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와의 전투 그리고 승리의 소식

고등학교 때, <닥터스>라는 소설을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하버드 의대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었다. 그 책 프롤로그의 한 부분이다.

간단한 숫자 두개- ’26’이었다. 방안은 호기심으로 술렁거렸다. 잠시 그대로 있던 홈스는 숨을 가다듬으며 학생들을 주시했다. ‘여러분, 이 숫자를 기억해 두십시오. 지구상에는 수천 가지의 질병이 있지만, 의학적으로 치료법이 개발된 것은 스물여섯 개뿐입니다. 나머지는 모두가 짐작일 뿐입니다.’

지금은 숫자가 몇인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질병과 벌인 전쟁에서 인류는 여전히 치열하게 싸우고 있고,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이번주 이코노미스지 메인 기사를 공유한다. 기사 (Eradicating disease, 10월 10일자) 에 따르면, 이 치열한 전투에서 일부 승전보가 들리고 있다고. 그중에 하나는 말라리아고, 하나는 홍역이다. (이 전투는 주로 아프리카에 있는 몹시 가난한 나라들에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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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이코노미스트 해당 기사)

말라리아는 지난 10년간 사망자 수가 절반으로 떨어졌다. 2000년에 85만명에서 2015년은 연간 45만명으로 줄었다. 홍역의 경우는 75%가 줄었다고 하니 더욱 놀랍다.

사실 말라리아는 거의 극복했다고 여겨졌으나 돌아온 전례가 있다. 그당시 말라리아와 싸우던 무기는 단순했다. DDT를 통한 모기 박멸과 클로리퀸이라는 치료제이다. 그러나 너무 일찍 울린 승전보 때문에 연구지원이 축소 되었고, 모기는 DDT에 내성을 얻었다. 그리고 치료제에까지 내성이 생기자 말라리아가 다시 번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좀 다른 것 같다. 모기박멸의 수단도 다양해졌고, 신약개발에도 연구비가 꾸준히 지원되고 있으며, 유전자 기술을 통해 말라리아에 내성을 가진 모기 보급(?)까지 이뤄지고 있다.

아! 말라리아 치료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21세기의 극적인 말라리아 퇴치에는 아르테미시닌이 큰 역할을 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중국의 투유유 교수가 개발한 약이다. 투유유 교수는 중국의 전통의학에서 힌트를 얻어 개똥쑥에서 추출한 소재로 약을 개발했다고 한다. 개똥쑥은 허준의 <동의보감>에도 나오는 약초인데, 학질과 허열에 좋다고 써있다고. 학질이 바로 말라리아이다. 투유유 교수는 박사학위도 없고 유학도 다녀오지 않은 순수 국내파 연구자라고 하니 더욱 놀라울 따름이다.

관련 기사

  1. 인류의 말라리아 극복 상황에 대한 기사: Breaking the fever (이코노미스트 10월 10일자)
  2. 투유유를 비롯한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에 대한 기사: Wisdom, ancient and modern (이코노미스트 10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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