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지 사교육 특집, 그리고 횡설수설

이번주 이코노미스트지는 사교육을 특집으로 다뤘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는데, 흥미로운 기사가 꽤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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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말이 생각나지 않아 사교육이라고 했지만 특집 제목은 private education이다.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사교육/학원이 큰 범주의 private education에 포함되지 않을까 싶다. 기사에서 private education은 사립학교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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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님이 여러차례 포스팅 했지만, (아래 링크 참조) 전세계적으로 private education은 엄청난 붐을 맞고 있다. 한국에만 관심을 갖고 있으면 사교육은 한국만의 현상이라고 오해하기 싶지만, 눈을 돌려 중국/인도/베트남을 본다면 엄청난 사교육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인도/베트남 사람들의 교육비 지출은 20년 만에 3배로 증가 했고, 중국의 경우 상장된 교육 기업의 시총이 70조원에 다다른다. 미국도 70조 쯤 되니 비슷한 규모. (아래 차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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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님 관련 포스트 링크
세계의 교육열 시리즈 (12편의 시리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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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부를 기준으로 구분지어 보면 선진국의 private education 분야 성장은 크지 않으나 개도국의 성장이 엄청나다. 수많은 개도국의 부모들이 학원, 사립학교와 교육비에 돈을 문자그대로 쏟아붓는다. 나도 가끔 건너건너 아는 중국 사람들 이야기를 듣는데, 요즘 중국 중산층 학부모들은 정말 자녀 교육에 올인한다고. 대도시의 닭장 아파트에 살면서 생활비의 상당수를 외동에게 쏟아 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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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지는 4가지 이유를 들어 이 현상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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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는 늘어나는 소득 수준과 줄어드는 자녀 숫자. 중국이 대표적인 예일테다. One child policy로 한명씩 자녀를 가져왔던 중국은 이제 6명이 한명의 자녀에게 집중한다. (부모와 양가 조부모 포함 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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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는 산업구조의 변화이다. 공업화되면서, 저숙련 노동자의 수요가 줄어들고 일정 수준의 교육이 필요한 공장이나 나아가서 지식 집약 산업의 노동 인력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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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는 교육받은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선생의 공급이 늘어났다. 특히나 개도국의 경우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여성들은 비교적 저임금의 교사가 될 수 있는 큰 인력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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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는 새로운 지식 기반 산업의 등장이다. 이를 테면 인터넷/IT가 그러한데, 인도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예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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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처음으로 돌아가서 private education의 정의부터 생각해보자. 사교육으로 옮겨 적으면서 단어 선택이 애매하다고 한건, 나라마다 교육 시스템이 천차만별이고, private과 public의 기준을 분명하게 긋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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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한국인에게 공교육이란 건 어찌보면 기본권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교육을 나라가 책임지게 된건 사실 오래되지 않았다. 18세기에 프로이센이 이쪽으로 선구자다. 이전에는 유럽의 경우, 교회가 교육을 전담했고, 일부 상류층이 가정교사를 가지고 있었지. 유럽의 대학들은 왕정과 교황청 사이의 권력 싸움의 가운데서 균형을 잡으며 성장했고, 나중에 교황청이 권력을 잃자 국가에 흡수되었다. 유럽의 대학은 그래서 기본적으로 public 성향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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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유럽과 좀 다른데, 종교와 국가의 다툼이 없었던 미국은 국가와 시장 사이의 틈바구니에서 대학이 커왔다. 미국은 정말 소비자인 학생과 졸업생 중심으로 교육이 돌아간다. 스포츠면 스포츠. (이를테면 내가 살았던 North Carolina는 농구를 빼놓고 말할 수 없고, Georgia도 미식축구를 빼놓으면 말이 안된다.) 파티면 파티. 아니면 연구 중심으로 돌아가던가. MBA를 하면서도 느낀건 미국 학교들은 정말 학생들의 needs대로 돌아간다는 것. 졸업생/재학생 설문조사가 학교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여담이지만 그와중에 불쌍한건 테뉴어 없는 교수들과 조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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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다시 private education의 정의로 돌아와서 나라마다 private 정의가 힘든건 이를테면 어떤 나라들은 공립학교가 private sector의 지원을 받기도 하고, 어떤 나라는 public fund를 통해 private으로 운영하는 학교가 있기 때문이다. (아 그리고 학원은 정말 독특한 케이스이긴 하다. 여기선 그냥 학교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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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선진국(특히 유럽)은 공교육의 비중이 높고 사립의 비중이 낮은데, 예를 들자면 독일의 경우 사립 학교 학생의 비율이 5%, 하이티의 경우는 80%이다. 그치만 이것도 딱 잘라 말하기 힘든게, 이를테면 종교의 힘이 셌던 네덜란드는 사립의 비율이 30% 정도, 스웨덴은 10% 정도이다. 영국/미국은 예외인데, 흥미로운 사례로 최근에 charter school (영국은 academy라고 한다더라.)이 등장해서 인기(?)를 끌고 있다. Charter school이란건 공적인 자금으로 민간에서 운영하는 식의 학교이다. 전반적으로는 영미 교육 시스템에서는 시장의 힘이 강하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역사적으로도 영미쪽은 교황청과 왕정의 다툼이 없었고, 시장과 국가 사이에서 교육이 시작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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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것도 지역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좀 다를 텐데, 이를 테면 내가 사는 Georgia는 원체 기독교의 색체가 강하고, 인종차별의 역사가 긴지라, (교육의 질 문제를 떠나서도) 백인들은 기독교 계열의 사립에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일종의 시장과 종교의 협력모델.) 유치원도 상당수가 교회부설이고… 이것도 미국 서부나 동부로 가면 완전 다른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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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단순히 개인 경험을 기준으로 미국교육/한국교육/유럽교육 썰푸는 건 아주 용감한 행동이다. 나도 요즘은 한국 교육을 이야기하기 조심스러운데, 벌써 내가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지가 20~30년은 된 일이고 그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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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아까 말한 4가지 이유로 개도국의 private education은 급성장 중이다. 수요가 폭증하기에 엄청난 자금과 리소스가 투입되고 있다. 그게 좋은건지 나쁜 건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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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차원의 투자는 필연적으로 사용자의 니즈를 쫓게 마련이다. 부모의 바램은 아이들이 잘 교육을 받기를 원하는 걸테고, 궁극적으로는 남들보다 뛰어나기를 바라는 것일 것이다. 그것을 공적 기준으로 보자면, 그러니까, 정부는 이에 다소 불편한 입장이 될 수 밖에 없다. 정부 역시, 부모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잘 교육받기를 원하지만 동시에 social mobility와 불평등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두가지는 21세기 현대인이 직면한 큰 난제가 아닌가.) 명백하게 모순인 이 두 방향을 어떻게 풀어가는가가 언제나 문제이다.

‘선행학습을 금지한 독일은 지금!!(EBS, 캡쳐)’을 보고

Originally posted 03/16/2014

EBS 프로그램을 누군가가 해둔 캡쳐를 보고서 든 생각을 포스팅 한다. (링크: 선행학습을 금지한 독일은 지금!!)

작년 이맘때 3개월간 독일/스위스에 머무를 기회가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미국과 유럽의 차이를 체험할 수 있었다. 비즈니스를 전공한 입장에서 특히나 경제/기업문화를 관심있게 보았다. 거기서 가장 많이 느낀 차이는 독일 사회는 ‘연대’가 정말 중요한 사회적인 가치라는 것이다. 미국식의 가치인 ‘효율성’ 또는 ‘미국식 자본주의’는 천박하게 여겨지는 듯한 느낌까지 받았다. 두번의 세계대전이 가져온 참혹함에 대한 뿌리 깊은 반성과 사회주의의 가치가 그러한 국민적인 공감대를 가져온 듯 하다.

하지만 독일 방식이 우리에게 맞는 방법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BS 프로그램에서 독일의 교육을 따라야할 근거로 독일은 잘사는 나라라서 그렇다고 이야기 했으므로… 이부분부터 생각해보기로 하자.

현재 독일의 부의 근간에는 몇가지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EU의 통합 과정에서 동유럽의 저임금 노동자의 다수를 받아 드릴 수 밖에 없었고, 이는 기업입장에서는 저렴한 노동력이라는 큰 이점을 가져왔다. 또한 유로화로 인한 환율의 왜곡은 그들을 수출 강대국으로 만든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이다. 반면에 한국 사람들이 보기에는 너무나도 융통성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과 시스템, 침체되어 있는 청년들과 너무나 안정이 되어 있어서 어떻게 보면 노쇄한 것 같이 보이는 분위기가 한국에 맞는 것인가는 의문이다.

또한 교육을 말할 때 교육 제도 자체 만을 말하는 건 어불 성설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생각과 사상을 그대로 배울 뿐이고 어른들이 변하지 않고서는 제도를 아무리 바꾸어 봤자 얼마안가 다시 우리식으로 바뀔 뿐이다. 90년대 후반 미국의 SAT를 벤치마킹해서 만들었던 수능이 지금에 와서는 문제 유형만 바뀐 다른 형태의 학력고사로 바뀐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덧붙여 말하자면 SAT는 지식을 측정하는 시험이라기 보다는 사고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일종을 아이큐 테스트 같은 시험이다. 아마 내가 96년에 봤던 수능과 두번 수능을 치뤄 진통을 치뤘던 94년의 수능이 그에 가장 근접했던 수능이 아니었나 싶다.)

독일/스위스에 있을 때 현지에서 사시는 분들과 그들의 아이들과 교제할 기회가 있었다. 그 학부모들이 느끼는 건 학교에서 너무 쉽게 가르치고 공부하는게 아니라 놀다 오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본인의 아이들은 맨날 노는 것 같은데 성적은 최상위권인게 이상하다는 거였다. (아이들이 놀고 오는 건 아닐꺼다. 다른 형태의 교육을 받고 오는 거일 꺼다….) 만약 이러한 시스템을 우리나라로 그대로 들여오면 한국의 학부모들이 마냥 놀고 먹는 것 같은 자녀들을 그대로 둘까? 아마도 공교육에 대한 불신만 가지게 되고 당장 사교육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될 것이다. 어른들의 삶자체가 ‘연대’가 아닌 ‘경쟁력’과 ‘치열함’을 모토로 하는데 어찌 자식들이 가만히 놀고 있는걸 두고 보겠는가? 또 그렇게 두는 인격적인 부모님이 있다 한들 그 아이들이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적응하면서 살아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