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와 시나리오 차트

브렉시트 1차 데드라인(4/12)을 기다리며 예전에 페북에 올렸던 포스트를 옮겨둔다.


오늘자 NYT 기사. 브렉시트 시나리오 차트를 그리는 남자 이야기. 브렉시트 이슈를 follow하는 사람들은 한번 쯤 시나리오 플로우 차트를 봤을 꺼다.

The Man Trying to Make Sense of Brexit Is Tired and Would Like to Stop Now (NYT, 3월 29일자)

브렉시트 차트 그리던 사람 중 나름 유명하던 Jon Worth라는 친구가 이번에 28번째 개정판을 그리고 있고, 완전히 지쳐버렸다는 이야기. (4월 7일자 최신버전 아래 참조) Jon Worth는 4월 12일 브렉시트 데드라인 지나면 휴가를 떠날 계획이라고. (이봐 친구~ 4월 12일이면 정말 끝날거라 생각하나? 이 게임은 끝나봐야 아는 거라구~)

누구도 결말을 알 수 없는 흥미진진한 서스펜스. 브렉시트.

+ 덧: Jon Worth 블로그 링크를 남긴다. 오늘 기준으로 7월 4일 버전이 최신.

The Silly Isles

오늘자 이코노미스트지 표지 제목은 ‘the silly isles’

No photo description available.

어제 8개의 브렉시트 안이 모두 부결 되는 걸 보고서 참 황당하더라. 브렉시트 결정을 연장하자는 안건 말고는 통과되는게 없는지라. 듣기론 영국 사람들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브렉시트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싫어한다고.

도대체 2년간 뭘한 건지. 정말로 하기싫은 방학숙제를 받고서 2년간 질질 끌다가 몇시간 남겨 놓고도 어떻게 할지 몰라 동동거리는 초등학생을 보는 것 같다.

우리 회사도 contingency plan을 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이대로 기안을 넘기면 custom이니 뭐니하는 제반 프로세스가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매출을 zero로 잡아야한다. 설마 그럴까 싶지만 요즘 하는 걸 보면 막상 일이 그렇게 되도 놀라진 않을 것 같다. 새로 프로세스를 만드는게 하루아침에 뚝딱 되는 것도 아니고.

일반인이 접하는 건 보통 국제 특송 택배지만, UPS 같은 회사는 항공물류 전반을 다룬다. 그러니까 매출 zero의 의미는 영국 국경을 넘는 항공물류는 올스탑이란 얘기이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를 넘는 육상운송은 덤…) 이미 영국 물류는 유럽과 하나로 통합되어있다. 그리고 그게 우리회사 하나 뿐인가. 해운쪽도 별로 다르진 않을 꺼고, 트럭들도 마찬가지. 공장들도 브렉시트 직후는 돌릴 방법이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실질적으로 일정기간 국가 경제가 멈추어야 한다는 의미인데…

이코노미스트지 선정 2018 올해의 국가

해마다 크리스마스 즈음, 이코노미스트지는 올해의 국가를 선정한다. 선정기준은 원래부터 넘사벽 국가가 아니라 그해에 가장 드라마틱한 성과를 보인 나라이다.

관련 기사

The Economist’s country of the year 2018 (12월 18일자)

연말은 왠지 뭔가를 뽑아야 할 것 같은 때이고, 거기에 올해의 국가 뽑는 거 더하는게 어색할리가 있을까. 그치만 따져보면 올해의 국가를 뽑는 건 어지간히 어려운 일이다. 국가라는게 한해 반짝 잘됐다고 계속 잘되는 것도 아니고, 한번 크게 삽질했다고 선진국이 갑자기 개도국이 되는 것도 아니다.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는게 쉬운일도 아니고 부자가 망해도 삼대는 간다는데…

2017년 이코노미스트지는 올해의 국가로 프랑스를 선정했다. 작년 말엔 그만큼 마크롱의 개혁에 거는 기대가 컸었다. 그치만 노란 조끼 운동으로 올 겨울 기세가 완전 꺽인 프랑스(와 마크롱)를 보면, 역시 한두해 반짝 한 걸 가지고 나라를 평가하는게 얼마나 어려운가 실감하게 된다.

작년에 2위에 올랐던건 한국이었다. 작년 세계인의 눈에는 한국의 존재감이 끝장이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박근혜 탄핵, 이재용 수감을 긍정적으로 보았다. 문대통령의 외교 점수도 높았는데, THAAD 로 인한 중국의 위협을 최소화하고 트럼프의 한미 FTA 취소 협상을 교묘하게 연기 시킨 것에 큰 점수를 부여했다.

혹시나 오해를 줄이고자 덧붙이자면, 나는 한국 정치를 잘 모르고, 문대통령을 지지도 비난도 안하는 편이다. 대통령이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보지만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작다. (물론 트럼프는 미국 사는 내게 큰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견디기 힘들다.) 삶의 기쁨과 고뇌를 한 인물에 투영해서 생각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어떤 인간도 나를 구원할 수 없다.

그리고 외신이 한국을 보는 시각도 필요 이상 의미를 부여할 이유가 없다. 외부인의 시선이기에 신선하고, 다른 관점에서 생각할 여지를 던져 주지만, 결국 우리의 문제는 우리의 문제일 뿐이다.

어쨌든…

작년에 이코노미스트지가 한국 말고 프랑스를 선정한 이유는 여전한 북한의 위협 때문이었다. 돌이켜보면 작년만 해도 남북 관계는 몹시나 험악했다. 뉴스를 볼 때마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이 생각나더라. 그러던게 신년사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평화무드가 조성 되었고, 올 상반기는 한국인들이 평화 euphoria를 경험했다. 만약 올해의 국가 선정이 연말이 아니고 여름이었다면, 한국이 선정되었으리라.

그럼 2018년 올해의 국가는 어딜까. (자조 유머의 달인) 영국 사람들 답게, 영국을 뽑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영국처럼 부유하고, 평화로우며, 안정된 나라도, 순간적인 감정으로 이뤄진, 대책없는 결정으로 나라가 일순간에 헌정 위기의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는 타산지석이 충분한 선정 사유가 된다는 것. ㅎㅎㅎ

영국을 제치고(?) 2018년 올해의 국가로 선정된 곳은 아르메니아다.

아르메니아. 부패가 만연한 가난한 나라에서 올해 무슨 일이 있었나. 독재자 세르지 사르키산이 사퇴를 했다. 사르키산은 2008년 부터 10년동안 대통령을 했다. 아르메니아 헌법상 삼선이 불가능했고, 사르키산은 내각제로 개헌을 하고 총리가 되는 편법을 쓴다. 눈가리고 아웅에 전국적인 시위가 벌어졌고, 결국에 사르키산은 하야한다. 이후 선거에서 70%의 지지를 받은 야당 지도자가 총리를 이어받았다. 언론들은 이를 아르메니아 벨벳 혁명이라고 부른다.

물론, 아르메니아는 여전히 쉽지 않다. 열강에 둘러 쌓여 있는데,( 터키/러시아/범아랍권) 그나마 친러시아을 표방하며 생존을 모색하는 가난한 나라이다. 아제르바이젠과의 영토 분쟁이 재발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그럼에도 이코노미스트지가 아르메니아를 올해의 나라로 선정한 것은, 여러모로 열악한 상황임에도 민주주의가 자리잡을 가능성을 보여줬다는게 이유이다.

아르메니아 인이여, 건투를 빈다!

Image result for armenia

메이 총리 신임안 가결

메이 총리가 또 한번 살아났다고. 정책에 동의 여부를 떠나 참 대단한 사람이다.

이번주 영국 뉴스는 정말 드라마틱했다. 그렇지만 따지고보면 영국은 브렉시트 가결 이후 계속 그런 상황아니었는가. 영국 국회가 보인 아마추어리즘은 전세계의 비웃음을 사기에 충분했지만, 2년 반 동안 영국이 해온 행동의 축약판이었을 뿐이다. 오리려 유럽에서 요즘 위기에 빠진 나라는 프랑스/이태리/독일이 아닐까 싶다. 노란 조끼, 오성운동, 그리고 메르켈 은퇴.

처음 메이 총리가 세워졌을 때, 나는 시큰둥한 편이 였다. 딱히 매력적인 사람은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나는 브렉시트라는 사실상 불가능한 미션을 이만큼 끌고 온건 메이가 아니었으면 힘들었을꺼라고 본다.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뻔히 욕먹을 자리 총대를 매고 가고 싶은 사람도 보이지는 않고. 개인적으로는 미국으로 보면 하원의장 (예정) 낸시 팰로시가 비슷한 느낌의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욕먹은 낸시지만 결국 일일이 만나서 한명씩 설득했다고 한다. ‘그럼 대안이 있는가.’

노딜 브렉시트는 결국 백지에서 국제 관계를 정립하고 조약을 맺는 과정일 텐데, 그렇게 되면 대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경제를 떠나서 국경선을 다시 긋는 문제도 쉽지 않다. 이를테면 당장 런던에서 파리 가는 비행기도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어지게 되는 거고,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에 국경이 그어지게 되는 것이다.

90년대 봤던 많은 영화들이 IRA 테러를 소재로 했던게 생각난다. 북아일랜드 독립이라… 참 옛날 얘기다. 결국 IRA 쇠퇴는 영국의 EU 통합과 맞물려 있다. 생각해보자. 북아일랜드나 아일랜드나 EU 깃발아래 하나가 되었는데, 굳이 과격하게 독립을 말할 이유도 없고.

시간은 째깍째깍 잘간다. 내년 3월까지 영국은 또 어떤 드라마를 쓰려나.

Image result for theresa may

브렉시트와 대영 제국에의 향수

18-19세기 영국 경제와 면화 산업을 공부하면서 문득 보리스 존슨의 말이 생각 났다. 보리스 존슨은 영국 현 외무장관 그리고 브렉시트를 주도했던 바로 그 양반이다.

연설의 일부를 발췌한다. 연설문 제목은 Beyond Breixt: a Global Britain 이다.

whether we like it or not we are not some bit part or spear carrier on the world stage. We are a protagonist—a global Britain running a truly global foreign policy – Boris Johnson (2016년 12월 2일 연설 중)

브렉시트는 고립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어떤 면에서는 영국 자유무역 전통에 기대고 있다. 이러한 모순이 어떻게 가능한가 싶지만, 정말 그렇다.

캘리코법 폐지와 곡물법 폐지를 기점으로 영국은 세계에 자유 무역의 가치를 전파했다. 그러니까 브렉시트 정신(?)의 일부는 과거 위대한 영국에의 향수에 기대고 있는데, 그 위대한 영국이 바로 자유무역의 수호자 였던 것이다.

갑갑하고 권위적인 EU와 유럽의 전통에서 벗어나서 세계에서 (주로는 과거 영연방 국가들과 함께) 영국의 가치를 펼치겠다는 이야기는 테레사 메이의 외교정책에서도 일관되게 드러나는 테마이다. 그리고 발췌한 연설에서 보리스 존슨은 영국이 세계 무대의 조연이 아니라 주연인 것이 숙명 같은 거라고 했다.

메이와 보리스 존슨은 영국의 위대한 역사와 전통, 과거 대영 제국의 일부였던 나라들에 흩어진 문화적 공통점, 특히 영어의 강력함. 그런 것들이 위대한 영국을 가능하게 해줄 거라고 주장한다.

글쎄다. 18-19세기에는 그 말이 맞았을 런지 모르겠다. 그때 역사를 보면 확실히 영국은 세계 무대의 주인공이었다. 다만 지금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링크: 보리스 존슨 연설문 전문

Image result for boris johnson and theresa may

보리스 존슨과 테레사 메이 (사진 출처: the Independant)

런던 부동산 2017

런던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진다고. 특히 Kensington이나 Chelsea 같은 부촌은 가격 하락이 컸는데, 올초대비 15%나 빠졌다고 한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브렉시트가 영향이 없는 건 아니지만 (금융업 종사자들이 런던을 뜨고, 매매 보다는 렌트를 선호하는 등…), stamp duty라는 취득세 인상과 공급측면을 주된 원인으로 지목한다. 몇년간 런던 집값이 급증하면서, 런던 지역 주택공급이 늘었다고.

뭐 그렇다고 한다.

관련기사
Why London’s house prices are falling (the Economist, 11월 10일자)


Kensington (출처: Wikipedia)

+ 덧: 런던 사는 친구가 말하기로는 런던 외곽은 집값이 별로 안떨어졌다고 한다. 이코노미스트지도 언급하지만 stamp duty (취득세)의 영향이 좀 있는 듯 하다. 작년 말에 영국은 stamp duty를 인상했는데, 다주택 보유자와 고가 주택에 세율을 높였다. (이전까지 영국은 다주택자도 똑같이 세금을 매겼음.) 쓰고보니 Kensington이나 Chelsea 같은 곳은 외국 부자들이나 금융권 중역 같은 이들이 사는 곳이니 나하고는 별 상관도 없는 이야기이긴 하네.

마크롱은 유럽의 해밀턴이 될 것인가? – 유럽연방의 꿈

마크롱의 당선 후, EU가 더 강하게 결속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어찌보면 강한 EU 논의는 마크롱 당선 이전에 브렉시트가 시발점이다.

영국이 EU에서 빠진다. 영국은 EU에 애매하게 한발만을 걸치고 있는 나라였다. 전통적으로 영국은 대처의 연방반대 기조를 지켜왔다. 대처는 ‘a federal Europe, which we totally and utterly reject’ 라는 말을 했었다.

20세기, EU가 처음 논의 되던 시점에 EU는 궁극적으로 연방을 꿈꿨다. 1943년 이탈리아의 알티에로 스피넬리 Altiero Spinelli는 European Federalist Union을 창당했고, 46년 처칠은 ‘a kind of United States of Europe’을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하나된 유럽, 그리고 강력한 유럽 연방이 답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시점에서 EU의 개혁은 불가피하다. 반EU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올해 네덜란드와 프랑스 선거에서 당선자를 못내었을 뿐이다.

좀더 강력한 EU를 추구하던지 아니면 반대로 EU의 구속력을 약화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지금은 조금 어정쩡하다.

관련해서 작년 브렉시트 때 올렸던 글들 링크를 남겨둔다. 당시 좀더 상세하게 정리해두었는데, 관심있는 분들은 참조.

Eurosceptic의 관점에서 본 브렉시트 (2016년 7월 2일자 포스트)
European Union과 United of States of America (2016년 6월 30일자 포스트)
관련한 Economist 최근 기사 What is federalism? (6월 13일)

Image result for federal Europe

브렉시트/트럼프와 르펜의 유사점과 차이점

네덜란드 선거는 이번주이고, 프랑스 대선은 다음달이다. 몇 주전부터 정리해보려고 맘먹었는데, 도무지 짬이 안났다. 한국 뉴스 따라잡기도 버거웠던 지난 주였기도 하고. 그래서 어설프지만 너무 늦어지기 전에 끄적이기로 결심.

우선 배경 설명으로 프랑스 대선에 관련 지난 포스트는 아래 링크 참조.

다가오는 프랑스 대선, 3월 3일자 포스트

관련기사 : The Economist | French politics: Fractured

Nationalism 또는 소위 ‘포퓰리즘’으로 분류되는 브렉시트/트럼프와 르펜은 여러가지 유사점이 있다.

세계화에 뒤쳐진 ‘잊혀진’ 사람들의 반란, 반이민정서/반이슬람정서에 기반, 기성정치에 대한 심각한 불신과 아웃사이더에 대한 선호,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선거 운동.

지난주 이코노미스트지는 르펜의 국민전선 지지도와 실업률 지도를 같이 보여주는데, 직업전선에서 소외 당한 사람들이 국민전선을 지지하는 모양새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아래 도표 참조)

런던과 타지역의 투표 양상이 상이했던 브렉시트에서 처럼, 파리와 타지역의 투표 양상은 판이하게 다르다. 아래 도표는 파리에서 멀어질 수록 국민전선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국민전선의 지지자는 트럼프/브렉시트 지지자와 유사하게도 저학력층이 다수이며, 남성지지자가 월등히 많다.

이제 차이점을 몇가지 꼽자면 아래와 같다.

우선 프랑스에서 nationalism은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다는 것. 좀 의외이긴 한데 프랑스가 전통적으로 노동법이 강하고, 청년실업률이 높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다. 최근 유럽경기가 살아나는 추세라고는 하나, 새로생긴 일자리의 80%가 비정규 단기 (심지어는 한달 미만) 직업이기에 젊은이들의 좌절감이 크다.

관련 포스트: 마린 르펜을 지지하는 젊은이들, 3월 1일자 포스트

둘째는 옆나라 독일과 비교되는 프랑스의 위상 추락이다. 유럽을 이끄는 독일에 비해 프랑스의 각종 경제 지표는 지난 15년간 제자리 걸음이다. 이를 프랑스인들은 décrochage, 즉 decoupling이라고 한다.

또 Euroseptic의 관점으로 이를 볼 수 있다. 민주주의를 자신의 나라에서 이뤄지는 일들에 대해 국민들이 의사 결정을 하는 과정이라고 본다면, EU는 비민주적인 의사 결정체이다. 마린 르펜은 줄곧 유럽통합은 이뤄질 수 없는 망상일 뿐이고, 각 나라의 sovereignty 주권이 회복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서는 예전에 브렉시트 때에 올린 글로 설명을 대신한다.

관련 포스트: Euroseptic의 관점에서 본 브렉시트, 2016년 7월 2일자

이래서는 프랑스가 너무 자존심이 상한다. 프랑스는 누가 뭐래도 계몽주의와 프랑스 혁명의 나라이다. 프랑스의 정신은 어디로 간것인가. 바로 르펜이 강조하는 내용이 이것이다. 르펜은 프랑스의 정신과 국민전선의 정체성을 연결시킨다. 르펜은 남부에서는 반 이슬람을 말하고, 소위 프랑스의 러스트 벨트인 북동쪽에서는 반세계화를 그리고 위대한 프랑스 재건을 말한다.

이는 마린 르펜이 아버지 장 마리 르펜에게서 당을 물려 받으면서 리브랜딩(?)을 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마린 르펜은 나치를 찬양하고 유대인을 혐오했던 아버지의 색을 빼는데에 주력해왔는데, 심지어 마지막에는 아버지를 당에서 제명시키는 강수를 둔다.

르펜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결선투표를 하는 프랑스 특유의 선거제가 아니라면, 지지율 기준으로 국민전선은 제1 당이 되었을 것이다. 이는 르펜이 없던 이야기를 했던 것이 아니라, 이전의 프랑스의 정신을 끌어다가 자신의 당의 정체성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소위 laïcité 라이시테라는 프랑스 특유의 세속주의는 반이슬람 정서와 맞물려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게 된다.

관련해서 이전 포스트: 프랑스와 세속주의 laïcité 라이시테, 2016년 8월 30일 포스트

르펜의 반무슬림 정책이 네덜란드의 반 무슬림 정당 PVV의 Geert Wilders의 정책과 차이를 보이는 지점이기도 하다. 또 세속주의의 강한 전통을 가진 프랑스와 달리 네덜란드는 기독교 기반의 정치 전통이 최근까지 있었던 나라이기도 하다.

르펜은 RNW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RNW는 네덜란드 언론이고 해당 인터뷰는 2011년에 이뤄졌다.

“그게 바로 제가 Geert Wilders와 다른 점입니다. 그는 꾸란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고 이슬람을 반대합니다. 문자 그대로 꾸란이나 성경을 해석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나는 (프랑스 정신을 벗어나는) 법을 제정하려고 하는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에 반대합니다. 샤리아법은 프랑스의 원칙, 가치관, 민주주의와 공존할 수 없습니다.”

“That’s the difference between Geert Wilders and me. He reads the Qur’an literally: you can’t interpret the Qur’an – or indeed the Bible – literally. I resist fundamentalists who want to impose their will and law on France. Sharia Law is not compatible with our principles, our values or democracy,”

source: https://www.rnw.org/archive/le-pen-says-shes-no-wilders

르펜의 정치관 동의 여부와 별개로 르펜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가 참 명민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잘 모르는 느낌까지 주는 몇몇 (사실상 대다수의) nationalist들과 달리 르펜은 자신이 하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정확히 알고 말을한다. 그것이 지금까지, 그리고 트럼프 등장 훨씬 전부터도 반이슬람, nationalism의 기수 역할을 해왔던 르펜의 존재감으로 나타난다.

르펜은 어린 시절부터 (극우 정치인의 딸이라는 이유로) 왕따로 커왔고, 두차례 이혼을 겪으면서 생활 정치인으로 홀로 섰다. 우는 아이들을 보며 화장실에서 라디오 인터뷰를 했던 에피소드도 유명하다. 그는 테러의 위협을 겪으면서도 권력에의 의지를 놓은 적이 한번도 없다. 불가능해 보였던 일을 가능한 일로 만든 르펜의 도전에 이제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르펜 개인사에 관한 취재 기사 : MARINE LE PEN, L’ETRANGERE, Magazine 1843

Hard Brexit으로 가닥이 잡힌듯

브렉시트의 모델을 두고서 이야기가 많았는데, 어제 테레사 메이의 발표에 따르면, 결국 hard brexit으로 가닥이 잡힌 듯하다.

참고로 브렉시트를 두고서 이야기가 되었던 모델은 네가지가 있는데 노르웨이, 스위스, 터키, 러시아 모델이다. EU와 결합정도가 강한 순서이다. (모델 설명은 아래 도표 참조)

원래 브렉시트 관련해서는 경제이슈보다는 이민문제나 EU로 부터의 자주권 추구가 더 중요한 이슈였기에 어찌보면 당연한 결정이긴 하다. 그래도 EU 단일 시장을 포기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듯. 국민투표 이후에 파운드는 반토막 났는데 (아래 도표 참조) 이번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런던 사는 친구가 물가가 올랐다고 아쉬워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EU 국가 안에서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생겐 조약은 EU 단일 시장의 전제 조건이다. 재화/자본/서비스/거주이전의 자유. 이민자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EU 단일 시장에 속해있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제 테레사 메이 총리도 육개월 정도 됐다. 테레사 메이 총리는 전형적인 카리스마 스타일 지도자는 아니다. 지난주에 이코노미스트지를 읽었는데 선명한 아젠다를 제시하지 못하는 총리라고 테레사 Maybe라는 별명을 붙였더라. 참 쉽지 않은 시기에 쉽지않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기사 남의 나라 걱정할 때는 아니긴 하다만…

관련한 예전 포스트 링크
브렉시트 이후 영국 경제 (2016년 11월 27일 포스트)
생겐조약 관련 (2015년 9월 4일 포스트)
EU로부터의 자주권 추구 이슈 관련 (2016년 7월 2일 포스트)

브렉시트 이후 영국경제

여행 중이긴 하지만, 뉴스를 챙겨보는 건 습관이다. 오늘은 영국에 나름 중요한 경제뉴스도 있고 해서 짧게 감상을 남긴다. 영국에 있는지라 아무래도 영국 뉴스에 관심이 생겨서리…

여행중이라 꼼꼼히 뉴스를 읽을 여유도 없고 영국 경제를 잘 모르기도 해서 그냥 감상 수준의 잡담이다.

BBC 뉴스를 틀어보니 아침부터 신임 하몬드 재무장관의 추계보고서 이야기로 시끌벅적하다. 추계보고서는 3년치 정부 지출 규모와 영국 경제 전망을 국회에 보고하는 행사이다. 보통은 4월에 있는 budget 보고가 더 중요하지만, 이번에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첫 보고인지라 나름 의미가 있는 보고.

관련해서 bbc 뉴스 링크

Autumn Statement: Hammond defends post-Brexit economy forecasts (11월 25일자)

이번 보고서를 두가지로 요약하면, 향후 영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 그리고 재정정책이다.

하몬드 재무장관의 보고에 따르면 브렉시트 이후 영국 경제는 험난한 앞길이 예상된다. 전임 재무장관 조지 오스본은 2017년 2.2%, 2018년 2.1%로 경제성장을 전망했으나 하몬드는 이를 1.4%, 1.7%로 낮춰 잡았다. 그만큼 브렉시트의 그늘이 짙다는 이야기. 이에 영국 정부의 빚부담은 증가하게 되었는데 관련 도표는 아래 참조.

당연히 브렉시트를 찬성했던 측에서는 이 전망이 너무나도 비관적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예를 들어 브렉시트 찬성파였던 John Redwood 의원 같은 사람은 하몬드의 GDP 예상치가 너무 낮고 정부 부채 증가량 예상치가 너무 높다고 했다. 또 브렉시트 찬성파 Daily Mail도 오늘 일면기사 제목을 ‘So much for Mr Gloomy.’ 라고 냈다. 마침 오늘 여행중에 Tesco에 들릴 일이 있어서 Daily Mail 표지를 사진으로 찍어 뒀다.

브렉시트 찬성론자들은 브렉시트 진행 이후에도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러한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EU 물량이 영국 수출의 절반이다. 영국이 EU 단일 시장을 잃으면 아무리 파운드가 떨어졌다해도 수출에 타격이 갈 수 밖에 없지 않나? 게다가 수입품의 가격이 오르면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하고… 아무래도 서민층에 직접 타격이 갈 수 밖에 없다. (신임 총리 테레사 메이가 JAM, just about managing이라고 칭한 600만명의 저소득 노동자들에게는 특히나 더 그렇다.)

다음은 재정 정책이다. 아무래도 트럼프 이후, 세계적으로 재정정책이 트랜드인 것 같다. 하몬드의 보고서에는 230억 파운드의 추가 인프라 투자가 포함되어 있다. 물론 하몬드의 추가 인프라 투자에도 내년 성장률은 하락 할 것이 예상되긴 한다.

어쨌든 그의 계획대로라면 전임자가 약속한 2020년 영국 재정 흑자 전환 계획은 좀더 뒤로 밀려나게 된다. 긴축재정은 물건너 갔다. 그래서 시장은 재정정책을 긍정적으로 보았고, 파운드는 강세로 돌아섰다.

하나 흥미로운 것은 하몬드의 성향이다. 그는 사실 정치색이 거의 없는 사람이다. 카리스마도 없는 실무형 인재로 심지어 별명이 spreadsheet Phil일 정도이다. 엑셀 전문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재미 없는 사람에게 다소 모험적인 재정 정책 드라이브를 걸어야할 책임이 주어졌다.

오히려 카리스마 있는 사람으로 꼽혔던 건 전임인 조지 오스본이었다. 카메룬 총리 아래서 그가 긴축재정을 시도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아이러니다. 개인적으로 이런게 참 재미있다. 어쩌면 역사는 이런식으로 우리에게 농담을 던지는 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