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tton, Button by Richard Matheson

며칠전에 공포소설의 제왕 스티븐 킹을 언급한 김에 생각난 이야기.

스티븐 킹은 호러 소설로 유명하지만, 순문학도 썼고 여러장르에 걸처 다작을 한 작가이다. 그 스티븐 킹이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작가로 리처드 매드슨을 꼽은 적이 있다. (출처) 스티븐 킹은 커리어도 리처드 매드슨과 유사하게 쌓았는데, 둘다 헐리우드에 작품이 영화화 되면서 명성을 얻었으며, 호러 소설로 유명하고, 동시에 다양한 장르에 손을 댓다.

한국에서 리처드 매드슨은 그다지 유명한 이름이 아니지만, 영화 ‘나는 전설이다’는 한번 쯤 들어 봤을 것이다. 매드슨의 대표작이 바로 ‘나는 전설이다’이다. ‘나는 전설이다’는 좀비 장르를 탄생시킨 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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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슨은 또한 TV 시리즈 Twilight Zone의 메인 작가로 유명하다. Twilight Zone은 우리나라에 ‘환상특급’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 었다. 나는 어린 시절 ‘환상 특급’을 즐겨 보았는데, 지금도 몇개의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아 있다. 대표적으로는 아이들이 자격이 없는 부모를 바꾸는 ‘Children’s zoo‘ 에피소드라든지… 꿈을 주입시켜주는 기계에서 잠을 자는 ‘Dream for Sale‘ 에피소드 라든지… (내가 알기로는 이 에피소드가 영화 토탈리콜과 매트릭스의 원조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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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 매드슨이 쓴 작품 중에 Button, Button이라는 단편소설이 있다. 이 소설은 Twilight Zone의 한 에피소드로 제작된 바 있고, 몇년전에는 ‘더 박스’라는 카멜롯 디아즈 주연의 영화로까지 제작되었다. 아쉽게도 영화는 망작이었다고.

Button, Button의 Twilight Zone TV 시리즈 버전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Button,Button

어느날 한 부부의 집에 박스가 배달된다. 그 박스 안에는 이상한 버튼과 함께 쪽지가 남겨져 있다. Mr. Steward가 곧 방문할 것이라고. 이윽고 왠 신사가 초인종을 누른다. 그 남자는 부부에게 버튼을 누르면 두가지 일이 일어날 것인데, 첫째 당신들이 모르는 누군가가 죽을 것이고, 둘째 당신들은 20만불을 받을 것이다라고 한다.

남편인 Arthur는 그 제안을 무시했지만, 부인 Norma는 계속해서 버튼을 만지작 거린다. 버튼을 만지작 거리다가 Norma는 자기 합리화를 하기 시작한다.

이 버튼에 생명이 달린 사람의 삶의 무게에 대해서 논한다. 그는 어쩌면 머나먼 중국에 사는 농부, 삶에 미련이 없을 만큼 오래 산 사람일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이미 활력이 다 사라진 말기 암환자일 수도. 그리고 고작 버튼인데 눌러봐야 별일이 있겠나. 그리고 Arthur는 […]

(결과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글의 말미에 따로 적는다.)

스티븐 킹 말고도 갑자기 이 에피소드가 생각난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최근 옥시 레킷벤키저 사태를 보면서 영국에 사는 레킷벤키저 사람들에게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Norma의 버튼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서 실감도 안나는 누군가의 죽음을 생각하면서, 자기 합리화를 하다가 버튼을 누른 Norma나 레킷벤키저 사람들이나 다를게 무엇이겠는가.

Button, Button에서 Norma는 우울한 결말을 맞는다. 현실에서 레킷벤키저 사람들의 결말은 어찌 될지 두고볼 일이다.

이야기로 돌아와서 마무리를 짓자. TV에서와 원작 소설은 결말이 조금 다르다. 원작소설 링크도 올려 둔다. (영어 버전) 분량도 9페이지 밖에 안되고 영어도 평이하니까 도전해볼만 하다. 참고로 원작은 매드슨이 플레이보이지에 기고한 소설이다. (험험… 플레이보이가 사진 감상 만을 위한 잡지는 아니다.)

Button, Button by Richard Matheson [PDF]

——— (여기서 부터 스포일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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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버전에서 Arthur는 버튼을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런데 Norma는 버튼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쓰레기통을 뒤져서 버튼을 찾는다. 그리고 고민 끝에 버튼을 누른다. 다음날, Mr. Steward가 20만불이 든 서류가방을 들고 집을 방문한다. Norma는 Steward에게 이제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다. Mr. Steward는 버튼은 초기화 될 것이고, Norma 부부를 모르는 누군가에게 전달이 될 것이라고 대답하고 떠난다. (허걱)

소설은 결말이 다르다. 소설에서 Steward가 제시한 금액은 20만불이 아니고 5만 불이다. 그리고 Norma가 버튼을 눌렀을 때 죽는 사람은 Arthur이다. Arthur 앞으로 남겨진 생명보험 보상금이 5만 불이었던 것이다. 전화로 Norma가 Steward에게 모르는 사람이 죽는 것이 아니었냐고 따지자, Steward는 “Did you really think you knew your husband?”라고 되묻는다.

A Shocking Way (Really) to Break Bad Habits

Pavlok이라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대한 어제 일자 NYT기사.

나쁜 습관을 고치기 위한 기계라는 데, 원리는 간단하다. 설탕섭취, 흡연, 손톱 물어뜯기등의 행동을 할 때마다 따끔한 전기 충격을 손목에다 가한다. 이름은 파블로프의 개 실험에서 따왔다고. (그런데 파블로프의 개 실험은 벌주는게 아니고 밥주는 거였는데…)

창업자는 페이스북 중독을 고치려고 사람을 샀는데, 그 사람이 페북을 열 때마다 따귀를 때렸다고 한다. (헐…) 그 경험을 활용해서 아예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만들었다고.

음욕이 일때마다, 허벅지를 바늘로 찔렀다는 청상과부 이야기가 생각난다. 고3시절 졸릴 때마다 샤프로 손톱 밑을 찔렀다는 어떤 선배의 전설이 생각나기도 하고.

아. 또 생각나는 이야기. 어렸을 때, 티비에서 ‘금연주식회사’라는 영화를 봤다. 나중에 찾아보니 스티븐 킹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고 한다. 주인공이 담배를 끊으려고 어떤 회사에 의뢰를 했는데, 첫번째 실패 때는 부인을 전기 토스트 시키고 (죽지는 않을 정도로만), 두번째는 딸을, 세번째는 부인을 강간(!), 네번째는 의뢰인의 생명을 가져간다는 무시무시한 계약을 하게된다. 그 영화가 인상 깊어서 며칠 동안 고양이 이미지가 머리 속을 둥둥 떠다녔다. (왜 고양이인지는 영화를 보면 안다. 참고로 ‘금연주식회사’는 첫번째 에피소드고 영화 제목은 캣츠아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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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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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포스터: 드류 배리모어의 아이 모습은 보너스)

글쎄다, 제품이 엽기적이어서 엽기적인 이야기 생각이 꼬리를 문다. 우리나라에 수험생 잠깨우기 용도로 팔면 장사가 잘 될런지도.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