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카드에 나오는 남부 사투리

하우스 오브 카드를 보면 캐빈 스페이시가 쓰는 영어가 좀 독특하다. 스페이시는 원래는 캘리포니아 출신이지만, 배역이 남부 출신 정치인이기에 그쪽 사투리를 구사하는 거다. 연기할 때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기에 사투리만큼 효과적인게 없는데, 캐빈 스페이시가 드라마에서 남부 사투리를 이런 용도로 잘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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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쪽 억양에 익숙하다. 좀 나이가 되신 여기 토박이들, 아니면 좀 시골로 가거나 아니면 남부 흑인 영어에서 이와 유사한 억양을 종종 듣는다.

남부에 살기 전에는 여기 사람들은 다 남부 사투리를 쓰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짙은 남부 사투리를 구사하는 분이 별로 없다. 한국도 그렇지만 미디어의 영향으로 사투리가 점차 사라지는 경향이 있고 애틀란타도 나름 대도시라 토박이가 아닌 사람들이 꽤 섟이기 때문이다.

방금 한 페친과 하오카에 나오는 스페이시 억양가지고 댓글 수다 떨었다. 흥미로워 할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여기다가도 옮겨 둔다.

아래는 해당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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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고 있는 남부 지방 사투리입니다. 캐롤라이나나 조지아쪽의 백인 노인들 또는 흑인들이 쓰죠. Wh 뿐 아니라 r-dropping, ay-ungliding이 특징입니다. 예전에는 (남북 전쟁 시기쯤?) 남부 귀족이 쓰는 말투였다고 합니다. 이를 테면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이 r-dropping을 하죠.

기원을 따져보면 18세기 아일랜드계 이주민이 그쪽에 정착을 해서 생긴 영향이라고 합니다. 재미있게도 아일랜드도 r-dropping을 하는 경향이 남아있는데 북아일랜드 출신 배우 리암리슨도 토크쇼에서 그런 얘기를 한적이 있습니다.

하오카 캐빈 스페이시 사투리 관련해서 vox 동영상이 있는데, 영어지만 자막을 활용하면 충분히 소화하실 수 있을 듯 합니다.

미국판 복면가왕

복면가왕 미국판이 반응이 좋다고. 첫방에서 900만 정도가 시청했다고 한다.

뉴요커지 리뷰를 읽어보니, (링크) 미국판은 한국판과 달리 화려한 가면이 더욱 주목을 받는 듯하다. 내 기억에 한국판 복면가왕에서 초반 논란은 막귀 판정단이었다. 실력파 가수들이 떨어지면 매번 논란이 있었다. 아무래도 한국은 공정성 논란이 젤 화력이 세다.

뉴요커지 리뷰어는 다 큰 어른들이 요란한 분장을 한 셀럽들의 공연을 보고 추측게임을 하는게 기묘하다는 평을 내놓는다. ‘블랙미러’ 세대의 예능을 보는 것 같다나. 그도 그럴 것이 미국판은 의상 하나당 수억원의 제작비용을 썼다고 하니, 의상 자체가 볼거리.

아직 안봤는데, 오늘 집에 가서는 한번 챙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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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복면 가왕

주디 해리스 박사

양육가설을 쓴 주디 해리스 박사가 돌아가셨다고. (2018년 12월 30일)

Judith Rich Harris, 80, Dies; Author Played Down the Role of Parents (NYT, 1월 1일자)

그의 가설에 따르면, 아이들은 부모의 양육이 아니고 타고난 유전자와 또래 집단에 영향을 받는다. 책 읽으면서 공감했던 근거 중 하나는, 이민자의 아이들이 부모의 억양이 아닌 또래 집단의 영향을 크게 받는 이야기였다. 그러고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한국말을 1도 못하는 한인 2세들이 보이더라.

로크의 사상인 blank slate 이론과 계몽주의 교육관의 영향으로 교육/양육의 영향이 강조되었지만,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는 이야기도 이책에서 읽었던 것 같구.

여전히 논란이 많은 가설이라 얼만큼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으나, 자유방임형 (바꿔말하면 게으른) 아빠인 내게는 꽤 솔깃했던 책이었더랬는데…

책 마무리를 짓지 못했는데, 집에가서 이책이나 다 읽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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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지 선정 2018 올해의 국가

해마다 크리스마스 즈음, 이코노미스트지는 올해의 국가를 선정한다. 선정기준은 원래부터 넘사벽 국가가 아니라 그해에 가장 드라마틱한 성과를 보인 나라이다.

관련 기사

The Economist’s country of the year 2018 (12월 18일자)

연말은 왠지 뭔가를 뽑아야 할 것 같은 때이고, 거기에 올해의 국가 뽑는 거 더하는게 어색할리가 있을까. 그치만 따져보면 올해의 국가를 뽑는 건 어지간히 어려운 일이다. 국가라는게 한해 반짝 잘됐다고 계속 잘되는 것도 아니고, 한번 크게 삽질했다고 선진국이 갑자기 개도국이 되는 것도 아니다.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는게 쉬운일도 아니고 부자가 망해도 삼대는 간다는데…

2017년 이코노미스트지는 올해의 국가로 프랑스를 선정했다. 작년 말엔 그만큼 마크롱의 개혁에 거는 기대가 컸었다. 그치만 노란 조끼 운동으로 올 겨울 기세가 완전 꺽인 프랑스(와 마크롱)를 보면, 역시 한두해 반짝 한 걸 가지고 나라를 평가하는게 얼마나 어려운가 실감하게 된다.

작년에 2위에 올랐던건 한국이었다. 작년 세계인의 눈에는 한국의 존재감이 끝장이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박근혜 탄핵, 이재용 수감을 긍정적으로 보았다. 문대통령의 외교 점수도 높았는데, THAAD 로 인한 중국의 위협을 최소화하고 트럼프의 한미 FTA 취소 협상을 교묘하게 연기 시킨 것에 큰 점수를 부여했다.

혹시나 오해를 줄이고자 덧붙이자면, 나는 한국 정치를 잘 모르고, 문대통령을 지지도 비난도 안하는 편이다. 대통령이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보지만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작다. (물론 트럼프는 미국 사는 내게 큰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견디기 힘들다.) 삶의 기쁨과 고뇌를 한 인물에 투영해서 생각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어떤 인간도 나를 구원할 수 없다.

그리고 외신이 한국을 보는 시각도 필요 이상 의미를 부여할 이유가 없다. 외부인의 시선이기에 신선하고, 다른 관점에서 생각할 여지를 던져 주지만, 결국 우리의 문제는 우리의 문제일 뿐이다.

어쨌든…

작년에 이코노미스트지가 한국 말고 프랑스를 선정한 이유는 여전한 북한의 위협 때문이었다. 돌이켜보면 작년만 해도 남북 관계는 몹시나 험악했다. 뉴스를 볼 때마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이 생각나더라. 그러던게 신년사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평화무드가 조성 되었고, 올 상반기는 한국인들이 평화 euphoria를 경험했다. 만약 올해의 국가 선정이 연말이 아니고 여름이었다면, 한국이 선정되었으리라.

그럼 2018년 올해의 국가는 어딜까. (자조 유머의 달인) 영국 사람들 답게, 영국을 뽑자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영국처럼 부유하고, 평화로우며, 안정된 나라도, 순간적인 감정으로 이뤄진, 대책없는 결정으로 나라가 일순간에 헌정 위기의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는 타산지석이 충분한 선정 사유가 된다는 것. ㅎㅎㅎ

영국을 제치고(?) 2018년 올해의 국가로 선정된 곳은 아르메니아다.

아르메니아. 부패가 만연한 가난한 나라에서 올해 무슨 일이 있었나. 독재자 세르지 사르키산이 사퇴를 했다. 사르키산은 2008년 부터 10년동안 대통령을 했다. 아르메니아 헌법상 삼선이 불가능했고, 사르키산은 내각제로 개헌을 하고 총리가 되는 편법을 쓴다. 눈가리고 아웅에 전국적인 시위가 벌어졌고, 결국에 사르키산은 하야한다. 이후 선거에서 70%의 지지를 받은 야당 지도자가 총리를 이어받았다. 언론들은 이를 아르메니아 벨벳 혁명이라고 부른다.

물론, 아르메니아는 여전히 쉽지 않다. 열강에 둘러 쌓여 있는데,( 터키/러시아/범아랍권) 그나마 친러시아을 표방하며 생존을 모색하는 가난한 나라이다. 아제르바이젠과의 영토 분쟁이 재발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그럼에도 이코노미스트지가 아르메니아를 올해의 나라로 선정한 것은, 여러모로 열악한 상황임에도 민주주의가 자리잡을 가능성을 보여줬다는게 이유이다.

아르메니아 인이여,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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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총리 신임안 가결

메이 총리가 또 한번 살아났다고. 정책에 동의 여부를 떠나 참 대단한 사람이다.

이번주 영국 뉴스는 정말 드라마틱했다. 그렇지만 따지고보면 영국은 브렉시트 가결 이후 계속 그런 상황아니었는가. 영국 국회가 보인 아마추어리즘은 전세계의 비웃음을 사기에 충분했지만, 2년 반 동안 영국이 해온 행동의 축약판이었을 뿐이다. 오리려 유럽에서 요즘 위기에 빠진 나라는 프랑스/이태리/독일이 아닐까 싶다. 노란 조끼, 오성운동, 그리고 메르켈 은퇴.

처음 메이 총리가 세워졌을 때, 나는 시큰둥한 편이 였다. 딱히 매력적인 사람은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나는 브렉시트라는 사실상 불가능한 미션을 이만큼 끌고 온건 메이가 아니었으면 힘들었을꺼라고 본다.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뻔히 욕먹을 자리 총대를 매고 가고 싶은 사람도 보이지는 않고. 개인적으로는 미국으로 보면 하원의장 (예정) 낸시 팰로시가 비슷한 느낌의 사람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욕먹은 낸시지만 결국 일일이 만나서 한명씩 설득했다고 한다. ‘그럼 대안이 있는가.’

노딜 브렉시트는 결국 백지에서 국제 관계를 정립하고 조약을 맺는 과정일 텐데, 그렇게 되면 대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경제를 떠나서 국경선을 다시 긋는 문제도 쉽지 않다. 이를테면 당장 런던에서 파리 가는 비행기도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어지게 되는 거고,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에 국경이 그어지게 되는 것이다.

90년대 봤던 많은 영화들이 IRA 테러를 소재로 했던게 생각난다. 북아일랜드 독립이라… 참 옛날 얘기다. 결국 IRA 쇠퇴는 영국의 EU 통합과 맞물려 있다. 생각해보자. 북아일랜드나 아일랜드나 EU 깃발아래 하나가 되었는데, 굳이 과격하게 독립을 말할 이유도 없고.

시간은 째깍째깍 잘간다. 내년 3월까지 영국은 또 어떤 드라마를 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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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방영권 밸류에이션 – 좀더 기술적인 분석

어제 프렌즈 1년 방영권이 $100MM에 팔렸다는 기사를 공유했다. 생각해보니 나도 나름 MBA인데, 기업뉴스를 너무 감상위주로 올렸나 싶어서 자료를 좀 찾아봤다.

어제 포스트 링크

프렌즈의 밸류에이션을 하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CLV (customer lifetime value)를 써보는 거다. 넷플릭스의 경우는 한명의 가입자가 얼마의 가치를 가지냐가 될꺼다. 대충 이쪽 업계에서 CLV를 $1000 정도로 보는 것 같다. 그러니까 이 계산으로는 $100MM이 말이되려면 올해 프렌즈로 10만명의 추가 가입자가 생겨야 한다. 아니면 기회비용 관점에서 프렌즈의 소유권을 갖고 있는 타임워너가 2020년에 프렌즈를 방영한다면 내년 방영권을 팔았기 때문에 10만명의 가입자를 못끌어온다는 계산이 나오거나. (타임워너는 또다른 스트리밍 시장 참여자 HBO의 소유주 이기도 하다.)

아니면 SAC (subscriber Acquisition Cost) 를 이용할 수도 있다. 이건 가입자 한명을 끌어오는데 드는 마케팅 비용이다. SAC를 한명당 $200로 친다면, (작년 자료를 보니까 넷플릭스가 SAC를 $200로 잡았더라.) 프렌즈가 50만명의 추가 가입자를 끌어와야 수지가 맞다는 이야기다.

회계적으로는 프렌즈의 가치를 산정한 다음에 일년 방영한 다음에 얼만큼 amortized 되었나를 따지는 게 맞을 것 같다. 인간적으로 프렌즈 전 시즌 본다음에 다음해에도 또 정주행하는거는 아니지 않나. 그치만 이건 좀 내부자료가 있어야 할 것 같아서 패스.

또는 넷플릭스가 자체적으로 가진 다른 컨텐츠 가격과 비교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건 회사 내부적으로는 좀더 수월하지 않을까 싶다. 잘나가는 넷플릭스 드라마 Crown이나 Strange Things 아니면 Narcos 같은 컨텐츠 가격을 산정한 다음에, 비교할 만한 숫자를 토대로 (시청자수, 시청시간, 독점 방영여부 등등…) 프렌즈랑 비교하는 거다.

넷플릭스야 워낙 데이타 중심의 회사 / 빅데이타의 선구자로 불리는 회사니까 프렌즈의 가치를 잘 판단했을 꺼다. 당연히 $100MM 딜 산정하려고 숫자쟁이들이 달라붙어서 엄청 엑셀을 돌렸겠지. 그래도 $100MM는 좀…

이 동네 워낙 경쟁이 치열해서 점점 그렇게 되는 것 같다. 프렌즈 판권을 가진 타임워너 (라고 쓰고 AT&T라고 읽는다.) 가 HBO의 소유주라 계산이 더 복잡하다. (어제 살짝 언급한 디즈니는 hulu를 갖고 있고.) 그리고 프렌즈가 끝이 아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NBC 쪽 미드 오피스도 곧 재계약에 들어간다고 한다.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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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프렌즈 방영권 계약

넷플릭스가 1000억원에 프렌즈 방영권을 1년 연장했다고. 작년 300억원에 비해서도 엄청난 액수. 금액이 워낙 크니 감이 잘안온다. 프렌즈 보려고 넷플릭스 계정을 가진 분들이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프렌즈가 그정도 값어치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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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Netflix Will Keep ‘Friends’ Through Next Year in a $100 Million Agreement (NYT, 12월 4일자)

스트리밍 쪽이 확실히 치열하긴 하다. 아마존도 나름 강점이 있고, 디즈니도 내년 말에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다. 디즈니는 자체 컨텐츠 (마블/스타워즈랑 디즈니 만화 등등…) 도 있고, ESPN이 자회사인지라, 스포츠 쪽도 꽉잡고 있다.

어쨌든 넷플릭스가 요즘 방송계의 큰손이긴 하나보다. (바꿔 말하면 호구라고 할 수도…)

+ 덧: 프렌즈가 꼭 미쿡 사람만 보는 시트콤은 아닐 꺼다. 당장 한국에도 여전히(!) 프렌즈 팬이 있고, 넷플릭스 가입자 수도 미국 6천만/월드와이드 1억 3천만으로 해외 시청자가 더 많기도 하고.

나는 프렌즈 지금 보려면 너무 올드하지만, 올드한 거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심지어 Jeopardy도 넷플릭스에 있다. AFKN 틀면 주구장창 나오던 스핀 돌려서 quiz 맞추던 게임.

NYT 주목할 만한 2018 올해의 책 100권 리스트에서

그제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 리스트 감상을 올렸는데, 쓰다보니 책수다가 갑자기 떨고 싶어서 몇개 더 올린다. 책수다를 떨다보면 사그라들어가는 책에 대한 애정이 다시 살아날지도 모르고… 어쨌든. NYT 올해의 책은 10권이 올라오는데 이 리스트는 열흘 전쯤 올리는 주목할만한 올해의 책 100 개 중에서 추린다. 100개 리스트에서 관심있게 봤던 책들을 꼽아봤다. 100권 리스트는 아래 링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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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Notable Books of 2018 (NYT, 11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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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TAL DISCORD – Erasmus, Luther and the Fight for the Western Mind By Michael Massing
예전에 포스팅을 올린 적이 있는데, 나의 관심사 중 하나는 루터와 에라스무스의 애증 관계이다. 그리고 이책은 딱 그 이야기를 다룬다. 어찌 관심이 안갈 수 있겠는가. 다만 이 책의 가장 큰 난관은 분량이다. 1000 페이지. 벽돌책 중에 갑류이다. Chapter 1 만 읽고서 책장을 직행한 다음 장식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럼에도 두 인물의 드라마는 나의 지름신을 부르기에 충분하다. 고고한 학자 에라스무스는 혁명가 루터의 사상적인 토대를 마련해주었으나, 루터의 혁명을 거부한다. 역사는 종교개혁가 루터를 기억하지만 에라스무스의 사상은 살아남아서 르네상스/인문주의라는 이름으로 후세에 영향을 남긴다. 거칠게 말하자면 이는 계몽주의와 리버럴리즘의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현대로 끌고 오자면 이 둘의 대립은 cosmopolitanism과 유럽식 리버럴 분파 (에라스무스의 후예들?), 미국식 근본주의와 복음주의(현대판 루터의 후예들?) 경쟁관계로 볼 수도 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 돌아가자면 나는 성향상 에라스무스를 더 좋아한다. 그리고 루터에 대해서는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의 선이 굵은 명확한 논리, 지적인 용기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말년에 있었던 정치적인 횡보와 반유대주의의 씨앗을 뿌린 일들에 대한 부정적인 감상과는 별개로.
예전에 올렸던 에라스무스 관련 포스팅은 아래 링크
회색분자와 에라스무스 (2015년 3월 5일자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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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SHINGTON BLACK By Esi Edugyan
이 소설은 올해의 책 10권 목록에도 있다. 맨부커상 short list에도 올라간 책이라 나름 주목받은 책이기도 하다. 책의 배경은 1830년대 영국령 바베이도스. 참고로 1834년은 영국이 노예 해방을 한 해이고 책의 주인공은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던 흑인이다. 배경만 따져보자면, 흑인 노예의 고통스러운 삶이 펼쳐질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모험소설이다. 주인공 워싱턴 블랙은 그의 백인과 열기구를 타고 세계 여행을 한다. 열기구로 대서양을 건너기도하고, 북극을 도보로 건너기도 한다. 조난을 당하고 구조선을 타며, 결국에는 캐나다로 돌아온다. 나는 plot을 읽으면서 생뚱맞게도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가 떠올랐다. 어찌보면 전혀 연관성이 없지는 않다. 나디아 자체가 해저 2만리를 바탕으로 그려진 이야기이며, 시대적인 배경도 유사하고, 흑인이 주인공인 이야기인지라. 단지 소설은 그러한 스팀펑크 느낌은 없는데, 그냥 내가 그 이야기를 떠올린거다. 어쨌든 내가 이책을 읽게 된다면 왠지 나디아 이야기 추억에 다시 젖지 않을까 싶긴하다. 내가 그렇게 좀 생뚱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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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ED: A Memoir By Tara Westover
이책 역시 10권 리스트 중에 하나이다. 내가 이책을 만약 읽게 된다면 책이 서점에 많이 깔려서가 아닐까 싶다. 자주 보다보면 왠지 손에 가니까. 그만큼 베스트셀러이긴하다. 책 내용은 몰몬교 집안에서 홈스쿨링으로 자란 분의 자서전. 말이 좋아 홈스쿨링이지, 그녀의 홈스쿨링은 세상과의 접촉을 단절로 읽힌다. 그의 부모는 세상 지식을 독소로 보았고, 지하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친다. 쉽게말해 세상과 단절된 여성의 성장기이자 (이여자는 나중에 독학으로 옥스퍼드대에 진학한다.), 끊임없는 지식을 향한 욕구 이야기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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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O THE RAGING SEA – Thirty-Three Mariners, One Megastorm, and the Sinking of the El Faro By Rachel Slade
이 책은 2015년 있었던 화물선 El Faro 침몰을 묘사한 논픽션이다. 이책이 인상적인 점은 대부분의 대화나 사건 묘사가 화물선의 블랙박스 기록과 침몰 순간을 찍은 승무원들의 기록, 가족과 친구를 향한 마지막 작별의 문자들에 기초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퍼팩트 스톰’ 같이 이전에 해상 재난을 다룬 대부분 기록들이 상상에 기초를 한다면 이제는 실제의 생생한 기록들로 내러티브를 재구성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사실 나는 재난 영화/기록에 그닥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이 눈에 들어온 것은 아무래도 세월호의 기억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세월호 역시 이런 기록이 가능하지 않을까. 지금쯤이면 누군가는 그런 기록을 남길 수 있지 않을까. 4년이 지난 지금 돌아볼 때, 그게 그렇게 정치적인 사건이 되어야 했을까 싶고, 그저 가슴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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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ERICAN PRISON – A Reporter’s Undercover Journey Into the Business of Punishment By Shane Bauer
이 책 역시 10권 리스트에 들어간 책. 미국의 영리 교도소에 위장 취업으로 들어간 한 저널리스트의 르뽀. 미국의 교정제도에 대한 관심은 아무래도 산타님의 관련 포스트들을 보고서 생겼다. 미국은 (규모면으로) 넘사벽급의 세계 최대의 죄수를 가지고 있다. 정부 재정으로 감당이 안되기에 영리 교도소가 운영되고 있는데, 이게 전체의 10% 정도이다. 저자는 루이지에나에 형무소 직원으로 취업하는데, 위장취업이 들키기 까지 4개월을 일했다고 한다. 비참한 현대판 노예의 실상을 고발한다. 저자는 미국 영리 교도소가 예전 노예 농장을 모델로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미국 목화 농장의 최대 생산지 중의 하나가 영리 교도소 이기도 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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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10권짜리 올해의 책 리스트 감상은 링크 참조

뉴욕타임즈 선정 2018 올해의 책

보통은 NYT 올해의 책 리스트에서 한 두권은 건지는데, 올해는 그닥. 내가 전반적으로 책에 대해 애정이 식은 건지 (요즘은 책을 별로 안읽기도 하고) 아님 올해 NYT 리스트가 너무 단조로운 건지 모르겠다. 소설 쪽만 보자면 다양한 배경의 30-40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선정한 노력이 돋보인다. 나는 그럼에도 꼭 봐야겠다싶은 책이 없었다.
The 10 Best Books of 2018 (NYT, 11월 29일)
그래도 굳이 관심가는 책을 꼽아보자면,
 
소설 중에서는 The Great Believers by Rebecca Makkai. 시점은 에이즈의 공포가 가득하던 80년대 중반 시카고, 2015년 파리 테러. gay community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한다. 스타일을 보자면, 인물에 공감하게 만든다기 보다는 건조한 저널리즘 양식의 묘사가 강하다고 한다. 시대상을 느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다른 소설은 Asymmetry by Lisa Halliday. 연초에 Newyorker 리뷰를 인상깊게 봤었다. 젊은 편집자와 그녀가 존경하는 중년의 소설가와의 불륜 이야기. (소설가의 모델은 Phillip Roth이고 작가는 실제로 Philip Roth와 잠깐 연인이었던 적이 있다.) 젊은 신인 작가의 데뷔 소설인데 꽤나 주목받았던 책이다.
 
논픽션 중에서는 단연 How to change your mind by Michael Pollan. 이 작가는 예전에 cooked라는 넷플릭스 다큐먼터리로 알게 되었다. 푸드 칼럼니스트인 저자(UC 버클리 신방과 교수이기도)가 환각제 LSD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일종의 LSD 예찬론이고, 본인의 경험도 묘사되어 있는데(!) 책 자체도 꽤나 반향이 컸다. 내 미국인 페친들도 여러명이 이 책을 언급했었다. 한국은 마약이 금기어인지라, 이 책이 소개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또다른 책은 Small Fry by Lisa Brennan-Jobs. 스티브 잡스의 사생아 리사 브레넌 잡스의 자서전이다. 출간 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서점에서 훑어볼 기회가 아직 없었다. 관련한 북토크는 몇번 들었다. 잡스의 개인사에 관심있는 분은 재미있을 수도. 물론 딸 자서전이니까 잡스 얘기가 전부는 아니다.
 
아, 그리고 찾아보니 NYT 올해의 책 중에서 이미 한국에 소개된 책이 있다. Leila Slimani의 Perfect Nanny. 한국 제목은 ‘달콤한 노래’. 맨하탄에 있었던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했다고 한다. 유모가 아이들을 살해한 스릴러라고. 외로움과 광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예전에 올렸던 NYT 올해의 책 감상

미국 잡 마켓 – Nov/2018

요새 미국 잡마켓이 확실히 타이트 하긴 한가보다. 어제일자 WSJ 기사에 따르면 전화면접만 보고 대면 면접 없이 채용하는 사례가 많이졌다고.

Yes, You’re Hired. No, We Don’t Need to Meet You First. (WSJ, 11월 19일자)

사실 이건 계절적인 요인을 좀 생각해야한다. 지금부터 크리스마스까지가 미국 유통쪽은 성수기이고, 백화점 쪽은 매장에 정말 사람이 없어서 곤란해한다고 한다.

내 주변에도 최근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애들 친구 엄마가 몰에서 밥을 먹다가 우연히 옆에 앉은 Macy 백화점 hiring manager의 제안으로 화장품 판매 코너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 친구는 금전적 니즈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선뜻 수락을 했고 지금은 경험삼아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

물론 이건 주로 리테일이나 엔트리 레벨 잡에 한정된다. 하지만 기사에 따르면 요즘에는 화이트 칼라 쪽하고, 엔지니어도 전화 인터뷰 한번 보고 바로 뽑는 사례가 종종 보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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