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독점 규제에 대한 미국 민주당 대권주자들의 입장들

요 며칠 미국 반독점 규제 관련 논란 포스팅을 했는데, 마침 오늘 NYT에 관련 기고문이 올라와서 공유한다. 한참 필받은 김에 메모 차원에서 한번 더…

Antitrust Returns to American Politics (NYT, 3월 13일자)

기고문은 콜롬비아 법대 교수 Tim Wu가 올렸고, 이 사람은 망중립성 논쟁에서 꽤 지분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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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 Wu, 1972 – )

Wu 교수가 주장하기로 현재 미국은 1912년 선거 때 대기업의 과도한 독점이 주요 쟁점이었던 때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한다. 내용은 딱히 새로울 건 없지만, 현재 민주당 대권 주자들이 반독점 규제 이슈에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는지 정리하기 좋은 아티클.

이를테면 워렌은 반독점의 운동의 선두주자 격이고, 샌더스는 “break them up”입장이나 다만 테크 기업보다는 그 타겟이 금융권으로 향하고 있다. 뉴저지의 Cory Booker도 대기업 집중 현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한바 있다.

반면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지 않은 바이든은 ‘친기업적’이다. (곧 출마선언을 할 걸로 보이긴 한다.) 아무래도 바이든은 기존의 오바마/힐러리 노선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알다시피 이쪽은 실리콘 밸리 기업인들과 꽤 친하게 지냈고… 먼 옛날의 일이지만 1970년대에도 바이든은 반독점법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고.

좀 독특한 사람이 Klobuchar 의원인데, Klobuchar는 보통 중도 라인으로 분류되지만, (이를테면 요즘 민주당에서 인기있는 medicare for all을 실현가능성이 없다며 반대한다.) 반독점 이슈에 한해서는 워렌과 방향을 같이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리콘 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인 Harris는 아직 분명한 입장이 없는 상태.

다시금 불붙은 헬스케어 논쟁

미국에는 헬스케어 논쟁이 다시금 불붙었다. 오바마케어 폐지가 실질적으로 무산이 된 지금, 공화당과 민주당은 서로 다른 대안을 상정하면서 맞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샌더스가 다시 단일의료 보험안을 내놓았다. 그리고 민주당 상원의원의 반정도가 동의를 했다. (지지를 표한 의원들은 대부분 민주당 내에서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의원들이다.) 물론 민주당이 과반을 차지하지도 않은 현 국회에서 샌더스 안이 통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화당 쪽에서는 좀더 원론적으로 시장 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안을 내놓았다. 이 안 또한 통과 가능성이 없어보인다.

미국의 헬스케어에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섟여있다. 단순히 민간 의료보험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완전히 자유시장도 아니고, 그렇다고 의료시장이 정부의 통제에 있지도 않다. 회사들이 직원들에게 복지형태로 제공하는 민간보험이 있고 (민간 의료보험), 65세 이상 노인에게 주어지는 메디케어가 있으며 (단일의료보험), 주에서 관리하는 저소득자를 대상으로 하는 메디케이드가 있고 (주정부 관리), 소위 오바마 케어로 불리는 민간보험이 개인을 대상으로 거래소에서 거래된다 (오바마 케어). 그리고 2천8백만 정도 무보험자가 있다. 또 병원은 Veteran Health Administration (한국으로 치면 보훈병원)을 제외하고는 민간이 운영한다.

내 의견을 밝힌다. 나는 약간 심드렁하다. 의료보험이 누구에 의해 운영되는가가 핵심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큰틀의 결정도 중요하지만, 결국에 가서는 하부의 세세한 운영과 촘촘한 의료망이 관건이 아닐까 한다. 정말 크게 보자면, 의료보험도 중요하지만 전반적인 사회의 복지가 어떻게 설계되어있는 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사실 복지의 문제로 들어가면 다양한 가치가 서로 부딪치게 된다. 의료분야를 예를 들자면, 1) 생명에의 가치, 2) 의료 접근성으로 대표되는 평등의 가치, 3) 선택의 자유 라는 다양한 가치관이 서로 상충하여 존재한다. 대부분의 정책입안, 집행자들이야 긍정적인 부분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겠지만 세가지 가치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미국의 의료비가 비싼 것은 의료보험 때문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미국의 의료비가 비싸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를 테면 환자당 의료진 수나 의료업계 종사자들의 급여수준) 나는 이쪽이 좀더 타당하다고 보는 편이다.

굳이 미국식 의료에서 장점을 찾자면 미국이 의료 기술의 발전을 선도한다는 점. (워낙 돈이 많이 굴러 다니는 산업이다보니…)

관련해서 참고할 만한 자료를 공유한다. 2008년 자료니까 좀 지난 자료이긴 하지만 여전히 큰 틀에서는 변화가 없다. 121페이지에 이르는 매킨지 보고서에 미국 의료 비용 분석이 빼곡히 들어있다. 영어가 부담스럽더라도 차트가 많기 때문에 해당문제에 관심이 있으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자료. 주요 차트는 아래에 첨부 했으니 참조. (뭐 적어도 차트 성애자인 나에게는 재미있었다는 이야기.)

Accounting for the cost of US health care: A new look at why Americans spend more (McKinsey Global Institute)

작년에 나도 비슷한 내용의 포스팅을 한적이 있다. 당시 포스트는 아래 링크를 참조.

Healthcare, Again (2016년 5월 17일자)

그런데 왜 지금와서 다시금 의료보험이 이야기 되는 것일까? 지겹지도 안나.

개인적으로는 최근 미묘한 워싱턴 분위기의 변화와 연관이 있다고 본다. 이를테면 배넌의 퇴장이나 그리고 트럼프와 공화당 지도부 사이의 잡음이다. 여기서 공화당 지도부라고 함은 오바마케어 폐지에 실패한 폴 라이언과 미치 맥코넬이다. 지난 주에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민주당 인사들과 만남을 가졌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멕시코 장벽 건설을 늦추는 대신에 다른 분야에서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분석을 한다.

For Conservatives, Trump’s Deal With Democrats Is Nightmare Come True (9월 6일자 NYT)

이런 관점에서 보면 다시 되돌려서 생각해보면, 트럼프는 (기존의 좌우 관점에서 보았을 때) 뚜렷한 정치 노선이 없는 사람이다. 오히려 기성정치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점에서 샌더스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트럼프의 초창기 선거유세를 들어보면 미국의 의료 시스템이 망가진 주요 원인을 제약회사의 탐욕으로 돌리고 있다. 이는 샌더스의 문제의식과 유사하다.

관련한 예전 포스트: 미국의 정체성과 도널드 트럼프 (2016년 3월 16일)
물론 트럼프는 당시 대안으로 단일 의료보험을 제안한 적이 없다. 정확히는 대안 자체가 없었다.

덧: 언급한 자료 중에 주요 차트를 같이 올린다.

국가별 PPP(구매력) 대비 의료비 지출

미국과 주요 EU 국의 약값 차이

OECD 국가별 기대 수명

선진국 국가별 의사 급여수준 비교

OECD 국가 CT/MRI capacity

인당 의료 진단 건수

국가별 입원일수 및 일당 입원비 비교

국가별 간호사 임금비교

국가별 bed occupancy rate 비교 (고정비 지출)

미국 병원 원가/이익 구조

제약회사 이윤율

연도별 신약 출시 수

전문의를 만나거나 수술 날자를 잡는데 걸리는 시간 국가별 비교

 

 

 

버니를 외치는 사람들

그저께 (7/26) 페북에 올린 글을 저장함.


 

민주당 전당대회가 어제 시작되었다. 공화당 전당대회와 달리 심심하게 가지않을까 하는 건 나의 기우였다. 첫날부터 뜨겁다. 어제의 주인공은 버니 샌더스 의원.

어제만 놓고 보면, 전당대회의 주인공은 힐러리가 아니고 샌더스이다. 몇몇 사람들은 전당대회당에서 버니를 지지하는 피켓을 들고서, 버니 이름을 외쳤고 심지어는 힐러리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야유(!)를 퍼부었다.

첨부한 동영상은 전당대회 오전 포럼에서 샌더스가 지지자들에게 힐러리를 지지할 것을 부탁하는 장면이다. 열혈 샌더스 지지자는 울기도 하고, 힐러리 이름이 나오면 ‘Boo’를 외치며, ‘We want Bernie!’를 외친다.

어제의 하일라이트는 마지막 순서인 샌더스의 연설. 나는 중계방송을 지켜보았는데, 샌더스 지지자의 열기에 깜짝 놀랐다. 샌더스가 단상에 오르자, 관중의 함성이 극에 달했고, 몇분 동안 (시간을 안재봤는데 정말 길게 느껴졌다) 그 함성에 샌더스는 연설을 시작하지도 못했다.

샌더스 의원은 힐러리와 노선이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지만, (대표적으로 자유무역을 반대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당선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인권과 환경문제에 있어서 힐러리와 견해를 같이한다고 했다.

형식상 샌더스 의원의 힐러리 지지 선언으로 민주당 경선이 마무리를 지어졌다. 그러나 열성 버니 지지자들은 여전히 힐러리에 반발하고 있고, (그들은 힐러리가 전쟁광이며 부패한 정치인이라고 말한다.) 샌더스를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2016 미국 대선 관련 포스트
버니를 외치는 사람들 (7월 28일 포스트)
테드 크루즈와 마이크 펜스 (7월 21일 포스트)
2016 미국 대선 업데이트: 트럼프는 뭘 하고 있을까? (6월 24일 포스트)
힐러리, 트럼프 공격의 포문을 열다 (6월 4일 포스트)
힐러리 vs. 트럼프 지지율, 이메일 스캔들 (5월 28일 포스트)
Why Is Clinton Disliked? (NYT) (5월 25일 포스트)
최근 미국 뉴스 정리 및 간단한 커맨트 (2016/05/23)
Democracies end when they are too democratic (New York Magazine) (5월 19일 포스트)
Healthcare, again (5월 17일 포스트)
트럼프와 모순의 힘 (5월 12일 포스트)
공화당 경선 정리: 트럼프와 크루즈 (5월 6일 포스트)
미국 민주당 싸움 이야기 업데이트 (4월 7일 포스트)
미국 민주당쪽 이슈 관련 기사모음 (3월 21일 포스트)
미국의 정체성과 도널드 트럼프 (3월 16일 포스트)
아이오와 코커스 감상 (2월 2일 포스트)
공화당 선거 스케치 – 테드 크루즈 편 (2015년 12월 23일 포스트)
미국식 네거티브 선거 (2015년 10월 20일 포스트)
한편 민주당에서는… : 샌더스와 바이든 (2015년 9월 14일 포스트)

브렉시트 연재: 1. European Union과 United of States of America

요즘 뉴욕타임스에는 브렉시트에 대한 유력인사들의 기고문이 이어진다. 그제는 프랑스 마린 르펜의 기고문이 있었고, 어제는 샌더스의 기고문이 올라왔다.

특정 사건에 대한 정치인의 논평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사건 그자체의 의미를 곱씹는다기 보다는 평소에 자신이 주장하던 이야기의 연장선상에서 사건을 재해석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를 테면, 샌더스 의원의 경우는 브렉시트에서 99퍼센트의 평범한 사람들의 분노를 읽는다. EU와 UK 엘리트 정치인들에 대한 보통사람들의 분노가 브렉시트를 이끌었다는 입장이다. 다만, 샌더스는 그들의 분노가 반이민 정서에 기대고 있는 부분은 우려를 표한다. 샌더스가 트럼프와 자신을 구분 짓는 지점이 바로 이민 이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NYT 기고문에서 ‘자유무역’에 반대하고 ‘공정무역(?)’에 찬성한다는 본인의 입장을 분명히 한다. 그리고 브렉시트를 계기로 전세계 민주주의자들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전선 르펜 역시 기고문에서 브렉시트를 통해 평소 자신의 주장을 반복한다.

르펜은 기고문에서 브렉시트가 EU의 무능과 독일 중심의 유럽질서에 반기를 든 용기있는 결정이라고 평했다. 하나의 유럽의 꿈은 환상에 불과하고 유럽국가들은 관료주의적인 EU에서 탈출하여 독립주권 행사와 진정한 자유를 선택해야한다고 말한다.

나는 샌더스와 르펜의 주장에 대해 평하기보다는 요새 내가 흥미를 가지고 있는 주제를 하나만 언급하려고 한다. (이것도 위 두사람처럼 내 관점의 연장선상으로 개별 사건을 보는 오류를 범하는 일이리라.)

그것은 미합중국 초기의 역사중에 연방주의자와 반연방주의자의 갈등이다. 물론 European Union을 United States of America와 동일한 기준으로 놓고 보는 것은 상당히 무리가 따르는 일이다. 그러나 최소한 과정상의 진통에서는 어느 정도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미국은 건국 초기부터 지금까지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갈등 속에서 성장해왔다. 우리에게야 연방이라는 개념이 쉽게 와닿지 않지만, 그리고 현대의 미국은 연방정부의 권력이 상당히 강해져서 하나의 나라라는 느낌이 더욱 크게 다가 오지만, 미국이 처음부터 그러했던 것은 아니다.

미국의 헌법을 보면 주정부의 권한과 연방정부의 권한을 미묘하게 조정하는데에 꽤 큰 노력을 들여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주정부는 이론적으로는 연방정부의 결정을 거부할 수 있는 nullification이라는 법적 권리를 가지고 있다. (nullification 영문 위키피디아 링크)

Nullification이 정점에 달했던 시점은 앤드류 잭슨이 대통령이던 시절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관세법 거부 사태였다. 당시 잭슨 대통령은 군대를 끌고 가는 가장 과격한 방법으로 주정부의 권한을 짓밟는다. (1833년) 그리고 그는 이런 말을 남긴다. ‘관세는 구실이고, 진짜 목적은 미합중국 해체와 남부연방의 설립이다. 다음에는 노예제를 구실로 삼을 것이다.’ (영문 위키 피디아 nullification crisis 항목 재인용) 이를 브렉시트로 바꾸어 말하면, ‘EU 분담금과 이민 문제는 구실이고, 진짜 목적은 EU의 해체와 대영제국의 재건이다.’ 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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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lification Crisis (image source: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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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잭슨의 무력진압은 결과적으로는 남부 주정부들과 연방정부의 갈등을 키우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30년 뒤에 일어난 남북전쟁을 노예해방이 아니라 nullification이 전쟁의 형태로 표현되었다고 읽을 수 있다.

브렉시트가 여러가지 경제 이슈 (특히 영국의 EU 부담금)와 이민 이슈 (표면상으로는 NHS 혜택), 그리고 (세대간, 지역간) 불평등 이슈들이 엮여서 발생한 것은 맞다. 그렇지만 독일 중심의 EU 체제를 거부하는 영국인의 자존심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초기 미국의 연방파 반연방파와의 갈등에서 유사점을 볼 수 있다.

미국 연방주의자가 주장했던 것처럼 하나된 유럽이 정답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EU라는 것도 어찌 보면 오랜 기간 치고 받은 유럽이 생각해낸 하나의 꿈이다. 게다가 미국은 역사와 전통이 없는 진공상태에서 탄생한 나라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원주민을 내쫓고 인공적인 진공상태를 만들었지만…) 반면, EU는 길고긴 역사와 상이한 문화적 전통을 가진 나라들의 집합체이기에 같은 기준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다만 현시대를 사는 내가 바라보기에는, 엘리트들이 (정치인, 경제학자, 사상가 등등… ) 서로 다른 가치관과 꿈을 추구하고 치고 받는 과정에서 고통받고 경제적 부담을 짊어가야 하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이라 안타깝다. 그리고 그 꿈들이 그만한 가치가 있느가하는 의문이 남는다.

브렉시트 관련글 모음

1편: European Union과 United of States of America
2편: 브렉시트와 EU의 정체성 – Eurosceptic의 관점에서 본 브렉시트
3편: 브렉시트와 불평등의 문제 – 경제 관점에서 본 브렉시트
4편: 브렉시트와 반이민 정서, 그리고 코스모폴리탄 – 사회 관점에서 본 브렉시트

Healthcare, again

Disclaimer: 저는 의료계에 별 연관이 없는 일반인이고, 이번 포스트도 그저 기사 소개하고 옮기는 수준의 썰이니, 참고만 하시고 자세한 내용은 링크의 기사를 보시기 바랍니다. 혹시 잘못된 내용이 있으면 지적도 환영합니다. 다만, 인신공격은 바로 차단할 생각입니다.

최근 미국 대선에서 헬스케어 시스템이 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헬스케어 이슈에 불을 붙인 장본인은 다름아닌 샌더스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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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는 샌더스 의원이 민주당의 후보로 낙점될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지지자들은 그대로이고 열기도 여전하기 때문에 그의 정책들은 힐러리 캠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주 힐러리 캠프에서도 좀더 진보적인 헬스케어 공약을 내어 놓았다. 공약의 골자는 현재 65세 이상 혜택을 받는 메디케어 프로그램 (노인 무상 의료 복지 프로그램)의 가입연령을 50대로 낮추겠다는 것. 세부 사항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언론에 발표된 내용을 보면, 50대가 무료로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고 보험료를 지불하게 되는 것 같다.

Hillary Clinton Takes a Step to the Left on Health Care (NYT, 5월 10일자)

http://nyti.ms/27bsae7

그러나 그와 동시에 지난주에는 샌더스의 전국민 단일 의료보험 계획이 비현실적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해당 보고서를 낸 씽크 탱크인 Urban Institute는 힐러리/오바마를 지지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버니 샌더스의 의료 개혁 공약안 (영문)

Urban Institute 보고서 원문

Urban Institute 보고서를 살펴 보기 전에 미국 의료 시스템과 한국 의료 시스템의 차이를 간단히 정리한다.

미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의료시스템이 단순하다. 크게보면, 1) 환자 2)의료보험 공단 3)의료계로 나눌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의료보험 공단은 정부로, 환자는 국민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일종의 single payer인 의료보험 공단은 정부이기도 하기 때문에, 국민의 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의료수가제를 통해서 저렴한 의료비를 제공할 강력한 인센티브를 가지고 있다. (물론, 의료수가제가 만능은 아니다. 의료진 수급 문제라던지,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 등의 한계도 가지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의료 시스템 개별 주체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1) 환자, 2) 병원, 3) 제약회사, 4) 보험사, 5) 연방정부, 6) 주정부가 모두 다른 인센티브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사실 환자 입장에서 보자면, 저렴하고 수준높은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게 이상적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 이다. 비용 측면에서 미국은 (공적지출과 개인 지출을 합쳐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의료비 부담을 가진 나라이고, 효율 측면에서 미국은 선진국 중에서 기대수명이 가장 짧은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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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별 의료비 지출 (GDP 대비). 산타크로체님 블로그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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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기대 수명 (출처 Reuters, 2013년 기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의료 개혁이 오바마 케어이다. 오바마 케어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정책이지만, 의료보험의 혜택을 못받는 의료 사각지대를 없앴다는 점에 있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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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험 미가입자 감소 추세 (출처: Urban Institute)

그러나 이 오바마 케어가 의료보험료와 의료비를 낮추는데에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결국 의료 사각지대하고 별 상관이 없었던 대다수의 미국사람들에게 피부로 와닿는 변화는 없었고, 일부는 세금을 낭비했다고 생각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선거 초반 힐러리는 의료보험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원인에 대해서 민주당과 공화당은 정반대의 시각을 가지고 있다. 공화당은 오바마 케어가 미국 의료 시스템을 오히려 후퇴 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의료 시장을 자유 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현재 미국 의료시장은 완전 자유시장은 아니고, 실제적으로는 주별로 준독점 상태이다.) 샌더스 의원은 single payer 시스템으로 의료 개혁을 하면, 소위 buying power 때문에 의료 비용이 내려가고, 불필요한 행정비용이 줄어 들것 이라는 주장한다. 반면 힐러리를 지지하는 크루그먼은 의료 사각지대를 없앤 것은 오바마의 큰 업적이고, 아직 갈길이 멀지만, 의료 개혁은 쉬운 길이 아니니 다른 문제에 집중하자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이제 Urban Institute의 지적을 NYT 기사를 통해 살펴 보자.

기사는 샌더스 의원의 정책대로 single payer로 전환한다고 해서 미국의 의료비가 획기적으로 낮아지기 어렵다고 이야기 한다.

앞에서 언급한 의료 시스템의 플레이어 중에서 병원을 우선 보자. 병원에서 주로 들어가는 비용은 입원 병실 비용, 의료 장비 비용, 그리고 의사들 월급이다. 그중 의사들 월급은 미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사에 의하면, 미국 family physician의 평균 소득이 $207,000라고 한다. 영국은 $130,000 정도 이다. 영국에 비해서도 1.5배 가량 높다. family physician은 전문의가 아니고 일반의이니 전문의는 그 차이가 더 클것이다.

한국으로 치면 family physician이 동네 병원 의사 쯤 될 텐데, 영국보다 한국은 의사 수입이 많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고있다. 얼핏 듣기로 한국에선 전문의인 종합병원 페이 닥터가 연봉 1억 쯤 된다고 하니 (병원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의는 수입이 그보다는 좀 낮지 않을까 싶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연봉 7천 쯤으로 나오는데, 신뢰성 있는 자료는 아니지만, 터무니 없는 숫자는 아닌 것 같다.

의사 봉급 말고도, 미국 병원은 기본적으로 1인 1실이고, 환자당 할당되는 의료 인력이 많다.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구조이다.

이런저런 점을 감안 했을 때, single payer로 되었을 때, 병원비를 낮출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샌더스 안처럼 절반으로 떨어지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인다.

이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 이지만, 서비스 측면만 보자면 미국 의료 시스템도 장점이 있다. (물론 비용을 생각하지 않았을 때 말이다.) 우리 집은 아이를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낳았는데, 확실히 차이점이 있다. 한국의 의사들이 실력이 우수하긴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 보면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산모가 아이 공장에서 아이를 만들고 procedure 대로 밀려나는 느낌을 받았다. 미국의 경우에는 비싼 만큼 친절하고, 배려 받는 느낌이 크다. 병실도 특별한 상황이 아닌 다음에는 대부분 1인실이 주어지는데, 심신이 닳을 때로 닳은 환자들에게 private 한 공간이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의료비 청구서를 받는 순간 그 고마운 마음은 사라진다.) 이는 의사/간호사 당 환자 수가 적고, 병원비가 엄청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아이들이 아파서 병원을 갈 때도 마찬가지 이다. 의사들은 보통 20~30분 정도 천천히 진료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도 해주고, 농담도 해가면서. 그런데 결론은 주사나 약을 주지 않을 때가 많다. 감기로 병원에 가면 주사부터 놓는 한국과 다르다. 주사도 한방 맞지 않고 이야기만 하고 나서 100불 정도 청구서가 나오면 열불이 나긴 하지만, 어쨌든 인간 취급을 받는 느낌은 든다. 이것도 비싼 의료비와 의사 당 제한된 환자수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또다른 플레이어 제약 회사를 보자. 미국 제약회사는 엄청난 이윤을 남기고 있다. 따라서 single payer로 전환하면 bargaining power를 이용해 약값을 낮출 여지가 있다. 기사에서 언급한 Urban Institute도 single payer로 전환했을 경우, 25% 정도 약값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정부에 엄청난 로비를 펼치는 제약회사들과 공화당의 반대 등의 정치적인 난관을 성공적으로 넘을 것을 가정한 수치이다.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이해관계도 다르다. 오바마 케어 때를 예를 들자면, 오바마 케어는 원안에는 메디케이드 (저소득층 의료 지원 혜택)를 확대하는 것이 포함이 되어있었다. 이를 위해 오바마 정부는 주정부에 메디케이드를 확대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공화당이 우세한 red state들은 이를 거부했다.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힘겨루기는 아직 진행 중이다.

기사에서 지적 하듯이, single payer 의료개혁은 미국 의료 시스템은 완전히 뒤집어 엎어서 새로 만드는 일이다. 의료보험 회사들과 관련 산업을 완전히 없애거나 국유화 시키는 일이 우선은 필요하고, 수십조원의 돈이 굴러다니는 병원, 의료업계, 제약 업계를 완전히 뒤집어 엎는 개혁을 해야 한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하루아침에 쉽게 이룰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참고로, Urban Institute의 보고서 이후에, 샌더스을 지지하는 측에서도 반박을 했다. 약값은 25% 보다 더 인하하는 것이 가능하고, single payer로 전환하면 행정비용이 추가로 절감된다는 내용이다.

The Urban Institute’s Attack On Single Payer: Ridiculous Assumptions Yield Ridiculous Estimates (Huffpost, 5월 9일자)

논쟁들을 보면서 의구심이 들었다가, 희망도 생겼다가를 반복하게 된다. 우선 의료시스템 개혁이 불가능 한 것은 아니지만 쉽지도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고, (혹여 single payer로 전환한다고 하여도) 어쨌든 미국은 세계에서 의료비가 가장 비싼 나라로 남겠구나 싶다. 굳이 내 자신을 위로하자면, 내가 부담하는 비싼 의료비 때문에 미국 의학이 발전하고, 다른 나라도 덕을 보는게 아니겠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미국 민주당쪽 이슈 관련 기사모음

트럼프 현상관련 글이 나름 반응이 있어서, 민주당쪽 상황 정리 포스트를 하려다가 말았다. 조금 거리감을 가지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백인 블루칼라 얘기와 달리 이쪽은 다소 핫한 주제라…

그냥 내가 정리했던 기사 링크만 걸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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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내 의견이 진심으로 궁금한 사람들은 아틀란타 놀러와서 밥사주면 술술 불수 있다. ㅎㅎ

미국의 정체성과 도널드 트럼프

이민자의 나라 미국

몇주 전 있었던 사내 교육 시간. Ice break를 하게 되었다. 자기 소개와 함께 독특한 경험담을 하나 곁들이는 것. 대부분 가벼운 이야기를 한다. 성패트릭 데이에 술집에서 쫒겨난 이야기라던지, 어릴 때 집에서 곰을 키워봤다던지 등등. 그런데 남미 지역 PR을 담당하는 한 매니져가 일어나서 본인은 술집에서 죽은 고양이를 걸어둔 것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다들 무슨 재미있는 뒷 이야기가 있겠거니 웃었는데, 그 친구는 그것이 갱단의 소행이었다고 하면서 자신은 콜롬비아 난민 출신이라고 말했다. 분위기가 잠시 심각해졌다가 다음 사람 순서로 넘어갔다.

이 친구와 몇번 점심을 할 기회가 있었다. 외국 출신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쉽게 친해졌다. 콜롬비아는 마약 카르텔이 국가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나라이고, 다른 남미 국가와 달리 사회주의가 아닌 우파 독재자가 통치하는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옆자리에 앉은 동료직원은 이탈리아계 이민 3세 이다. 그 친구와 가끔 음식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주로 한국 음식 이야기를 그 친구는 주로 이탈리아 음식 이야기를 한다. 그 친구는 지금은 이탈리아어를 거의 못하지만 어렸을 적에는 할머니와 이탈리아어로 대화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 온지 5년 정도 되었다. 그동안 나는 미국 사람들 눈에는 한국 이민자 비슷한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다.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여기 있는 동안은 한국 출신 이민 1세대 비슷한 처지다. 아이는 한국말에 능숙하고 밥과 김치를 좋아하지만 초등학교에서 미국 역사를 배운다. 벤자민 프랭클린과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이야기를 아이에게서 들으면 생경한 느낌이 든다.

다양한 문화 배경과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과 매일 만나고 그속에서 함께 살면서 이 나라의 독특한 정체성을 생각하게 된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heritage가 뚜렷하게 남아 있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데, 이를테면 미국 이민자 중에 대다수를 차지하는 독일계와 England 계 이민자들은 문화적인 정체성이 강하지 않다. 직장 동료 중에 독일계가 한명이 있다. 대화 소재로 독일 이야기를 꺼내봤으나 잘 알지도 못하고 별 관심이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독일계 미국인 이민자들은 1,2차 세계 대전의 기억 때문에 의도적으로 독일인의 정체성을 지운 역사가 있다고 한다. (관련 기사: The silent minority,economist, 2015년 2월 7일자)

트럼프 지지자들은 누구일까?

그런데 미국에서도 조금 다른 그룹이 있다. 조상을 물어보면 German, Irish, English라고 대답하는 사람들과 달리 American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오늘의 주제인 도날드 트럼프의 지지자들이다. 내가 매일 만나는 미국인들은 대다수 대학교육을 받은(bachelor or master degree), 관리/사무직 직장인 (managerial career) 들이고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나는 트럼프 지지자를 만나본 일이 없다. 나는 도대체 트럼프 지지자 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아래는 뉴욕타임즈에서 조사한 트럼프 지지 지역과 인구 센서스 데이터와의 상관관계이다. (The Geography of Trumpism, NYT, 3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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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저학력의 백인이고, 자신의 정체성을 American이라고 보고 있으며, 트레일러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고, 농업/건축인부/공장 근로자 같은 전통적인 업종에 종사하는 블루칼라이고, 미국 출생이면서 복음주의 보수 기독교인이 대다수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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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적으로 보면 남부 복음주의 보수 기독교인이 몰려 있는 Bible belt 지역과 산업기반이 약한 upstate New York, 그리고 과거 미국의 공장이었으나 쇠락한 미시건 일대의 rust belt 지역이다. (출처: Donald Trump’s Strongest Supporters: A Certain Kind of Democrat, NYT, 2015년 12월 31일자)

트럼프 지지자들의 현지 목소리는 링크한 뉴욕타임즈 기사에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한글 번역이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This Is Trump Country (NYT, 3월 4일자) 한글 번역: 트럼프 지지자를 찾아서 (뉴스 페퍼민트)

트럼프가 막말 제조기에 지나지 않을까?

트럼프를 떠올리면 보통은 그의 인종차별적이고 무례한 언사가 떠오른다. 그런데 나는 종종 그것이 언론이 만들어낸 일종의 이미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트럼프 본인도 자신의 이미지를 노이즈 마케팅으로 활용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에 대해서 말할 때, “he is crazy but…”이라고 말을 꺼낸다. 그 말인 즉슨 트럼프가 싸가지는 없지만 일리가 있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며칠전 우연히 라디오에서 나오는 그의 연설을 듣게 되었다. 그가 하는 이야기는 의외로 인종차별 주의적인 발언말고도 진지한 이야기가 많다. 이를 테면 트럼프는 군수사업이나 제약 산업과 결탁한 정치인들이 미국을 말아먹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이라크에 수조원을 쓰고  아무것도 건진 것이 없고, 실질적인 의료 독과점으로 미국인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또 자주 말하는 것은 자유무역에 대한 이야기이다. NAFTA나 TPP 같은 자유무역 정책이 미국 제조업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실직자를 양산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심각한 미국의 무역 적자를 말한다. 자신의 회사 경영 경력을 인용하면서 이렇게 적자 보는 회사를 운영하면 경영자가 쫓겨 나야 한다고 한다.  (관련 자료: Millions of ordinary Americans support Donald Trump. Here’s why, the guardian, 3월 7일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하나만 집고 넘어가보자. 경상수지 적자가 회사의 적자와 같은 개념인가? 트럼프가 이야기 하는 무역의 개념은 중상주의에 가깝다. 경제학에서는 200년 전에 내려놓은 접근법이다. 하지만 일반인이 상식 수준에서 이해하기 쉬운 관점이다. 수출을 많이 해서 돈을 벌면 나라가 부강해지고, 싸게 물건을 들여오는 외국은 도둑이라고 본다. 실제 트럼프는 대미 무역에서 엄청난 흑자를 보는 중국을 역사상 가장 큰 도둑이라고 표현했다. (출처: On Trade, Donald Trump Breaks With 200 Years of Economic Orthodoxy, NYT, 3월 10일자)

경상수지 적자가 국가 경제를 망하게 한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맞는 이야기 처럼 들린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내가 거시 경제학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이 그 부분을 강조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관련해서 궁금한 분들은 다음 두 글을 보시면 도움이 될 듯. 한글로 되어있다. 거시를 공부한 사람들은 상식적인 이야기, 경제학에 익숙치 않으면 조금 기술적인 이야기이다.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 불황형 흑자가 문제가 아니라…)

자유무역 이슈는 정치적으로는 이견이 갈린다. 다만 경제학의 관점에서 무역은 상호간에 이익을 주는 행위라고 보며, 보호 무역에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트럼프의 정치적인 이해는 정확히 그 반대에 위치하고 있다. 그의 지지층 중 상당수가 전통 산업에 종사했으나 지금은 일자리를 잃고 쇠락해버린 사람들이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트럼프와 샌더스

잠깐 민주당 이야기도 해보자. 민주당 경선 이야기는 공화당처럼 흥미진진하지는 않아서 한국에 그다지 보도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지난주에 있었던 민주당 미시건 경선은 의외였고, 시사점을 남겼다. 여론조사에서 20포인트 정도 우세를 보이던 힐러리를 샌더스가 누른 것이다. Rust belt에 위치하는 미시간에 클린턴이 통과시킨 NAFTA에 대한 피해의식 남아 있다고 보는 분석이 많다. 그리고 샌더스는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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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 민주당 여론조사. 출처: huffpost pollster)

최근 샌더스와 트럼프에서 공통점을 찾는 분석 기사들이 보인다. 몇몇은 샌더스와 트럼프가 자유무역에 반대한다는 것에 주목했다. (관련 기사: What Trump and Sanders Get Wrong About Free Trade, NYT, 3월 16일) 샌더스 지지자 들에게는 트럼프가 엮이는 것이 불쾌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둘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무역 뿐 아니라, 의료개혁, 외교 방향 (고립주의) 등에서 생각보다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물론 샌더스을 지지하는 사람들 모두가 rust belt 지역 사람은 아니다. 젊은 지지층이 있고, 그들은 샌더스의 한결같음, 대학/의료 개혁에 대한 지지, 월가에 대한 비판의식에 공감했다. 그러나 샌더스 인기에 일정 지분을 차지하는 중서부 백인 남성의 지지는 이러한 역학관계를 고려하지 않고서 이해하기 힘들다.

맺으며

이야기가 길었다. 올해 미국 대선은 힐러리 vs. 트럼프의 구도로 정리 되는 분위기 이다. 올해는 트럼프 이야기를 듣기 싫어도 계속 들어야하는 상황이 되었기에, 이 시점에서 나름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물론 전문성은 떨어지는 이야기이고, 그저 신문 기사들 요약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샌더스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서 벌어지는 논쟁들

이번주 수요일, 네명의 경제학자들이 샌더스에게 공개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모두 민주당 대통령 경제자문 위원회장 Council of Economic Advisors 출신이다.

링크: An Open Letter from Past CEA Chairs to Senator Sanders and Professor Gerald Friedman (2/17일자)

그들은 편지에서 샌더스의 정책에 대해서 현실기반 evidence-base이 약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들이 비판하는 샌더스의 정책은 또다른 경제학자 Gerald Friedman의 53페이지의 보고서에 기반한다.

링크: What would Sanders do? Estimating the economic impact of Sanders programs

지금 벌어지는 이 논쟁은 얼마전 크루그먼과 라이시가 변화의 목표를 두고서 벌인 논쟁(실용주의냐 이상주의냐를 두고 벌인)과 조금 다른 각도의 논쟁이다. (크루그먼과 라이시의 논쟁은 한국에서도 페북에서 꽤 많이 회자되었다.)

크루그먼의 글: How Change Happens (1/22일자 NYT)

라이시의 반박글: Bernie’s Movement (1/23일자)

프리드만의 보고서를 두고 벌어지는 이 논쟁은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 이므로, 샌더스가 민주당 후보로 선정된다면, (요새 분위기로는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도 않는다.) 공화당 후보와 치열한 싸움 주제가 될 것이고, 만약에 (!) 대통령이 된다면 전 국민과 논쟁을 해야될 일이니 피할 수 없는 논쟁이 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샌더스는 이미 신선한 바람 정도가 아닌 수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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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이미 클린턴 지지를 밝힌 바 있는 크루그먼은 오늘 자 칼럼에서 자문위원장 공개서한에 환영의 표시를 보낸다. Varieties of Voodoo (2/19일자, NYT)

일련의 논쟁들을 보면서, 특정인 지지 여부와 무관하게, 경제 정책에 대해서 경제학자들이 직접 참여하여 다양한 연구와 숫자, 통계를 기반으로 토론에 임하는 모습이 살짝 부러웠던 것은 나뿐이였을까?

아이오와 코커스 감상

어제 아이오와 코커스를 보고서 느낀점을 간략하게 남긴다.

들어가기 전에, 나는 특정인을 지지하지 않고 동네 싸움 구경하듯이 관전만 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게다가 미국 정치에 조예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예측 같은 것은 할 능력도 되지 않는다. 그저 현재 돌아가는 이야기만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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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승자는 누가 뭐라해도 테드 크루즈이다. 7 포인트 정도 뒤지는 여론 조사 결과를 뒤집고 트럼프 대세론을 잠재웠다. 아이오와는 50개 주 중의 하나로 산술적으로는 경선에서 1% 밖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서프라이즈를 보여주면 분위기를 타게된다. 아무래도 여론조사와 실제 경선은 무게가 다르다. 크루즈는 아이오와에서 보수 기독교 층과 티파티의 지지를 바탕으로 승기를 잡았다. 그런 점에서 다음주에 있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중요하다.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와 크루즈의 지지율은 아이오와 보다 차이가 큰데, 여기서도 크루즈가 이기면 트럼프에게는 치명타이다.

<아이오와 공화당 지지도 여론조사 (source: HuffPoll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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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트럼프이다. 지금까지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위너의 이미지를 구축해왔던 그가 뉴햄프셔에서도 고전한다면 버티기가 힘들어진다. 그가 아이오와에서 부진했던 것은 여러가지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자와의 차이, 저학력자 지지층이 경선에 참여하기 어려웠던 점, 아이오와의 보수 기독교층 등등…) 핑계를 대어봤자 이득될게 없다. 그의 지지가 일정부분 승리자로서의 이미지에 기대왔던 것을 생각하면 트럼프는 꾸준히 이겨야 한다. 그는 리얼리티 쇼에서 종종 ‘No one remembers second place’ 같은 말을 하지 않았던가.

마르코 루비오는 나름 선전했다. 공화당 주류의 지지를 받는 그는 아이오와에서 strong third를 했다. 이를 바탕으로 온건 보수층의 표를 결집한다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는 경선 초반 신선한 정책을 바탕으로 젊은 층의 지지를 모았다. 그러나 치열한 공화당 경선판에서 흔들리며 같이 막말에 동참하여 지지율이 지지부진해 졌는데, 아직은 두고봐야 할 것 같다.

벤카슨과 젭부시는 아이오와 경선 이후 제대로 선거운동을 진행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특히 젭부시는 치명타를 입었다. 아이오와에만 $14 million 를 쓰고서 5,165 표를 얻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민주당은 셈이 좀 복잡해보인다. 특히 지지자에 따라서 다른 이야기를 한다. 샌더스를 지지하는 분들은 막판까지 추격한 모습을 보며 실질적인 동률(virtual tie)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힐러리를 지지하는 분들은 어쨌든 이겼으니 선방했다고 평가한다. 다음번 경선이 있을 뉴햄프셔는 샌더스 의원의 텃밭이므로 그의 승리가 거의 확실해 보이지만, 이어 치뤄지는 사우스 캐롤라이나 경선에는 힐러리가 우세하다. 이쪽도 역시 좀더 지켜봐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샌더스 의원이 이렇게까지 지지를 받을지 상상하지도 못했다. 확실한 것은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힐러리 지지자와 비교해 보았을 때) 상당히 열정적이라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자신의 지지를 표명할 때 자동차 트렁크에 스티커를 붙인다. 지금은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되지 않았고 경선 시즌임에도 종종 샌더스 스티커를 붙인 차량을 본다. 반면 아직까지 나는 힐러리를 지지 스티커를 본 적이 없다. 페북과 트위터에서의 buzz도 샌더스 쪽이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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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은 돌발 변수가 또 있다. 바로 전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이다. 그는 수차례 민주당과 공화당을 오간 인물이다. 일종의 중도를 표방하는 정치인인데, 경제 이슈에는 공화당 지지, 인권/총기 관련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포지션이다. 그는 힐러리 지지를 선언했으나 지지부진한 그녀의 성과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그는 샌더스의 승리가 확실해지면 무소속으로 출마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트럼프를 능가하는 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허무맹랑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미국식 네거티브 선거

이번달 초 민주당 후보 1차 토론회가 있었다. 토론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샌더스가 힐러리의 이메일 논란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I know it may not be good politics, but the American people are sick and tired of hearing about your damn emails.”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각오를 하고 말하건대, 미국인들은 그 놈의 이메일 얘기는 이제 지겨워한다.)

당시 나는 토론을 귀로 흘려 들으면서 딴 짓을 하고 있었는데 (페북, 트위터, 블로그 등등의 잉여질…) 깜짝 놀라서 아이폰을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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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CNN)

멋있는 것 인정한다. 네거티브 전략을 쓰지 않겠다는 뚝심이 샌더스 답다. 그러나 본인도 말했지만, 이는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이다. 쫓아가는 입장에서는 네거티브 전략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 게다가 샌더스는 지지율 상승이 정체되는 추세다. 물론 세상일이 계산 만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니 아직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 (바이든이 돌연 출마 선언을 한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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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Huffpost Pollster)

혹자는 (네거티브를 안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부러워하더라. 그런데 정확히 말하면 이런 일은 미국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2012년 미국대선. 당시 나는 미국 현지에서 롬니와 오바마 선거전을 지켜볼 수 있었다. 선거는 막판으로 갈 수록 치열해 졌다. 그런데 막판에 롬니에게 터진 치명적인 스캔들이 하나 있었다. 그게 바로 47% 발언이다.

“오바마는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47%의 미국인들의 지지에 의존한다” “이런 사람들을 걱정하는 게 내 일이 아니다” 같은 발언을 한 동영상이 공개된 것이다.

이런 호재를 놓칠 이유가 있을까. 티비에서는 네거티브 광고가 지겹도록 반복되었다. 47% 동영상이 계속 나왔고, 롬니 측에서는 질세라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하면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다’라는 광고를 했다. 상당히 원색적이다. 물론 이런 광고를 선거 캠프에서 직접 집행하는 것은 아니다. 형식적으로는 독립된 각 후보 지지 단체의 이름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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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final presidential election results: source wikipedia)

단 특이한 점이 있다. 네거티브 광고는 주로 스윙스테이트(경합주)에서 방영된다. 당시 내가 살았던 노스캐롤라이나*는 스윙스테이트로 들어갔기에 네거티브 광고가 주구장창 나왔던 것이다. 네거티브 전략은 확고한 지지층에는 별 영향이 없겠지만, 애매하게 관전하는 사람에게는 조금씩 효과를 보이는 확실한 전략이다.

승리가 확실한 지역의 광고는 다르다. 선거기간 중에 뉴저지를 갈일이 있었는데 (뉴저지는 민주당 텃밭이다.), 대부분의 광고는 점잖았다. 차분하게 정책을 선전하는 정도로 만족한다. 굳이 네거티브를 하면서 손을 더럽힐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미국의 특이한 대통령 선거 제도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 대선은 알다시피 간접선거이다. 50개 주에서 각 주의 선거인단을 뽑고 그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는다. 주마다 (2개주를 제외하고서)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인 선거제도이기 때문에 압승이냐 간발의 차이로 승리하느냐는 큰 의미가 없다. 이를테면 플로리다는 27명의 선거인단이 있는데, 10:17로 이기던지 1:26으로 이기던지 관계 없이 이기는 당이 27표를 획득한다.

어쨌든, 이번 선거도 여러모로 볼거리는 풍성하다. 선거권이 없는 나는 그저 남의 집안 싸움 구경하는 기분이다. 아참, 싸움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정치의 본질은 싸움이기도 하다.

*주: 당시 노스캐롤라이나는 크게 봐서 경합주에 들어 갔다. 그러나 선거 막바지에 이르러서 오바마는 노스캐롤라이나를 포기하고 오하이오, 버지니아, 플로리다에 집중했다. 결론은 알다시피 압승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