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경제학의 6가지 주요 이론: 1.정보 비대칭

이코노미스트지에서 현대 경제학의 여섯가지 주요 이론을 정리해 연재 중이다. 지난주는 ‘레몬 마켓과 정보 비대칭’에 대해서. 6주에 걸쳐 진행될 이 연재는 앞으로 하이먼 민스키 모델, 스톨퍼 사무엘슨 정리, 케인즈 승수, 내쉬 평형, 먼델 플레밍 모형을 다룰 예정이다.

사실 내용은 교과서에 나올법한 수준의 상식인 것 같지만… 경알못인 나에게는 무척이나 반가운 연재이다.

공부 차원에서 연재를 보면서 나도 같이 정리해보려고 한다. 누구하고 약속한 건 아니니까 귀찮으면 언제 그만둘지 모른다. 게다가 뒤로 갈수록 내가 이해 못할 소리가 많을 테니.

Information asymmetry – Secrets and agents (the economist, 7월 23일자)

어쨌든 오늘은 ‘정보경제학 information economics’ 이다. 정보경제학은 1960년대 후반 조지 애컬로프의 논문에서 출발했다. 당시 MIT에서 박사를 막 마친 애컬로프는 중고차 시장을 소재로 논문을 썼다. 그게 바로 그 유명한 ‘레몬 시장’ 논문이다.

중고차 시장에서 구매자는 판매자 만큼 차를 잘 알지 못한다. (겉은 멀쩡한데 사고 이력이 있다든지… 엔진이 자주 말썽을 일으킨다던지…) 애컬로프는 이런한 정보 비대칭 때문에 1) 멀쩡한 차는 중고차 시장에 매물로 나오지 않고 2) 가격은 저가품 기준으로 형성된다고 이야기한다.

왜?

좋은 차가 $1000의 가치를 갖고 있고 나쁜차가 $500의 가치를 갖고 있다고 하자. 그러면 멀쩡한 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무리 $1000에 차를 팔고 싶어도 믿고 사가는 사람이 없기에 차를 안판다. (1번에 대한 설명) 그리고 차를 사는 사람들은 $1000의 가치가 있는 중고차가 시장에 없다는 것을 간파하고 $500 이상 가격이 매겨진 차는 사려고 하지 않는다. 결국 시장가격은 평균값인 $750도 아닌 $500에 형성된다. (2번에 대한 설명) 이를 정보경제학에서는 역선택 adverse selection이라고 한다.

지금이야 이분이 노벨상 수상자에 석학으로 인정받지만 (요즘은 FRB 연준 의장 옐런 누님 남편으로 더 유명한 듯) 당시 애컬로프는 새파란 젊은이였다. 그의 ‘레몬 시장’ 논문은 주요 저널 3곳에서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퇴짜를 맞은 이유는?

그의 이론은 기존의 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여러 이슈들을 ‘너무’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다. 게다가 그의 논문은 ‘획기적인’ 발견이라고 하기에는 정직한 관찰의 결과일 따름이었다. 실제 2001년 노벨상 시상식에서 한 기자는 ‘레몬 시장’ 발견이 정말 노벨상을 받을 만큼 대단한 이야기입니까 하는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그러나 ‘정보비대칭’의 개념을 가지고 경제현상을 바라보면 ‘인센티브’ 관점의 경제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많은 현상들이 쉽게 이해가 된다.

예를 들어 신호 이론 signalling 을 보자. 이쪽 분야 선구자 중 하나인 스펜서는 구직시장에서 신호이론을 연구했다. ‘레몬 시장’의 예처럼 잡마켓에도 ‘정보비대칭’이 있다. 회사는 구직시장에서 지원자의 역량을 판단하기 어렵다. 정확하게 판별하려들면 그만큼 돈과 시간이 소모된다. 대신 회사는 학벌, 자격증 등의 간판을 토대로 지원자의 역량을 추정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역으로 구직자는 간판을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signal로 활용한다.

여담이지만, 경제학의 논리는 어떤이들에게는 거부감을 준다. 특히 경제학이 사람과 교육을 다룰 때 그러하다. 아무래도 경제학이 효율성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모든 것을 계량화해서 표현하려는 사상을 바탕에 깔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교육의 목적을 직업을 얻기위한 수단으로 보면, 이러한 관점이 딱히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대학을 직업학교로 보느냐 마느냐는 관점의 차이이다.) 신호이론의 관점으로 스펙 인플레를 본다면, 대학진학률이 높아지면서 회사들이 지원자들에게 대학 졸업장 이외의 스펙들을 요구하는 것이 합리적인 행동이다. (아니면 명문대 위주로 쿼터를 가져간다던지…) 스펙이 직무와 연관이 있느냐 없느냐를 떠나서 능력있는 지원자를 판단하는 signal이 되므로.

Signal 이론을 이용하면 기업재무도 일부 설명가능하다. 기업의 현금 배당을 예를 들자면 신호 이론 관점에서 시장은 현금배당을 꾸준히 하는 기업을 현금 흐름이 양호한 우량기업으로 판단한다. (예전에 학교에서 자사주 매입과 현금배당은 계산상으로는 동일한 효과를 가진다는 이야기를 배운적이 있는데, signal 관점에서는 현금배당이 자사주 매입보다는 조금 우월한 측면이 있지 않나 싶다.)

‘정보 경제학’은 역선택 adverse selection, 신호 이론 signalling 말고도 선별이론 screening을 다룬다.

선별 이론 screening의 예로는 비행기의 차등요금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항공사들은 돈이 많은 승객에게 좀더 비싼 요금을 받고 싶다. 그러나 역시 정보의 비대칭 때문에 항공사는 비싼 돈을 지불하여 더 좋은 서비스를 받고 싶은 고객을 구별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항공사들은 이코노미석의 서비스를 조금 불편한 수준으로 낮춘다. 그래서 부자들은 이코노미석의 불편함을 피해보려고 지갑을 연다.

마지막으로 ‘정보경제학’이 다루는 분야는 도덕적 해이 moral hazard와 대리인 문제 agent problem 이다. (둘은 약간 다른 이야기이지만, 이글에서는 그부분 설명은 생략한다.)

기업들은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는지 농땡이를 부리는지 알지 못한다. 아니면 거래할 때 상대가 싸구려 부품을 쓰고서 겉만 번지르르 한 물건을 제공하는지 알 수 없다. 이역시 정보의 비대칭 이슈이다.

정보 경제학이 이 문제를 푸는 방법은 ‘당근과 채찍’ 전략이다. 당근이 너무 달콤하고 채찍이 너무나도 쓰디 써서 속임수를 쓰고 싶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가장 간단하게는 기업의 이익을 직원과 공유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는 미용실에서 미용사들에게 적용된다. 또는 기업에서 직원들을 개인 사업자로 등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열심히 일한다고 항상 돈을 버는 것은 아니고, 어떤 일들은 일한 성과가 수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이에 정보경제학은 다른 선택지도 제시한다. 바로 스티글리츠가 말한 ‘효율임금 efficiency wage’ 이다. (스티글리츠는 애컬로프와 노벨상을 공동 수상했다.)

기존의 경제학의 시각으로는 인센티브와 수요 공급에 기반해서 시장 가격 임금을 지불하는게 합리적이다. (완전경쟁 시장을 기준으로 마진이 없는 한계비용 marginal cost를 지불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보 경제학은 ‘효율임금 efficiency wage’, 즉 시장가격 보다 높은 임금을 지불해서 직원이 농땡이 부리다가 회사에서 짤리기 싫게 끔 (채찍), 그리고 회사에 충성심을 올려서 알아서 잘 일하게 유도(당근)하여서 agent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해법으로 본다.

경제학 관련 연재 이전 포스트 : 현대 경제학의 6가지 주요이론

목차
정보 비대칭: 레몬시장 문제
–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민스키 모멘트
세계화와 보호 무역: 스톨퍼-사무엘슨 정리
끝나지 않는 논쟁 – 케인즈 승수
– 내쉬 균형
세마리 토끼 잡기 – 먼델 플레밍 모형

왜 비행기에서 신분 격차를 새삼 느낄까?

땅콩회항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하루 이틀 이야기하다가 말겠거니 했는데 해를 바꿔가면서 모두들 한소리씩한다. 굳이 내가 거기에 한마디를 보탤 이유는 없다. 그런데 유독 사람들이 비행기 1등석 이야기에서 분노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며칠전 한 기사를 읽다가 내 나름데로 실마리를 찾았다. 기사의 원문은 아래와 같다.

뉴스 페퍼민트: 왜 항공사는 당신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싶어하는가

Newyorker 원문: Why Airlines Want to Make You Suffer
BY TIM WU

이야기인 즉슨, 항공사들이 수익을 위해서 점점 더 이코노미석 승객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consumer report에 따르면 지금 미국 4대 항공사의 가장 넓은 이코노미석 좌석은 1990년대 가장 좁은 좌석보다 작다고 한다. (source: Think airline seats have gotten smaller? USA Today)

1등석/비즈니스석/이코노미석의 차별은 미시경제학으로 보면 개인별로 다른 consumer surplus를 최소화하는 가격을 책정해서 수익을 최대화하려는 가격정책의 일환이다. 싸게 티켓을 사고 싶은 사람들은 좁은 자리에 타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돈을 주고라도 서비스를 사고 싶은 사람은 더 비싼 요금을 감수한다는 논리이다.

수학적으로 계산 가능한 이야기이고, 1990년대에는 그렇게 비행기 티켓 가격을 책정했던것 같다. 그런데 요즘 기업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항공사들은 기본적인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그 불편을 피하고 싶으면 좀더 돈을 주고 좋은 서비스를 이용하라는 메세지를 주는 것이다.

미국 기업들은 pricing에서 다양한 통계 기법을 활용한다. 그리고 새로운 가격정책을 내 놓을 때는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를 한다. 내가 몸담고 있는 운송업계에서도 마케팅부서의 상당수가 pricing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몇년전 구직활동을 할 때, 이쪽 업계 분위기에 맞추어서 델타항공/FedEx에 면접을 준비하면서 프라이싱 관련된 토픽들을 몇개 준비했던 기억도 있다. 특히나 항공업계는 pricing 분야를 선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조금 다른 각도에서도 생각해보았다. 현대 사회에서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 능력은 신분의 차이를 의미한다. 신분제가 분명했던 예전과 같이 노골적인 차별은 거의 없어졌다. 대신 돈을 지불해서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특권이고 능력이다. 차별화된 호텔/운송수단(열차,비행기)/근사한 외식은 중산층의 사치이거나 특권층의 당연한 권리이다. 비싼 식당이나 호텔에 갔을 때 불만족을 느끼면 내가 이돈을 내고 이런 서비스를 받다니라면서 불쾌해진다. 서비스업의 본질이란게 어쩌면 사람들에게 이러한 환상을 파는 행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좌석의 class는 이러한 계급 차이를 노골적으로 압축해서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는 이 사건에서 직접적으로 모욕감을 느꼈던게 아닐까.

영화하는 사람들은 운송 수단에서 계급구조를 잘 간파하고 있는 듯 하다. 재작년에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이러한 계급의 차이를 주된 영화의 소재로 삼고 있고, ‘타이타닉’에서도 귀족과 평민들의 차이를 1등석과 3등석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이를 피부에 와닿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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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비즈니스석을 탄 적이 있다. 뉴욕에서 서울로 갈 때 였는데, 오버부킹되는 바람에 업그레이드 되었다. 나는 대접받는게 익숙치 않아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다섯살난 딸내미는 금새 적응해서 즐기더라. 비행중에 이코노미석에 타신 어르신과 마주쳤는데, 딸아이보고 귀엽다고 하시다가 비즈니스석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고서 부러운 눈길을 주며 말하셨다. 나는 이나이 먹도록 이코노미만 타고 살아왔는데, 저 어린게 어찌 비즈니스석을 탔을까 라면서…

뭐 어찌 되었든 비즈니스석도 아닌 일등석에 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나하고 별로 상관있게 느껴지진 않는다. 개인적으로 비즈니스석도 돈낭비라는 생각이 들고 별로 부러워 한적은 없지만, 좁아터진 미국 국내선에서 처자식 불편해 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돈 좀 더내고 편하게 가면 좋겠다는 생각은 가끔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