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와 대영 제국에의 향수

18-19세기 영국 경제와 면화 산업을 공부하면서 문득 보리스 존슨의 말이 생각 났다. 보리스 존슨은 영국 현 외무장관 그리고 브렉시트를 주도했던 바로 그 양반이다.

연설의 일부를 발췌한다. 연설문 제목은 Beyond Breixt: a Global Britain 이다.

whether we like it or not we are not some bit part or spear carrier on the world stage. We are a protagonist—a global Britain running a truly global foreign policy – Boris Johnson (2016년 12월 2일 연설 중)

브렉시트는 고립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어떤 면에서는 영국 자유무역 전통에 기대고 있다. 이러한 모순이 어떻게 가능한가 싶지만, 정말 그렇다.

캘리코법 폐지와 곡물법 폐지를 기점으로 영국은 세계에 자유 무역의 가치를 전파했다. 그러니까 브렉시트 정신(?)의 일부는 과거 위대한 영국에의 향수에 기대고 있는데, 그 위대한 영국이 바로 자유무역의 수호자 였던 것이다.

갑갑하고 권위적인 EU와 유럽의 전통에서 벗어나서 세계에서 (주로는 과거 영연방 국가들과 함께) 영국의 가치를 펼치겠다는 이야기는 테레사 메이의 외교정책에서도 일관되게 드러나는 테마이다. 그리고 발췌한 연설에서 보리스 존슨은 영국이 세계 무대의 조연이 아니라 주연인 것이 숙명 같은 거라고 했다.

메이와 보리스 존슨은 영국의 위대한 역사와 전통, 과거 대영 제국의 일부였던 나라들에 흩어진 문화적 공통점, 특히 영어의 강력함. 그런 것들이 위대한 영국을 가능하게 해줄 거라고 주장한다.

글쎄다. 18-19세기에는 그 말이 맞았을 런지 모르겠다. 그때 역사를 보면 확실히 영국은 세계 무대의 주인공이었다. 다만 지금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링크: 보리스 존슨 연설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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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과 테레사 메이 (사진 출처: the Independant)

현대 경제학의 6가지 주요 이론: 3.세계화와 보호무역 – 스톨퍼 사무엘슨 정리

나를 포함한 경알못들이 경제학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분야가 어디일까. 여러 분야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무역이 아닐까 한다. 경제학자들은 무역에서는 적자(!)도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보호무역에 있어서도 경제학자들은 대체로 한목소리를 낸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무역이 국가 경제를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하고 부를 창출한다는 데에 이견이 없다. (참고로 무역 적자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상수지/자본수지를 알아야 하는데 이는 글의 주제를 넘어서기에 생략한다.)

경알못의 직관으로는 (또는 트럼프와 샌더스가 주장하기로는) 미국이 중국산 싸구려 물건을 수입하면서 미국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경제가 망가진다는 이야기가 설득력있게 들린다. 그런데, 경제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펄쩍 뛰니 이건 또 어찌 된 일인가.

오늘의 주제는 바로 보호무역의 이론적 배경이 되는 스톨퍼 사무엘슨 정리Stolper-Samuelson theorem이다. 스톨퍼 사무엘슨 정리를 거칠게 요약하자면, 자유무역을 하면 개발도상국의 저가품 공세 때문에 선진국의 노동자들이 타격을 받는다는 이론이다. 물론 이 이론은 한계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글의 말미에 언급하도록 하겠다.

Tariffs and wages – An inconvenient iota of truth (the Economist, 8월 6일자)

스톨퍼 사무엘슨 정리를 이야기하기 전에, 1) 리카도 Daivd Ricardo 의 비교우위론 comparative advantage과 2) 헥셔-올린 모델 Heckscher-Ohlin model을 이야기 하자. 본론으로 바로 가고 싶지만, 어차피 공부하기로 한것 순서대로 제대로 공부해야 하지 않겠나. 그래도 수식은 쓰지 않을 예정이고, a) 희소자원의 값이 비싸다. b) 생산의 3요소가 토지 land, 노동 labor, 자본 capital 이다 라는 기본 경제학 지식만 알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우선 리카도의 비교 우위론부터.

리카도는 무역을 하는 것이 모든 국가에게 이익이라는것을 1817년에 비교우위론으로 증명했다. 그의 비교우위론에 따르면 물건을 더 잘만드는 경우에도 수입하는게 모든 물건을 직접 생산하는 것보다는 이득이다. 비유를 들어보자. 동네에 한 변호사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이 변호사는 변호사 일도 잘하지만, 워드도 동네에서 제일 잘한다. 이 변호사에게 비서가 하나 있는데, 비서가 20분 걸릴 워드작업을 그는 10분 안에 끝낼 수 있다. 그럼 변호사가 워드도 하고 변호사 일도 하는게 이득일까, 아니면 워드는 비서에게 맡기고 그 시간에 변호에 집중하는 게 이득일까.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변호사는 변호사일에 집중하고 워드작업은 다른나라에서 ‘수입’하는게 이득이라고 말한다.

David Ricardo (1772-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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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이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데에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생산에는 토지, 노동, 자본의 3요소가 있는데, 리카도는 이중에서 노동 만을 생각했다. 게다가 그의 이론은 노동의 공급이 무한정이라고 가정했고, 무역은 노동의 숙련도 차이 때문에 생긴다고 보았다.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1930년대에 Eli Heckscher 와 Bertil Ohlin는 생산의 3요소를 고려한 무역 모델을 만든다.

Eli Heckscher (1879-1952)

 

Bertil Ohlin (1899-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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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셔-올린 모델에 따르면, 미국 같이 상대적으로 자본 capital이 풍부한 나라는 자본 집약적인 산업에 집중을 하고, 중국 같이 노동력 labor이 풍부한 나라는 노동 집약적인 산업에 집중을 한다. 결과적으로 미국에 상대적으로 부족한 노동력을 무역을 통해서 중국 노동자들이 보충하게 되는 것이다.

OK. 무역이 국가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알겠다. 그런데, 과연 노동자들에게도 그러한가. 앞에서도 말했지만, 경제학의 기본 원리중 하나는 ‘희소 자원은 비싸다.’ 이다. 그런데, 중국 노동자들이 미국 노동자들의 일을 대신하면 미국에 노동 labor 자원 공급이 풍부해진다. 그럼 당연히 미국 노동자들의 임금이 낮아지지 않을까.

여기서 다시 경제학자들을 3가지 이유로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반박한다. 우선 가장 간단한 설명은 국가의 소득의 총량이 증가하면,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몫도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가정이다. 물론 이는 여전히 논쟁이 많은 이야기이지만, 어쨌든 여기서는 그렇다고 치고 넘어가자. 두번째는 물가다. 경제학자들도 무역을 통해서 노동자의 명목상nominal 임금이 떨어진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수입품이 들어오면서 물가가 낮아지고, 상대적으로 적은 명목 nominal 임금으로 많은 물건을 살수 있게 되니 (구매력 증가) 노동자가 손해보는 일은 없다고 이야기 한다.

마지막으로 경제학자들은 노동 labor의 특성 때문에 노동자는 손해보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Gottfried Haberler는 1936년 논문을 하나 발표하는데 그에 따르면, 노동력은 다른 자원과 달리 유연하기 때문에 경제 환경이 달라지면 적응을 한다. 단기적으로야 충격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말이다. (예를 들자면 미싱공장에서 일하던분들이 결국 반도체 공장에서 일자리를 찾는다든지…)

그런데, 1930년대 말 하버드에서 경제학 박사 과정을 밟던 Stolper는 Haberler의 설명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스톨퍼 Stolper가 생각하기에 Haberler의 설명은 헥셔-올린 모델과 모순이 되었다. 헥셔-올린 모델은 ‘자유 무역’에서 각 나라 마다 풍부한 요소를 가진 물건을 생산하는데에 특화 된다고 말하는데, Haberler는 생산의 3요소 중에서 특별히 노동은 유연하기에 (versatile)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의문점을 3년 후배 사무엘슨 Samuelson과 공유를 한다. 이에 둘은 연구를 시작하고 1941년 Stolper-Samuelson theorem을 발표한다. (여담이지만, 사무엘슨은 밀턴 프리드먼 이전까지 미국 경제학계를 이끌었던 학자이다. 역시 후배를 잘 만나야 인생이 피고, 이름도 남는다.)

Wolfgang Stolper (1912-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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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나라가 시계 (노동집약산업)와 밀(토지가 중요한 산업)을 생산한다고 하자. 또 이 나라는 생산의 3요소 중에서 토지와 자본이 풍부하고 노동이 부족한 나라라고 하자. 이 나라는 원래 시계 산업 보호를 위해서 시계에 10%의 관세를 부가하고 있다. 그런데, 무역압력 때문에 이제 10%의 관세를 철폐한다고 하자.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나 같은 평범한 경알못이 생각하기에도 관세가 없으면 수입품이 10% 만큼 싸질 것이고, 이에 국내 시계 가격도 10% 떨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면 시계 공장은 수지를 맞추기 위해 근로자를 해고하고 공장을 팔테니, 임금은 그 10% 만큼 하락하고, 렌트도 그 10% 만큼 하락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시계 산업은 임금도 싸지고 렌트도 싸졌으니, 손익 측면에서는 차이가 없다는 결론이 난다.

나보다 조금더 똑똑한 경알못은 거기에 더 보태서 시계 산업이 노동집약 산업이라는 전제조건을 기억해 낼 것이다. 그러면 임금은 10% 보다 더 떨어지고, 렌트는 10% 보다는 덜 떨어지지 않을까 예측 할 수 있다.

둘다 틀렸다. 왜냐하면, 이 나라에는 시계 산업만 있는게 아니고 밀 농장이 있기 때문이다. 시계에 관세를 없앤다고 해서 밀의 가격이 변하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밀 농장은 렌트도 떨어지고 임금도 떨어진 시장환경의 변화때문에 이익을 보게 되고, 사업을 확장하게 된다. 그러면 밀농장의 확장 때문에 다시 임금도 올라가고 렌트비도 올라간다. 그런데 밀농장은 노동력보다 땅이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임금의 상승보다 렌트의 상승이 더 크다. 따져보면 결과적으로 시계 산업의 관세를 10% 낮춘 것이 렌트비는 약간 오르게 하고, 임금은 10% 이상 더 떨어지게 만든다. (이 설명이 맘에 들지 않는 사람들은 다음 링크를 참조하길. 수식과 함께 더 자세한 설명이 있다. Protection and Real Wages: The Stolper-Samuelson Theorem – Rachel McCulloch April 2005)

그래서 Stolper-Samuelson theorem의 결론은 뭔가. 관세를 없애면 자본이 풍부한 선진국의 경우에는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낮아지고, 개발도상국은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다.

Stolper-Samuelson theorem은 당시에도 논란이 되었다. 그리고 당연히 논문도 거절당했다. 당시 American Economic Review 가 거절한 사유는 다음과 같다. “a very narrow study in formal theory” 다시 말하자면, 지극히 한정된 상황에서만 성립하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이라는 이야기다.

훗날 이 이론의 공저자인 사무엘슨도 스톨퍼 사무엘슨 정리가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인정한다. 사무엘슨의 말을 옮긴다. “이론적으로는 이것이 가능할지 모르나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무역이 가져다주는 이익이 손해보다 더 크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인 고려를 하자면 말이다. Although admitting this as a slight theoretical possibility, most economists are still inclined to think that its grain of truth is outweighed by other, more realistic considerations”

Paul Samuelson (1915-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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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공저자인 스톨퍼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역시 ‘현실적인 고려’의 측면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사무엘슨과 같이 제도권 안의 경제학자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스톨퍼 사무엘슨 정리를 완성하는 후속 이론을 세우려고 연구를 계속 했다. 그러나 그의 소망은 그가 죽은 지금까지도 이뤄지지 않았다.

+ 덧1: 경제 이론을 소개 차원에서 정리하다 보니 쉬운 설명을 위해 생략하고 간략하게 언급만 하고 넘어간 이야기가 많습니다. 경알못의 부족한 설명을 훌륭한 페친들께서 보충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덧2: 며칠전 마침 김두얼 교수님께서도 립진스키 정리 Rybczynski theorem에 대한 글을 페북에 올려주셨습니다. (링크 ) 1955년 발표된 립진스키 정리와 1941년 발표된 스톨퍼 사무엘슨 정리는 둘다 헥셔-올린 모델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스톨퍼 사무엘슨 정리가 생산의 3요소의 공급량과 구성비가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가격의 변화를 분석하였기 때문에 소득분배에 집중하는 이론인 반면에, 립진스키 정리는 가격이 일정하다는 가정하에서 생산 3요소의 공급량 변화에 비치는 영향을 분석했기 때문에 산업 성장에 더 집중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 덧3: 앞으로는 케인즈 승수, 내쉬 평형, 먼델 플레밍 모형을 정리할 예정입니다. 갈수록 경알못의 수준을 넘어선다는 느낌이 들지만, 공부 차원에서 시작했으니 할 수 있을 만큼 해볼 생각입니다.

경제학 관련 연재 이전 포스트 : 현대 경제학의 6가지 주요이론

목차
정보 비대칭: 레몬시장 문제
–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민스키 모멘트
세계화와 보호 무역: 스톨퍼-사무엘슨 정리
끝나지 않는 논쟁 – 케인즈 승수
– 내쉬 균형
세마리 토끼 잡기 – 먼델 플레밍 모형

브렉시트 연재: 3. 브렉시트와 불평등의 문제 – 경제 관점에서 본 브렉시트

오늘 포스트에서는 브렉시트를 통해 불평등 이슈를 생각해보려한다. 말하자면, 대중은 왜 엘리트 정치인(또는 기성정치인)을 불신하고 트럼프나 보리스 같은 사람들을 지지하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나는 지금까지 브렉시트에 대한 생각정리를 하면서 주로 EU의 꿈 vs. 대영제국의 꿈이라는 관점에서 포스팅을 해왔다.

나는 브렉시트를 Eurosceptic의 성과라는 관점에서 읽는다. 그러나 Eurosceptic이 (경제적으로는) 불평등 이슈와 (사회적으로는) 반이민정서에 기대고 있다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게다가 지역적인 EU 이슈와 달리 불평등 이슈는 전세계가 다같이 겪는 문제이기에 우리에게는 오히려 가깝게 다가온다.

생각을 이어가기 위해, 어제 읽은 기사 중에서 하나를 인용 한다.

기사는 작년 9월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실험에 주목한다. 이 실험은 최근 행동경제학쪽에서 주목받고 있는 레이먼드 피스먼 교수가 주도했다. (자세한 내용은 논문 참조: 링크) 실험은 dictator game을 살짝 바꾼 형태이다. (Dictator game에 대해서는 링크 참조: 한글 블로그, 영문 위키피디아)

Dictator game은 경제활동이 개개인의 논리적인 이윤추구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피스먼 교수의 실험은 이를 조금 바꾸어서, 경제활동을 할 때 사람들이 효율성과 공평함 둘중에 어떤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바꾸어 말하면, 사람들이 파이를 키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효율성의 관점) 아니면 파이가 작아지더라도 공평하게 나누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경제적 평등의 관점) 에 대한 질문이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실제 돈을 주어주고서 (정확하게는 현금등가물) 나누면 나눌 수록 전체 금액이 줄어드는 상황을 제시한다. 그리고 전혀 나누지 않더라도 모두에게 일정부분의 돈은 돌아가게 되어 있다.

결과가 흥미롭다. average American의 경우는 절반 정도가 효율성보다는 공평함을 선택했다. 그러나 예일대 법대 생의 경우는 80% 정도가 효율성을 더 중요시 여겼다. 그리고 UC버클리 학부생은 그 중간 정도이다.

피스먼 교수의 결론은 이렇다.

“엘리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일 수록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시스템이 그 사람에게 호의적일 수록 배분의 문제에 덜 걱정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 ‘자유무역’ 이야기를 해보자. 최근 미국 정치권은 큰정부 vs. 작은 정부에 대한 논쟁 보다는 ‘자유무역’ 논쟁이 더 치열하다. 심지어 데이비드 브룩스는 자유무역 찬반을 기준으로 향후 정치권이 재편될 것을 예상할 정도이다. 대표적으로 트럼프와 샌더스는 경제 공약으로 ‘보호무역’을 들고 나왔다.

여론조사를 봐도 ‘보호무역’ 선호가 뚜렷하다. 최근 Brooking Institution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52%의 미국인이 무역은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답변을 했다.

캡처

영국의 경우를 보면 브렉시트파는 엘리트가 말하는 무역이익, 즉 EU와의 무역으로 생기는 이익은 믿지 못하겠으며, 그보다는 EU 분담금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유무역’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관점은 분명하다. 경제학에서 ‘자유무역’이 상호간에 이익이라는 것은 기본 지식에 속하며 이론적으로도 탄탄한 토대를 가지고 있다. 효율성을 기본 원리로 두고 있는 경제학에서 이것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TPP를 예로 들어보자. 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의 보고서에 따르면, TPP는 2030년까지 미국의 소득을 $131B을 늘일 것이라고 한다. 미국 GDP의 0.5%이다. 경제에서 0.5%는 엄청난 숫자다. 협정하나로 가져올 수 있는 이득으로 보자면 말이다. 그리고 53,700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덧붙인다. (물론 그만큼의 일자리가 더 생길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니까 순증가량으로 보면 일자리가 오히려 늘어난다.)

매해 6천만명의 사람들이 이직을 하는 미국에서 5만명은 정말 작은 숫자다. 그러나 그 5만명에게는 생계가 달린 일이다. 그리고 TPP가 진행되면 그들과 그 가족/친척들은 가장 강력한 트럼프 지지자가 될 것이다.

그래서 어쩌란 말인가. 소수의 사람을 위해서 경제발전을 포기하란 말인가. 현실적으로 정책결정자 누구도 그러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게다가 포기의 결정이 옳다고 말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브렉시트와 트럼프 현상을 진지하게 보다보면, 과연 그러한 견고한 모델이 옳은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이제 글을 마무리 지어보자. 내가 이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앞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생각을 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나에 대해 잘 이해하기 위함이다.

공학/경영학의 세례를 받은 나는 효율성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이 익숙하다. 물론 내가 엘리트라고 느낀 적은 없지만, 최소한 시스템에 어느정도 적응을 하며 살아왔다. 돌이켜 보건데 내가 지금까지 시스템에 우호적인 생각만을 하면서 살고 있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 덧: 미국을 기준으로 많은 예를 들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브렉시트와 ‘자유무역’을 동일 선상에 놓는 것에는 논리적인 비약이 있다. 오히려 영국은 항상 자유무역을 옹호해왔다.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일부 (특히 지식인 층에서) 영국인들은 영국이 EU의 테두리를 벗어나서 비EU 국가와 더 많이 교류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브렉시트를 선택한 대다수의 저소득 영국인들은 영국과 EU와의 무역으로 얻는 이득을 믿지않았다. 나는 브렉시트가 영국을 더 적극적인 ‘자유무역’ 국가로 만들 것이라는 전망에는 회의적이다.

브렉시트 관련글 모음

1편: European Union과 United of States of America
2편: 브렉시트와 EU의 정체성 – Eurosceptic의 관점에서 본 브렉시트
3편: 브렉시트와 불평등의 문제 – 경제 관점에서 본 브렉시트
4편: 브렉시트와 반이민 정서, 그리고 코스모폴리탄 – 사회 관점에서 본 브렉시트

미국의 정체성과 도널드 트럼프

이민자의 나라 미국

몇주 전 있었던 사내 교육 시간. Ice break를 하게 되었다. 자기 소개와 함께 독특한 경험담을 하나 곁들이는 것. 대부분 가벼운 이야기를 한다. 성패트릭 데이에 술집에서 쫒겨난 이야기라던지, 어릴 때 집에서 곰을 키워봤다던지 등등. 그런데 남미 지역 PR을 담당하는 한 매니져가 일어나서 본인은 술집에서 죽은 고양이를 걸어둔 것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다들 무슨 재미있는 뒷 이야기가 있겠거니 웃었는데, 그 친구는 그것이 갱단의 소행이었다고 하면서 자신은 콜롬비아 난민 출신이라고 말했다. 분위기가 잠시 심각해졌다가 다음 사람 순서로 넘어갔다.

이 친구와 몇번 점심을 할 기회가 있었다. 외국 출신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쉽게 친해졌다. 콜롬비아는 마약 카르텔이 국가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나라이고, 다른 남미 국가와 달리 사회주의가 아닌 우파 독재자가 통치하는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옆자리에 앉은 동료직원은 이탈리아계 이민 3세 이다. 그 친구와 가끔 음식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주로 한국 음식 이야기를 그 친구는 주로 이탈리아 음식 이야기를 한다. 그 친구는 지금은 이탈리아어를 거의 못하지만 어렸을 적에는 할머니와 이탈리아어로 대화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 온지 5년 정도 되었다. 그동안 나는 미국 사람들 눈에는 한국 이민자 비슷한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다.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여기 있는 동안은 한국 출신 이민 1세대 비슷한 처지다. 아이는 한국말에 능숙하고 밥과 김치를 좋아하지만 초등학교에서 미국 역사를 배운다. 벤자민 프랭클린과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이야기를 아이에게서 들으면 생경한 느낌이 든다.

다양한 문화 배경과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과 매일 만나고 그속에서 함께 살면서 이 나라의 독특한 정체성을 생각하게 된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heritage가 뚜렷하게 남아 있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데, 이를테면 미국 이민자 중에 대다수를 차지하는 독일계와 England 계 이민자들은 문화적인 정체성이 강하지 않다. 직장 동료 중에 독일계가 한명이 있다. 대화 소재로 독일 이야기를 꺼내봤으나 잘 알지도 못하고 별 관심이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독일계 미국인 이민자들은 1,2차 세계 대전의 기억 때문에 의도적으로 독일인의 정체성을 지운 역사가 있다고 한다. (관련 기사: The silent minority,economist, 2015년 2월 7일자)

트럼프 지지자들은 누구일까?

그런데 미국에서도 조금 다른 그룹이 있다. 조상을 물어보면 German, Irish, English라고 대답하는 사람들과 달리 American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오늘의 주제인 도날드 트럼프의 지지자들이다. 내가 매일 만나는 미국인들은 대다수 대학교육을 받은(bachelor or master degree), 관리/사무직 직장인 (managerial career) 들이고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나는 트럼프 지지자를 만나본 일이 없다. 나는 도대체 트럼프 지지자 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아래는 뉴욕타임즈에서 조사한 트럼프 지지 지역과 인구 센서스 데이터와의 상관관계이다. (The Geography of Trumpism, NYT, 3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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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저학력의 백인이고, 자신의 정체성을 American이라고 보고 있으며, 트레일러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고, 농업/건축인부/공장 근로자 같은 전통적인 업종에 종사하는 블루칼라이고, 미국 출생이면서 복음주의 보수 기독교인이 대다수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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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적으로 보면 남부 복음주의 보수 기독교인이 몰려 있는 Bible belt 지역과 산업기반이 약한 upstate New York, 그리고 과거 미국의 공장이었으나 쇠락한 미시건 일대의 rust belt 지역이다. (출처: Donald Trump’s Strongest Supporters: A Certain Kind of Democrat, NYT, 2015년 12월 31일자)

트럼프 지지자들의 현지 목소리는 링크한 뉴욕타임즈 기사에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한글 번역이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This Is Trump Country (NYT, 3월 4일자) 한글 번역: 트럼프 지지자를 찾아서 (뉴스 페퍼민트)

트럼프가 막말 제조기에 지나지 않을까?

트럼프를 떠올리면 보통은 그의 인종차별적이고 무례한 언사가 떠오른다. 그런데 나는 종종 그것이 언론이 만들어낸 일종의 이미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트럼프 본인도 자신의 이미지를 노이즈 마케팅으로 활용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에 대해서 말할 때, “he is crazy but…”이라고 말을 꺼낸다. 그 말인 즉슨 트럼프가 싸가지는 없지만 일리가 있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며칠전 우연히 라디오에서 나오는 그의 연설을 듣게 되었다. 그가 하는 이야기는 의외로 인종차별 주의적인 발언말고도 진지한 이야기가 많다. 이를 테면 트럼프는 군수사업이나 제약 산업과 결탁한 정치인들이 미국을 말아먹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이라크에 수조원을 쓰고  아무것도 건진 것이 없고, 실질적인 의료 독과점으로 미국인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또 자주 말하는 것은 자유무역에 대한 이야기이다. NAFTA나 TPP 같은 자유무역 정책이 미국 제조업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실직자를 양산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심각한 미국의 무역 적자를 말한다. 자신의 회사 경영 경력을 인용하면서 이렇게 적자 보는 회사를 운영하면 경영자가 쫓겨 나야 한다고 한다.  (관련 자료: Millions of ordinary Americans support Donald Trump. Here’s why, the guardian, 3월 7일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하나만 집고 넘어가보자. 경상수지 적자가 회사의 적자와 같은 개념인가? 트럼프가 이야기 하는 무역의 개념은 중상주의에 가깝다. 경제학에서는 200년 전에 내려놓은 접근법이다. 하지만 일반인이 상식 수준에서 이해하기 쉬운 관점이다. 수출을 많이 해서 돈을 벌면 나라가 부강해지고, 싸게 물건을 들여오는 외국은 도둑이라고 본다. 실제 트럼프는 대미 무역에서 엄청난 흑자를 보는 중국을 역사상 가장 큰 도둑이라고 표현했다. (출처: On Trade, Donald Trump Breaks With 200 Years of Economic Orthodoxy, NYT, 3월 10일자)

경상수지 적자가 국가 경제를 망하게 한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맞는 이야기 처럼 들린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내가 거시 경제학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이 그 부분을 강조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관련해서 궁금한 분들은 다음 두 글을 보시면 도움이 될 듯. 한글로 되어있다. 거시를 공부한 사람들은 상식적인 이야기, 경제학에 익숙치 않으면 조금 기술적인 이야기이다.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 불황형 흑자가 문제가 아니라…)

자유무역 이슈는 정치적으로는 이견이 갈린다. 다만 경제학의 관점에서 무역은 상호간에 이익을 주는 행위라고 보며, 보호 무역에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트럼프의 정치적인 이해는 정확히 그 반대에 위치하고 있다. 그의 지지층 중 상당수가 전통 산업에 종사했으나 지금은 일자리를 잃고 쇠락해버린 사람들이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트럼프와 샌더스

잠깐 민주당 이야기도 해보자. 민주당 경선 이야기는 공화당처럼 흥미진진하지는 않아서 한국에 그다지 보도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지난주에 있었던 민주당 미시건 경선은 의외였고, 시사점을 남겼다. 여론조사에서 20포인트 정도 우세를 보이던 힐러리를 샌더스가 누른 것이다. Rust belt에 위치하는 미시간에 클린턴이 통과시킨 NAFTA에 대한 피해의식 남아 있다고 보는 분석이 많다. 그리고 샌더스는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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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 민주당 여론조사. 출처: huffpost pollster)

최근 샌더스와 트럼프에서 공통점을 찾는 분석 기사들이 보인다. 몇몇은 샌더스와 트럼프가 자유무역에 반대한다는 것에 주목했다. (관련 기사: What Trump and Sanders Get Wrong About Free Trade, NYT, 3월 16일) 샌더스 지지자 들에게는 트럼프가 엮이는 것이 불쾌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둘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무역 뿐 아니라, 의료개혁, 외교 방향 (고립주의) 등에서 생각보다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물론 샌더스을 지지하는 사람들 모두가 rust belt 지역 사람은 아니다. 젊은 지지층이 있고, 그들은 샌더스의 한결같음, 대학/의료 개혁에 대한 지지, 월가에 대한 비판의식에 공감했다. 그러나 샌더스 인기에 일정 지분을 차지하는 중서부 백인 남성의 지지는 이러한 역학관계를 고려하지 않고서 이해하기 힘들다.

맺으며

이야기가 길었다. 올해 미국 대선은 힐러리 vs. 트럼프의 구도로 정리 되는 분위기 이다. 올해는 트럼프 이야기를 듣기 싫어도 계속 들어야하는 상황이 되었기에, 이 시점에서 나름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물론 전문성은 떨어지는 이야기이고, 그저 신문 기사들 요약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