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와 유치원 잡담 (한국식과 미국식??)

아이가 한국에 세달 가량 들어가 있다. 세달은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래서 한국말도 가르킬 겸 유치원에 보내기로 했다. 세달 등록을 받는 데가 거의 없었는데, 찾아보니 집앞에 한 곳 있었다. 한영 병용 유치원이라 좀 비쌌지만 아이를 집에 두기만 하면 심심해 할테다.

한국식과 미국식??

한달 가량 유치원에 다녔다. 아이가 몹시 즐거워 한다. 자리가 있는 반이 한살 어린 6세 반이었다. 한살 어린 동생들 사이에서 왕언니 노릇하는 게 좋은가 보다.

언제나처럼 수다스러운 아이는 매일 유치원 소식을 전해준다. 어제도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유치원이 재미있어? 미국하고 뭐가 달라?” “뭐~ 재미있지. 근데 가끔 선생님이 무서울 때가 있어.” “어떻게 무서운데?” “선생님이 화나면 진짜 무서워~ 엄마보다 무섭다니까. 무서운 표정을 짓고서 말을 지~인~짜 빨리해.” “그럼 (빠른 톤을 흉내내면서) 이리 앉으세요. 그렇게 하면 안돼요. 뭐 이런식으로?” “그것 보다 더더 빨리.” “(눈을 부릅뜨고서 좀더 빠르게) 빨리 앉아요. 뭐 이렇게?” “조금 비슷하네.”

“너두 가끔 혼나?” “아니 나 말고 다른 애들한테. 말을 잘 안듣더라구.” “그치만, 미국도 선생님들이 혼낼 때는 무섭잖아. Ms. Libby도 ‘Don’t do that. Sit down here.’ 뭐… 이렇게 말하지 않아?” “뭐 그렇긴 하지만, 미국에서는 선생님이 그렇게 무섭지는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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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flickr)

아이가 잠이 들고, 아내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까 아이랑 얘기 하는 것 들었지?” “응” “내가 보기엔 한국 애들이 좀더 버릇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구. 어버이날 학부모 참관수업 갔을때 보니까 좋게 말해서는 아이들을 통제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더라구.” “그것도 애들 나름이지. 미국도 다루기 힘든 애들은 힘들잖아.” “그렇긴 하지만… 한국 6세반이랑 동급인 pre-K* 다니는 애들은 순진했던 것 같은데. ” “그렇긴 하네.” “미국 교육이 좀더 자립심을 키우는 방식이고, 미국 부모들이 더 엄하기 때문에 그런게 아닐까?” “그건 case by case지. 으이구, 우리 자식이나 잘 키우지 별 걱정이야.”

그렇긴 하네. 별 걱정이다.

(*미국은 만 5세는 kindergarten, 만 4세는 pre-K을 다닌다. kindergarten 부터 의무교육 과정이다.)

된장 발음 영어

딸아이는 발음에 좀 민감한 편이다. 가끔 나오는 내 된장 발음이 거슬리는 지 교정해주기도 한다. 좀더 어릴 때는 다른 사람들 영어 발음에 참견을 할 때도 있었다. 발음 교정은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으니, 가족 말고는 하지 말라고 아이에게 가르쳤다. 다행히 지금은 남의 발음을 교정 하려 들지 않는다.

아이 유치원이 한영 병용 유치원이라, 한국 선생님도 영어를 쓴다. (원어민 선생님도 따로 있긴 하다.) 그런데 아이가 한국 선생님의 영어 발음이 거슬렸나보다. 슬쩍 선생님에게 가서 자기한테는 영어를 안써도 된다고 했단다. 선생님 입장에서, 영어권에서 온 딸아이가 호응을 잘 해주어야 영어수업하기가 수월할 텐데, 오히려 딸아이는 한국어 쓰기를 더 좋아하니 그것도 문제이긴 하다.

+ 덧: 지난 주에 써둔 글을 정리해서 오늘 포스팅했음.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말과 글

말과 글은 그사람의 지적인 수준을 드러낸다. 5년 전인가 서울에서 지하철에 탔을 때 였다. 한 이쁘장하게 생긴 처자가 전화를 받는다. 그런데 그 처자가 대화를 이어가는 방식이 좀 신기했다. 그처자는 ‘대박’이라는 단어 만을 사용하여 대화를 하는 것이었다. ‘대박~’, ‘대~에~박’, ‘대!박!’. 아 하나 더 있다. ‘왠일이니?’

미국에 온지 얼마 안되는 사람들이 잘 쓰는 말이 있다. ‘Oh my God!’와 ‘you know’이다. 나도 처음에는 미국 사람스러운 감탄사를 적절하게 섟어주는 것이 영어를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내다보니 이런 표현을 많이 사용하면 오히려 없어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딸아이도 그랬고 나도 그렇고 언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 슬랭이나 욕을 먼저 배운 다는 것이다. 그런 말을 쓰고 나면 네이티브에 가까워 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가 처음 우리말 욕을 배웠을 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왠지 표현을 속 시원하게 한 것 같았다. 자극적인 표현은 내 속에 진실함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나는 꾸밈말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적절한 꾸밈말(부사,형용사)은 더 정확한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말을 할 때에 꾸밈말을 필요이상으로 사용하는 것은 표현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는 일이다. 말의 기본 구조, 그러니까 주어, 동사, 목적어를 사용하고서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불필요한 단어를 덧붙이게 되는 것이다. 정확하고 논리적인 언어 사용을 노력하다 보면 불필요한 꾸밈 말이 본질을 흐린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딱딱 끊어지는 단문을 좋아한다. 이것은 어느 정도 취향의 문제이다. 말에서 곁가지를 다 치고 필요한 내용만 남기면 취할 것이 많지 않다. 마치 그림에서 비본질적인 요소를 다 제하고 나면 남는 것은 추상적인 몇개의 선인 것과 같다. 어떤이들은 장식적인 말과 장식적인 그림을 좋아하지만, 나는 본질만 남아 있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해서 듣는/읽는/보는 사람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다. 너무 말/표현이 과하면 부담스럽다. 쓰는/말하는/그리는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똑같이(!) 느끼라고 강요하는 것 같다.

사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단문을 잘 쓰지 못하며, 과도한 표현을 할 때가 많다. 나의 문제는 한 문장에 너무 많은 생각을 집어 넣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또 글을 쓸때도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중구난방이 되곤 한다. 심지어는 과함에 대해 논하는 이 글을 쓰면서도 다듬어지지 않은 문장/생각을 사용하고 있어 민망하다. 그래서 글은 다듬어야 하고 계속 다듬을 수록 좋은 글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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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집을 읽고 있다. 카버 아저씨 작품의 미덕은 딱 필요한 그만큼만 말한다는 것이다. 레이먼드 카버는 하루키가 좋아하는 작가 중에 하나이다. 하루키는 꾸준히 카버의 책을 읽으면서 말의 리듬감과 호흡을 조절하는 감을 유지한다고 한다. 나는 하루키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군더더기 없는 표현과 문장은 매력적이다. 문장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빼고 나면 거기서 독자는 작가와 대화를 시작하게 된다.

그렇다고 너무 빼기에만 집중하면 논리가 흐트러진다. 글을 쓰는 사람은 머리속에 모든 생각이 다 들어 있기 때문에, 생략하고 넘어가기가 쉽다. 그러나 논리의 고리 중 하나라도 빠진다면 그 글은 죽어버린다. 그래서 글을 잘 쓰기는 어렵다. 딱 필요한 만큼만 들어가고 빠져야 한다. 너무 과하면 부담스럽고, 너무 적으면 독자가 이해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는 반복해서 글을 다듬으면 해결된다. 그러나 그 과정은 지나치게 고통스럽고, 지루하다. 그래서 프로페셔널 문장가들은 대부분 엉덩이로 글을 쓰는가 보다.

+ 덧: 이 글은 참고로 퇴고를 하지 않았다. 날 것 그대로의 생각을 적어봤는데, 나는 프로페셔널 작가가 아니니까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블로그만 하면 먹고사는데 지장이 있다.

오늘의 잡담 (회사 gym에서 / 영어 프리젠테이션)

첫번째 잡담

회사에서 운영하는 gym이 있는데, 한달에 25불이다. 거의 거저인 샘이다. 게다가 매일아침 커피와 과일이 공짜로 제공되어 커피만 가져다 마셔도 본전은 한다.

공짜 커피가 아주 인기가 있지만, 매일 운동은 안하고 커피만 가져가는 사람들을 양산한다는 것은 함정. 나두 실은 그 무리들 중에 하나다. 그래두 양심은 있어서 살금살금 가져가는데… 문제는 여기 관리하는 흑형아저씨가 내 얼굴을 안다는 것. 저 멀리서 큰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면서 ‘What’s up!’ 하는데 심히 쪽팔리다. 그래도 내놓은 돈 때문에 꿋꿋하게 가져간다는…

나는야 딸아이한테 잔소리 들으면서 꿋꿋이 운동 안하는 배나온 미국아자씨.

두번째 잡담

누가 그런 말을 했다. 하고 싶은 일 한가지를 하려면 하기 싫은 일 아홉가지를 해야한다구.

나는 먹고 살려고 하기 싫은 거 몇가지를 하고 살아야한다. 하나는 영어고 하나는 프리젠테이션. 최악의 콤비는 영어 프리젠테이션.

학교 다닐 때, 미국애들 앞에서 발표하는게 싫어서 발표있는 수업은 피해다녔는데 지금은 마케팅부서에서 말로 먹고 산다. 이번주 프리젠테이션이 있는데, 보스한테서 constructive feedback 작렬. 미국인 답지않은 솔직한 피드백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그리고 아주 쓰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게으른 종자라는 것을 아시고 항상 발가벗겨서 정신 바짝 차리게 하시는 듯.

영어랑 프리젠테이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ㅠㅠ

미국사람들에게 나이는 어떤 의미일까?

“To have a second language is to have a second soul.” – Charlemagne

언어가 단순히 사람의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일까? 아니면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까?

스탠포드 대학의 Caitlin Fausey의 실험에 따르면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다른사람을 비난하는 경향이 커진다고 한다. (출처: Lost in Translation, WSJ) 이는 영어가 수동태보다 능동태를 좋아해서 그렇다. 예를 들어 꽃병이 깨진 사건을 표현할 때, 영어로는 “John broke the vase.”라고 말하고 스페인/일본어로는 “The vase was broken.”라고 말한다. 다른 예로 같은 내용의 비디오를 보여주고 각기 다른 언어 사용자에게 그 사건을 묘사하라는 실험을 했다고 한다. 이때 영어권 사람들은 ‘누가’이 사건을 저질렀다는 것을 위주로 묘사했다고 한다. 반면에 비영어권 사람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가 더욱 중요했다고 한다.

한국어의 독특한 특징 중에 하나는 존댓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사람이 나보다 손위 사람이냐 손아래 사람이냐가 너무나도 중요하다. 그 차이에 따라서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말투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처음만나면 민증부터 깐다. 잠시 호구조사가 끝나면 (어느 지역출신이냐, 어느 학교 출신이냐 등등..) 바로 말을 놓거나 아니면 두번째 만날 즈음에는 슬쩍 말을 놔야겠다는 판단을 한다.

한국사람들끼리는 나이가 중요하기 때문에 손위사람하고 영어로 대화를 하면 종종 어색해진다. 분명히 형이거나 누나인데 ‘You’라고 해야하고, 존칭인 ‘sir’ 같은 말은 왠지 사이가 먼사람 같이 느껴진다. 말끝마다 ‘please’를 붙일 수도 있지만 ‘please’는 존댓말이라기 보다는 공손한 말의 느낌이다.

이러한 어색함은 한국사람끼리 대화하다가 미국사람이 대화에 끼면 두배가 된다. 미국사람들한테는 손위사람에게도 친해지면 격식없이 casual English를 사용하는데 미국 할아버지에게 격식없이 영어를 하다가 옆에 있는 1살 위의 형에게 격식없이 영어를 사용하려고 하면 어색하다. 설명하기 애매한 시츄에이션인데, 아마 겪어본 사람은 공감하리라고 생각한다.

미국 사람들에게 나이는 그렇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직장 상사가 나보다 젊은 사람일 경우도 있고 나이가 한참 많은 사람이 아래사람이 되기도 한다. 지금 회사에서 전의 보스는 50대 중반 백인 아저씨였는데 그의 보스는 30대 중반인 한국계 미국인이다. 처음에 나는 이런 상황이 좀 어색했다. 근데 둘의 관계는 직장 서열로 규정되기 때문에 나이가 아무런 상관이 없더라. 제일 적응이 안된건, 나이어린 보스가 스무살 정도 위의 부하직원의 어깨를 툭치면서 ‘Hey, man! What’s up?’ 하면서 썰렁한 농담을 주고 받는 거였다. 근데 내보스는 ‘어린 녀석이…’ 라고 불끈하는 게 아니라 격없이 대한다고 오히려 좋아하는 것 같더라.

미국에서 오래 지낸 교포 어르신들과 대할 때도 이런 부분은 참 애매하다. 중요한건 이사람이 한국 스타일에 가까운가 아니면 미국 스타일에 가까운가를 먼저 파악하는 건데, 미국사람이라고 판단되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한손으로 악수를 하는게 좋고 한국사람에 가깝다고 판단되면 허리를 약간 숙이고 두손으로 공손하게 악수를 해야 한다.

존댓말과 어른 공경의 태도가 우리나라를 우리나라스럽게 만들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조금은 경직된 조직 문화의 많은 부분이 이러한 문화적인 부분데서 오지 않았나 싶다.

샤를마뉴(카를루스 대제)의 말을 인용해서 거창하게 글을 시작했는데, 잡설만 길어졌다. 외국에 살다보면 처음에는 한국과 비교해서 외국의 이상한 점에 대해서 싫어지기도 하고, 다른점이 좋아질 때도 있다. 그렇지만 몇년후 나조차도 그러한 외국 문화에 적응되어 변해버린다. 반대로 한국을 보면서 좋은게 생기고 싫은게 생기기도 한다. 그래도 한국어권 밖에서 살면서 하나 좋은 점은 우리나라 사회와 문화를 보는 다른 시각이 생긴다는 것이다.

Do You Speak English? – Big Train – BBC comedy

Originally posted 06/21/2014 @ facebook

프랑스 여행중인 영어권 여행객을 소재로한 BBC comedy. 프랑스 여행해본 사람은 공감할 듯….

참고로 Do you speak English? 랑 Can you speak English? 랑 뉘앙스가 다른데, can을 쓰면 강조가 되서 정말 영어의 영짜라도 아느냐 그런 의미다. 마지막에 두 사람이 I can’t speak English라며 웃는 건 그런 느낌이 강하다.

영어공부 또는 뭉뚱그려 공부에 대한 이야기…4 대화상대

우리 어머니는 경상도 출신이시다. 평소에 대화할 때 조금 사투리가 섟여 있지만, 그렇게 티가나는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고향분들하고 전화할 때는 완전히 경상도 분이 되신다. 어찌나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하시는 지 들을 때마다 깜짝 놀라곤 한다.

우리 와이프는 교포티가 별로 안나는 편이다. 한국말 능숙해서 스위스에 있을 때 거기 계신 분들이 마눌님이 토종이고 내가 교포인 줄 알았다고 한다. 이건 내가 말을 좀 어눌하게 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렇다…ㅎㅎ 우리 아내가 처남하고 이야기 할 때는 영어로 이야기 하는데 지금은 자연스럽지만 처음에는 좀 적응이 안됐다.

언어는 단순히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 그자체이다. 사투리를 다른 언어라고 볼 수는 없지만, 큰 범주에서 보면 언어의 한 갈래이다. 라틴어에서 출발한 서양언어가 영어/불어/스페인어 등으로 갈라진 것도 처음에는 사투리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한 언어를 배운다는 건 단순히 도구적인 측면을 떠나서 문화를 배우는 것이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한 언어를 배울 때 그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과 친분을 가지는게 필요하다. 스위스에 있을 때 만난 한국분들중에 스위스 사람과 결혼해서 오래 외국생활하신 분들이 많았는데 그분들은 한국어가 모국어임에도 한국어가 어눌하더라. 다른 예로 우리 마눌님은 어릴때 배운 독일어를 아직까지 잊어버리고 있지 않은데 그 이유 중에 하나가 어릴적 독일 친구랑 아직도 독일어로 교제를 나누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영어를 배울 때도 native와 영어로 관계를 맺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나 speaking은 더욱 그렇다. 문법과 문장만들기가 어느정도 되는 분들도 처음 미국인과 대화하면 여지없이 무너지는 데 한국사람을 처음 접하는 미국인들은 콩글리쉬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건 우리가 번역체가 심한 책을 보고 머리아파지는 거랑 비슷하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은 사고체계가 영어식이기 때문에 말할 때 논리를 구성하는 방식이나 사물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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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pixabay.com)

2002년 캐나다에 처음 어학연수를 갔을 때였다. 캐나다 대학생들과 친분을 쌓으려고 정말 노력 했었다. 그런데 다른 문화권 사람과 친분을 쌓는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같으면 외국인이 있으면 예의상으로라도 말도 걸어주고 얼굴색이 다르면 궁금해서 쳐다보기라도 할텐데, 이사람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철저한 개인주의기 때문에 자신과 이해관계가 없으면 굳이 말을 걸지도 않는다. 아시아계를 접해본 일이 별로 없는 시골지역일 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한데, 어떤때는 아시아 사람이랑 같이 있는 거 자체를 불편해 하는 느낌까지 받았다. 실제 미국 대학생들 안에서도 미국 학생들은 대부분 끼리끼리 노는데, 서부출신은 서부출신끼리, 동부는 동부끼리, mid-west는 mid-west끼리, 흑인들은 흑인들끼리, 아시아계는 아시아계끼리, 유학생들은 유학생들 끼리 이런 식이다.

처음 몇달간 캐나다에 있는 동안 나의 선생님이자 친구이자 말동무는 TV 였다… ㅎㅎ 그런데 의외로 TV는 영어공부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 미취학 아동들이 티비보면서 한국말 배우는 거랑 같은 이치이다. listening에는 특히 좋은 선생님이다. 몇달의 은둔기가 지나고서 학교의 IVF를 찾아가서 캐나다 대학생들과도 교제를 시작했고 네비게이토 수련회에 따라가기도 했었다. 당시 알게되었던 한친구는 나중에 한국에 원어민교사로 오게 되었는데, 아직도 가끔 연락하고 지낸다. 어쨌든 그때 그 경험이 바탕이 되서 지금 미국에서 이렇게 살고 있으니 개인적으로는 소중한 경험이고 추억이다.

다시 영어공부 얘기로 돌아와볼까? 그럼 어떻게 native를 만나고 교제할 것인가? 솔직히 한국에만 있으면 길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정말 없으면 회화학원이라도 가야 할 것이다. 그나마 가장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전화영어인데 해본적은 없지만 효과는 좋다고 들었다. 단, 가격 부담이 크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길이 없는데 굳이 억지로 친구를 만들 필요까지 있을까 싶은 생각도 있다. 정말 꾸준히 관계를 맺지 않으면 speaking은 금방 녹슨다. 하물며 자기 출신 지역 사투리도 몇년만 지나면 어색해지는데 그건 당연한거다. 정말 의지가 대단한 분들은 필사적으로 영어 대화상대를 만드는 분들도 봤다. 그런분들이 존경스럽긴 하지만 내 스타일은 아니다. 영어는 관계를 맺는 수단인데, 영어를 위해서 관계를 맺는건 왠지 순서가 바뀐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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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부 또는 뭉뚱그려 공부에 대한 이야기…3 성취감

처음에 별생각 없이 영어공부라는 이야기를 토픽으로 잡고 연재를 시작했는데 생각해보니 참 용감했다. 페친들 중에 정말 한영어 하시는 분들이 수두룩한데다가 나는 아직 갈 길이 먼 사람이다. 그렇다고 그냥 공부 이야기를 하자니 그거야 말로 한공부한 페친들이 수두룩 하지 않은가? 너무 대단한 걸 기대하지 마시고, 나처럼 언어에 소질이 없는 사람도 이런 고민을 하고 노력을 했구나 하고 편하게 읽어주길 바란다.

성취감:

전국민에게 만연한 영어 스트레스를 한귀로 흘려듯고 살다가 어느 순간 옆을 보면 한 친구가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고 있다. 정말 요새는 어느 모임에 가도 영어 되는 사람 꼭 한 사람씩 있다. 우리들은 무너진 마음을 앉고 원대한 목표를 품어본다. ‘오늘부터 시작해서 입이 트이는 그날까지 가는 거야…’ 영어학원도 등록해보고 EBS 영어 교재도 사보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며칠이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 해진다. 우리는 정말 의지박약인 걸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의지가 약했다기 보다는 목표가 너무 컸다. 머리 속에 있는 걸 막히지 않고 영어로 표현하는 건 미국에서 몇년을 살아도 쉽지 않은 일이다. 생업을 가진 사회인으로 하루에 한시간이나 삼십분 이상 시간 내는 것도 쉽지 않은데, 불굴의 의지로 시간을 내어 봐도 영어 실력이 짧은 시간에 눈에 띄게 좋아지는 건 불가능하다. 목표를 세울 때는 단시간에 성취가능한 쉬운 목표부터 시작해야 한다. 요새 관심있어 하는 월드컵 소식을 영어로 찾아서 읽어본다던지 아니면 podcast로 들어 본다던지… 아니면 내가 평소에 즐겨 읽던 책을 영어로 읽어 본다던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본인이 의지만 있으면 공부할 수 있는 영어 자료가 정말로 널려 있다.

요새는 영화나 미드로 영어를 공부하는 게 대세인 듯 하다. 본인이 영화나 미드를 좋아하면 이것도 추천할 만한 방법이다. 단 주의할 점은 본인의 수준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막없이 보는데 도저히 못따라 가겠으면 그건 이미 수준을 넘어서는 거다. 이 수준이라는게 개인의 관심사나 토픽에 따라서 많이 달라진다. 미국에 오래 살다보면 영어는 안늘었는데 대화가 되거나 시트콤을 보고 웃게 되는데 이건 대화의 상황이나 문화적인 코드에 익숙해 져서 그렇다.

다른 예를 들어볼까? 유치원생과 우리들의 관심사는 다르다. 우리딸이 가끔 그림책 읽어달라고 조르는데 쓰여 있는 단어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어렵다. 다음에 나오는 단어를 맞춰보라. porridge, platypus, gosling, rip, dab, plunged, blustery, burrow, grub, quail, sneak, chaperone, joey, foal, walrus, minnow, swoosh, squelch, gobble, cottage, dig, reflection, cocoon, fin, crawl, bin, hive, den, cub, seal, mole, mule, rumble, sack, cot, tadpole, pit, crate, sip (주: 단어 목록은 뉴욕의사님의 블로그에서 퍼왔음…) 유치원생 그림책 빈출단어다. 미국에서 유치원을 나오지 않았는데 위의 단어 중에 대부분 맞췄으면 정말 대단한 거다. 뜻이 궁금하면 사전 직접 찾아보시길. 유치원생 영어 가르키려면 공부 열심히 해야한다…ㅎㅎ 그렇다고 유치원생 영어수준이 정말 대단한 걸까? 뭐 꼭 그렇지는 않다. 그냥 관심있는 주제가 다를 뿐이다. 오히려 단어 수준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어른들이 더 높다. 대신 유치원생들에게 university, law, bill, society 같은 단어를 물어보면 대답을 못할 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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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wikimedia)

본인의 관심사가 신앙서적이라면 영어로 신앙서적을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 같은 경우는 대학시절 신앙서적을 많이 읽었는데 나중에 헨리 나웬 책을 막히지 않고 재미있게 원서로 읽은 기억이 있다. 나는 그게 일반적인 경우라고 생각을 했는데, 신앙서적을 별로 접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어렵고 졸리기만 한 책이라고 하더라.

앞의 글에서 내가 절박함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절박함은 full-time student에게나 가능한 motivation이다. 학생은 공부가 job이기 때문에 공부를 잘할 강한 이유가 있지만 학교를 졸업하고서는 그렇지 않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헤쳐나가야 할 절박한 과제 들이 얼마나 많은데 영어공부는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당장 내일까지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고 아이가 아파서 열이 끓는데 맘편하게 공부만 하고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게 쌓이고 쌓이다보면 흐름이 끊기고 ‘내주제에 영어는 무슨…’ 이렇게 결론짓고 책장에 영어교재만 쌓이게 된다.

이러한 어려움을 이기고 영어공부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바로 성취감이다. 성취감은 우리에게 강한 동인이 되어준다. 내 마음 속에 작은 목표를 하나하나 설정해서 이뤄가는 기쁨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이때 중요한 건 앞에서도 말했지만 구체적이면서도 실천가능한 작은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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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 또는 뭉뚱그려 공부에 대한 이야기…2 절박함의 효용

Originally posted 06/14/2014 @ facebook

우리나라 분들 중에서도 non-native 이면서도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러다 보니 잘하는 사람일 수록 본인이 영어를 잘한다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Native 나 영어 선생님은 예외다. Native는 영어가 더 편한 친구들이고, 영어선생님은 영어로 밥먹고 사는 분인데 본인 입으로 영어 잘하는 건 아니다라고 할 수 없지 않는가? 미국분하고 결혼해서 사시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영어가 여전히 힘들다고 한다. 언어가 다른 사람들끼리 결혼한 경우는 마음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가 어렵기 때문에 보통의 부부보다 몇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영어가 정체되는 이유는 1편에서도 말했지만 절박함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생활 몇달하다 보면 처음에 멀게만 느껴졌던 의사소통도 시간이 지나면 눈치로 대충 통하게 되고 외국인하고 부딪칠 일을 줄이는 노하우 마저 생기게 된다. 그나마 10대~20대는 자기 몸만 챙기며 자기개발에 매진하며 살면 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가 있는 경우는 생각처럼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어쩔 수 없이 절박함을 이끌어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계속 처해 있었기 때문에 끊임 없이 노력 해야 했을 뿐이다. 그제도 회사에서 잠깐 boss하고 head to head를 했는데, 나보고 우리회사 텔레마케터와 담당 supervisor들 대상으로 마케팅 강의를 하라고 한다. 아직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건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망신 당하지 않으려면 준비 단단히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기에 머리속에 명확하게 정리가 되어 있지 않으면 영어 프리젠테이션 하는게 어렵다. 자연스럽게 회의 전에는 미리 agenda와 나의 입장을 영어로 몇번씩 머리속으로 정리한 후에야 참석하는 버릇이 생겼다.

절박함을 다른 말로 바꾸면 채찍이다. 중고등학교 때 돌이켜 보면 채찍을 들어서 어쩔 수 없이 공부를 할 수 밖에 만드는 것도 어찌보면 선생님의 공부시키는 노하우였다. 주기적으로 쪽지시험을 본다던지, 성적표를 교실 뒤에 붙인다던지. 인격적으로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지만 효과는 있다. 한국 사람들이 잘하는 영어공부 스타일이다. 커서도 토익이나 토플 준비용 영어를 하면 그 절박함에 그나마 공부를 하게 된다. 다른 동기부여가 없다면 이런 식으로 동기부여를 주는 것도 나쁘진 않다. 시험대비용 공부를 너무 박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reading이랑 listening 실력을 키우기에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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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부 또는 뭉뚱그려 공부에 대한 이야기…1 절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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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부 또는 뭉뚱그려 공부에 대한 이야기…3 성취감

영어공부 또는 뭉뚱그려 공부에 대한 이야기…4 대화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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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가지 언어 사용이 만드는 번역체 말투들 – 우리집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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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 또는 뭉뚱그려 공부에 대한 이야기 – 1. 절박함

Originally posted 06/13/2014

어찌하다 보니 이제 햇수로 미국에 사년째 살고 있다. 나는 한국에서 대학교육까지 마친 토종 된장남이다. 내입으로 이런 말하려니 손발이 오그러 들지만 미국회사에서 마케팅일을 하고 있고, 매일 미국 사람들과 회의/보고/프리젠테이션하고 살고 있다보니 내가 영어를 아주 못한다고는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언어라는 게 끝이 없는 거라서 native가 아닌 이상 매번 힘들고 부족함을느낄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오늘의 주제는 영어 공부 또는 뭉뚱그려 크게 공부 이야기다.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나때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문/이과를 선택했다. 그때 내가 이과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영어는 너무 싫었고 수학은 영어보다는 만만해 보였다. 어린 생각에 이과를 가면 영어 스트레스를 덜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내 상황을 생각해 보면 정말 웃음밖에 안나온다. 그때 나는 영어 공부를 할 아무런 동기 부여가 없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영어 공부 또는 뭉뚱그려 공부를 하는 데에 있어서 필수적인 것은 세가지가 있다. 절박함, 성취감, 그리고 몰입이다. 영어 공부는 하루이틀에 끝나는게 아닌데 꾸준함과 목적의식이 뚜렷하지 않으면 몇달 넘게 지속하기 힘들다. Native가 아님에도 영어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앞의 세가지 요소가 공통적으로 발견 된다. 구체적인 공부 방법은 워낙 시중에 많은 책들이 있기 때문에 쓰지 않겠다.

절박함: 공부는 원래 절박하지 않으면 잘 되지 않는다. 평소에 공부가 잘 안되다가 시험 직전이 되어야 글자가 눈에 들어오는 경험은 누구나 다해봤을 꺼다. 글은 마감일 직전이 제일 잘써지고 레포트는 due date 전날 새벽에야 쓸 수 있다. 영어 공부도 마찮가지다. 누구나 영어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그게 구체적인 위협이 아니고서야 힘든 공부를 굳이 하게 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착각하는게 미국에 오면 영어는 다 잘 하게 될 꺼라는 생각이다. 물론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은 한국에 있을 때보다 많지만 영어를 잘하게 되지는 않는다. 언어지능이 폭발하는 시기인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미취학 아동이 아닌 다음에야 그런식으로 언어가 배워지는 건 불가능하다.

영어권 생활 경험 없이 처음 미국오면 몇달은 정말 아무것도 안들리기 때문에 앞이 깜깜해진다. 한국에서 듣는 영어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천천히 또박또박 말해주는 영어지만, 미국사람들은 그렇게 안 말한다. 빨리 말하는데다가 문화적인 코드나 유머가 섟이기 때문에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보통은 처음에 기를 쓰고 배운다. 그것도 잠깐 몇달만 지나면 절박함이 사라진다. 정말 깡촌 아니고서야 한국말만해도 미국사는데 지장이 없다. 이민와서 30년을 미국에 살고, 유학와서 6년을 살아도 영어 안느는 사람은 정말 안는다. 반대로 절박함이 꾸준하면 motivation이 엄청나다. 내 경우를 생각해보면 학교 다니는 2년 동안 늘은 영어는 미국 회사에서 살아남고자 바둥거리면서 1년안에 늘은 거에 비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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