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진학률과 스위스에 대한 수다

아래는 팔로우 하는 분 글인데, 원래는 댓글을 달려다가 페친 외에는 댓글달기가 허용이 되지 않아서 퍼왔다. (그김에 페친도 신청했다.)

상당수 동의하지만 몇가지 추가할 이야기가 있다.

Dong-shin Yang님께서 고졸자와 대졸자의 차별이 적은 나라로 덴마크, 독일, 스위스를 드셨는데, 하나만 바로잡자면 임금 격차로만 봤을 때 독일은 대졸자와 고졸자의 차이가 큰 나라이다. 반면 덴마크와 스위스는 확실히 대졸자와 고졸자의 임금격차가 거의 없다. (아래 도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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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왕 이야기가 나온 김에 스위스에 대해 좀더 수다를 떨어볼까 한다.

나는 스위스에 몇달 체류한 경험이 있다. 스위스는 고졸자에게 졸업후 평균 8만불의 연봉을 준다. 물론 물가가 엄청 비싸서 아주 넉넉한 금액은 아니라는 것이 함정. 그래도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차타고 나가서 물가가 (상대적으로) 싼 옆나라 독일/프랑스/이탈리아에서 장을 봐온다.

그런 연유로 이나라 사람들은 대학에 갈 이유가 별로 없는데, 실제로 대학 진학률이 20~30% 로 아주 낮은 수준이다. 스위스 대학이 노벨상 수상자를 여럿 배출했고 교육의 질이 높은 편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낮은 편. 본국 사람들은 정말 공부를 하고싶어 하는 사람만 대학에 가고 나머지는 별 욕심도 없다. 대학 구성원은 대부분 유학생들이다. 언어권에 따라서 독일/프랑스/이탈리아인들이 캠퍼스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사실 스위스에서는 그냥 농사만 짓고 살아도 사는 게 힘들지 않다. (농사가 쉬운 일이라는 건 아니다. 경제적인 측면으로만 보면 스위스가 워낙 농업에 대한 지원금이 크기에 부족함 없이 살아갈 수 있다.)

근대 몇달 살아본 얕은 수준의 경험으로 느낀 바로는 그게 그렇게 좋은 건지 잘 모르겠더라. 의외로 스위스인들은 치열하게 살고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물론 짧게 있어서 그저 선입견일 수 있겠으나…) 게다가 외부인/외국인에 대한 무지와 차별이 심하다. (지난 월드컵에서 한 스위스 선수가 한국팀에 했던 인종차별 발언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갈 듯.) 조상들이 잘 닦아둔 인프라와 금융 시스템의 혜택을 누리면서 외부인의 접근에 대해 지극히 폐쇄적인 나라가 스위스에 대한 나의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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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딴 얘기지만 수다를 시작한김에 하나만 덧붙이자.

스위스의 폐쇄적인 정책은 최근 브렉시트로 영국에 크게 데인 EU에게도 큰 골칫거리이다. 원칙적으로 EU는 하나의 시장을 추구하고, 따라서 국경의 구분이 없는 자유로운 이동과 (EU 내에서) 자유로운 취업을 보장한다. EU의 구성원은 아니지만, 스위스도 EU의 free movement에 동의한 나라였다. 그러다가 2014년 다시 (EU 내에서도) 이민자를 안받기로 했는데, 사실 작은 나라이기에 그냥 눈감아 주는 분위기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브렉시트가 터진 거고 이제는 EU도 예외를 허용하기 어렵게 된 상황이다.

관련 기사
The Economist | Charlemagne: The parable of Ticino (9월 24일자)

대학 진학률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두서없이 스위스 이야기로 끝났다. 정리하는 게 좋겠지만, 그냥 귀찮아서 포스팅 버튼 꾹 누른다.

서울의 물가

4년 전에 내가 미국에 처음 올 때 생각하면 서울 물가는 살인적으로 올랐다. 이코노미스트 차트에 의하면, 이미 서울의 물가는 뉴욕을 추월한 상태.

체감상 미국도 주거비때문에 살림살이가 널널한건 아니다. 그래서 이코노미스트 통계가 주거비에 어떤 가중치를 주었는지 궁금긴 하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서울살이가 빡빡해진 것만은 사실인 듯.

재작년에 스위스에 두달 정도 체류했었다. 그때 장모님이 잠깐 방문하셨는데, 서울의 채소값이 워낙 올랐기에 스위스 장바구니 물가가 그다지 비싸다는 느낌도 못받으셨다. 이미 서울의 물가는 악명높은 스위스, 북유럽 수준에도 거의 육박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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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http://econ.st/1vYDUkt)

‘선행학습을 금지한 독일은 지금!!(EBS, 캡쳐)’을 보고

Originally posted 03/16/2014

EBS 프로그램을 누군가가 해둔 캡쳐를 보고서 든 생각을 포스팅 한다. (링크: 선행학습을 금지한 독일은 지금!!)

작년 이맘때 3개월간 독일/스위스에 머무를 기회가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미국과 유럽의 차이를 체험할 수 있었다. 비즈니스를 전공한 입장에서 특히나 경제/기업문화를 관심있게 보았다. 거기서 가장 많이 느낀 차이는 독일 사회는 ‘연대’가 정말 중요한 사회적인 가치라는 것이다. 미국식의 가치인 ‘효율성’ 또는 ‘미국식 자본주의’는 천박하게 여겨지는 듯한 느낌까지 받았다. 두번의 세계대전이 가져온 참혹함에 대한 뿌리 깊은 반성과 사회주의의 가치가 그러한 국민적인 공감대를 가져온 듯 하다.

하지만 독일 방식이 우리에게 맞는 방법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BS 프로그램에서 독일의 교육을 따라야할 근거로 독일은 잘사는 나라라서 그렇다고 이야기 했으므로… 이부분부터 생각해보기로 하자.

현재 독일의 부의 근간에는 몇가지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EU의 통합 과정에서 동유럽의 저임금 노동자의 다수를 받아 드릴 수 밖에 없었고, 이는 기업입장에서는 저렴한 노동력이라는 큰 이점을 가져왔다. 또한 유로화로 인한 환율의 왜곡은 그들을 수출 강대국으로 만든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이다. 반면에 한국 사람들이 보기에는 너무나도 융통성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과 시스템, 침체되어 있는 청년들과 너무나 안정이 되어 있어서 어떻게 보면 노쇄한 것 같이 보이는 분위기가 한국에 맞는 것인가는 의문이다.

또한 교육을 말할 때 교육 제도 자체 만을 말하는 건 어불 성설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생각과 사상을 그대로 배울 뿐이고 어른들이 변하지 않고서는 제도를 아무리 바꾸어 봤자 얼마안가 다시 우리식으로 바뀔 뿐이다. 90년대 후반 미국의 SAT를 벤치마킹해서 만들었던 수능이 지금에 와서는 문제 유형만 바뀐 다른 형태의 학력고사로 바뀐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덧붙여 말하자면 SAT는 지식을 측정하는 시험이라기 보다는 사고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일종을 아이큐 테스트 같은 시험이다. 아마 내가 96년에 봤던 수능과 두번 수능을 치뤄 진통을 치뤘던 94년의 수능이 그에 가장 근접했던 수능이 아니었나 싶다.)

독일/스위스에 있을 때 현지에서 사시는 분들과 그들의 아이들과 교제할 기회가 있었다. 그 학부모들이 느끼는 건 학교에서 너무 쉽게 가르치고 공부하는게 아니라 놀다 오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본인의 아이들은 맨날 노는 것 같은데 성적은 최상위권인게 이상하다는 거였다. (아이들이 놀고 오는 건 아닐꺼다. 다른 형태의 교육을 받고 오는 거일 꺼다….) 만약 이러한 시스템을 우리나라로 그대로 들여오면 한국의 학부모들이 마냥 놀고 먹는 것 같은 자녀들을 그대로 둘까? 아마도 공교육에 대한 불신만 가지게 되고 당장 사교육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될 것이다. 어른들의 삶자체가 ‘연대’가 아닌 ‘경쟁력’과 ‘치열함’을 모토로 하는데 어찌 자식들이 가만히 놀고 있는걸 두고 보겠는가? 또 그렇게 두는 인격적인 부모님이 있다 한들 그 아이들이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적응하면서 살아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