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독점 규제 논란에 대해 추가 설명

한 페친분께서 어제 올린 미국 반독점규제 논란 포스팅에 대해 질문을 해주셔서 답하다가 길어져서 아예 포스팅으로 올린다.

어제 포스트 링크

근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어제 포스팅에 관심을 가져주셨다. 내 페북이래야 워낙 한가로운 곳인데, 무슨일인가 생각해보니 한국도 최근 재벌 개혁 문제가 큰 화두였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더랬다.

나는 몸이 외국에 있다보니 한국뉴스를 자세히 보지는 않는 편이다. 딱히 한국 하고 연결점을 생각하지 않고 그냥 미국 사는 사람 입장에서 주저리주저리 떠든 거니까, 물건너 미국에서는 이런 일들이 있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세상 돌아가는 일이 그렇게 단순하게 떨어지지 않으니까 미국 얘기도 전혀 시의성이 없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아래는 답변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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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있게 읽어주시고 질문까지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 메모를 남기면서 가볍게 언급했지만 진보측 경제학자들은, 대표적으로 Alan Krueger, 대기업들이 monopsony를 가져온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고문 링크는 아래 참조)

Corporate America is suppressing wages for many workers (NYT, 2018년 2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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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an Krueger (1960 – )

저는 개인적으로 크루거의 견해에 100% 동의도 반대도 하지는 않지만, 그에 따르면 대기업이 노동시장의 우위를 점하면서, 그리고 노조의 약화와 어우러져서, buying power로 실업률이 최저임에도 임금이 오르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저는 이건 지나치게 거시적이라 긴가민가 하는 편이고, 이렇게 문제를 크게 보면 독점에 대한 논쟁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 같네요. 하지만 테크 대기업의 예로 범위를 좁혀도, 실리콘 밸리에서도 실제로 타기업의 직원을 고용하지 않기로한 담합이 있었다는게 밝혀졌었죠. (물론 이도 독점범주에 들어가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말입니다.)

다른 예로는 아마존이 될텐데, 실제로 2009년에 아마존이 diaper.com을 살때, 아마존에서 기저귀 값을 저가로 내놓고, diaper.com 주가가 떨어진 후에 기업을 샀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또 많은 분들이 아마존의 강점인 저가 공세를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어느정도 시장을 장악한 이후에는 가격을 올리지 않을까 하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하고요. 그런 점들이 아마도 말씀하신 당장은 좋아도, 장기적으로는 찝찝한 그런 상황이 아닌가 싶네요.

하지만 이게 경제학적으로 보면 좀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이를테면 어제 글에서 Bork 교수의 예를 들었는데, antitrust를 판별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 (Bork가 말한 Consumer welfare 기준은 상황을 좀더 명쾌하게 볼 수 있게 하죠. consumer welfare가 경제학 용어인 consumer utility보다는 좀 애매하긴 합니다만…) 다른 논리로 1970년대 Harold Demsetz 교수가 말한데로 antitrust가 과하게 적용되면 시장에서의 승리를 벌하는 상황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거죠. (이 논리는 지금도 반독점 규제를 반대하는 분들의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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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old Demsetz (1930 – 2019)

제 생각으로는 new brandeis movement는 이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저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 대기업으로의 지나친 부의 집중이 한편으로 우려스럽지만, 또 아이폰과 페북을 즐겨쓰는 유저이기도 한걸요.

물론 저도 뉴 브랜다이즈 쪽에서 주장하는데로 지나친 기업의 집중이 경쟁을 줄이고 시장경제를 왜곡한다는 말에 솔깃 합니다. 그리고 구글/아마존/페북 같은 기업을 플랫폼 기업으로 보고, 셔먼 액트 시대 처럼 철도등의 인프라를 규제하듯이 규제를 해야한다는 아이디어도 대중에게 상당한 설득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을 늘이는게 도대체 뭘 위한 건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소비자에게 도움을 줄 건데? 철도 처럼 규제하면 결국 대체제에만 (이를 테면 도로망, 수로망) 도움을 주는 역효과 생기는 거 아냐? 하는 질문에는 정확히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정치권은 학계처럼 정밀한 검증이 필수적인 곳이 아니니까 (특히 민주당에서) 이쪽으로 아주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대표적으로 워렌이 있고요. 중도라인으로 Klobuchar도 반독점 법에 대해 손볼 필요가 있다고 한 적이 있죠. 다른 대선 주자 Cory Booker도 독점법이 monopsony 쪽으로는 지나치게 미흡하다는 발언을 한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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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y Klobuchar (196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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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y Booker (1969 – )

얘기가 주저리 길어졌는데, 어쨌든 제 생각은 현재의 반독점 규제는 어느정도 수정이 필요하다는데에는 동의하지만 그게 얼만큼인지는 또 수정이 필요하다면 어떻게 고칠 건지 아직도 생각이 정리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게 경제학의 논리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실리콘 밸리와 직장문화

작년 오늘 올렸던 포스트를 재공유하면서 한마디. (페북이 친절하게 알려줬다.)

아마존 직장문화와 저널리즘의 역할 (2015년 9월 10일자 포스트)

작년 8월에 뉴욕타임스가 아마존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탐사보도를 했고, 회사 이름을 직접(!) 언급하며 아마존을 정글같은 곳이라고 비판했다.

아래 포스트는 그후에 NYT 편집장이 저널리즘의 역할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을 옮긴 것. 언론은 아마존 사례 같은 이슈를 발굴하고 만들어가야 한다는 요지의 이야기이다.

기사 이후 일년 사이에 서부 테크 기업들의 근무환경이 많이 좋아졌다. 많은 회사들이 출산휴가를 도입했고 (미국은 남녀 모두 유급 출산휴가가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유일한 나라이다. 파푸아 뉴기니를 제외하고는…) 샌프란시스코 시는 6주간 유급 출산휴가를 보장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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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icon Va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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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순진하게 뉴욕타임스 기사 하나가 그 모든 변화를 가져왔다고 보지는 않는다. 서부 테크 기업들은 항상 인재가 부족했고, 인력풀을 유지하기 위해 그만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었는데 여러가지 시기적으로 맞아 떨어지면서 변화가 생기고 있는게 아닐까 한다.

안타깝게도 내가 사는 남부는 미국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동네인지라, 이런 변화가 찾아오려면 한참은 걸릴 듯. 글고보니 올 초에 코카콜라가 6주 유급 출산 휴가를 도입했다. (같은 동네 회사 다니는 내 입장에서는 배가 아플 뿐이고…)

논란의 당사자 였던 아마존도 지난 주에 (특정 직군에 한해서) 주30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 문화가 그렇게 쉽게 변할까 싶긴 하다만…

디지털 테일러리즘 (Digital Taylorism)

이코노미스트가 테크 기업들의 직장 문화에 대해 간단한 논평남겼다.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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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Taylorism 2015년 9월 12일자

지난달 뉴욕 타임즈에서 아마존의 직장 문화를 1면에 다룬 적이 있는데 (NYT 기사 링크), 이게 꽤 이슈가 되었고 (관련 포스트), 이코노미스트도 한마디 보태는 모양이다.

기사는 테일러리즘을 간단하게 소개하고, 아마존과 같은 테크 기업들이 성과를 바탕으로 직원들을 ‘번아웃’시키는 모습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주제라서 재미있게 읽었다. 그러나, 아마존 사례를 Digital Taylorism과 바로 연결짓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어쨌든, 기자가 정리한 Taylorism은 세가지 정도이다.  a) break complex jobs down into simple ones (복잡한 일을 단위로 쪼개기); b) measure everything that workers do (모든 작업을 측정하기) ; and c) link pay to performance, giving bonuses to high-achievers and sacking sluggards (성과와 보상을 연동하기). 기사는 주로 세번째, 즉 성과와 보상 측면에 집중한다.

내가 알기로 Taylorism은 성과와 보상이 핵심은 아니었는데, 나의 이해와 기사의 내용이 핀트가 조금 안맞는다. 시간이 나면 주말에 Taylorism 관련 자료를 좀더 찾아보고 확인해봐야 겠다.

작년에 (Digital Taylorism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유사한 주제로 포스팅을 했었다. 뭐 결론이 나는 이야기는 아니었고, 기승전’딸램’으로 끝나는 포스트 였다.

아마존 직장문화와 저널리즘의 역할

지난달에 아마존 직장문화를 1면에 실은 뉴욕타임즈 기사에 대해 블로그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기사는 사례 위주(anecdotal)인데다가, 퇴사자의 입을 빌은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아 (내 기준으로는) 좋은 기사는 아니었다. 그러나 뉴욕 타임즈가 회사 이름을 거론하며 돌직구를 날리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뉴욕타임즈는 이슈를 만들줄 안다. 그 점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모두가 마녀사냥을 하는데, 같이 돌던지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건 황색 저널리즘이다.)

어쩌면 저널리즘의 역할은 이슈를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경우 세상사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진실은 복잡다단하고, 딱잘라 말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반면에 힘있는 글은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 기자가 학문을 하는 것은 아니다.

기사가 나간 후에 꽤 말이 많았나보다. NYT 역사 상 가장 댓글이 많이 달린 기사였다고 한다. 인터뷰에서 NYT 편집장은 그게 저널리즘이 해야할 일이라며, 아마존 같은 사례를 계속 발굴할 생각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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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re/code)

링크: New York Times Editor Dean Baquet Says It’s His Job to Publish More ‘Amazon’ Stories

미국의 육아휴직/출산휴가

어제 아마존이야기를 하면서 대부분 미국 회사에서는 (남녀 모두) 육아휴직/출산휴가가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관심있는 분들은 아래 동영상을 봐도 좋을 듯하다.

대충 요약하자면, mother’s day라며 모성을 찬양하는 광고를 해대지만, 직원들에게는 출산 직후 출근을 강요하는 미국회사의 현실을 꼬집는 개그이다. (미국은 시장경제에 맡기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비판의 화살은 주로 정부보다는 개별 주체인 기업을 향한다.)

나도 궁금해서 찾아보았더니 출산/육아 휴가가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나라는, 파푸아 뉴기니를 제외하면 미국밖에 없다. 위키피디아에 잘 정리 되어 있다. (링크: Parental leave) 비교대상이 OECD가 아니다…^^

우리나라 언론은, 구글의 공짜 점심은 식상하리만큼 보도하면서, 이런 이야기는 왜 하지 않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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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wikipedia)

아마존과 미국 회사

아침에 딸램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오는 길. NPR 뉴스에서 아마존의 직장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한참이다. New York Times에서 1면에 아마존의 직장 문화에 대해 보도를 했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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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내용인가 궁금해져서 기사를 찾아 보았다. 아마존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업무강도가 높기는 하더라. 이전에도 비슷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기에 아주 놀랍지는 않았다. 내가 아는 몇몇 분들도 1~2년 있다가 해고를 당하거나 자연스럽게 그만두었다. 수평적인 구조라서 진급이 힘들고 경쟁이 치열하다는 이야기도 들었었다. 그리고 사람을 상당히 많이 뽑는데, (우리회사 입사 동기 중에 한명도 작년에 아마존으로 옮겼고, 딸아이 친구 앤도 아빠가 아마존에 입사하면서 시애틀로 이사를 갔다.) 나가는 사람이 많아 인력 turn-over가 아주 빠르다.

기사 내용은 조금 극단적인 케이스를 가져다 쓴 듯하다. (내가 좋아하는 류의 기사는 아니다.) 퇴사자는 이전 회사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게 마련이다. 이혼한 사람에게 전배우자에 대해 묻는다면 무슨 대답이 돌아오겠는가.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기사가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들었던 몇몇 사례와 일치하는 부분도 있었고…

NYT가 과하게 이슈화 하긴 했다. 하지만 바꾸어 생각해보면 이슈를 만드는 능력이 대단하다. 한국 언론기관이 회사 이름을 직접 거론하면 이런 류의 기사를 쓰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아마존은 이미 유통업계 1위이고 핫한 뉴스를 매달 쏟아내는 기업이다. 직장 문화에 대한 문제제기로는 제격인 회사이다. 미국 회사도 파보면 직장 문화에 문제가 많다. (노동시장 유연성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특히 직원 입장에서는… )

돈 주면서 왕처럼 대우하는 곳은 없다. 미국 회사 대부분은 근무 강도로만 보면 한국의 직장을 넘어서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퇴근 후에도, 휴일에도, 휴가 기간에도, 업무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 내가 미국와서 가장 당혹스러웠던 것은 육아휴직/출산휴가인데, 대부분의 미국 회사들은 육아휴직/출산휴가가 없다. (남녀 모두) 상황에 따라서 필요하다면 무급으로 쉬는 정도이고 이마저도 그렇게 편하게 사용하지 못할 때가 많다. (관련 포스팅: 미국의 육아휴직/출산휴가)

미국 안에서도 직장 문화에 대한 문제제기는 간간이 있지만 시장논리가 우선할 때가 더 많다. NYT가 이렇게 이슈를 만들어 가는 것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물론 당사자인 아마존 측에서는 억울하겠지만…

영문 원본 기사: Inside Amazon: Wrestling Big Ideas in a Bruising Workplace (NYT 2015년 8월 17일자)

한글 번역 (계란 소년님 블로그): 인사이드 아마존 : 가혹한 직장에서 거대한 발상과 씨름하기

제프 베조스 반박기사: Jeff Bezos says he doesn’t recognize ‘soulless and dystopian’ Amazon (The Verge 2015년 8월 17일자)

미국 기업과 feeder school

M.B.A. Programs That Get You Where You Want to Go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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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feeder school이라 하여 회사 (또는 학위) 마다 선호하는 학교가 있고 선후배 커넥션이 있다. 우리나라도 암암리에 그러한 것이 있지만, 이 동네는 그걸 대 놓고 한다. 문화 충격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삼성에 Y대 경영학과 출신, SK에 K대 경영학과 출신, 서울대 xx과 박사과정에 P 공대 출신… 뭐 이런 식이다. (예시는 그냥 예시이다.) 우리나라처럼 줄세우기 라고 말하기는 좀 애매하다. (그런면이 아예 없다고 하긴 좀… 미국도 snob은 많다.) 학교마다 학풍이라는 게 있으니.

몇년 전까지 치열하게 구직활동을 했던 경험에 의하면 기사의 내용은 상당히 정확하다. 사실 아마존에 U of M MBA 출신이 몇명 취직했다는 정도의 디테일까지 나온 것을 보고서 놀랐다. (아마 학교에서 자료를 받지 않았나 싶다.)

언젠가 블로그에 내 구직활동 경험을 올려 놓을 까 한적이 있었다. 좀 논란이 될 수 있겠다 싶어서 접었는데, 메이저 언론에서 친절하게 정리해서 기사로 올려주셨다.

기사 내용에 개인적인 경험 몇가지 덧붙이자면, P&G 랑 아마존은 MBA top school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리쿠르팅을 하지만, 애플은 Duke에만 기회가 한정되어 있다. (역시 동문이 잘나가야되. 팀쿡이 CEO가 될 줄이야…) 듁이 옆에 있어서 몇차례 두들겨 봤지만 쉽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는 출신회사가 좀 문제가 되었던 것 같기도 하고. (당시 애플과 삼성이 워낙 상극이었던 지라…)

기사 보고서 옛날 생각이 들어 몇자 적어봤다.

+ 덧: 참고로 Duke과 우리학교는 지역 라이벌이다. 사립명문과 주립명문의 미묘한 자존심 뭐 이런 거에다가, 대학농구 강자들인지라 서로 못잡아 먹어 안달이다. 어제 NCAA basketball에서 Duke이 우승을 차지해서 심기가 몹시 불편하다. B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