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계화와 Anti-반세계화

페북에서 작년 오늘 포스트로 페루 APEC 정상회담과 TPP의 우울한 앞날을 예감했던 기록이 떴다. 역시나 예상대로 몇달뒤 트럼프가 취임 하자마자 한 첫번째 일이 TPP 철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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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며칠전 (11월 11일) APEC 정상회담 중에 TPP 참가국이 미국 없는 TPP를 진행하기를 결의했다. 이름하여 CPTPP. (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he T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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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없는 TPP가 앙꼬없는 찐빵이긴 하다. 올해 다낭 APEC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의 America First 연설에 답변하는 정치적 제스처라고 읽히는 모양이다. 그래도 각국 GDP의 1~2%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니 (아래 도표) 밑지는 장사는 아닐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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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정치적으로는 보호무역이 대세임에도 사실 무역자체는 활황이다. 올해 WTO가 전망한 merchandise trade (상품 무역) 증가분은 3.6%인데 이는 전세계 GDP 증가를 상회한다. 예를 들어 아시아 지역 무역은 올해 상당히 좋다. 아래 그래프는 몇일전 발표된 싱가포르 무역 수치. 확실히 2016년 들어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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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이 문을 닫을 때, 일어나는 일

꽤나 마음을 움직였던 뉴욕타임즈 기사를 하나 공유한다.

기사 이야기 전에 내 경험부터. 한국에서 공장 엔지니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신규사업을 추진하는 연구소에 배치되었다. 회사는 기존 사업을 정리 중이었다. 정리 대상으로 선정된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은 부산에 있었다. 부산공장을 정리하면서 몇몇 직반장들과 엔지니어들이 천안과 기흥으로 전환배치 되었다. 부산 공장의 직원 일부는 정리해고 되고, 일부는 퇴직금으로 식당을 차렸고, 일부는 시위를 했다. 특별한 기술이 없이 시급을 받는 여공들은 그냥 공장을 그만 두지 않았을까 싶다.

공장을 정리했던 구체적인 과정은 잘 모른다. 공장 정리의 처음과 끝을 담당했던 인사/경리 담당자들과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 디테일이 포함된 이야기는 없었다. 사람이 할일이 못된다고 했던 건 확실히 기억에 남는다. 몇달 후에 부산 공장에 출장을 가게 되었다. 덩그러니 빈 건물 바닥에는 노랗게 금그어둔 설비의 표식만 남아있었다. 그리고 공장 정문에는 피켓을 든 일인 시위자가 서 있었다.

뉴욕타임즈 기사는 베어링 공장의 40대 steelworker 쉐넌 Shannon의 이야기이다. 한국으로 치면 열처리 공정 반장 정도 되는 사람이다.

2016년 10월 쉐넌은 공장이 문을 닫고 멕시코로 이전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25살이 되던 해에 쉐넌은 베어링 공장에 청소부로 취직을 했다. 쉐넌이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 것은 동거중인 남자친구의 폭력에서 도망쳐서 자립하기 위해서였다. 마흔 셋이된 지금은 열처리 공정의 베테랑이고 30키로가 넘는 철근을 맨손으로 옮기는 furnace 전문가이다. 그 동안 공장은 주인이 몇번 바뀌었고, 그녀는 몇몇 남자들과 사귀고 결혼/이혼을 했고, 또 집을 사기도 잃기도 했다. 그러나 그 17년 동안 쉐넌과 항상 같이 있었던 것은 공장일이었다.

“사업상의 결정입니다.”

상사가 쉐넌에게 한 말이다. 쉐넌과 함께 300명의 직원이 작년 이맘쯤 소식을 들었다.

쉐넌은 화가났다. 바로 공장을 뛰쳐 나갔고, 멕시코 공장이 불에 타버리라고 저주를 했다. 그리고 밤새 울었다. 그렇게 세 밤을 울고서 월요일날 다시 출근을 한다. 사실 그녀에게 다른 선택이 있던 건 아니었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40대 중년 여자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무엇이 있을까.

몇달후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트위터로 쉐넌의 공장을 직접 언급한 적도 있다.

Image result for Rexnord of Indianapolis is moving to Mexico and rather viciously firing all of its 300 work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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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의 노동자들은 몇 마일 옆에 이뤄진 캐리어의 기적이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캐리어의 기적: 트럼프 취임 직후 에어컨 회사 캐리어가 멕시코 공장 이전을 취소한 일.) 쉐넌은 정치에 큰 관심이 없다. 그녀에게 정치인이란 표를 얻기위해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일 뿐이었다. 투표를 잘 하지 않지만 굳이 따지자면 민주당에 우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사회 안전망을 말하는 것은 좀더 먼 이야기 였고, 일자리는 바로 자신의 이야기였다. 그녀는 열성적으로 트럼프의 트윗을 퍼나르기 시작했다. “Go President Trump!!”

시급 7 달러가 23달러가 되기 까지 17년의 시간이 걸렸다. 쉐넌은 자신의 공장이 만드는 고품질 베어링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쉐넌은 자신이 담당하는 기계를 ‘타코’라는 애칭을 붙여 사람처럼 부른다. 쉐넌의 어머니는 정부보조로 식량을 타먹었지만 쉐넌은 자신이 일해서 번돈으로 두 자식들을 키웠다. 싱글맘인 자신을 지금에 이르르게 한 것은 일자리였다.

2005년 처음 열처리 공정에 배치되었을 때, 사수들은 쉐넌을 좋아하지 않았다. 선배들에게 열처리는 남자의 일이었다. 쉐넌이 처음 가스 밸브를 열었을 때, 사수는 천천히 열어야 한다는 주의를 주지 않고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기만 했다. 작은 폭발이 있었다. 쉐넌은 그날 공장을 때려칠 생각을 했었다. 12년이 지난 지금 쉐넌은 furnace에서 나는 소리만 들어도 어디가 문제인지 알아챌 수 있다. 쉐넌에게 ‘타코’는 꾸준히 들여봐야하는 투정많은 남자친구 같은 존재이다.

조금 딴 이야기지만, 마침 오늘 에이미 탄의 인터뷰를 들었다. ‘조이럭 클럽’의 작가 에이미 탄은 인터뷰에서 어머니와의 관계를 이야기 했다. 강인한 여자였던 탄의 어머니는 탄에게 항상 말했다고 한다. ‘절대 남자를 믿지 말고, 외모를 믿지 말라.’ ‘외모는 서른이 넘으면 의미가 없고, 남자에 의존하면 너의 삶은 망가진다.’ ‘여자가 남자에 의존하지 않고 살아 가려면 직업이 정말 중요하다.’ 나는 쉐넌의 이야기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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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왔다. 공장 곳곳에는 낙서가 들어찼다. “Build a Wall!’ ‘Go to Mexico!”

그리고 멕시코 공장의 견습생들이 출장을 왔다. 공장 사람들은 둘로 나뉜다. 노조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기술 이전을 거부했다. 고작 시간당 4불의 야근 수당에 영혼을 팔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머지 반은 조용히 기술을 전수했다.

흥미로운 건 이 과정에 갈린 사람들의 인종이다. Rexnord 공장은 인종의 장벽이 거의 없는 곳이다. 흑백의 비율이 반반이고 타인종간의 교제도 어색하지 않은 곳이었다. 그런데 기술 이전에 거부하는 이들은 대다수 백인이고 흑인들은 묵묵히 회사의 방침을 따른다.

저소득 백인 남자들에게 미국은 우울한 곳이다. 20세기에 steelwork는 오로지 백인 남성들의 것이었다. 그러다가 일자리가 흑인에게도 허용되고, 그다음에는 여성에게 허용되었다. 21세기가 오자 이제 그들의 자리는 없어지고 공장은 멕시코로 이전하게 되었다.

흑인은 좀더 상황을 낙관적으로 본다. Brookings의 설문 조사를 보면 흑인들이 백인들보다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다.

관련 자료 링크

UNEQUAL HOPES AND LIVES IN THE U.S. OPTIMISM (OR LACK THEREOF), RACE, AND
PREMATURE MORTALITY

내가 생각하기로 이는 실제적으로 흑인들의 삶이 나아지고 있는 현상과도 연관이 있다. 예전에 포스팅 한 적이 있는데, 미국 저소득자를 기준으로 흑인들의 평균 수명은 증가하고 있고 백인들의 평균 수명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이전 포스트 링크: Black Americans See Gains in Life Expectancy (NYT) 2016년 5월 9일자 포스트

백인 여자 쉐넌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녀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편에 섰다. 예전에 남자들에게 텃세를 받아본 경험이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기사에 따르면 실질적인 돈이 필요했다고 한다. 그녀의 아이들은 아직 그녀의 수입에 의존한다. 딸은 퍼듀 대학 간호학과에 합격했지만 등록금이 모자라다. 그녀의 손녀는 희귀병을 앓고 있고 계속해서 수술비가 필요하다.

쉐넌은 멕시코에서 온 견습생들을 가르치기로 했다.

핏덩이 같은 멕시코 견습생들은 쉐넌을 종종거리며 따라다닌다. 흡연시간에도 쉐넌은 견습생들을 데리고 다닌다. 쉐넌은 견습생들이 자기와 같이 있지 않으면 헤꼬지를 당할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이듬해 봄. 쉐넌의 딸 니콜은 퍼듀 대학에서 장학금을 받게 되었고, 모자란 등록금에 대한 걱정을 덜게 되었다. 니콜은 쉐넌 집안에서 처음으로 대학교육을 받는 사람이다.

휴식시간. 견습생 중 하나가 쉐넌에게 이야기를 한다. “My friend tells me that the reason a lot of people don’t like us is because we’re taking their jobs. 친구가 그러던데 여기사람들이 우리를 싫어하는게 우리가 당신들 일자리를 뺐어가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쉐넌은 답했다. “I’m not mad at you. I’m happy that you get the opportunity to make some money. I was blessed for a while. I hate to see it go. Now it’s your turn to be blessed. 내가 너한테 화난 건 아냐. 나는 네가 돈을 벌 기회가 생겨서 기뻐. 그동안 나는 운이 좋았지. 상황이 돌아가는 꼴이 짜증나. 그래도 이번에는 네가 그 운을 잡을 차례야.”

Rexnord 베어링 공장은 2주전, 그러니까 2017년 9월에 문을 닫았다. 쉐넌은 트럼프를 원망하지는 않는다. 다른 중요한 이슈들에 Rexnord 공장이 묻혔을 뿐이다. 트럼프가 추진하는 다른 정책인 오바마케어 철폐는 희귀병을 앓는 쉐넌의 손녀에게 (안좋은 쪽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쉐넌이 보기에 트럼프 역시 이전의 다른 정치인과 비슷하게 변하고 있을 뿐이다. 17년 동안 베어링 공장 주인이 몇번 바뀌었던 것 처럼.

+ 덧: 이 포스팅은 내 생각과 기사 요약이 조잡하게 섟여 있으므로 영어가 되시면 원문을 직접 읽으실 것을 추천합니다. 기자가 글을 잘 쓰길래 찾아보니 보스턴 글러브에서 퓰리쳐상을 받고 뉴욕타임즈로 스카웃 된 친구더군요. 좀 길긴 하지만 해당 주제에 관심이 있으면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 덧2: 관련해서 podcast 링크(30분 분량) 도 남깁니다. 기사에 다뤄지지 않은 뒷얘기 그리고 쉐넌과 기자의 육성도 들을 수 있습니다.

세계화는 어디로?

이번 주말 페루에서 APEC 정상회담이 있을 예정이다. 트럼프 당선 이전에는 아무래도 TPP에 대한 논의가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지금은 알다시피…

오바마가 꽤나 공들였던 TPP와 기후협약이 물건너간(?) 지금 정상들이 모여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궁금하다.

물론 TPP 말고도 중국을 중심으로 진행중인 FTAAP (free trade area of the asian pacific) 이 있긴 하지만 이 역시 미국이 따라주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긴 매한가지. (내가 알기로 TPP에서 빠진 중국이 FTAAP를 강하게 밀었다고 들었다.)

미국이 빠져있는 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이 그나마 가능성이 높지만, 이마저도 보호무역이 힘받는 지금 분위기에서는 그닥.

정상들이 모여서 반지성주의 성토하고, 보호무역 안된다고 말하고, 기후협약 지속해야한다고 말해봐야 트럼프 대신 오바마가 참석하는데 큰 영향이 있을리가…

지금은 전세계가 트럼프의 본심이 어떤건지 그저 숨죽여서 지켜볼 따름이다.

참고로 첨부 기사는 현재 아태지역 진행중인 무역협정을 잘 요약해주는 기사라서 링크를 걸어둔다. 그래프도 유익한데, 이는 아래에 따로 떼어서.

The collapse of TPP – Trading down (the Economist, 11월 19일자)

자료링크: 현대 경제학의 6가지 주요이론

이코노미스트지가 현대 경제학의 6가지 주요 이론 시리즈를 pdf로 정리했네요. 출력해두고서 시간내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관심있는 페친/팔로워를 위해 링크를 공유합니다.

Economics briefs: Six big ide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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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이코노미스트지 해당기사)

경제이론 시리즈 연재는 중단한건 아닌데, 알다시피 요즘 제가 이슬람과 서구사회 이슈에 꽂혀있어서… 사실 이미 나온 기사를 제가 다시 정리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긴 합니다. 제 공부라는 측면 말고는요.

참고로 지금까지 제가 정리한 경제이론 시리즈 링크도 공유합니다. 한글이라 읽기는 더 편하겠지만, 번역이 아니고 제 생각을 정리한 내용이므로 원문을 같이 참조하세요.

목차
정보 비대칭: 레몬시장 문제
–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민스키 모멘트
세계화와 보호 무역: 스톨퍼-사무엘슨 정리
끝나지 않는 논쟁 – 케인즈 승수
– 내쉬 평형
세마리 토끼 잡기: 먼델 플레밍 모형

현대 경제학의 6가지 주요 이론: 3.세계화와 보호무역 – 스톨퍼 사무엘슨 정리

나를 포함한 경알못들이 경제학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분야가 어디일까. 여러 분야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무역이 아닐까 한다. 경제학자들은 무역에서는 적자(!)도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보호무역에 있어서도 경제학자들은 대체로 한목소리를 낸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무역이 국가 경제를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하고 부를 창출한다는 데에 이견이 없다. (참고로 무역 적자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상수지/자본수지를 알아야 하는데 이는 글의 주제를 넘어서기에 생략한다.)

경알못의 직관으로는 (또는 트럼프와 샌더스가 주장하기로는) 미국이 중국산 싸구려 물건을 수입하면서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경제가 망가진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있게 들린다. 그런데, 경제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펄쩍 뛰니 이건 또 어찌 된 일인가.

오늘의 주제는 바로 보호무역의 이론적 배경이 되는 스톨퍼 사무엘슨 정리Stolper-Samuelson theorem이다. 스톨퍼 사무엘슨 정리를 거칠게 요약하자면, 자유무역을 하면 개발도상국의 저가품 공세 때문에 선진국의 노동자들이 타격을 받는다는 이론이다. 물론 이 이론은 한계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글의 말미에 언급하도록 하겠다.

Tariffs and wages – An inconvenient iota of truth (the Economist, 8월 6일자)

스톨퍼 사무엘슨 정리를 이야기하기 전에, 1) 리카도 Daivd Ricardo 의 비교우위론 comparative advantage과 2) 헥셔-올린 모델 Heckscher-Ohlin model을 이야기 하자. 본론으로 바로 가고 싶지만, 어차피 공부하기로 한것 순서대로 제대로 공부해야 하지 않겠나. 그래도 수식은 쓰지 않을 예정이고, a) 희소자원의 값이 비싸다. b) 생산의 3요소가 토지 land, 노동 labor, 자본 capital 이다 라는 기본 경제학 지식만 알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우선 리카도의 비교 우위론부터.

리카도는 무역을 하는 것이 모든 국가에게 이익이라는것을 1817년에 비교우위론으로 증명했다. 그의 비교우위론에 따르면 물건을 더 잘만드는 경우에도 수입하는게 모든 물건을 직접 생산하는 것보다는 이득이다. 비유를 들어보자. 동네에 한 변호사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이 변호사는 변호사 일도 잘하지만, 워드도 동네에서 제일 잘한다. 이 변호사에게 비서가 하나 있는데, 비서가 20분 걸릴 워드작업을 그는 10분 안에 끝낼 수 있다. 그럼 변호사가 워드도 하고 변호사 일도 하는게 이득일까, 아니면 워드는 비서에게 맡기고 그 시간에 변호에 집중하는 게 이득일까.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변호사는 변호사일에 집중하고 워드작업은 다른나라에서 ‘수입’하는게 이득이라고 말한다.

David Ricardo (1772-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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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데에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생산에는 토지, 노동, 자본의 3요소가 있는데, 리카도는 이중에서 노동 만을 생각했다. 게다가 그의 이론은 노동의 공급이 무한정이라고 가정했고, 무역은 노동의 숙련도 차이 때문에 생긴다고 보았다.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1930년대에 Eli Heckscher 와 Bertil Ohlin는 생산의 3요소를 고려한 무역 모델을 만든다.

Eli Heckscher (1879-1952)

 

Bertil Ohlin (1899-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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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셔-올린 모델에 따르면, 미국 같이 상대적으로 자본 capital이 풍부한 나라는 자본 집약적인 산업에 집중을 하고, 중국 같이 노동력 labor이 풍부한 나라는 노동 집약적인 산업에 집중을 한다. 결과적으로 미국에 상대적으로 부족한 노동력을 무역을 통해서 중국 노동자들이 보충하게 되는 것이다.

OK. 무역이 국가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알겠다. 그런데, 과연 노동자들에게도 그러한가. 앞에서도 말했지만, 경제학의 기본 원리중 하나는 ‘희소 자원은 비싸다.’ 이다. 그런데, 중국 노동자들이 미국 노동자들의 일을 대신하면 미국에 노동 labor 자원 공급이 풍부해진다. 그럼 당연히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이 낮아지지 않을까.

여기서 다시 경제학자들을 3가지 이유로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반박한다. 우선 가장 간단한 설명은 국가의 소득의 총량이 증가하면,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몫도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가정이다. 물론 이는 여전히 논쟁이 많은 이야기이지만, 어쨌든 여기서는 그렇다고 치고 넘어가자. 두번째는 물가다. 경제학자들도 무역을 통해서 노동자의 명목상nominal 임금이 떨어진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수입품이 들어오면서 물가가 낮아지고, 상대적으로 적은 명목 nominal 임금으로 많은 물건을 살수 있게 되니 (구매력 증가) 노동자가 손해보는 일은 없다고 이야기 한다.

마지막으로 경제학자들은 노동 labor의 특성 때문에 노동자는 손해보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Gottfried Haberler는 1936년 논문을 하나 발표하는데 그에 따르면, 노동력은 다른 자원과 달리 유연하기 때문에 경제 환경이 달라지면 적응을 한다. 단기적으로야 충격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예를 들자면 미싱공장에서 일하던분들이 결국 반도체 공장에서 일자리를 찾는다든지…)

그런데, 1930년대 말 하버드에서 경제학 박사 과정을 밟던 Stolper는 Haberler의 설명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스톨퍼 Stolper가 생각하기에 Haberler의 설명은 헥셔-올린 모델과 모순이 되었다. 헥셔-올린 모델은 ‘자유 무역’에서 각 나라 마다 풍부한 요소를 가진 물건을 생산하는데에 특화 된다고 말하는데, Haberler는 생산의 3요소 중에서 특별히 노동은 유연하기에 (versatile)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의문점을 3년 후배 사무엘슨 Samuelson과 공유를 한다. 이에 둘은 연구를 시작하고 1941년 Stolper-Samuelson theorem을 발표한다. (여담이지만, 사무엘슨은 밀턴 프리드먼 이전까지 미국 경제학계를 이끌었던 학자이다. 역시 후배를 잘 만나야 인생이 피고, 이름도 남는다.)

Wolfgang Stolper (1912-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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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나라가 시계 (노동집약산업)와 밀(토지가 중요한 산업)을 생산한다고 하자. 또 이 나라는 생산의 3요소 중에서 토지와 자본이 풍부하고 노동이 부족한 나라라고 하자. 이 나라는 원래 시계 산업 보호를 위해서 시계에 10%의 관세를 부가하고 있다. 그런데, 무역압력 때문에 이제 10%의 관세를 철폐한다고 하자.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나 같은 평범한 경알못이 생각하기에도 관세가 없으면 수입품이 10% 만큼 싸질 것이고, 이에 국내 시계 가격도 10% 떨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면 시계 공장은 수지를 맞추기 위해 근로자를 해고하고 공장을 팔테니, 임금은 그 10% 만큼 하락하고, 렌트도 그 10% 만큼 하락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시계 산업은 임금도 싸지고 렌트도 싸졌으니, 손익 측면에서는 차이가 없다는 결론이 난다.

나보다 조금더 똑똑한 경알못은 거기에 더 보태서 시계 산업이 노동집약 산업이라는 전제조건을 기억해 낼 것이다. 그러면 임금은 10% 보다 더 떨어지고, 렌트는 10% 보다는 덜 떨어지지 않을까 예측 할 수 있다.

둘다 틀렸다. 왜냐하면, 이 나라에는 시계 산업만 있는게 아니고 밀 농장이 있기 때문이다. 시계에 관세를 없앤다고 해서 밀의 가격이 변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밀 농장은 렌트도 떨어지고 임금도 떨어진 시장환경의 변화때문에 이익을 보게 되고, 사업을 확장하게 된다. 그러면 밀농장의 확장 때문에 다시 임금도 올라가고 렌트비도 올라간다. 그런데 밀농장은 노동력보다 땅이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임금의 상승보다 렌트의 상승이 더 크다. 따져보면 결과적으로 시계 산업의 관세를 10% 낮춘 것이 렌트비는 약간 오르게 하고, 임금은 10% 이상 더 떨어지게 만든다. (이 설명이 맘에 들지 않는 사람들은 다음 링크를 참조하길. 수식과 함께 더 자세한 설명이 있다. Protection and Real Wages: The Stolper-Samuelson Theorem – Rachel McCulloch April 2005)

그래서 Stolper-Samuelson theorem의 결론은 뭔가. 관세를 없애면 자본이 풍부한 선진국의 경우에는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낮아지고, 개발도상국은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다.

Stolper-Samuelson theorem은 당시에도 논란이 되었다. 그리고 당연히 논문도 거절당했다. 당시 American Economic Review 가 거절한 사유는 다음과 같다. “a very narrow study in formal theory” 다시 말하자면, 지극히 한정된 상황에서만 성립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이라는 이야기다.

훗날 이 이론의 공저자인 사무엘슨도 스톨퍼 사무엘슨 정리가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한다. 사무엘슨의 말을 옮긴다. “이론적으로는 이것이 가능할지 모르나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무역이 가져다주는 이익이 손해보다 더 크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인 고려를 하자면 말이다. Although admitting this as a slight theoretical possibility, most economists are still inclined to think that its grain of truth is outweighed by other, more realistic considerations”

Paul Samuelson (1915-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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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공저자인 스톨퍼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역시 ‘현실적인 고려’의 측면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사무엘슨과 같이 제도권 안의 경제학자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스톨퍼 사무엘슨 정리를 완성하는 후속 이론을 세우려고 연구를 계속 했다. 그러나 그의 소망은 그가 죽은 지금까지도 이뤄지지 않았다.

+ 덧1: 경제 이론을 소개 차원에서 정리하다 보니 쉬운 설명을 위해 생략하고 간략하게 언급만 하고 넘어간 이야기가 많습니다. 경알못의 부족한 설명을 훌륭한 페친들께서 보충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덧2: 며칠전 마침 김두얼 교수님께서도 립진스키 정리 Rybczynski theorem에 대한 글을 페북에 올려주셨습니다. (링크 ) 1955년 발표된 립진스키 정리와 1941년 발표된 스톨퍼 사무엘슨 정리는 둘다 헥셔-올린 모델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스톨퍼 사무엘슨 정리가 생산의 3요소의 공급량과 구성비가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가격의 변화를 분석하였기 때문에 소득분배에 집중하는 이론인 반면에, 립진스키 정리는 가격이 일정하다는 가정하에서 생산 3요소의 공급량 변화에 비치는 영향을 분석했기 때문에 산업 성장에 더 집중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 덧3: 앞으로는 케인즈 승수, 내쉬 평형, 먼델 플레밍 모형을 정리할 예정입니다. 갈수록 경알못의 수준을 넘어선다는 느낌이 들지만, 공부 차원에서 시작했으니 할 수 있을 만큼 해볼 생각입니다.

경제학 관련 연재 이전 포스트 : 현대 경제학의 6가지 주요이론

목차
정보 비대칭: 레몬시장 문제
–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민스키 모멘트
세계화와 보호 무역: 스톨퍼-사무엘슨 정리
끝나지 않는 논쟁 – 케인즈 승수
– 내쉬 균형
세마리 토끼 잡기 – 먼델 플레밍 모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