로 유타주의 이탈현상이 특히 두드러진다. 트럼프에게 도저히 표를 못 주겠다는 사람들이 제3후보 맥멀린을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맥멀린은 제 3후보로는 이례적으로 유타에서 22%의 지지율을 보인다. 물론 유타가 맥멀린을 뽑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만약 그가 당선되면 1968년 이후 매번 공화당을 지지했던 유타로서는 큰 이변이다.

그렇다면 대법관 선정 이슈를 떠나서 개인 도덕성에 대해서 기독교인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주에 발간된 한 조사에 의하면 61%의 미국인들이 개인의 도덕성과 대통령 후보의 자질은 무관한다고 답했다. 불과 5년 전에 같은 질문에 44%였던 것을 생각하면 큰 변화이다. 흥미로운 것은 동일한 질문을 백인 복음주의자 기독교인에게 했을 때, 72%의 사람이 도덕성과 대통령의 자질이 무관하다고 답했다는 사실이다. 놀랍게도 이 그룹은 5년전에 30% 만이 무관하다고 답했다. 예외가 유타주의 몰몬들이다.

(한국 기독교 기준으로 몰몬은 이단이지만, 미국에서는 이단에 대한 적대감이 그리 크지 않고 오히려 도덕적인 이슈에서는 기독교와 몰몬은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 대체로 미국 정치 분석에서는 몰몬을 기독교 유권자에 포함 시킬 때가 많다.)

관련 여론 조사 출처

Clinton maintains double-digit (51% vs. 36%) lead over Trump | PRRI/Brookings Surv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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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와서, 왜 기독교인은 보수적인 정치색을 보일까.

기독교 안에서 다양한 정치 스펙트럼을 살펴보자. 사실 모든 기독교인이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런 관점에서 내게 2주전에 있었던 부통령 후보 토론은 몹시 흥미로웠다. 둘의 토론은 종교적 신념을 가진 두 정치인이 어떻게 다른 정치적인 행동을 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펜스에 대해서는 예전에 한차례 포스팅한 적이 있다. 펜스는 학부시절 예수를 만나고 회심한 이후로 자신의 삶을 주님께 바쳤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사람이다. 소위 말하는 신실한 기독교인으로 사람들이 그의 앞에서는 비속어를 말하기도 불편함을 느낀다고 한다.

그가 전국구 정치인으로 부상한 것은 작년 인디아나 주에서 낙태를 제한하는 법을 통과 시키면서 이다. 그는 태아를 생명으로 믿고, 그 신념하에서 인종, 성별, 유전병 같은 어떤 이유로도 낙태 시술을 하는 것은 금지시켰다. 그는 생명은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한다. 물론 이 법은 현재 연방 대법원에서 위헌 판정을 받은 상황이다.

관련 포스팅
테드 크루즈와 마이크 펜스 (07/21)

팀 케인 역시 종교적인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다. 그는 학부시절 1년을 휴학하고 예수회 선교사로 온두라스에서 선교활동을 한 경력이 있다.

그는 최근 NCR (카톨릭 뉴스)에서 개인의 종교 신념과 공직으로 정치인의 입장이 충돌 하는 상황에 대한 어려움에 대해 토로한 바 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심지어 히틀러 조차도 사형을 시행하기를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기독교인인 동시에 국가의 시민이고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기에 버지니아 주지사로서 11건의 사형집행을 진행시켰다고 한다.

팀 케인의 말을 인용한다. “The hardest thing about being a governor was dealing with the death penalty. I hope on Judgement Day that there’s both understanding and mercy, because it was tough.”

관련 기사
Spiritually motivated: How Tim Kaine navigates his faith and politics, NCR, 08/25

부통령 후보 토론에서도 낙태 이야기가 나왔다. 펜스는 평소대로 자신의 신념을 말한다. 하나님이 창조한 생명인 태아를 지우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팀 케인에게 되묻는다. 생명을 존중하는 후보께서 어찌 pro-choice를 지지할 수 있는가?

팀 케인은 여기서 직답을 회피하고 화살을 트럼프에게 돌린다. 트럼프는 낙태한 여성을 처벌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에 펜스는 트럼프가 세련된 정치인 polished politician은 아니지 않냐면서 쉴드를 친다.

여담이지만, 부통령 후보 토론은 본인들의 토론의 승패가 중요하지 않기에 결국은 서로의 대통령 후보를 방어하거나 상대방측 후보를 비판하는게 주가 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올해 토론이 정확히 그랬다.

부통령 후보 토론 스크립트

그렇다면 팀 케인의 평소 입장은 어떨까. 그는 낙태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은 있지만, 정부는 여성들에게 결정을 할 권리를 주여야 한다고 말했었다. “I’ve got a personal feeling over abortion, but the right role of government is to let women make their own decisions.”

개인적으로는 케인의 의견에 80% 쯤 동의한다. 여기에 내 의견을 더하자면, 개인의 종교적인 (또는 도덕적인) 신념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동일한 신념을 가지지 않고 있는 타인에게 그 가치를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낙태를 금지할 때 그 부담을 지고갈 당사자는 국가가 아니다. 약간의 비약을 감수하고 단순하게 말하자면, 이는 국가차원에서 이뤄지는 꼰대질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케인의 이러한 애매(?)한 입장은 비판을 받기 딱 좋다. 실제로 펜스는 토론회에서 케인이 pro-choice를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Hyde Amendment를 지지하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참고로 Hyde Amendment는 연방정부가 낙태에 재정적인 지원을 하는 것을 제한하는 법이다. pro-choice인 힐러리가 폐지 하려고 하는 법안이지만 기독교인 케인은 Hyde Amendment를 지지한다.)

강경한 pro-life인 펜스 입장에서는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이다. 위선이나 박쥐 같은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선으로 보는 것은 상황을 너무 단순하게 파악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공적인 영역에서 pro-choice를 지지한다고 해서 그것이 낙태를 권장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결론을 맺는다. 현대에 와서는 정치인 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애매하고 불확실한 사안에 대해 결정할 것을 강요당한다. (때로는 결정을 하지 않는 것 조차 결정이다.) 그리고 사안에 따라서 종교적 신념과 정치적 방향, 그리고 이념적 노선은 자주 충돌하게 마련이다.

이런 때에 정치에서는 선명하고 분명한 입장을 취하는 분들은 인기를 얻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다면적인 현실을 살아가는 유권자들이 모두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나 삶을 진지하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선택들은 더욱 어렵고 본질적인 문제가 된다. 매일의 삶에서 복잡한 현실을 그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이에 따라 자신의 가치관을 재점검하며 행동을 바로잡는 일은 누구나 해야하는 일이 아닌가. 최소한 내가 이상적으로 그리는 신앙인의 모습에 따르면 그러하다.

한때는 유권자층의 종교와 지지자의 종교의 일치 여부가 중요한 시절이 있었다. (예를 들자면 케네디 시절 그의 캐톨릭 신앙은 선거에서 상당한 논란이 되었다.) 지금은 후보자의 신앙 자체가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 (한국도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믿고 싶다. 장로님 대통령은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다만 지금에 와서도 유권자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선명한 이념이나 또는 (특히 미국의 경우) 종교적인 가면 뒤에는 대부분 정치적인 계산들이 숨어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