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고등학교 총기 난사 이후

미국 살면서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이슈가 두개가 있는데, 하나는 총기 이슈고 다른 하나는 이민 이슈다. 둘다 나의 정체성과 연결이 되어 그렇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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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살면서 두딸을 키우는 외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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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난사가 본격적인 사회 문제로 대두 된건 2012년 샌디훅 초등학교 때이다. 초등학생이 희생되자 여론이 움직였고, 변화가 일어날 것 같이 보였다. 그러나 실상은 4달후에 총기 구매자 신원조회 강화법이 상원에 올라갔다가 기각 된게 전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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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ime magazine, 샌디훅 총격 당시 대피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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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컬럼바인, 버지니아 공대 사건이 있었지만, 사회 문제로 대두된건 샌디훅을 기점으로 보는게 적절해보인다. 규제의 움직임이 있고서 이후에 총을 구하지 못할 걸 우려한 사람들이 총을 구매했다. 이제는 그게 패턴이다. 총기 난사 사건이 있을 때마다 총기 구매가 급증하고 총기 회사들의 주식이 오른다. 총은 미국 전역에 풀렸고, 모방심리와 더불어 총기난사는 사회 현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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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훅 이후 총기 규제는 거꾸로 느슨해지기만 했고, 국회는 여론에 등떠밀려 몇차례 법안을 상정했지만 통과된 것은 1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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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건 기대를 접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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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희망적인 뉴스가 요즘 들린다. 정확히 말하면 가슴아픈 뉴스이다. 총기 문제를 학교에서 실제로 경험한 소위 ‘mass-shooting generation’ 이라고 한다. 어린 학생들이 이제 유권자가 되었는데, (일부는 여전히 학생이지만,) 이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건의 생존자들이 서로 위로하고 모인다고 한다. 소셜미디어에 능숙한 이들은 효과적으로 해당 지역구 의원들을 공략하고 백악관 앞에서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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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플로리다 고등학교 총기난사에서 생존한 고등학생들이 BS 연설을 하기도 했는데, 자세한건 페친님의 링크를 참조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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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나 이민자 이슈는 둘다 딱히 답은 없는 이야기인데, 그래도 이번에는 총기 이슈에 조금 희망을 걸어본다. 즉각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여전히 안들지만. (그치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중요한 변화는 서서히 그리고 잊을 만할 때쯤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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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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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플로리다 총기사건 이후 AR 15 규제가 많이 이야기 된다. (이상징후가 있었던) 청소년이 AR 15을 손쉽게 구매했고 이것이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AR 15은 쉽게 말하면 자동격발 기능만 제거된 M16아니면 K2 소총이라고 보면된다. (그리고 그 자동 격발 기능은 범프 스탁이란 장치로 합법적으로 개조가 가능하다.) AR 15는 서류 몇장만 작성하면 당일 구매가 가능하다. 오히려 권총이 쿨다운이 적용되서 몇일이 걸리고 더 사기 어렵다. 그러니까 플로리다 학생이 울먹이며 말한 것 처럼 미국에서는 청소년이 술담배 사는 것 보다 AR 15 사는게 더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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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에 총기 이슈를 정리할 때 반자동 소총에 대한 부분을 쓴 적도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아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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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격률 이론으로 본 미국 수정헌법 2조

재미나게 읽은 이번주 이코노미스트 기사 하나를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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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미국 수정헌법 2조를 언어철학자 폴 그라이스의 cooperative principle 협동의 원리를 들어 풀어준다. 수정헌법 2조는 총기를 소지할 권리를 보장하는 조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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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Grice (1913 –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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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폴 그라이스의 pragmatics 화용론 부터. 기사에서 인용한 폴 그라이스 이론은 협동의 원리 중에서 conversational maxims 대화격률이다. 용어가 여럿 등장해서 어렵게 들리지만, 상식적인 이야기라서 나 같은 언어학 비전공자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격률은 나는 법칙 쯤으로 이해했다. 그러니까 대화할 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법칙 같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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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격률 중에서 maxim of relation 관련성 격률이 있다. 이건 대화가 문맥상 관련이 있는 이야기로 이어진다는 법칙이다. 그런데 그라이스 이론에 따르면 대화 참가자는 (누가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모두 문맥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경우는 일부로 이 법칙을 깨면서 다른 의미를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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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테면 이런거다. 남편이 외출을 하고 돌아오는데, 부인이 묻는다. “어디 갔다 왔어?” 남편 왈, “ 나 바람핀 거 아니야.” 그럼 이건 아내가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관련성 격률에 따르면 어디갔다 왔냐는 질문에 관련있는 답을 해야하는데, 남편이 이 법칙을 깼기 때문에 답변은 전혀 다른 의미를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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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maxim of quantity 양의 격률이란게 있다. 이건 대화하는 사람들끼리 필요한 정보를 더도 덜도 말고 딱 그만큼만 공유한다는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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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예를 들어보자. 마눌님이 남편이 책읽는 모습을 보고서 묻는다. “뭐 읽고 있어?” 남편 왈, “책.” 이러면 남편은 양의 격률을 깬 거다. 마눌님이 이미 책을 보고 있는 걸 알고서 물었는데, 그냥 책이라고 말했으니 말이다. 양의 격률을 따른다면, 책의 제목이나 주제를 말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남편은 양의 격률을 깨면서 “방해하지 마.” 같은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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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제 수정헌법 2조로 돌아오자. 수정헌법 2조는 의외로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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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well regulated Militia, being necessary to the security of a free State, the right of the people to keep and bear Arms, shall not be infringed 잘 규율된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State)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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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헌법은 1791년에 제정 되었다. 1791년 이라하면 지금같이 돌격소총이나 권총은 없을 때이다. 화승총, 그러니까 심지에다 불붙여서 총쏘던 그런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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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무기를 휴대할 권리가 명시된 구절이 미 연방정부에 저항할 주정부의 권리와 민병대를 조직할 권리를 전제하면서 언급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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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지적하면서 총기 규제론자들은 총기를 가질 권리는 민병대를 조직하는 일에만 한정된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 논리에 따르면 현대에 와서 미국인은 총기를 소지 할 권리가 없다. 왜냐하면 지금은 18세기 의미의 민병대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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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덧붙이자면 당시 민병대는 정부가 소집하면서 무기를 지급하는게 아니고 자기가 평소에 가지고 있던 무기를 들고 나와서 모인다. 한국 기준으로 예를 들자면 민방위 소집할 때 무기를 나눠 주는 게 아니고, 집집마다 자기 총을 가지고 있다가 동원령이 선포되면 그 총을 가지고 나오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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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폴 그라이스의 대화격률로 가보자. 대화격률을 따르면 문장에서 무의미한 정보는 없다. 민병대를 말하는 구절과 총기소지의 권리를 말하는 구절은 모두 개별적으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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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DC v Heller case에서 대법원관 Antonin Scalia 역시 대화격률과 같은 논리를 사용한다. DC v Heller 건은 수정헌법 2조가 사냥이나 호신용으로 총기를 소지할 권한을 보장하는 가에 대한 소송이었다. Scalia는 두 구절이 연관이 있다고 보았다. (maxim of relation) 그는 판결문에서 개인의 총기 소지는 free state의 보안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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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onin Scalia (1936 –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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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시피 수정 헌법 2조는 호신용 총기 소지를 허용한다고 따로 명시하지 않는다. 만약 법안 제정자가 호신용 총기 소지를 의도했다면, 그를 추가로 명시하는 행위는 양의 격률도 위배한다. (굳이 명시할 필요가 없음에도 명기 했기 때문에.) 반대로 법안에서 이를 언급하지 않는 것은 필요한 정보를 누락해서 격률을 위배한다. 그러니까 양의 격률을 따르면 수정헌법 2조는 호신용 총기의 소지를 금하는 의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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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DC v Heller 건 영문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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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언어학으로 보면 수정헌법 2조가 꼭 총기소유를 옹호하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도 않는가 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Jeffrey Kaplan이라는 언어학자의 의견도 소개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총기소유는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더이상 18세기 관점의 민병대도 없고 free state도 없기에 전제가 거짓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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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물이 무한정 사용이 가능한 자원이라고 하자. 그래서 지주들이 모여서 땅을 개간하는데 쓰는 물은 무한정 쓸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법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100년이 지나서 물이 희소한 자원이 되었다고 한자. 그러면 그 법이 여전히 유효한가? 화용론의 관점에서는 이미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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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정리를 여기서 마친다. 너무나도 간략한 수정헌법 2조. (애초에 헌법에다 호신용 총기 소유는 금한다 라고 했다면 헌법의 의도가 확실했겠지만…) 이를 제도적, 이데올로기적, 역사적 문맥에 따라 해석하는 일은 현대 미국인들에게 큰 숙제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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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헌법 2조를 제정한 이도 이제는 없고, DC v Heller를 판결한 Scalia도 고인이다. (물론 그들이 악의로 미국 총기 문화를 만들고자 했다고 믿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그들의 말은 남아서 아직까지 수많은 현대 미국인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총기 이슈 관련 정리 (작년 글)

라스베가스에서 총기 난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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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한글 뉴스 링크

작년 올랜도 참사 보다 큰, 최악의 총기난사로 기록될 듯 하다.

미국인이 아니고서 미국의 총기 이슈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 작년 올랜도 참사 때 이를 이해해 보고자 정리해 본 적이 있다. 링크를 공유한다.

목차
1편: 총을 가질 권리
2편: 총기 규제의 범위
3편: 총기 규제에 대한 오바마의 견해
4편: 신원조회와 관련 법안 국회 상정

추가로 올여름 올렸던 포스트
지난주 샌프란시스코 총기사고

미국에 살면 몇년 안에 총맞는 거 아니냐?, 2016년 6월 10일 포스트

총기 규제 이슈에 대한 생각 정리 – 4편: 신원조회와 관련법안 국회 상정

목차
1편: 총을 가질 권리
2편: 총기 규제의 범위
3편: 총기 규제에 대한 오바마의 견해
4편: 신원조회와 관련 법안 국회 상정

오늘은 총기 구매자의 신원조사 background check 이야기를 할 생각이다. 2편에서 언급했듯이 1994년 클린턴 정권은 assault weapons ban (AWB) 을 통과시킨 적이 있다. 그러나 AWB이후 총기 논쟁은 assault weapon의 정의에 대한 논란으로 번졌고, 실효성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 되면서 미궁에 빠져버렸다. 2016년 현재 클린턴의 federal AWB는 만료가 되어 효력을 잃어버린 상태이다. 대신 돌격소총은 주별로 별도 규제가 되고 있다. 또 이런저런 이유로, 최근 총기 규제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총의 종류에 대한 규제보다는 총기 구매자 신원조회 관련법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신원조회 관련 논점은 세부적으로는 두가지 측면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신원조회가 이루어지는 범위, 즉 모든 합법적인 루트에서 신원조회가 이루어 지는가이고, (이를 universal background check라고 한다) 둘째는 신원조회 이후에 누구에게 총기 판매를 금지할 것인가이다. (대표적으로 정신병력이 있는 사람들과 테러 용의자들이다)

Universal background checks 논쟁은 1999년 컬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으로 본격화 되었다. 특히 논란이 되었던 것은 범인 Dylan의 총을 구해준 고등학생 여자친구의 증언이다. 그녀는 미성년자에게 criminal background check을 요청하는 공인 총기 딜러가 귀찮아서 총기 박람회 gun show에서 background check 없이 쉽게 총을 구입했다고 했다. 이를 gun show loophole이라고 부른다. Gun show 말고도 인터넷을 통하면 신원조사를 피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주별로 총기 규제법이 다른 미국에서 universal background checks이 이뤄지는 주는 일부에 불과하다.

컬럼바인 참사 범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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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는 총기판매 금지 대상이다. 이는 privacy문제와도 연결이 되는데, 이를테면 정신병력이 있었다는 문제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medical history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 사고 이후에 범인이 위험한 정신병자였다는 결론을 내기야 쉽지만, 예방차원에서 누가 살인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지 구분하기는 쉬운일이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정신병 이야기는 대형 총기난사 사고 이후 항상 이슈가 되어 왔지만, 실제적인 규제로 이어지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도 이러한 접근에는 회의적이다.)

올해 들어서 가장 힘을 얻고 있는 주장이 테러와 연관된 사람들에 대한 규제이다. 연재 3편에서 언급했지만, 현재 법으로는 테러리스트들이 총을 사는데에 전혀 규제가 없다. 실제 작년에 FBI watch list에 등재된 사람들 중 244명이 총기 구매를 시도했고, 그중 243명이 합법적으로 총기를 구입했다고 한다. (source: Schumer: 244 people on terror watch list tried to buy guns in 2015, 91% got them)

이제, 상원에서 지금 상정중인 법안에 대해 간략히 보자. 현재 상정되어 있는 법안은 미국 총기 관리의 여러 허점 (돌격소총 이라든지, universal background check이라든지, 정신병력자에게의 총기 판매라던지…) 중에 하나에씩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FBI에 등재된 2만 여명의 테러 의심자 no-fly list에 대한 규제이다. (미국 전체 인구를 생각하면 2만명에 대한 규제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사실 내가 처음 총기규제 글을 시작할 때만해도 나는 마지막편 제목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로 계획했었다. 그리고, 결론을 총기규제는 가장 쉬운(?) no-fly list 규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맺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으로 봐서 월요일날 표결이 예정된 이 법안은 통과가 불투명해보인다. (이글은 페북에 6월 19일 일요일에 올렸다. 예상대로 모두 부결되었다.)

현재 상원에는 민주당 2개, 그리고 공화당 2개해서 총 4개의 총기규제 법안이 올라와있다. 이미 너무 글이 길어져서 세부적인 차이까지는 설명을 생략하도록 하겠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한 분들은 아래 기사 링크를 확인하기 바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현재로는 양당간의 의견 조율이 충분하지 않기에 내일 어떤 법안도 통과가 어려운 상황이다.

This is the gun bill Senate Democrats spent 15 hours filibustering to bring to a vote, VOX, 6월 17일자

(이런식의 문제제기는 논리적으로 비약이 있긴 하지만, 답답한 마음에 한마디만 더하자면 그렇게까지 테러리스트 또는 테러 의심자들의 권리에 관심있는 분들께서 왜 테러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서 무슬림을 추방해야한다고 주장하는지… 아니면 최소한 그렇게 주장하는 분을 지지하시는지…)

이제 4편에 걸친 연재를 정리하자.

이미 총기 규제 이슈는 치열한 미국 정치양극화의 핵심 쟁점 중에 하나가 되어버렸다. (이 이슈에 있어서 나는 오바마에 상당부분 동의하는데) 총기규제는 총을 소유할 권리와 상충하는 것이 아니다. 이 문제가 치열한 정치 쟁점이 될수록 해결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질 뿐이다. 4건의 총기규제 법안이 상정되었지만, 통과가 불투명한 이유가 바로 올해가 선거해이기 때문이다. 공화당 측에서는 아무도 총기 문제에 개입해서 민주당 동조자라는 낙인을 찍고 싶은 사람이 없다. 내일 뉴스를 보면 또 아쉬움만 남을 것 같아서 벌써 씁쓸한 마음만 가득하다.

오늘로 4편에 걸친 총기 규제 이슈 연재는 마무리 지을 생각이다. 이 외에도 올랜도 참사 이후 정치권 반응이나, 대형 총기 난사 이외의 총기범죄 이야기, 총기 자살률 등 정말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이미 (내 능력 이상으로) 너무 많이 떠들었고, 지나치게 정치적인 이야기가 되는 것 같아 이정도로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총기 규제 이슈에 대한 생각 정리 – 2편: 총기 규제의 범위

목차
1편: 총을 가질 권리
2편: 총기 규제의 범위
3편: 총기 규제에 대한 오바마의 견해
4편: 신원조사와 관련 법안 국회 상정

오늘은 총기 규제의 범위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한다. 주제가 주제이니 만큼 총기 종류 및 사격술 이야기가 나오는데, 내가 밀리터리 전문가가 아니므로, 오류가 있으면 지적바란다.

지난 번에는 총을 소유할 권리에 대해 이야기 했다. 총기 규제 이슈에 대해 이해하려면, 총을 소유할 권리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고 했고, 미국인 대다수는 헌법에 보장된 총을 소유할 권리에 대해 인정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미국에서는 총기 규제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총기 소유 자체를 금하려고 하는 사람은 드물다. 금번 올랜도 참사 이후에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것도 총기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대량살상무기 판매를 규제하자는 것이다. (나 같이 한국 사람 마인드로는 그냥 총 자체를 금하면 될 것을… 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 이야기는 1편에서 얘기 했으니 넘어가자.)

이 이슈에 대해 논하려면, 우선 assault weapon이 무엇이고 assault rifle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어떤 물건의 사용을 금지하려면, 그 물건의 정의부터 집고 넘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사실은 이 용어 정의부터 명확하지 않다. 사용하는 사람마다 다른 정의를 가지고 이야기 할 때가 많다. 1994년 클린턴 때에 federal assault weapon ban (AWB)이 통과된 적이 있으나, 실효성이 없었던 이유 중에 하나이다.

assault rifle 또는 assault weapon은 영어로는 정의자체가 논란이 있기에 이 포스트에서는 그냥 한국어로 돌격소총이라고 하자.

돌격소총은 거칠게 말하자면 M16이나 K2 소총을 생각하면 된다. 군미필자를 위해서 좀더 설명하자면, ‘진짜사나이’에 나오는 군용소총이다. 차이점은 미국에서 구할 수 있는 돌격소총은 연사/점사 기능이 없다는 것. 연사/점사 기능 유무는 무기의 살상력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연사/점사 기능이 없다고 해도 돌격소총을 민간인이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K2 소총

M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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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규제 반대론자들이 총기규제 얘기만 나오면 벌떼 같이 달려들어서 냉소적인 태도로 너네가 automatic weapon이 뭔지 아느냐. assault weapon 을 규제한다고 하지만, 연사/점사 기능이 없으면 권총이나 다를바 없다라는 주장이 바로 이 이야기다.

이번 올랜도 참사에서 범인이 사용한 총기는 Sig Sauer MCX라는 총인데, 이 역시 AR-15 계열의 돌격소총에 속한다. (엄밀히 말하면 AR-15는 아니다.) 미국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AR-15라는 총도 돌격 소총이다. AR-15는 일종의 초기버전 M16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샌디훅, 샌버너디노, 콜로라도 극장 난사 사건 모두 AR-15계열의 총기가 사용되었다. 워낙 유명세를 탔고, 총기애호가들에게 베스트셀러인 총이다.

Sig Sauer MCX

AR-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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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도 사건 생존자의 인터뷰를 들어보면, 범인이 총을 쏠때, “탕, 탕, 탕, 탕” 이렇게 세네발씩 쏘았다는 증언이 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서 범인이 점사 기능이 포함된 총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의심했다. 그러나 언론에 발표된 바에 따르면 범행에 사용된 총은 반자동 방식이었다고 한다. (반자동 방식은 미국에서 합법적인 구입이 가능하다) 범인은 사설 경비 업체에서 일했었던 사람이고, 총기 사용 훈련을 받았기에 반자동 모드에서도 점발 사격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총이 일단 발사되면 사람은 몹시 흥분하기 때문에, 일반인이 반자동 모드에서 점발 사격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여담인데, 자동모드가 살상력이 높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점발사격이 더 효과적이다. (총을 고정시킨 기관총이 아닌 이상) 현역시절 점사, 연사를 해볼 기회가 있었다. 연사의 경우는 반동때문에 조준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격발할 때마다 방아쇠를 당겨야하는 반자동 모드에서도 끊어서 사격을 한다면 점발 사격이 가능하다.

어쨌든 안타깝게도 미국에서는 총기 규제 범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 assault weapon 정의를 하다가 이야기가 미궁에 빠지고, 어느 종류의 총기를 규제할 것인가를 따지다가 수렁에 빠지는게 전형적인 패턴이다.

유사품으로 탄창 용량에 대한 논란이 있다. (10발 짜리냐, 30발 짜리냐… 아니면 탄창 규제 자체가 실효성이 있느냐 등등…)

이야기가 너무 깊이 들어간 것 같다. 마무리를 짓자. 총기 규제의 범위를 정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총기를 가질 권한을 인정하는 상황에서 규제의 범위를 정하려고 하다보니, 더 문제가 꼬이는 것이다.

선의만 가지고 어설프게 이 이슈에 접근했다가는 총기규제 반대론자의 논점에 휘말리기 쉽다. 반대론자들이 대체로 총에 대해 더 잘알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내 의견을 더하자면, 조금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당파를 떠나,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한다면 해결책이 분명 있지 않을까 싶다. 서로 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면 소모적인 논쟁이 될 뿐이다. 논점이 (총기규제 반대론자들이 오해하듯이) 총기를 소유할 권리자체에 있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서 총기사고 사망률을 줄여나갈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총기 소유의 자유를 인정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안전대책이 필수이다. 1편에서도 총기를 자동차에 비유했지만, 자동차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우리는 오랜기간 안전대책을 연구했다. 안전벨트도 처음 도입할 때도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안전벨트, 에어백을 도입하고 교통 규제를 도입하면서, 자동차 사망률은 감소했다.

내일은 마지막으로 총기 소지 허가 대상에 대한 논점을 간략하게 살펴 보고, 이 복잡한 문제에 대해서 그럼 우리가 (정확히는 미국사람이) 바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에 대해 내 의견을 덧붙이며 마무리 짓고자 한다.

목차
1편: 총을 가질 권리
2편: 총기 규제의 범위
3편: 총기 규제에 대한 오바마의 견해
4편: 신원조사와 관련 법안 국회 상정

시카고 살인사건 발생률

미국 3대도시 (뉴욕, LA, 시카고)의 살인사건 발생률은 90년대 정점을 찍었다가 점차 하락세로 돌아섰는데, 시카고의 경우는 하락세가 2004년 부터 정체되었다. 올해만 놓고 보면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아래 기사의 분석에 따르면 다른 두도시와 시카고의 차이는 총기 사고이다.

지난주 memorial weekend 3일 연휴 동안 시카고에서 64명이 총에 맞았고 그중 6명이 죽었다. (이 정도면 그냥 전쟁터라고 봐야할지도…) 이에 대해서도 며칠 전 특집기사가 나간 바 있다.

관련 NYT 동영상 A weekend in Chicago

미국의 총기 규제 이슈에 대해서는 한번 정리해볼까 싶기도 하다. 뭐 그렇다고 대단한 내용은 아니고, 언제나 그렇듯이 현지인이 느끼는 사소한 감상 정도겠지만… 너무 길어질 것 같고, 자칫 잘못했다가 미국에 대한 오해만 불러 일으킬 듯 하여 엄두가 안나는 중.

시카고 (image source: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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