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eat wave

산타크로체님이 프랑스의 긴 휴가에 대한 좋은 글을 올려주셨다.
프랑스의 긴 여름휴가와 우울증 그리고 그 밖의 사람들 (산타크로체 포스트)
산타님 포스트 만큼 영양가는 없지만, 프랑스 휴가하니까 생각나는 얘기들이 있어서 그냥 잡담.
미국 항공사 델타에 다니는 친구 얘긴데, 그친구가 프랑스의 국적기 ‘에어프랑스’와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더랬다. 프로젝트가 한참 바쁘게 돌아가던 즈음에 그쪽 회사 중요 담당자가 자기 다음주 부터 휴가라고 신나서 말하더랜다. 그냥 상식적으로 휴가라면 길어야 열흘 갔다 오는 건가보다 하고 흘려 들었는데, 갑자기 10주 짜리 휴가를 가버린 것. 담당자하고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두절. 다행히 그친구가 워낙 회사에서 초짜 시절에 벌어진 일이라 중요한 프로젝트가 아니어서 일정을 조정하면서 적당히 넘어갔지만, 프랑스 긴 휴가의 위력을 새삼 느낀 사건이었다고.
프랑스가 대표적으로 휴가가 긴 것으로 유명하지만, 다른 유럽도 대체로 휴가가 길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유럽인들은 직장생활을 하는 목적이 멋진 휴가를 가기 위해서 라고 생각 하더라.
친한 친구 중에 독일인이 있는데, 그 쪽 분들은 휴가 계획을 일년 전부터 세워두고 치밀하게 준비한다. 미리부터 치밀한 준비를 하는 모습이 전형적인 독일인이다. 어쨌든 그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유럽인은 일년에 한번 뿐인 휴가를 최대한 멋지게 누리기 위해 돈을 벌고 일을 하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여담이지만, 유럽인은 생겐조약으로 유럽을 자유롭게 여행하는 혜택을 누린다. 생겐조약의 경제적인 효익을 떠나서 유럽인들은 국경을 초월한 자유로운 이동을 정말 중요한 문제로 본다.
그에 비하면 미국사람의 휴가란 우울하기 짝이 없어서 (so pathetic ㅠㅠ) 길이가 짧은 건 둘째치고,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휴가중에도 업무를 놓지 못한다. 이메일 체크는 기본이고, 아예 노트북까지 싸들고 가서 업무를 하는 분도 있다. 성과중심의 업무 평가가 일상화 되어 일이 빵꾸라도 나면 순전히 그사람 책임. 성과가 안나거나 회사가 어려우면 바로 자르는게 상식이라, 내가 아는 어떤 분도 휴가에서 돌아와보니 책상이 치워져 있더라는 이야기를 하더라.
하지만, 유럽도 호시절은 이제 지난 듯 하다. 사실 프랑스의 긴휴가도 ‘에어 프랑스’ 같은 준 공기업 같은 회사나 가능한 일이고, 그것도 베이비부머가 주역이 되어 일하던 시절에나 통하는 이야기라고 한다. (예전 휴가지에서 만난 한 프랑스인과의 대화에 따르면 그렇다…) 산타님이 포스팅 한 내용처럼 이제 긴 휴가 혜택은 유럽인에게도 호사스런 일인 것 같다.
물론 여전히 유럽인과 미국인의 일에 대한 자세는 다르다. 예전에 이 주제로 유럽사람들과 이야기한 일이 있었는데, 한 프랑스인이 항변하기로는, 유럽의 근로 시간당 생산성은 오히려 미국을 능가한다고 했다. (숫자를 보여주면서…) 유럽인은 효율성 대신에 삶의 여유를 택했다나 뭐래나. 그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나도 유럽가서 살아야하나 싶기도 하다.
이번주 초에 있었던 오스트리아 선거 이후, 유럽의 우경화를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아 졌다. NYT에 그래프로 깔끔하게 요약해 준 기사가 있어 공유한다. (한눈에 들어오는 차트가 아름답지 않습니까. 맞아요, 저 그래프 성애자 입니다.)
이번주 간발의 차이로 선거에서 진 Austrian Freedom Party (image source: 해당기사)
많은 분들이 IS와 무슬림을 동일시 한다. 듣는 무슬림 기분 나쁘다. 무슬림은 시아가 있고 수니가 있으며, 그 안에서도 차이가 많다. IS는 그중에서도 왕따 같은 애들이다.
많은 분들이 에볼라때문에 아프리카 사람과 접촉하길 꺼려한다. 듣는 아프리카 사람들 기분나쁘다. 에볼라는 서아프리카에 퍼졌다. 서아프리카에서 남아프리카는 비행기로 7시간 거리다. 프랑스 파리까지는 6시간. 누구도 파리와 에볼라를 연결지어 생각하지 않는다.
많은 분들이 일부 기독교인의 비리를 듣고 기독교를 욕한다. 듣는 기독교인 기분 나쁘다. 성경을 배우는 것과 실천하며 사는 것이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안에도 다양한 사람이 있다.
외국인이 한국사람에게 김정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묻는다면 당황스럽다. 북한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사는 사람은 별로 없고, 우리를 북한과 연결지어 생각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
한국에서 왔다고 할 때, 도쿄에 가봤다고 하는 사람을 만나면 당황스럽다. 행여라도 일본과 한국을 같다고 여기는 게 아닐까 싶어 차이를 열심히 설명해 본다. 근데 의미 없다.
어떤 분이 유럽은 이렇다라고 말하면, 궁금하다. 어디 유럽을 말하는 것일까. 복지를 말할 때 북유럽/독일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가 관광을 말할 때는 프랑스/이탈리아를 말하는 것 같기도하다. 유럽을 통째로 말하는 건 한국/일본을 동일 선상에 놓고 말하는 것보다도 훨씬 무모하다.
사람들이 미국을 하나의 인격체처럼 말하면 당혹스럽다. 철저히 개인주의적이고 상호 경쟁 시스템이 작용하는 미국을 하나로 보기는 참 어렵다. 정부/군대/상원/하원/학계/기업/남부/동부/서부 등등… 모두 다른 생각과 목적을 가지고 따로 행동하는 entity들이다.
B형이라고 괴팍하고 한 성깔하는 시크한 남자라고 지레 짐작해버린다면, 기분 나쁘다. 내가 시크한건 맞지만 무지하게 부드럽고 상냥한 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