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경제학의 6가지 주요 이론: 6. 세마리토끼 잡기 – 먼델 플레밍 모형

반년 간 미뤄두었던 현대 경제학 이론 연재를 재개한다. 6가지 중에서 ‘게임 이론’ 과 ‘먼델 플레밍 모형’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핑계를 대자면, ‘게임이론’은 워낙 많은 분들이 썰을 푸시는데 내가 보탤 필요가 있을까 싶었고, ‘먼델 플레밍 모형’은 다소 기술적인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마음이 바뀌었다. 무역전쟁과 환율 조작이 화제가 되는 요즘 ‘먼델 플레밍 모형’ 보다 시의적절한 경제학 썰풀기가 있을 수 있을까. 일단 ‘게임이론’을 건너뛰고 ‘먼델 플레밍 모형’을 정리하기로 한다.

관련 economist지 기사
The Mudell-Fleming trilemma: Two out of three ain’t bad (2016년 8월 27일자)

먼델 플레밍 모형을 거칠게 이해하면 IS-LM 모델의 확장판으로 볼 수 있다. 닫힌 경제 closed economy를 가정한 ISLM이 국내 경제만을 보았다면, 먼델 플레밍 모형은 국제수지balance of payment(BoP)를 고려해서 열린 경제 open economy를 가정한 모델이다. (세부적으로는 먼델의 모델과 플레밍의 모델이 차이가 있지만 여기서는 설명을 생략한다.)

기술적인 설명은 이걸로 끝낸다. ISLM도 그렇고 수학적인 설명은 블로그 포스팅으로 소화하기 힘들다. (궁금한 분은 거시 경제 교과서를 참조하거나 주변의 경제학 전공자를 붙들고 개인 교습을 받기를…) 관련해서 지난번 연재는 아래 링크를 참조하면 된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 민스키 모멘트
끝나지 않은 논쟁 – 케인즈 승수

그래서 먼델 플레밍 모델이 무슨 의미를 가질까. 먼델 플레밍 모델에 따르면 정부는 세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고, 트릴레마 trilemma를 피할 수 없다. 그 세가지는 고정환율, 통화정책의 독립성,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다.

트릴레마 요약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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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셋 중에서 둘만 선택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보자. 한국 경제가 출렁이는 환율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오늘부터 원/달러는 무조건 1100원으로 고정했다고 하자. 그리고 통화정책도 FRB에서 들리는 뉴스 신경 안쓰고 한국 경제 상황만 보고 한국은행에서 정하기로 했다. 그러면, 먼델 플레밍 모델을 따르자면, 외자유치는 포기해야 한다. (실제로 IMF 외환위기 이전 한국 경제가 이와 유사한 모양이었다.)

만약 동일한 상황에서 한국이 외국 자본에 문을 열고자 한다면, 통화정책의 자유를 포기해야한다. (위의 도표에서 A면) 그리고 통화정책을 사용하고 외국자본도 받아들이려면 고정통화제를 포기해야한다. (위의 도표에서 B면) 이게 거시경제학에서 소위 말하는 트릴레마이다.

(하나만 보태자면, 한국이 순수한 변동환율제 국가일까? 그렇지 않다. 외환보유고로 종종 환율을 방어하는 일은 고정환율제의 요소가 있다고 봐야한다.)

왜 세가지를 다 하는게 불가능할까? 처음의 예로 돌아가자. 한국 정부가 원달러를 1100원으로 고정하고 자본시장을 개방했다고 하자. 그리고서 이자를 올리면 외국자본이 물밀듯이 들어온다. 평범한 우리도 예금할 때 이율이 조금이라도 높은 은행을 찾아 헤매는데, 국제 투자자는 너무나도 당연하지 않은가. 결국 자본유입 때문에 한국은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거나, 이자율을 다시 낮출 수 밖에 없다. 환율방어를 위해 보유 외화를 투입한다면,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더 큰 자본이 몰릴수 밖에…

이게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자본시장 개방 이후 외환보유고를 늘이는 것은 자국 경제를 지키기 위한 방어수단이기도 하다. (아래 그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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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대다수의 선진국들은 어떨까. 대부분은 고정환율을 포기한다. (브렌트 우즈 이후 많은 국가들에서 벌어진 일.) 그러니까 세가지 축에서 변동환율, 통화정책의 독립성, 자본시장 개방을 택하는 것이다. 예외가 있다면 유럽일텐데, 유럽의 개별 국가는 통화정책의 자율권을 포기한 대신 (ECB가 대신 발권을 위임받는다.) 단일 화폐를 사용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일종의 고정환율)

이 모델을 보호무역 논쟁에 적용해보자. 나 같은 경알못이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물건 잘 만들어서 외국에 팔면 돈도 벌고 좋은거 아닐까? 관세를 매기면 자국 산업 보호하고 경제에도 도움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왜 경제학자들은 한목소리로 그게 아니라고 할까. 거시경제의 렌즈를 끼고 무역을 바라보면 무역불균형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역전쟁을 이야기할 때 곁다리 처럼 등장하는 GDP, 소비, 이자율, (정부의) 재정 지출, 세금, 물가, 경상수지, 자본의 이동은 먼델 플레밍 모델의 변수로 서로 연관을 맺고 있다. 거시 경제의 렌즈로 보면 개별 기업의 경쟁력은 심지어 변수 중에 하나로 고려되지도 않는다(!)

시기적으로 보면 먼델 플레밍 모델은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워지고, 브렌트 우즈가 무너지고, 변동환율제가 보편화되고서야 이론적으로 체계화 되었다. 그러니까 1970년대 이전에는 그다지 관심을 둘만한 주제가 아니었다.

(아참 비록 수식으로 정리하지 않았지만 먼델과 플레밍 이전에 케인즈도 이 주제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진정한 천재! 무역불균형과 자본의 급격한 이동의 폐해 때문에 그는 고정환율을 주장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훗날 IMF가 설립되기는 했으나 근본적인 위험요소는 언제나 있다.)

포스팅을 하면서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 하나. 예전에 피터 나바로 포스팅을 하면서 70-80년대 미국/일본의 무역갈등을 글 말미에 언급한 적이 있다. 미국 언론들이 무역 적자의 책임을 일본으로 돌릴 때, 그렇지 않다고 논쟁했던 학자 중에 하나가 폴 크루그먼이다.

피터 나바로: 트럼프 내각의 유일한 경제학자 (1월 25일 포스트)

크루그먼은 먼델-플레밍 모델을 만든 먼델의 제자의 제자이다. 그러니까 먼델의 영향을 받은 크루그먼이 무역 적자를 논할 때, 대일 무역 적자가 문제가 아니고 자본 유입과 재정적자를 원인으로 지목했던 것이 수긍이 간다. 기축통화인 달러가 가진 매력은 여전히 크다. 달러표기 자산 dollar denominated assets의 선호, 미국의 계속되는 무역적자는 이를 생각하지 않고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러고보니 하나 의문이 생긴다. 세계화와 달러라는 관점에서 보면, 미국은 세계화의 수혜를 가장 크게 입은 나라이다. 브레튼 우즈가 깨지고 자본시장이 개방되면서 달러는 더욱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되었다.

보호무역이란 어찌보면 그 특권을 포기하는 셈인데, 경제학을 전공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현재 미국의 정책기조에 당황할 수 밖에 없는게 당연하다.

뭐 경제 문제 조차도 경제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게 요즘의 현실이기는 하다만…

관련 해서 같이 읽을 만한 최근 economist 기사
Donald Trump and the dollar standard (the economist, 2월 9일자)

경제학 관련 연재 이전 포스트 : 현대 경제학의 6가지 주요이론

목차
정보 비대칭: 레몬시장 문제
–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민스키 모멘트
세계화와 보호 무역: 스톨퍼-사무엘슨 정리
끝나지 않는 논쟁 – 케인즈 승수
– 내쉬 균형
세마리 토끼 잡기 – 먼델 플레밍 모형

 

미국 기업의 record high profit과 독과점 이슈

예전에 포스팅하려고 정리해둔 주제인데, 내가 전문가가 아닌데다가 논란의 소지가 있어 유보해 두었었다. 그러다가 며칠전 한 페친님 포스트에 해당 주제로 댓글을 달게 되었다. 내용이 길어져 이곳에도 옮겨둔다. 다만 원래의 댓글과는 논점이 다르기에 내용은 일부 수정하였다.

작년 미국은 기록적인 M&A 붐이 일었다. 대표적으로 듀폰과 다우의 합병 소식과 맥주회사 SAB 밀러와 AB InBev, 화이자와 Allergan의 인수 합병이 화제가 되었다.

미국 기업 M&A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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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shing the limits, 이코노미스트 2015년 12월 12일자

이와 관련하여 미국 내에서도 시장의 독과점화 경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상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최근 미국 기업들이 record-high profit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투자는 GDP 대비 4%로 정체되어 있고, 실업률은 감소하지만 임금이 증가하지 않는 딜레마가 발생하였는데 이 원인 중 하나로 기업들의 무분별한 M&A가 지적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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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 이익률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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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 독과점화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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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인상이지만, 나도 미국 회사를 다니면서, 일단 해자moat를 구축한 이후에는, 한국보다 미국이 오히려 경쟁이 덜한 널널한 시장이라는 느낌을 받은 바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나는 혁신과 치열한 경쟁은 별도로 봐야한다. 실리콘밸리는 미국의 일부분 일뿐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 미국 기업의 독과점화 이슈는 이코노미스트지에서도 다룬 적이 있는데, 구체적인 데이타를 포함해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하기 바란다.

Too much of a good thing, 이코노미스트 3월 26일자

개인적으로는 저금리 현상이 계속되고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쉬워지면서 돈이 M&A, buy back, dividend로 풀리는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 아닌하는 의심도 한다. (굳이 부작용이라고 말한 것은 FRB가 의도한 바는 아니라고 생각해서이다.)

참고로 이에 대해, 크루그먼은 레이건 시대 때부터 공화당이 독과점 규제를 지나치게 완화했다는 점을 지적한 적도 있다. (관련해서 크루그먼과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논의: Blogs review: Profits without investment in the recovery)

하나만 덧붙이자면, 아무래도, 한국에 계신 분들은 이 기사를 한국 상황과 연결지어 생각하기 쉬울 것 같다. 그러나 기업의 return on capital이 증가하고, 독과점 우려가 높아지는 것은 지극히 미국적인 상황이고, 한국의 요즘 기업환경과 별개의 일이다.

참고로 이후에 올린 연관 포스트

커져가는 반기업정서, 그리고 독과점 이슈 (9월 26일 포스트)

샌더스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서 벌어지는 논쟁들

이번주 수요일, 네명의 경제학자들이 샌더스에게 공개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모두 민주당 대통령 경제자문 위원회장 Council of Economic Advisors 출신이다.

링크: An Open Letter from Past CEA Chairs to Senator Sanders and Professor Gerald Friedman (2/17일자)

그들은 편지에서 샌더스의 정책에 대해서 현실기반 evidence-base이 약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들이 비판하는 샌더스의 정책은 또다른 경제학자 Gerald Friedman의 53페이지의 보고서에 기반한다.

링크: What would Sanders do? Estimating the economic impact of Sanders programs

지금 벌어지는 이 논쟁은 얼마전 크루그먼과 라이시가 변화의 목표를 두고서 벌인 논쟁(실용주의냐 이상주의냐를 두고 벌인)과 조금 다른 각도의 논쟁이다. (크루그먼과 라이시의 논쟁은 한국에서도 페북에서 꽤 많이 회자되었다.)

크루그먼의 글: How Change Happens (1/22일자 NYT)

라이시의 반박글: Bernie’s Movement (1/23일자)

프리드만의 보고서를 두고 벌어지는 이 논쟁은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 이므로, 샌더스가 민주당 후보로 선정된다면, (요새 분위기로는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도 않는다.) 공화당 후보와 치열한 싸움 주제가 될 것이고, 만약에 (!) 대통령이 된다면 전 국민과 논쟁을 해야될 일이니 피할 수 없는 논쟁이 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샌더스는 이미 신선한 바람 정도가 아닌 수준이 되었다.

Bernie_Sanders_1991

예상대로, 이미 클린턴 지지를 밝힌 바 있는 크루그먼은 오늘 자 칼럼에서 자문위원장 공개서한에 환영의 표시를 보낸다. Varieties of Voodoo (2/19일자, NYT)

일련의 논쟁들을 보면서, 특정인 지지 여부와 무관하게, 경제 정책에 대해서 경제학자들이 직접 참여하여 다양한 연구와 숫자, 통계를 기반으로 토론에 임하는 모습이 살짝 부러웠던 것은 나뿐이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