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코노미스트지 사교육 특집, 그리고 횡설수설

페친 김바비님이 이코노비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경제학은 재수없는 소리만 한다고. 동의한다. 그러니까 경제학자들은 좋은 꼴을 못보는 사람들이다. 실업률이 낮아지면 일자리의 질은 별로라고 딴지 걸고 (미국 얘기) 흑자 폭이 늘어나도 국가별로는 여전히 불균형이 심하다고 한소리 한다. (유럽 얘기)
지난 7월에 발행된 IMF External Sector Report에 따르면, 유럽의 경상수지 흑자 폭이 늘었다. (아래 도표 참조) 작년 기준 유럽 GDP의 3.6%이고, 총액으로 따지면 450조원으로 세계 경제에서 가장 큰 규모이다. 참고로 트럼프의 주적 중국의 흑자폭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전과 비교할 때) 나라별로 봐도 대부분 흑자로 돌아섰다. 독일의 흑자 폭은 GDP 대비 8.0%, 만년 적자 나라였던 스페인도 1.9%, 이태리도 2.8% 이다. 심지어 유럽의 환자 그리스도 적자가 1% 미만으로 줄었다.
그럼 좋은거 아닌가? 경제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한다. 왜 그런지 좀더 살펴보면 이렇다.
결국 경상수지는 거시의 눈으로 본다면, 투자와 저축의 차이일 뿐이다. 거시 경제에서 말하는 투자와 저축은 일상 용어와 의미가 다르다. 나는 개인적으로 투자/저축 보다 소득/소비라는 말로 바꾸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쨌든 GDP=소비+소득+수출-수입이라는 항등식이 핵심이다. (BoP, Balance of Payments)
Balance of Payments를 회계적으로 더 공부하려면 링크 참조 (참고로 158페이지)
어쨌든, 그러니까 경상수지가 흑자라는 건 경제가 잘나가는 거하고 어떤 면에서 1도 연관이 없다. 그림을 그려봐도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하고 경제성장률은 상관 관계가 없다. 중요한건 왜 흑자가 나는가이다. 오히려 경상수지 흑자는 국가 경제의 지출이 소득보다 작아서 해외에 저축하는 (바꿔 말하면 경제 규모에 비해 내수가 위축되어 있는) 상태로 보는게 더 정확하다.
나도 이 개념을 잡는데 꽤나 시간이 걸렸다. 수출을 많이 한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적자가 있다고 나쁜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경상수지 적자/흑자에 별 관심이 없다. 중요한건 수출을 통해, 무역의 규모가 늘어나고, 거기에 따라서 국가 경쟁력 (바꿔 말하면 생산성)이 향상 되는가이다. 수입을 줄여서 흑자폭이 는다면 오히려 경제가 폭망한다는 증거이다.
대표적인 예가 그리스이다. 금융위기 이후 그리스는 8년 동안 힘겨운 긴축을 실행했다. 소비를 줄이고, 투자를 줄였다. 그리고 결과로 수입이 2007년 대비 25% 감소한다. 유로 지역과 같이 단일 화폐를 사용한다면 그 과정이 더욱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다. 변동 환율제에서는 수출입의 불균형이 환율로 해소되지만 (관련한 예전 포스팅, 먼델 플레밍 모델) 단일 화폐 지역 안에서는 환율 조정 대신 임금 인하, 소비 위축, 실업률 증가가 나타난다.
IMF 보고서는 여전히 과도한 독일의 흑자도 문제로 지적한다. 독일 경제가 인플레에 좀더 융통성을 가지고, 국내 수요를 확장했다면 그 과정이 좀 덜 고통스러웠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요즘 미국을 보면 정반대로 움직인다. 트럼프 정부는 내수 진작 정책을 쓰고 있다. 법인세 대폭 인하, 대규모 인프라 투자계획 (이건 말만 무성하고 한건 없지만…)은 (거시 경제 용어로) 저축보다 투자를 한다는 의미이다. 자본수지는 흑자를 기록하게 되어 있고 (자본수지 흑자는 경상수지 적자를 의미한다.), 강달러를 유인하고 수입을 늘이는 방향이다. 거기다가 금리는 차근차근 올라가고 있고.
그러니까 거시 경제의 렌즈로 보면 트럼프의 무역전쟁은 뭔가 앞뒤가 안맞는다. 그래서 요새 나오는 분석이 무역전쟁은 경제논리가 아니다라는 얘기다. 뭐 그건 처음부터 그랬다. 하지만 그때는 많은 분들이 협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트럼프가 숨긴 패라고 해석했지.
아 그리고 한국. 한국 경제는 내가 입털만한 내공이 없어서 그냥 넘어간다. IMF 보고서는 한국 정부에게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주문한다. 서비스업과 사회안전망 강화로 국내 수요를 창출하라고 한다. 뭐 내가 보기엔 지나치게 원론적인 얘기고 한국 정서상 가능하지 않아보인다. 내수 진작하고 서비스업 키우는게 그렇게 쉬웠으면 벌써 했지 싶기도 하고.
보고서 세부 내용은 아래 링크 참조.
2018 External Sector Report: Tackling Global Imbalances amid Rising Trade Tensions (IMF, 2018년 7월)
관련한 이코노미스트지 기사는 아래 링크 참조.
What a rising current-account surplus means for the euro area (the Economist, 8월 23일자)
캐버노 대법관 지명자 (1965-)
중국 개고기 시장 붐에 대한 이코노미스트지 기사. 작년기사 이지만 흥미로워서 스크랩.
Why China’s dog-meat market has expanded (the Economist, 2017년 7월 17일자)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개고기는 전통적으로 중국인의 먹거리는 아니었다고. 서양처럼 딱히 터부시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즐겨먹지도 않는. 일부 조선족들 사이에서 먹긴하지만 널리 퍼지진 않았고, 여름 보양식으로 좋다고 알려진 정도.
그치만 최근 중국에서는 개고기 시장이 커지고 심지어 광시성 한 도시에서는 개고기 축제까지 열리는데, 기사는 원인으로는 개장수를 지목한다. 시골집 돌아다니면서 개를 훔쳐다가 파는 그런 개장수 말이다. 기사제목으로는 갱단이라고 하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그정도는 아닐 것 같다.
중국의 경우 개고기 시장이 작지만 수요는 있는데, 안정적인 공급이 없어 이게 꽤나 돈이 되나보다. (사실 범죄이기도 하고.) 기사에서는 개장수로 돈을 모아 장가자금 마련한 사례도 나온다. 요즘 중국에서 남자는 왠만큼 장가자금 모으지 않고서야 결혼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이런 루트도 있구나.
구체적으로는 허난/산동 지방 개장수가 주요인이라고 한다. 그 지역에 개장수들이 출몰하면서 개고기 공급이 늘어나고, 가격이 싸지고 공급이 늘어나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하지만 이것도 지역차가 있는데 개를 주로 집지키는 용도로 쓰는 시골에서는 개고기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애완용으로 쓰는 도시에서는 거부감이 크다고 한다.
이번주 이코노미스트지 카툰. 영어표현 ‘shoot oneself in the foot’을 한국어로 옮기면 자기 발등찍기 쯤 될 것 같다. 한국 카툰이라면 총 대신 도끼가 등장했을까?
Paul Volcker (192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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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mass shooting fatalities by year
미국 총기난사 사망자 연도별 통계.
원소스 마더존스, 이코노미스트 재인용.
Paul Grice (1913 – 1988)
Antonin Scalia (1936 – 2016)
피터 나바로. 트럼프 정부 유일한 경제학자이다. 트럼프는 이번에 국가무역위원회National Trade Council을 신설했고 신임의장으로 피터 나바로를 지명했다.
Peter Navarro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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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이코노미스트지는 피터 나바로를 가장 권력이 센 (정확히는 권력이 세어질…) 경제학자로 평했다.
The Economist | Peter Navarro: Free-trader turned game-changer
경제학자라고는 하지만 학문적인 업적이 있는 분은 아니기에 나바로를 이해하려면 그의 책을 보는게 가장 빠를 듯하다. 이분은 연구파 교수라기 보다는 대중적인 저술활동에 집중한 인물이다. 또 정치에도 관심이 많았다. 세차례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모두 낙마했다.
나바로의 책을 아직 읽어보진 못했으나, 목차만 읽고서도 놀랐다. 학자가 쓴 책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목차들이다.
마침 예전에 오석태님께서 목차를 올려두신 적이 있기에 공유한다. (아래 페북 링크 참조)
내가 관심있던 부분은 나바로가 중상주의자 인가하는 부분이다. 책의 목차만으로 보았을 때, 그는 다행히도 (경제학 박사니까 어쩌면 당연하게도) 중상주의자는 아닌 것 같다. 경상수지적자가 손해라는 언급은 없고 본인도 중상주의와 선을 긋는다.
집고 넘어가자. 왜 경상수지 적자가 손해가 아닌가?
거시경제의 관점에서 국가 경제는 기업이나 개인의 재정과는 다르다. 그러니까 돈을 벌어서 재정을 건전하게 만드는게 최선인 개개인과 다르게 국가 경제는 생산과 효용을 최대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중상주의 시대에야 돈을 벌면 금이라도 쌓아두었지 (그 이후에는 금태환), 지금은 물건을 열심히 팔아서 달러를 벌어봐야 미국 국채를 사는 이상의 의미가 없다. (그 달러가 미국 회사 구입 자금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중국인들이 M&A와 부동산 시장의 큰손이 된지는 벌써 오래 됐다.)
좀더 풀어서 수식으로 설명하면, 해외에 물건을 판다는 것은 경상수지 흑자를 의미하고 경상수지는 자본수지와 함께 국제수지 balance of payment의 한 요소이다. 재화(와 서비스)를 사고 파는 것과 자본이 오고 가는 것을 합쳐서 국제수지가 되는데, 궁극적으로 국제수지는 0이 될 수 밖에 없다. (즉, 경상수지 + 자본수지 = 0) 물건을 많이 팔았다는 의미는 그 받은 돈으로 상대국가 자산에 투자를 한다는 의미이다. 반대로 경상수지 적자는 (거시 경제의 안경을 쓰고 보면) 상대 국가의 자본을 빌려온다는 의미이다.
자본이 유입되고 동시에 물건도 파는 상황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환율의 변동 때문에 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일부 언론들이 몇몇 경상수지 흑자를 보는 나라들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목하는 것이다. 90년대에 일본이 그랬고 지금은 중국이 그렇다. (미국 시각으로는 한국도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나바로의 이야기는 (책의 목차만 보고 판단하건데) 중상주의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농담이지만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면 대안 중상주의자 alt. mercantilist 라고 해야하나??)
그는 중상주의를 추구한다기 보다는 대신에 무역 전쟁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를테면 중국이 다양한 방법으로 (환율 조작과 보조금, 그리고 열악한 근로 환경 등) 무역의 불균형을 가져왔고, 미국은 보복관세 retaliatory duties를 매겨야 한다고 말한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트럼프 정부가 말하는 중국제품 45% 보복 관세와 나바로가 추산한 41% 중국 제품 비교 우위는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나바로의 주장대로라면 이 비교 우위는 앞에서 말한 불공정 거래 조건에서 발생한다.)
월요일 트럼프가 TPP를 무효화하는 memorandum에 서명을 했다. 중국에 관세를 매기고 미국에 공장을 지어서 일자리를 회복 시킨다는 정책의 첫걸음이다.
마침 어제 뉴욕타임스에 Jared Bernstein이 그에 반대하는 기고문을 실었다. 참고로 번스타인은 오바마 정권에서 부통령 경제자문을 맡았던 사람이고, 보호무역과 일자리 회복에 친화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트럼프 정부의 조치는 보기에는 그럴듯 할지 모르지만 경제적인 효과는 글쎄요… 란다. 첫째 이유로는 무역이 쌍방간에 이뤄지는 것이라는 점이다. 관세는 미국의 수입을 줄이는 데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수출은 어찌 할 것인가. 중국은 가만히 있겠는가. 그들 또한 미국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경제학적으로 보았을 때, 경상수지 적자는 (거시경제 용어로) 투자와 저축, 재화와 서비스의 수요, 그리고 개별 기업의 경쟁력 (또는 생산성)의 차이로 발생한다. 그러나 이 모든 요소를 다 보아도 결국에는 환율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TPP 무효화나 관세보다도 결국에는 환율 조작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 결국 번스타인은 자본수지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 즉 이자율이나, 법인세, (다소 리스키하지만) 자본 통제가 없이는 TPP 무효화가 경상수지 적자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세월이란게 참 묘하다. 돌이켜보면 1980년대 미국은 twin deficit으로 고통받았다. 이에 90년대 초 빌클린턴 정부 때 미국 언론들은 일본을 비난했다. 그때도 환율 조작 이슈가 컸다. 앞에서 인용한 번스타인도 환율 조작 이슈를 많이 이야기 했던 사람으로 알고 있다. 나바로도 90년대에 무명의 젊은 학자였다.
그랬던 그는 지금 트럼프 정부 경제 브레인이 되었다. 참고로 90년 논쟁 당시 폴 크루그먼이나 앤 크루거 같은 경제학자들은 이 쌍둥이 적자가 일본의 책임이 아니고 경상수지 적자와 자본수지 흑자가 같이 나타난 현상이라고 논쟁했었다.
시대가 바뀌어서 이제 미국의 주적은 일본이 아닌 중국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