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멕시코 관계, 그리고 나프타

어제 있었던 멕시코 제품 20% 관세 계획 발표는 해프닝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하긴 아무리 그래도 전쟁 선포 같은 그런 말이 설마 진짜 일리가… (하지만 그 해프닝이 벌어지는 사이에 페소는 엄청 떨어졌다.)

관련 뉴스

Trump mulls 20% border tax on Mexico; aides later call it just an option (USA Today, 1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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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미국/멕시코 관계는 최악인데 정황을 요약하자면,

수요일 트럼프가 11조원의 멕시코 장벽 건설 계획 발표. 멕시코에게 돈 내놓으라고 으름장. 이에 멕시코 대통령이 다음주 예정된 정상회담을 취소하자 어제 멕시코산 물품 20% 관세 부과 계획 전격 발표했다.

이 20% 관세 계획의 발표 과정을 살펴보면, 백악관 대변인 숀 스파이서가 멕시코에 20% 관세를 매겨 멕시코 장벽의 비용을 충당할 계획이라고 말했고 몇시간 뒤에 비서실장 프리버스가 그건 트럼프 정부가 고려 중인 여러가지 계획 중에 하나이라고 발뺌을 했다.

나는 트럼프가 한 20% 관세 이야기가 진심이라고 보긴 하지만, 비서실장이 발뺌을 하니 일단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로…

그치만 이왕 이야기가 나온 김에 멕시코와 나프타에 대해 좀더 수다를 떨어볼까 한다. 아참 그리고 세금도…

사실 트럼프의 20% 관세 발언은 (언제나처럼) 구체적인 플랜이 없었기에 정확히 무엇을 염두에 두고 어떤 맥락에서 나온 이야기 인지 알기 힘들다. (어쩌면 트럼프 자신이 무슨 이야기 인지 이해를 잘 못하고 한 이야기 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지난 주부터 미국은 법인세 개편 논쟁이 한참인데, 그 법인세를 목적지 기준으로 매기겠다는 게 골자이다. (Border adjustment라고도 한다.) 미국에는 부가가치세가 없는데, 법인세를 부가 가치세처럼 바꾼다는 안이다. 좀 복잡한 이야기이고 트럼프는 이 세제 개편안에 ‘너무 복잡하다’ 며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의견을 냈었다. 뉴스를 보건데, 트럼프가 말한 멕시코 20% 관세는 그 새로운 법인세를 이야기 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20% 라고만 말해서 뭘 지칭하는지도 불분명 하다.)

이 세금에 대한 이야기는 권남훈 교수님께서 잘 정리해 주신 적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


어쨌든 이래저래 혼선과 발뺌이 오가는 걸보면 아직 트럼프 내각도 혼돈 그 자체인 것 같다. 사실 트럼프 내각은 경제 쪽 인준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이라 구체적인 안이 나오는 것 자체가 무리다. 워낙 뉴스가 많이 쏟아져 나와 오래된 것 같지만 아직 취임한지 일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다.

세금이나 커뮤니케이션 채널 문제는 그렇다치고, 사실 내가 관심있는 건 미국의 무역 정책이 정말 어떻게 흘러갈까 하는 거다.

지금 이슈가 되는 나프타는 어떻게 될까? 미국이 나프타에서 탈퇴하는 일 같이 황당한 일이 벌어질까?

뭐 브렉시트도 벌어진 마당이니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나프타 관련 조항을 찾아봤는데, 실제 6개월전에 통보한다면 나프타 탈퇴가 가능하다고 한다. 나프타 조약 22조에 있는 2205 항목에 따르면 그렇다. 관련 규정 링크는 아래 링크 참조.

http://www.sice.oas.org/trade/nafta/chap-22.asp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미국에 자동차 공장들을 보면, 정말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이 무의미할 만큼 통합되어 있는데, 이를테면 미시간에 있는 포드 공장에서 최종 생산되는 차량의 계기판은 멕시코에서, 변속기는 캐나다에서 생산되는 이런 식이다. 나프타가 해체되면 미국 회사들에게도 엄청난 타격이 간다.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가 이야기하는 게 그냥 공허한 소리는 아니다. 아마도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엄청나게 위협을 해서 캐나다와 멕시코를 재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고 미국에 유리한 협정을 맺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전 포스트에서도 수차례 피터 나바로에 대해서 언급했었다. 그가 무역을 보는 관점이 트럼프의 관점을 대변한다. 그가 보는 바에 따르면 미국의 무역 적자를 가져오는 주적은 여섯 나라인데, 그 나라가 바로 중국, 멕시코, 캐나다, 일본, 독일, 그리고 한국이다.

피터 나바로: 트럼프 내각의 유일한 경제학자 (1월 25일자 포스트)

그는 트럼프 유세 기간 트럼프의 경제 공약을 짰는데, 그때 그가 쓴 페이퍼에 의하면, 미국은 무역 상대국의 불공정한 거래 때문에 엄청난 무역 적자를 보고 있고, 원인을 환율조작, 그리고 (미국에는 없는 상대국의) 부가가치세를 꼽았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무역협정 재협상과 보복 관세를 내세웠다.

해당 페이퍼는 아래 링크를 참조하면 된다.

https://assets.donaldjtrump.com/Trump_Economic_Plan.pdf

페이퍼에서 한국을 수차례 언급하는데, 읽다보면 간담이 서늘해진다. 그 페이퍼를 쓴 교수가 지금 미 행정부의 무역정책을 이끄는 수장이 되었다.

나바로가 페이퍼에서 주장하기로는 트럼프가 무역전쟁을 시작한게 아니라고 한다. 원래 다른 나라들이 먼저 전쟁을 시작했고 트럼프는 그 전쟁을 끝낼 사람이라고. 그리고 미국이 보복 관세를 매겨도 상대국가가 찍소리 못할 거라고 한다. 이유는 미국 시장이 워낙 커서 그 시장을 놓칠 수가 없을 거라고. 평소 트럼프의 지론과 일치한다.

게다가 지금 멕시코와 설전을 벌이는 트럼프를 보면 안보 문제, 이민 문제 기타 다른 골치꺼리를 같이 엮어서 위협반, 설득반으로 협상을 진행할 모양이다.

요즘 같아선 트럼프에게 찍히면 거덜나는 분위기인데, 어쩌다가 미국이 동네에 힘좀쓰면서 애들 삥뜯고 다니는 깡패 같은 나라가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mexicanwarresults

19세기 멕시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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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나바로: 트럼프 정부의 유일한 경제학자

피터 나바로. 트럼프 정부 유일한 경제학자이다. 트럼프는 이번에 국가무역위원회National Trade Council을 신설했고 신임의장으로 피터 나바로를 지명했다.

2000

Peter Navarro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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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이코노미스트지는 피터 나바로를 가장 권력이 센 (정확히는 권력이 세어질…) 경제학자로 평했다.

The Economist | Peter Navarro: Free-trader turned game-changer

경제학자라고는 하지만 학문적인 업적이 있는 분은 아니기에 나바로를 이해하려면 그의 책을 보는게 가장 빠를 듯하다. 이분은 연구파 교수라기 보다는 대중적인 저술활동에 집중한 인물이다. 또 정치에도 관심이 많았다. 세차례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모두 낙마했다.

나바로의 책을 아직 읽어보진 못했으나, 목차만 읽고서도 놀랐다. 학자가 쓴 책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목차들이다.

마침 예전에 오석태님께서 목차를 올려두신 적이 있기에 공유한다. (아래 페북 링크 참조)

내가 관심있던 부분은 나바로가 중상주의자 인가하는 부분이다. 책의 목차만으로 보았을 때, 그는 다행히도 (경제학 박사니까 어쩌면 당연하게도) 중상주의자는 아닌 것 같다. 경상수지적자가 손해라는 언급은 없고 본인도 중상주의와 선을 긋는다.

집고 넘어가자. 왜 경상수지 적자가 손해가 아닌가?

거시경제의 관점에서 국가 경제는 기업이나 개인의 재정과는 다르다. 그러니까 돈을 벌어서 재정을 건전하게 만드는게 최선인 개개인과 다르게 국가 경제는 생산과 효용을 최대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중상주의 시대에야 돈을 벌면 금이라도 쌓아두었지 (그 이후에는 금태환), 지금은 물건을 열심히 팔아서 달러를 벌어봐야 미국 국채를 사는 이상의 의미가 없다. (그 달러가 미국 회사 구입 자금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중국인들이 M&A와 부동산 시장의 큰손이 된지는 벌써 오래 됐다.)

좀더 풀어서 수식으로 설명하면, 해외에 물건을 판다는 것은 경상수지 흑자를 의미하고 경상수지는 자본수지와 함께 국제수지 balance of payment의 한 요소이다. 재화(와 서비스)를 사고 파는 것과 자본이 오고 가는 것을 합쳐서 국제수지가 되는데, 궁극적으로 국제수지는 0이 될 수 밖에 없다. (즉, 경상수지 + 자본수지 = 0) 물건을 많이 팔았다는 의미는 그 받은 돈으로 상대국가 자산에 투자를 한다는 의미이다. 반대로 경상수지 적자는 (거시 경제의 안경을 쓰고 보면) 상대 국가의 자본을 빌려온다는 의미이다.

자본이 유입되고 동시에 물건도 파는 상황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환율의 변동 때문에 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일부 언론들이 몇몇 경상수지 흑자를 보는 나라들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목하는 것이다. 90년대에 일본이 그랬고 지금은 중국이 그렇다. (미국 시각으로는 한국도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나바로의 이야기는 (책의 목차만 보고 판단하건데) 중상주의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농담이지만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면 대안 중상주의자 alt. mercantilist 라고 해야하나??)

그는 중상주의를 추구한다기 보다는 대신에 무역 전쟁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를테면 중국이 다양한 방법으로 (환율 조작과 보조금, 그리고 열악한 근로 환경 등) 무역의 불균형을 가져왔고, 미국은 보복관세 retaliatory duties를 매겨야 한다고 말한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지만, 트럼프 정부가 말하는 중국제품 45% 보복 관세와 나바로가 추산한 41% 중국 제품 비교 우위는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나바로의 주장대로라면 이 비교 우위는 앞에서 말한 불공정 거래 조건에서 발생한다.)

월요일 트럼프가 TPP를 무효화하는 memorandum에 서명을 했다. 중국에 관세를 매기고 미국에 공장을 지어서 일자리를 회복 시킨다는 정책의 첫걸음이다.

마침 어제 뉴욕타임스에 Jared Bernstein이 그에 반대하는 기고문을 실었다. 참고로 번스타인은 오바마 정권에서 부통령 경제자문을 맡았던 사람이고, 보호무역과 일자리 회복에 친화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트럼프 정부의 조치는 보기에는 그럴듯 할지 모르지만 경제적인 효과는 글쎄요… 란다. 첫째 이유로는 무역이 쌍방간에 이뤄지는 것이라는 점이다. 관세는 미국의 수입을 줄이는 데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수출은 어찌 할 것인가. 중국은 가만히 있겠는가. 그들 또한 미국에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경제학적으로 보았을 때, 경상수지 적자는 (거시경제 용어로) 투자와 저축, 재화와 서비스의 수요, 그리고 개별 기업의 경쟁력 (또는 생산성)의 차이로 발생한다. 그러나 이 모든 요소를 다 보아도 결국에는 환율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TPP 무효화나 관세보다도 결국에는 환율 조작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 결국 번스타인은 자본수지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 즉 이자율이나, 법인세, (다소 리스키하지만) 자본 통제가 없이는 TPP 무효화가 경상수지 적자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세월이란게 참 묘하다. 돌이켜보면 1980년대 미국은 twin deficit으로 고통받았다. 이에 90년대 초 빌클린턴 정부 때 미국 언론들은 일본을 비난했다. 그때도 환율 조작 이슈가 컸다. 앞에서 인용한 번스타인도 환율 조작 이슈를 많이 이야기 했던 사람으로 알고 있다. 나바로도 90년대에 무명의 젊은 학자였다.

그랬던 그는 지금 트럼프 정부 경제 브레인이 되었다. 참고로 90년 논쟁 당시 폴 크루그먼이나 앤 크루거 같은 경제학자들은 이 쌍둥이 적자가 일본의 책임이 아니고 경상수지 적자와 자본수지 흑자가 같이 나타난 현상이라고 논쟁했었다.

시대가 바뀌어서 이제 미국의 주적은 일본이 아닌 중국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