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애 자작시

a poem (by my girl at age 9)

Crazy things happen in the land of shut-eye.
where I first saw an octopus walk,
and your pet dog might talk,
where cats are afraid of mice,
and where ghosts come together to dance,
and birds come around to prance.
Let me tell you one thing before we say goodbye.
Crazy things happened in the land of shut-eye.

+덧: 점심시간에 끄적였다는 시. 딸바보가 발견하고서 혼자보긴 아깝다고 그리고 또 기록차원이라고 되내이며 올린다.

Dover Beach by Matthew Arnold

마음이 헛헛해져 예전에 읽던 영시를 꺼내 봤다. 이번에는 직접 번역도 달았다. 영문과 출신이면 알 수도 있는 빅토리아 시대의 대표시 중에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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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h, love, let us be true
아, 사랑이여, 진실하자
To one another! for the world, which seems
서로에게! 왜냐하면 세상은
To lie before us like a land of dreams,
마치 꿈의 땅처럼 우리 앞에 놓여있는 듯 하고,
So various, so beautiful, so new,
그토록 다채롭고, 그토록 아름다우며, 그토록 새롭게 보여질 지라도,
Hath really neither joy, nor love, nor light,
진실로 그곳에는 기쁨도 사랑도 빛도 없는,
Nor certitude, nor peace, nor help for pain;
확실한 것도 평화도 고통을 덜어줄 도움도 없는 그러한 곳이기 때문이다.
And we are here as on a darkling plain
그리고 우리는 여기에 어스름한 평원 위에 있다.
Swept with confused alarms of struggle and flight,
전투와 패주의 혼란스런 경고에 압도된
Where ignorant armies clash by night.
어둠속에서 무지한 군대들이 충돌하는 바로 그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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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ver Beach 중에서 by Matthew Arn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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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마지막인 이 구절은 두번 읽어야 한다. 한번은 순서대로, 두번째로는 인과관계를 따져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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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두번째 줄 접속사 for를 기준으로 뒷부분이 말하는 바, 밤에 전쟁을 하고 있음에도 누구와 무엇과 싸우는지도 모르는 그러한 상황, 세상에 확실한 것도 없으며 고통만이 가득한 그 곳임을 알고 있음에도, 아니 정확히는 그러한 이유 때문에 (시인은 인과관계를 나타내는 for를 쓴다.) 앞의 진술은 서로에게 진실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사랑을 이야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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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시에서 말하는 love는 뭐고 시의 청자는 누구일까? 이 시가 신혼여행에서 쓴 시라는 걸 생각하면, 사랑이라고 부른 대상을 부인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시적 상상력을 동원해서, 그리고 시가 다루는 소재의 크기를 고려해보면, 좀더 크게 혼란한 세상에 던져져 낙담한 사람들을 향한 속삭임이라고 읽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이렇게 읽는 근거는 바로 다음줄에 있는 one another 때문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두명이서 서로간에를 말할 때는 each other를 쓸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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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아놀드가 살았던 빅토리아 시대를 돌이켜보면, 아놀드의 의심과 고뇌는 기독교 신앙의 본질에 대한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게다가 바로 전 연에는 그 유명한 sea of faith 라는 표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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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조금 헛헛했던 나에게 돌아온다. 조그맣게 속삭여본다. 내가 붙들고 있는 그 조그마한 진실마저 흔들리고, 평안이 사라졌다고 느끼는 그 순간. 서로에게 진실하자. 아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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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덧대기
1. 현대인의 감성으로 이 시가 다소 아재스럽게 읽히는 것은 이 시가 노래하는 주제가 워낙 거창해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이미 여러 시인과 작가들에게 변주가 되었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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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예전에 이안 매큐언의 체실비치에서를 읽은 적이 있는데 배경설정이 이 시에서 따온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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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체실비치에서는 워낙 소품이긴 한데, 묘사와 구성이 쫀쫀해서 영화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달에 영화로 개봉한다고. 예고편을 보건데 영화도 좀 소품 같은 느낌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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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만디아스와 시편 89편

자연과 인간 문명의 허망함에 대해서 언급한 김에. (이전 포스트)

article에 언급된 영시를 찾아보았다. 일부를 인용한다.

Ozymandias by Percy Bysshe Shelley (1792-1822)

(앞부분 생략)

And on the pedestal these words appear:
아래 받침대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My name is Ozymandias, king of kings:
“내 이름은 오지만디아스, 왕 중 왕이다.

Look on my works, ye Mighty, and despair!”
내 위업을 보라, 그대들이여, 그리고 절망하라!”

Nothing beside remains: round the decay
그 외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다;

Of that colossal wreck, boundless and bare,
그 거상의 잔해 주변에는 끝없이 텅 빈,

The lone and level sands stretch far away.
외롭고 평평한 사막이 멀리 뻗쳐 있다.

오지만디아스는 람세스 2세의 그리스식 이름이다. 성경 출애굽기에 나오는 파라오로 추정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집트가 가장 강성했던 시기에 위대했던 한 왕의 조각상에는 ‘Look on my works, ye Mighty, and despair!” 라고 써있었다고. 그 웅장한 조각상이 사막위에 버려진 모습은 시인의 마음에 어떤 감흥을 일으켰던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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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wikipedia)

아울러서 생각나는 성경구절이 있어서 같이 인용해둔다.

내 생명이 얼마나 짧은지 기억하소서. 주는 모든 인생을 정말 허무하게 창조하셨습니다.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자가 어디 있으며 무덤에 들어가지 않을 자가 어디 있습니까? (현대인의 성경, 시편 89:47-48)

그리고 참고로 시의 저자 퍼시 셸리는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쓴 메리 셸리의 남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