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care, again

Disclaimer: 저는 의료계에 별 연관이 없는 일반인이고, 이번 포스트도 그저 기사 소개하고 옮기는 수준의 썰이니, 참고만 하시고 자세한 내용은 링크의 기사를 보시기 바랍니다. 혹시 잘못된 내용이 있으면 지적도 환영합니다. 다만, 인신공격은 바로 차단할 생각입니다.

최근 미국 대선에서 헬스케어 시스템이 다시 이슈가 되고 있다. 헬스케어 이슈에 불을 붙인 장본인은 다름아닌 샌더스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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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는 샌더스 의원이 민주당의 후보로 낙점될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지지자들은 그대로이고 열기도 여전하기 때문에 그의 정책들은 힐러리 캠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 주 힐러리 캠프에서도 좀더 진보적인 헬스케어 공약을 내어 놓았다. 공약의 골자는 현재 65세 이상 혜택을 받는 메디케어 프로그램 (노인 무상 의료 복지 프로그램)의 가입연령을 50대로 낮추겠다는 것. 세부 사항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언론에 발표된 내용을 보면, 50대가 무료로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고 보험료를 지불하게 되는 것 같다.

Hillary Clinton Takes a Step to the Left on Health Care (NYT, 5월 10일자)

http://nyti.ms/27bsae7

그러나 그와 동시에 지난주에는 샌더스의 전국민 단일 의료보험 계획이 비현실적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해당 보고서를 낸 씽크 탱크인 Urban Institute는 힐러리/오바마를 지지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버니 샌더스의 의료 개혁 공약안 (영문)

Urban Institute 보고서 원문

Urban Institute 보고서를 살펴 보기 전에 미국 의료 시스템과 한국 의료 시스템의 차이를 간단히 정리한다.

미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의료시스템이 단순하다. 크게보면, 1) 환자 2)의료보험 공단 3)의료계로 나눌 수 있는데, 현실적으로 의료보험 공단은 정부로, 환자는 국민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일종의 single payer인 의료보험 공단은 정부이기도 하기 때문에, 국민의 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의료수가제를 통해서 저렴한 의료비를 제공할 강력한 인센티브를 가지고 있다. (물론, 의료수가제가 만능은 아니다. 의료진 수급 문제라던지, 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 등의 한계도 가지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의료 시스템 개별 주체 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1) 환자, 2) 병원, 3) 제약회사, 4) 보험사, 5) 연방정부, 6) 주정부가 모두 다른 인센티브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사실 환자 입장에서 보자면, 저렴하고 수준높은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게 이상적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의 의료 시스템은 고비용 저효율 구조 이다. 비용 측면에서 미국은 (공적지출과 개인 지출을 합쳐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의료비 부담을 가진 나라이고, 효율 측면에서 미국은 선진국 중에서 기대수명이 가장 짧은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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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별 의료비 지출 (GDP 대비). 산타크로체님 블로그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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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기대 수명 (출처 Reuters, 2013년 기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의료 개혁이 오바마 케어이다. 오바마 케어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정책이지만, 의료보험의 혜택을 못받는 의료 사각지대를 없앴다는 점에 있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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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험 미가입자 감소 추세 (출처: Urban Institute)

그러나 이 오바마 케어가 의료보험료와 의료비를 낮추는데에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결국 의료 사각지대하고 별 상관이 없었던 대다수의 미국사람들에게 피부로 와닿는 변화는 없었고, 일부는 세금을 낭비했다고 생각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선거 초반 힐러리는 의료보험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원인에 대해서 민주당과 공화당은 정반대의 시각을 가지고 있다. 공화당은 오바마 케어가 미국 의료 시스템을 오히려 후퇴 시켰다고 한다. 그리고 의료 시장을 자유 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현재 미국 의료시장은 완전 자유시장은 아니고, 실제적으로는 주별로 준독점 상태이다.) 샌더스 의원은 single payer 시스템으로 의료 개혁을 하면, 소위 buying power 때문에 의료 비용이 내려가고, 불필요한 행정비용이 줄어 들것 이라는 주장한다. 반면 힐러리를 지지하는 크루그먼은 의료 사각지대를 없앤 것은 오바마의 큰 업적이고, 아직 갈길이 멀지만, 의료 개혁은 쉬운 길이 아니니 다른 문제에 집중하자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이제 Urban Institute의 지적을 NYT 기사를 통해 살펴 보자.

기사는 샌더스 의원의 정책대로 single payer로 전환한다고 해서 미국의 의료비가 획기적으로 낮아지기 어렵다고 이야기 한다.

앞에서 언급한 의료 시스템의 플레이어 중에서 병원을 우선 보자. 병원에서 주로 들어가는 비용은 입원 병실 비용, 의료 장비 비용, 그리고 의사들 월급이다. 그중 의사들 월급은 미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사에 의하면, 미국 family physician의 평균 소득이 $207,000라고 한다. 영국은 $130,000 정도 이다. 영국에 비해서도 1.5배 가량 높다. family physician은 전문의가 아니고 일반의이니 전문의는 그 차이가 더 클것이다.

한국으로 치면 family physician이 동네 병원 의사 쯤 될 텐데, 영국보다 한국은 의사 수입이 많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고있다. 얼핏 듣기로 한국에선 전문의인 종합병원 페이 닥터가 연봉 1억 쯤 된다고 하니 (병원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의는 수입이 그보다는 좀 낮지 않을까 싶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연봉 7천 쯤으로 나오는데, 신뢰성 있는 자료는 아니지만, 터무니 없는 숫자는 아닌 것 같다.

의사 봉급 말고도, 미국 병원은 기본적으로 1인 1실이고, 환자당 할당되는 의료 인력이 많다.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구조이다.

이런저런 점을 감안 했을 때, single payer로 되었을 때, 병원비를 낮출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샌더스 안처럼 절반으로 떨어지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인다.

이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 이지만, 서비스 측면만 보자면 미국 의료 시스템도 장점이 있다. (물론 비용을 생각하지 않았을 때 말이다.) 우리 집은 아이를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낳았는데, 확실히 차이점이 있다. 한국의 의사들이 실력이 우수하긴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 보면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산모가 아이 공장에서 아이를 만들고 procedure 대로 밀려나는 느낌을 받았다. 미국의 경우에는 비싼 만큼 친절하고, 배려 받는 느낌이 크다. 병실도 특별한 상황이 아닌 다음에는 대부분 1인실이 주어지는데, 심신이 닳을 때로 닳은 환자들에게 private 한 공간이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의료비 청구서를 받는 순간 그 고마운 마음은 사라진다.) 이는 의사/간호사 당 환자 수가 적고, 병원비가 엄청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아이들이 아파서 병원을 갈 때도 마찬가지 이다. 의사들은 보통 20~30분 정도 천천히 진료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도 해주고, 농담도 해가면서. 그런데 결론은 주사나 약을 주지 않을 때가 많다. 감기로 병원에 가면 주사부터 놓는 한국과 다르다. 주사도 한방 맞지 않고 이야기만 하고 나서 100불 정도 청구서가 나오면 열불이 나긴 하지만, 어쨌든 인간 취급을 받는 느낌은 든다. 이것도 비싼 의료비와 의사 당 제한된 환자수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또다른 플레이어 제약 회사를 보자. 미국 제약회사는 엄청난 이윤을 남기고 있다. 따라서 single payer로 전환하면 bargaining power를 이용해 약값을 낮출 여지가 있다. 기사에서 언급한 Urban Institute도 single payer로 전환했을 경우, 25% 정도 약값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정부에 엄청난 로비를 펼치는 제약회사들과 공화당의 반대 등의 정치적인 난관을 성공적으로 넘을 것을 가정한 수치이다.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이해관계도 다르다. 오바마 케어 때를 예를 들자면, 오바마 케어는 원안에는 메디케이드 (저소득층 의료 지원 혜택)를 확대하는 것이 포함이 되어있었다. 이를 위해 오바마 정부는 주정부에 메디케이드를 확대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공화당이 우세한 red state들은 이를 거부했다.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힘겨루기는 아직 진행 중이다.

기사에서 지적 하듯이, single payer 의료개혁은 미국 의료 시스템은 완전히 뒤집어 엎어서 새로 만드는 일이다. 의료보험 회사들과 관련 산업을 완전히 없애거나 국유화 시키는 일이 우선은 필요하고, 수십조원의 돈이 굴러다니는 병원, 의료업계, 제약 업계를 완전히 뒤집어 엎는 개혁을 해야 한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하루아침에 쉽게 이룰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참고로, Urban Institute의 보고서 이후에, 샌더스을 지지하는 측에서도 반박을 했다. 약값은 25% 보다 더 인하하는 것이 가능하고, single payer로 전환하면 행정비용이 추가로 절감된다는 내용이다.

The Urban Institute’s Attack On Single Payer: Ridiculous Assumptions Yield Ridiculous Estimates (Huffpost, 5월 9일자)

논쟁들을 보면서 의구심이 들었다가, 희망도 생겼다가를 반복하게 된다. 우선 의료시스템 개혁이 불가능 한 것은 아니지만 쉽지도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고, (혹여 single payer로 전환한다고 하여도) 어쨌든 미국은 세계에서 의료비가 가장 비싼 나라로 남겠구나 싶다. 굳이 내 자신을 위로하자면, 내가 부담하는 비싼 의료비 때문에 미국 의학이 발전하고, 다른 나라도 덕을 보는게 아니겠나 하는 생각도 해본다.

공화당 경선 정리: 트럼프와 크루즈

Disclaimer: 페북에 지인들과 댓글로 수다 떤 내용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수정없이 이곳에 저장합니다. 저는 미국 정치에 조예가 없습니다. 자료도 근거도 빈약합니다. 그저 어디서 줏어들은 이야기를 옮겼을 뿐이니 과도한 신뢰나 비난은 삼가주세요. 다 그냥 감으로 하는 이야기고 정밀하게는 학자나 전문가들이 퀀트/퀄 분석을 하겠죠.

Q: 최근 트럼프가 힐러리를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던데.

A: 최근에 Rasmussen이라는 곳에서한 여론 조사가 그렇게 나오긴 했는데, outlier로 보시는게 맞을 것 같아요. 그 outlier를 말하는게 좀더 선정적이고 기사감이 되는지라, 한국 언론은 그 결과만 언급하더군요. 저는 huffpost pollster를 참고합니다. 거기 차트는 여러 여론 조사를 취합해서 이동평균으로 추세선을 그리거든요. 링크는 아래를 참조하세요.

2016 General Election: Trump vs. Clinton (실시간)

20160506133535553

(5월 6일 기준)

그리고 하나만 덧붙이면, 미국 선거는 전체 지지율도 중요하지만, 승자독식 선거제 때문에 스윙 스테이트 결과가 더 중요합니다. 전체 지지율은 물론이고, NYT 분석대로 주별로 자세히 보면, 스윙스테이트서도 대부분 힐러리가 확실히 우세한지라, 이리봐도 저리봐도 아직은 트럼프가 큰차로 뒤지는 것이 맞습니다.

Q: 힐러리 이메일 수사나 향후 다른 스캔들이 생길 변수는?

A: 트럼프가 넌지시 이메일 스캔들을 언급하면서 벌써부터 힐러리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긴 하더군요.

사실 작년에 있었던 벵가지 청문회도 공화당에서 힐러리를 잡기위해 준비한 회심의 카드였다고 들었습니다만, 당시는 케빈 맥카시가 뻘짓을 하고 공화당 조사위원회도 어설프게 준비하는 바람에 결국에는 힐러리만 득을 봤죠.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눙치면서 받아치는데 능숙한 힐러리의 강점이나 풍지박산난 요새 공화당 상황으로 보면 대단한 내용이 아닌 이상 큰 흠집이 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힐러리는 르완스키 스캔들 때부터 청문회와 언론 다루기를 경험해온 사람입니다. 새로운 비젼을 제시하는 건 몰라도 터프하게 방어하는 데에는 충분한 단련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결과야 그 때 가봐야 아는 거 겠죠. 정말 대박 껀이 있다면야 아무리 힐러리라도…

아래 기사는 벵가지 청문회가 끝나고 뉴욕타임스 칼럼리스트 Blow가 올린 기고문입니다.

Q: 트럼프와 개신교/천주교 표심의 연관성은? 트럼프의 인기가 개신교의 반발작용인지?

A: 천주교는 잘 모르겠고요. 트럼프 지지자들 중에서 보수 복음주의자 기독교인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트럼프에 대해서는 예전에 제가 한번 정리글을 올린 적도 있습니다.

여기서 언급한 NYT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의 인기가 높은 지역은 인구 구성으로 봤을 때, 보수 복음주의자의 비율이 높은 지역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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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트럼프가 보수 복음주의자를 대변했다고 보기에는 좀 애매한 점이 있습니다. 트럼프는 원래 아주 세속적인 사람이고, 옛날부터 낙태를 찬성해왔던 사람이기도 하고요. 물론 선거가 본격적으로 돌입한 이후에는 기독교계의 표를 의식하여 낙태에 대한 이야기를 피하기는 합니다.

오히려 보수 복음주의자의 표심을 대표하는 인물은 테드 크루즈 입니다. 그는 남침례교 목사의 아들이라 교회 문화에 익숙하고, 유세도 잘 들어보면 부흥회 스타일로 진행합니다. 크루즈는 교회 집회를 돌아다니면서 연설을 했고, 연설 할 때 교회에서 좋아하는 부흥 단어 대신 미국의 부활을, 초대교회의 성령의 역사 회복 대신에 레이건 시대의 회복이란 단어를 사용했죠. 이에 대한 포스팅은 링크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링크

크루즈의 전략은 가능한한 모든 원리주의자의 표를 끌어드린다 였고, 종교계는 물론이고, 작은 정부 주의자, 극단적인 리버테리안 까지 지지자로 만드는데 어느정도는 성공했습니다. 그의 타협을 모르는 원리주의자 이미지는 2013년 미국 정부 셧다운 사태를 주도한 모습으로 대표됩니다. 결국 나중에는 보수 복음주의자의 표를 마이크 허커비, 벤카슨, 릭 샌트럼 같은 사람에게서 가져오는데 성공하고, 랜 폴에게서 리버테리안의 표를 가져오는데도 성공하죠.

테드 크루즈는 야망도 크고 오랫동안 선거를 준비해온 사람인데, 어떻게 보면 거슬러 올라가서 미국 보수의 대부인 배리 골드워터 라인에 충실하고, 레이건 정부에서도 급진주의로 떨어져 나온 아웃사이더에 속합니다. 오히려 부시는 온건보수에 가깝죠. 크루즈가 온건 보수의 선택을 받은 마르코 루비오를 앞서고 나중에는 온건 보수 주류인 젭부시, 밋롬니, 린지 그램 같은 사람의 지지까지 이끌어 낸걸 보면 그의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하긴 했습니다.

다만 갑자기 트럼프라는 예상 못한 변수가 생기면서 선거판이 완전히 바뀐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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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제가 이해하기로는 보수 복음주의계 표심은 크루즈가 대표했지만, 복음주의자들이 동시에 저학력 백인 블루칼라 이기도 했기 때문에 다수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태가 벌어진 거고요.

크루즈는 워낙 야심이 크고 젊은지라 다음 선거에서 또 보게될 것 같습니다.

관련 기사

미국 민주당쪽 이슈 관련 기사모음

트럼프 현상관련 글이 나름 반응이 있어서, 민주당쪽 상황 정리 포스트를 하려다가 말았다. 조금 거리감을 가지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백인 블루칼라 얘기와 달리 이쪽은 다소 핫한 주제라…

그냥 내가 정리했던 기사 링크만 걸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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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내 의견이 진심으로 궁금한 사람들은 아틀란타 놀러와서 밥사주면 술술 불수 있다. ㅎㅎ

미국의 정체성과 도널드 트럼프

이민자의 나라 미국

몇주 전 있었던 사내 교육 시간. Ice break를 하게 되었다. 자기 소개와 함께 독특한 경험담을 하나 곁들이는 것. 대부분 가벼운 이야기를 한다. 성패트릭 데이에 술집에서 쫒겨난 이야기라던지, 어릴 때 집에서 곰을 키워봤다던지 등등. 그런데 남미 지역 PR을 담당하는 한 매니져가 일어나서 본인은 술집에서 죽은 고양이를 걸어둔 것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다들 무슨 재미있는 뒷 이야기가 있겠거니 웃었는데, 그 친구는 그것이 갱단의 소행이었다고 하면서 자신은 콜롬비아 난민 출신이라고 말했다. 분위기가 잠시 심각해졌다가 다음 사람 순서로 넘어갔다.

이 친구와 몇번 점심을 할 기회가 있었다. 외국 출신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쉽게 친해졌다. 콜롬비아는 마약 카르텔이 국가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나라이고, 다른 남미 국가와 달리 사회주의가 아닌 우파 독재자가 통치하는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옆자리에 앉은 동료직원은 이탈리아계 이민 3세 이다. 그 친구와 가끔 음식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주로 한국 음식 이야기를 그 친구는 주로 이탈리아 음식 이야기를 한다. 그 친구는 지금은 이탈리아어를 거의 못하지만 어렸을 적에는 할머니와 이탈리아어로 대화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 온지 5년 정도 되었다. 그동안 나는 미국 사람들 눈에는 한국 이민자 비슷한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다.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여기 있는 동안은 한국 출신 이민 1세대 비슷한 처지다. 아이는 한국말에 능숙하고 밥과 김치를 좋아하지만 초등학교에서 미국 역사를 배운다. 벤자민 프랭클린과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이야기를 아이에게서 들으면 생경한 느낌이 든다.

다양한 문화 배경과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과 매일 만나고 그속에서 함께 살면서 이 나라의 독특한 정체성을 생각하게 된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heritage가 뚜렷하게 남아 있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데, 이를테면 미국 이민자 중에 대다수를 차지하는 독일계와 England 계 이민자들은 문화적인 정체성이 강하지 않다. 직장 동료 중에 독일계가 한명이 있다. 대화 소재로 독일 이야기를 꺼내봤으나 잘 알지도 못하고 별 관심이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독일계 미국인 이민자들은 1,2차 세계 대전의 기억 때문에 의도적으로 독일인의 정체성을 지운 역사가 있다고 한다. (관련 기사: The silent minority,economist, 2015년 2월 7일자)

트럼프 지지자들은 누구일까?

그런데 미국에서도 조금 다른 그룹이 있다. 조상을 물어보면 German, Irish, English라고 대답하는 사람들과 달리 American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오늘의 주제인 도날드 트럼프의 지지자들이다. 내가 매일 만나는 미국인들은 대다수 대학교육을 받은(bachelor or master degree), 관리/사무직 직장인 (managerial career) 들이고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나는 트럼프 지지자를 만나본 일이 없다. 나는 도대체 트럼프 지지자 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아래는 뉴욕타임즈에서 조사한 트럼프 지지 지역과 인구 센서스 데이터와의 상관관계이다. (The Geography of Trumpism, NYT, 3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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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저학력의 백인이고, 자신의 정체성을 American이라고 보고 있으며, 트레일러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고, 농업/건축인부/공장 근로자 같은 전통적인 업종에 종사하는 블루칼라이고, 미국 출생이면서 복음주의 보수 기독교인이 대다수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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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적으로 보면 남부 복음주의 보수 기독교인이 몰려 있는 Bible belt 지역과 산업기반이 약한 upstate New York, 그리고 과거 미국의 공장이었으나 쇠락한 미시건 일대의 rust belt 지역이다. (출처: Donald Trump’s Strongest Supporters: A Certain Kind of Democrat, NYT, 2015년 12월 31일자)

트럼프 지지자들의 현지 목소리는 링크한 뉴욕타임즈 기사에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한글 번역이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This Is Trump Country (NYT, 3월 4일자) 한글 번역: 트럼프 지지자를 찾아서 (뉴스 페퍼민트)

트럼프가 막말 제조기에 지나지 않을까?

트럼프를 떠올리면 보통은 그의 인종차별적이고 무례한 언사가 떠오른다. 그런데 나는 종종 그것이 언론이 만들어낸 일종의 이미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트럼프 본인도 자신의 이미지를 노이즈 마케팅으로 활용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에 대해서 말할 때, “he is crazy but…”이라고 말을 꺼낸다. 그 말인 즉슨 트럼프가 싸가지는 없지만 일리가 있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며칠전 우연히 라디오에서 나오는 그의 연설을 듣게 되었다. 그가 하는 이야기는 의외로 인종차별 주의적인 발언말고도 진지한 이야기가 많다. 이를 테면 트럼프는 군수사업이나 제약 산업과 결탁한 정치인들이 미국을 말아먹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이라크에 수조원을 쓰고  아무것도 건진 것이 없고, 실질적인 의료 독과점으로 미국인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또 자주 말하는 것은 자유무역에 대한 이야기이다. NAFTA나 TPP 같은 자유무역 정책이 미국 제조업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실직자를 양산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심각한 미국의 무역 적자를 말한다. 자신의 회사 경영 경력을 인용하면서 이렇게 적자 보는 회사를 운영하면 경영자가 쫓겨 나야 한다고 한다.  (관련 자료: Millions of ordinary Americans support Donald Trump. Here’s why, the guardian, 3월 7일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하나만 집고 넘어가보자. 경상수지 적자가 회사의 적자와 같은 개념인가? 트럼프가 이야기 하는 무역의 개념은 중상주의에 가깝다. 경제학에서는 200년 전에 내려놓은 접근법이다. 하지만 일반인이 상식 수준에서 이해하기 쉬운 관점이다. 수출을 많이 해서 돈을 벌면 나라가 부강해지고, 싸게 물건을 들여오는 외국은 도둑이라고 본다. 실제 트럼프는 대미 무역에서 엄청난 흑자를 보는 중국을 역사상 가장 큰 도둑이라고 표현했다. (출처: On Trade, Donald Trump Breaks With 200 Years of Economic Orthodoxy, NYT, 3월 10일자)

경상수지 적자가 국가 경제를 망하게 한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맞는 이야기 처럼 들린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내가 거시 경제학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이 그 부분을 강조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관련해서 궁금한 분들은 다음 두 글을 보시면 도움이 될 듯. 한글로 되어있다. 거시를 공부한 사람들은 상식적인 이야기, 경제학에 익숙치 않으면 조금 기술적인 이야기이다.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 불황형 흑자가 문제가 아니라…)

자유무역 이슈는 정치적으로는 이견이 갈린다. 다만 경제학의 관점에서 무역은 상호간에 이익을 주는 행위라고 보며, 보호 무역에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트럼프의 정치적인 이해는 정확히 그 반대에 위치하고 있다. 그의 지지층 중 상당수가 전통 산업에 종사했으나 지금은 일자리를 잃고 쇠락해버린 사람들이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트럼프와 샌더스

잠깐 민주당 이야기도 해보자. 민주당 경선 이야기는 공화당처럼 흥미진진하지는 않아서 한국에 그다지 보도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지난주에 있었던 민주당 미시건 경선은 의외였고, 시사점을 남겼다. 여론조사에서 20포인트 정도 우세를 보이던 힐러리를 샌더스가 누른 것이다. Rust belt에 위치하는 미시간에 클린턴이 통과시킨 NAFTA에 대한 피해의식 남아 있다고 보는 분석이 많다. 그리고 샌더스는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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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간 민주당 여론조사. 출처: huffpost pollster)

최근 샌더스와 트럼프에서 공통점을 찾는 분석 기사들이 보인다. 몇몇은 샌더스와 트럼프가 자유무역에 반대한다는 것에 주목했다. (관련 기사: What Trump and Sanders Get Wrong About Free Trade, NYT, 3월 16일) 샌더스 지지자 들에게는 트럼프가 엮이는 것이 불쾌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둘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무역 뿐 아니라, 의료개혁, 외교 방향 (고립주의) 등에서 생각보다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물론 샌더스을 지지하는 사람들 모두가 rust belt 지역 사람은 아니다. 젊은 지지층이 있고, 그들은 샌더스의 한결같음, 대학/의료 개혁에 대한 지지, 월가에 대한 비판의식에 공감했다. 그러나 샌더스 인기에 일정 지분을 차지하는 중서부 백인 남성의 지지는 이러한 역학관계를 고려하지 않고서 이해하기 힘들다.

맺으며

이야기가 길었다. 올해 미국 대선은 힐러리 vs. 트럼프의 구도로 정리 되는 분위기 이다. 올해는 트럼프 이야기를 듣기 싫어도 계속 들어야하는 상황이 되었기에, 이 시점에서 나름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물론 전문성은 떨어지는 이야기이고, 그저 신문 기사들 요약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오와 코커스 감상

어제 아이오와 코커스를 보고서 느낀점을 간략하게 남긴다.

들어가기 전에, 나는 특정인을 지지하지 않고 동네 싸움 구경하듯이 관전만 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게다가 미국 정치에 조예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예측 같은 것은 할 능력도 되지 않는다. 그저 현재 돌아가는 이야기만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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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승자는 누가 뭐라해도 테드 크루즈이다. 7 포인트 정도 뒤지는 여론 조사 결과를 뒤집고 트럼프 대세론을 잠재웠다. 아이오와는 50개 주 중의 하나로 산술적으로는 경선에서 1% 밖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서프라이즈를 보여주면 분위기를 타게된다. 아무래도 여론조사와 실제 경선은 무게가 다르다. 크루즈는 아이오와에서 보수 기독교 층과 티파티의 지지를 바탕으로 승기를 잡았다. 그런 점에서 다음주에 있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중요하다.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와 크루즈의 지지율은 아이오와 보다 차이가 큰데, 여기서도 크루즈가 이기면 트럼프에게는 치명타이다.

<아이오와 공화당 지지도 여론조사 (source: HuffPoll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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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트럼프이다. 지금까지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위너의 이미지를 구축해왔던 그가 뉴햄프셔에서도 고전한다면 버티기가 힘들어진다. 그가 아이오와에서 부진했던 것은 여러가지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자와의 차이, 저학력자 지지층이 경선에 참여하기 어려웠던 점, 아이오와의 보수 기독교층 등등…) 핑계를 대어봤자 이득될게 없다. 그의 지지가 일정부분 승리자로서의 이미지에 기대왔던 것을 생각하면 트럼프는 꾸준히 이겨야 한다. 그는 리얼리티 쇼에서 종종 ‘No one remembers second place’ 같은 말을 하지 않았던가.

마르코 루비오는 나름 선전했다. 공화당 주류의 지지를 받는 그는 아이오와에서 strong third를 했다. 이를 바탕으로 온건 보수층의 표를 결집한다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는 경선 초반 신선한 정책을 바탕으로 젊은 층의 지지를 모았다. 그러나 치열한 공화당 경선판에서 흔들리며 같이 막말에 동참하여 지지율이 지지부진해 졌는데, 아직은 두고봐야 할 것 같다.

벤카슨과 젭부시는 아이오와 경선 이후 제대로 선거운동을 진행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특히 젭부시는 치명타를 입었다. 아이오와에만 $14 million 를 쓰고서 5,165 표를 얻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민주당은 셈이 좀 복잡해보인다. 특히 지지자에 따라서 다른 이야기를 한다. 샌더스를 지지하는 분들은 막판까지 추격한 모습을 보며 실질적인 동률(virtual tie)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힐러리를 지지하는 분들은 어쨌든 이겼으니 선방했다고 평가한다. 다음번 경선이 있을 뉴햄프셔는 샌더스 의원의 텃밭이므로 그의 승리가 거의 확실해 보이지만, 이어 치뤄지는 사우스 캐롤라이나 경선에는 힐러리가 우세하다. 이쪽도 역시 좀더 지켜봐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샌더스 의원이 이렇게까지 지지를 받을지 상상하지도 못했다. 확실한 것은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힐러리 지지자와 비교해 보았을 때) 상당히 열정적이라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자신의 지지를 표명할 때 자동차 트렁크에 스티커를 붙인다. 지금은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되지 않았고 경선 시즌임에도 종종 샌더스 스티커를 붙인 차량을 본다. 반면 아직까지 나는 힐러리를 지지 스티커를 본 적이 없다. 페북과 트위터에서의 buzz도 샌더스 쪽이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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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은 돌발 변수가 또 있다. 바로 전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이다. 그는 수차례 민주당과 공화당을 오간 인물이다. 일종의 중도를 표방하는 정치인인데, 경제 이슈에는 공화당 지지, 인권/총기 관련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포지션이다. 그는 힐러리 지지를 선언했으나 지지부진한 그녀의 성과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그는 샌더스의 승리가 확실해지면 무소속으로 출마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트럼프를 능가하는 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허무맹랑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미국식 네거티브 선거

이번달 초 민주당 후보 1차 토론회가 있었다. 토론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샌더스가 힐러리의 이메일 논란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I know it may not be good politics, but the American people are sick and tired of hearing about your damn emails.”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각오를 하고 말하건대, 미국인들은 그 놈의 이메일 얘기는 이제 지겨워한다.)

당시 나는 토론을 귀로 흘려 들으면서 딴 짓을 하고 있었는데 (페북, 트위터, 블로그 등등의 잉여질…) 깜짝 놀라서 아이폰을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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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CNN)

멋있는 것 인정한다. 네거티브 전략을 쓰지 않겠다는 뚝심이 샌더스 답다. 그러나 본인도 말했지만, 이는 정치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이다. 쫓아가는 입장에서는 네거티브 전략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 게다가 샌더스는 지지율 상승이 정체되는 추세다. 물론 세상일이 계산 만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니 아직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 (바이든이 돌연 출마 선언을 한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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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Huffpost Pollster)

혹자는 (네거티브를 안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부러워하더라. 그런데 정확히 말하면 이런 일은 미국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2012년 미국대선. 당시 나는 미국 현지에서 롬니와 오바마 선거전을 지켜볼 수 있었다. 선거는 막판으로 갈 수록 치열해 졌다. 그런데 막판에 롬니에게 터진 치명적인 스캔들이 하나 있었다. 그게 바로 47% 발언이다.

“오바마는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47%의 미국인들의 지지에 의존한다” “이런 사람들을 걱정하는 게 내 일이 아니다” 같은 발언을 한 동영상이 공개된 것이다.

이런 호재를 놓칠 이유가 있을까. 티비에서는 네거티브 광고가 지겹도록 반복되었다. 47% 동영상이 계속 나왔고, 롬니 측에서는 질세라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하면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다’라는 광고를 했다. 상당히 원색적이다. 물론 이런 광고를 선거 캠프에서 직접 집행하는 것은 아니다. 형식적으로는 독립된 각 후보 지지 단체의 이름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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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final presidential election results: source wikipedia)

단 특이한 점이 있다. 네거티브 광고는 주로 스윙스테이트(경합주)에서 방영된다. 당시 내가 살았던 노스캐롤라이나*는 스윙스테이트로 들어갔기에 네거티브 광고가 주구장창 나왔던 것이다. 네거티브 전략은 확고한 지지층에는 별 영향이 없겠지만, 애매하게 관전하는 사람에게는 조금씩 효과를 보이는 확실한 전략이다.

승리가 확실한 지역의 광고는 다르다. 선거기간 중에 뉴저지를 갈일이 있었는데 (뉴저지는 민주당 텃밭이다.), 대부분의 광고는 점잖았다. 차분하게 정책을 선전하는 정도로 만족한다. 굳이 네거티브를 하면서 손을 더럽힐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미국의 특이한 대통령 선거 제도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 대선은 알다시피 간접선거이다. 50개 주에서 각 주의 선거인단을 뽑고 그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는다. 주마다 (2개주를 제외하고서)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인 선거제도이기 때문에 압승이냐 간발의 차이로 승리하느냐는 큰 의미가 없다. 이를테면 플로리다는 27명의 선거인단이 있는데, 10:17로 이기던지 1:26으로 이기던지 관계 없이 이기는 당이 27표를 획득한다.

어쨌든, 이번 선거도 여러모로 볼거리는 풍성하다. 선거권이 없는 나는 그저 남의 집안 싸움 구경하는 기분이다. 아참, 싸움이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정치의 본질은 싸움이기도 하다.

*주: 당시 노스캐롤라이나는 크게 봐서 경합주에 들어 갔다. 그러나 선거 막바지에 이르러서 오바마는 노스캐롤라이나를 포기하고 오하이오, 버지니아, 플로리다에 집중했다. 결론은 알다시피 압승 이었다.

미국의 중산층 그리고 맞벌이 부부의 삶

같은 부서에 일하는 분들 중에 세사람이 최근에 집을 샀다. 미국에서 집을 사면 대부분 모기지 론을 하기 마련이다. 미국에서 모기지는 집값의 20%를 본인 돈으로 지불하고 남은 금액을 20 – 30년에 걸쳐 갚아가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한때 모기지 이자가 3% 이하로 떨어진 적이 있지만 지금은 테이퍼링으로 4%를 넘어가는 상황이다. 애틀란타가 미국의 다른 대도시에 비교해서 집값이 싼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형편이 되는 만큼 지출은 늘어나기 마련이기 때문에 역시나 대부분은 평생을 빚을 갚아가며 살게 된다. 많이 벌든 적게 벌든 기본적인 지출은 항상 그 규모에 맞춰 정해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기지, 자동차 할부, 보험료, 보육비, 식비 등 기본적인 지출을 하고 나면 그다지 남는게 없는 삶을 산다. 대부분 사람들은 저축을 하지 못한다.

미국사람들은 전세계적으로 낭비하고 절약할 줄 모른다는 것으로 악명높다. 일정부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주위의 사람들을 보았을 때 그렇게 많이 낭비하거나 흥청망청 쓰고 산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주로 만나는 미국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학사나 석사를 마친 회사에 다니는… 우리나라로 따지면 중산층 정도의 사람들이다. 아마 자영업을 하는 분들이나 전문직 같은 경우는 조금 다른 상황일 수 있을 것 같지만 내가 경험한 기준으로 미국 사람이라고 사는게 그다지 여유로운 것은 아니다.

중산층 미국인의 주된 지출은 아무래도 모기지다. 그들이 집을 살 때 고려하는 것은 학군과 안전이다. 학군은 미국에서도 몹시 중요한데, 좋은 학교가 있는 지역은 집값이 비싸다. 또 지역에 따라 범죄율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총기 소유가 합법적인 미국에서 안전한 지역에 사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학군을 생각해서, 안전을 따져서 집을 사다보면 결국 비싼 집을 무리해서 빚을 지고 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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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내 눈에 들어온 책 중에 하나는 “the Two-Income Trap”이라는 책이다. 한국에는 ‘맞벌이의 함정’이라는 제목으로 번역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러한 미국의 중산층의 현실에 대해서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엘리자베스 워렌이라는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출신이다. 파산법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관계로 이 책에는 미국 중산층 가정의 파산의 실례가 다양하게 등장한다.

저자가 말하는 바는 이렇다. 오늘날 맞벌이 가정은 과거 미국의 single income 가정보다 더 많이 번다. 그러나 그들은 늘어난 신용을 바탕으로 좋은 학군과 안전한 지역의 집을 사게 되었고 이는 집갑의 상승을 가져오고 미국 공교육의 실패와 맞물려서 결과적으로 중산층을 취약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맞벌이의 소득에 맞추어 고정지출을 늘였던 많은 중산층들은 실직을 맞게되면 그 규모를 감당할 수 없어서 파산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해고가 자유롭고 의료보험의 부담이 큰 미국에서 이러한 위협은 아주 실제적이다.

아쉬운 점은 저자가 경제학이나 경영학 전공자가 아니어서 시야가 개인의 사례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러한 위협이 실제적이라는 점에서 책에서 말하는 이야기는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참고로 이 책의 저자는 최근 뜨는 민주당 정치인 중에 하나이다. 최근 힐러리가 주춤하는 사이 그를 대신할 여성 대권주자 중에 한명으로 꼽히고 있다. 정치 신인이었던 그녀는 2008년 미국 신용위기 때 소비자 금융보호 단체(U.S. 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를 창설했고, 월가에 실날한 비판을 해서 저격수로 이름을 얻었다. 2012년 공화당 지역이었던 펜실베니아 주에 상원의원으로 출마해서 승리해서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말을 직설적으로 논리적으로 잘하는데, 여자라는 점, 그리고 중산층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점에서 그 인기가 플러스가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