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는 또는 읽을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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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hedral – Raymond Carver
카버 소설은 군더더기 없으면서 크게 여운을 남긴다. 단편이라 짬짬히 읽기도 좋음.

The Better Angel of Our Nature – Steven Pinker
20세기는 폭력의 역사였다는게 나의 통념이었는데, 그의 책은 그런 주장을 완전히 반박한다. 실증적인 자료들이 맘에 든다.

Essays – Ralph Waldo Emerson
미국에 살면서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잘살게 되었나 항상 궁금했다. 한 국가가 부강하게 되려면 그 나라가 말하는 가치가 보편타당한 설득력을 가질만큼 폭이 넓어야 한다는게 나의 생각. 에머슨은 ‘individualism’이라는 말이 생기기 전부터 미국적인 가치의 토대를 세운 사람이다. 근데 문제는 19세기 영어가 도대체 익숙치 않아 책이 진도가 안나간다는 거. 던져뒀다가 나중에 다시 도전해봐야 할 듯.

Zen and the Art of Motorcycle Maintenance – Robert M. Pirsig
아들과 모터사이클 횡단 여행을 하면서 나눈 이야기들을 엮은 철학/종교/사상/과학에 대한 이야기. 저자가 풀어 놓는 이야기들이 워낙 마음을 휘져어 놓는 바람에 감당을 못하고 잠시 쉬고 있는 중.

On Chesil Beach – Ian McEwan
쫀쫀하게 스토리를 짜는 장인 같은 소설가. 등장인물의 배경을 일일이 다 풀어 놓고, 장면 하나하나 생각의 단초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써내려가는데,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이다가 마지막에 몰아친다. 그러다보니 소설이 고풍스러운 느낌이 드는데, 문제는 스토리가 차곡차곡 쌓이는 그 부분을 넘어가려면 꽤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

Mindless Eating – Brian Wansink
미국와서 살이 너무 찌는 바람에 사게 된 책. 우리는 왜 생각 없이 먹는가. 식품업계는 어떻게 우리를 무의식 중에 더 먹게 만드는가를 다양한 실험을 통해 보여준다. 근데 이 브라이언 아저씨가 너무 썰을 푸는 걸 좋아해서 책에 온전히 집중하기 힘들다. 썰이 재미있긴 한데 non-native 입장에서 유머 코드가 따라가기 힘들 때가 좀 있다.

The Black Swan – Nassim Nicholas Taleb
Ian 아저씨의 디테일한 묘사랑 Brian 아저씨의 썰 풀기에 지쳐 있다가 며칠전에 집어든 책인데, Nassim 아저씨의 명료한 논리전개가 오히려 편하다. 게다가 그가 하는 이야기도 내가 평소 어렴풋이 생각하던거랑 일치해서 참 신나더라. 아무래두 이런 책이 나한테는 더 술술 읽히는 듯.

온라인에서 나를 얼마나 드러내는 것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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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깅을 하다가 가끔 드는 고민이 있다. 나를 어디까지 드러내야 하고, 어디까지 감추는 것이 좋을까. 내가 유명한 블로거이거나 감추어야 할 은밀한 사생활이 있어서는 아니다. 내 글의 독자들이래야 친구/가족들이 대부분일 테다. 하지만 블로그는 오픈된 공간이다. 이곳도 검색유입이 꽤 있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 나를 드러내는 것은 쉽지 않는 문제이다.

그런데 과연 모르는 사람이라서 자신을 드러내는게 어려운 것일까. 블로깅을 하면서 간혹 선뜻한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내가 블로그를 하는 것을 아는 지인과 만날 때이다. 친구나 가족들이라 할지라도 항상 속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아니고, 어느 정도는 내면을 조금 감추고 사는게 사람이다. 블로깅을 통해 일방적으로 나를 드러내는 것은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 일이다.

나는 독자들을 잘 모르는데, 독자들은 나의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주된 관심사라든지, 정치적인 지향점이라든지, 좋아하는 책이라든지, 최근에 본 영화라든지, 딸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하는 것들을 말이다.

교류 없이 지내던 옛친구를 블로그를 통해서 만나고, 오프라인 모임까지 연결되는 장면을 상상해 보았다. 소개팅에 나가는 장면이 그려진다. 나는 상대에 대해 아무 정보가 없다. 외모도 배경도 모른채 그저 커피점에서 상대방이 언제 오려나 궁금해하면서 커피를 마신다. 근대 상대는 이미 나에 대한 뒷조사가 끝난거다. 창밖에서 나를 지켜보면서 언제 들어갈지 뜸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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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런 생각은 오버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대부분 남의 일에 관심이 없다. 예를 들어 사촌 동생 결혼식장에서 갔는데 오랜만에 집안 어르신을 만났다고 하자. 어르신은 관심있는 척, 나에 대해 몇가지를 물어본다. 나는 성의껏 대답을 하지만, 어르신은 그 내용을 금새 잊는다. 거기다가 만약 내가 진짜 요즘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이야기 – 이를테면, 딸과 대화하면서 세상은 그래도 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던지, 회사에서 하루 종일 치이다가 집에 와서 레츠비를 마셨는데 평소에는 드럽게 맛없던게 그날따라 맛있었다던지 – 그런 이야기를 한다면 좀 이상하다고 여길 것이다.

어르신은 내가 어떤 직장을 다니며, 무슨 학교를 갔으며, 자녀가 몇살인가 하는 등등의 호구조사 정도로 충분하다. (아직 장가를 못갔거나 자식이 없다면 한바탕 훈계가 따라오겠지…) 사실은 호구조사를 하는 자체가 어르신에게는 관심의 표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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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블로그가 유행할 때만 해도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을 교환한다는 느낌이 있었다. 블로그의 글들은 좀더 호흡이 길다. 또 블로그에는 한개의 글만 올라오는 것이 아니다. 여러개의 글들은 글쓴이의 다양한 면모를 드러낸다. 독자는 포스팅한 글들을 읽으며 생각을 한다. 그들은 필자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물론 블로그 역시 완전한 소통의 공간은 아니며 어느 정도는 일방적일 수 밖에 없기는 하다.

몇년새 뜨거워진 소셜 미디어는 완전히 다른 세계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의 독자는 참을성이 없다. 손가락으로 주욱 스크롤을 하다가 맘에드는 문장 / 사진 / 그림이 있으면 Like를 눌러주면 그만이다. 결혼식장에서 만난 어르신이 나의 호구조사에만 관심이 있다면, 소셜 미디어에서는 누군가가 올린 짧은 문장과 사진 속의 찰나가 나와 코드가 맞는가만이 중요할 뿐이다.

정도의 차이겠지만, 블로그의 독자라고 해서 무슨 이야기를 하든 들어줄 준비가 된 사람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글이라면 당연히 최소한의 포장은 필요하다. 이건 아마 글을 읽는 사람을 향한 배려 같은 것일 테다. 사람들은 누구나 바쁜 데, 최소한의 배려도 없으면 그것은 소통을 하겠다는 자세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나도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 몇가지 신경 쓰는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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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내가 형식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무래도 글 자체의 내용과 내가 글을 쓰는 목적이다. 나는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블로깅을 한다. 블로그에서 일상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회 이슈에 대해 말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경제 이야기, 또 정치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나라는 사람이 관심사가 자주 바뀌고 중구난방이라 오만가지 잡다구리를 이야기 한다. 그래도 그것은 본질적으로 나에 대한 이야기이다. 내가 매일매일 사회의 일원으로, 경제 생활을 영위하며, 정치에 영향을 받으며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글들이 있는데, 나를 빼놓고 글을 쓴다면 쓰레기 더미를 재생산하는 것밖에 아니지 않나.

나를 드러내고 글을 쓰면 누군가와 척을 지게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속에 있는 생각은 통제할 수 없는 몬스터 같아서 밖으로 나오면 누군가에게 상처 줄 수 있다. 생각이 말이되고 말이 글이 되면서 여러번의 자기 검열을 거치지만, 보편타당한 두리 뭉실한 이야기만 쓰는게 아니라면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나를 드러내고 쓰는 글에는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세상을 보는 방식, 가치판단이 갈리는 의견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거기서 끝난다면 다행인 일이겠지만, 쓰여진 글이 독자의 눈에서 머리로 머리에서 가슴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게 된다. 글을 읽는 사람이 나와 똑같은 문화에서, 똑같은 주제를 공부하고, 똑같은 직업을 가지고, 똑같은 경제적인 형편에 있다면, 오해나 상처가 적어질런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런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나하고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글을 써서 의사소통을 할 이유가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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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 중에 누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외로울 때 책을 본다고… 이해가 간다. 책을 읽다가 책의 저자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고민을 했다는 것을 알게되면 반갑다.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만난 것 같다. 시대가 다르고, 나라가 다르고, 환경이 다른데 나랑 통하는 구석이 있는 친구이다. 어렴풋이 내가 생각했던 것이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서 정리되어 나오면 그게 그렇게 기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는 사람들은 외로운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껴보기를 권하는 것이다. 생각을 강요할 수 없지만, 책을 공유할 수는 있다. 내가 공감했던 책에 같은 감정을 가진다면 그 사람은 나에게 더 가까이 온 것 같다.

어찌보면 글을 쓰는 사람들은 책을 추천하는 사람보다 더 외로운 사람들이다. 다른 사람의 입을 빌리는 것도 모자라서 직접 쓴 글을 내민다. ‘방망이 깍던 노인’을 쓴 윤오영이었던 것 같다. 그는 한 수필집에서 이렇게 말했다. 맘이 통하는 친구와 대화할 수 있다면 글을 쓸 필요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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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글을 쓰다보면 유리병에 편지를 적어서 망망대해에 떠내려 보내는 느낌이 든다. 오늘도 유리병 편지를 하나 적어 띄어 보낸다. 이번 편지는 너무 길어서 누가 읽을런지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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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들면서 잠이 더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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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flickr)

우리 아버지는 금새 잠이 드시는 편이다. 베게에 머리만 대면 바로 잠이드시고, 티비 보시다가도 어느새 코를 고신다. 어머니는 신기하신지 가끔 놀리시곤 했다.

나는 아버지를 닮았다고 생각한 적이 별로 없었는데, 나이가 드니 알게 모르게 닮아가는 내모습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며칠전에 딸램 책읽어주다가 바로 기절해버렸다. 마눌님은 어찌 사람의 탈을 쓰고서 그렇게 빨리 잠이 들 수 있냐며 놀라더라. 책읽는 소리가 들리고서 바로 연달아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는 딸의 증언과 함께…

나이가 들었다고 잠이 없어지는 기적은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