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제 뉴스 감상 – 비전문가의 시각으로

참고: 지난주 금요일 (10/13) 페북에 올린 글을 저장해둠


이틀간 뉴욕 증시가 크게 빠지면서 다시금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증시가 실물 경제하고 별로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그러려니 했지만, (게다가 실물 경기가 지금 나쁜 것도 아니고…) 그래도 좋기만 했던 작년 상황하고는 조금 다르다. 마침 이코노미스트지도 경제 불황 위험요소를 짚어보는 특집기사를 실었다. 주말에 시간을 내서 찬찬히 읽어봐야겠다.

그럼 작년하고 뭐가 다른가. 아무래도 무역 수지랑 환율이 그렇다. 며칠전에 포스팅 했지만, 2017년은 전세계적으로 무역이 상황이 좋았다. 유럽도 (브렉시트 투표 이후 수렁에 빠진) 영국 빼고는 상황이 좋았는데 올해는 그닥이다. 숫자는 차차 나오겠지만, (회사에서 느끼기도 그렇고) 분위기 상 올해 무역 지표는 별로일 것 같다.

강달러는 경제 구조가 취약한 (바꿔 말하면 달러빚이 많은) 몇몇 나라를 위험에 빠뜨렸다. 터키, 아르헨티나가 대표적이고, 파키스탄이 얼마전 IMF에 도움을 요청했다. (링크) 그렇다고 당장 빨간 불이 들어온건 아니다. 지금까지 나오는 얘기들을 들어보면 터키/아르헨티나가 세계 경제를 수렁에 빠뜨리진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주목할 나라는 이탈리아인데, 요즘 그동네 채권시장이 좀 심상치 않다. 게다가 최근 (소위) 극우정권이 들어서서 돈을 푸는 분위기다. (재정 확대 정책?)

아마도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트럼프 발 무역 전쟁이 아닐까 한다. 나는 작년부터 꾸준히 말해왔지만 이게 단기 이슈는 아닌 것 같다. (관련 포스트들 아래 참조) 게다가 무역전쟁을 한다면서 강달러로 가는건 도대체 뭔가. 무얼 위한 무역전쟁가 싶다.

올해는 미국 경제가 워낙 좋아 걱정할 정도는 아닐지 모른다. 그치만 마냥 낙관할 상황도 아닌 것 같다.

 

보호 무역과 미국 (2월 21일자)

보호무역과 쌍둥이 적자 (2017년 1월 29일)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와 일본의 반응 (2017년 1월 26일)

피터 나바로: 트럼프 정부 유일한 경제학자 (2017년 1월 25일)

경상수지 흑자의 의미 – 유럽 케이스를 중심으로

페친 김바비님이 이코노비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경제학은 재수없는 소리만 한다고. 동의한다. 그러니까 경제학자들은 좋은 꼴을 못보는 사람들이다. 실업률이 낮아지면 일자리의 질은 별로라고 딴지 걸고 (미국 얘기) 흑자 폭이 늘어나도 국가별로는 여전히 불균형이 심하다고 한소리 한다. (유럽 얘기)

지난 7월에 발행된 IMF External Sector Report에 따르면, 유럽의 경상수지 흑자 폭이 늘었다. (아래 도표 참조) 작년 기준 유럽 GDP의 3.6%이고, 총액으로 따지면 450조원으로 세계 경제에서 가장 큰 규모이다. 참고로 트럼프의 주적 중국의 흑자폭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전과 비교할 때) 나라별로 봐도 대부분 흑자로 돌아섰다. 독일의 흑자 폭은 GDP 대비 8.0%, 만년 적자 나라였던 스페인도 1.9%, 이태리도 2.8% 이다. 심지어 유럽의 환자 그리스도 적자가 1% 미만으로 줄었다.

그럼 좋은거 아닌가? 경제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한다. 왜 그런지 좀더 살펴보면 이렇다.

결국 경상수지는 거시의 눈으로 본다면, 투자와 저축의 차이일 뿐이다. 거시 경제에서 말하는 투자와 저축은 일상 용어와 의미가 다르다. 나는 개인적으로 투자/저축 보다 소득/소비라는 말로 바꾸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쨌든 GDP=소비+소득+수출-수입이라는 항등식이 핵심이다. (BoP, Balance of Payments)

Balance of Payments를 회계적으로 더 공부하려면 링크 참조 (참고로 158페이지)

어쨌든, 그러니까 경상수지가 흑자라는 건 경제가 잘나가는 거하고 어떤 면에서 1도 연관이 없다. 그림을 그려봐도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하고 경제성장률은 상관 관계가 없다. 중요한건 왜 흑자가 나는가이다. 오히려 경상수지 흑자는 국가 경제의 지출이 소득보다 작아서 해외에 저축하는 (바꿔 말하면 경제 규모에 비해 내수가 위축되어 있는) 상태로 보는게 더 정확하다.

나도 이 개념을 잡는데 꽤나 시간이 걸렸다. 수출을 많이 한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적자가 있다고 나쁜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경상수지 적자/흑자에 별 관심이 없다. 중요한건 수출을 통해, 무역의 규모가 늘어나고, 거기에 따라서 국가 경쟁력 (바꿔 말하면 생산성)이 향상 되는가이다. 수입을 줄여서 흑자폭이 는다면 오히려 경제가 폭망한다는 증거이다.

대표적인 예가 그리스이다. 금융위기 이후 그리스는 8년 동안 힘겨운 긴축을 실행했다. 소비를 줄이고, 투자를 줄였다. 그리고 결과로 수입이 2007년 대비 25% 감소한다. 유로 지역과 같이 단일 화폐를 사용한다면 그 과정이 더욱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다. 변동 환율제에서는 수출입의 불균형이 환율로 해소되지만 (관련한 예전 포스팅, 먼델 플레밍 모델) 단일 화폐 지역 안에서는 환율 조정 대신 임금 인하, 소비 위축, 실업률 증가가 나타난다.

IMF 보고서는 여전히 과도한 독일의 흑자도 문제로 지적한다. 독일 경제가 인플레에 좀더 융통성을 가지고, 국내 수요를 확장했다면 그 과정이 좀 덜 고통스러웠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요즘 미국을 보면 정반대로 움직인다. 트럼프 정부는 내수 진작 정책을 쓰고 있다. 법인세 대폭 인하, 대규모 인프라 투자계획 (이건 말만 무성하고 한건 없지만…)은 (거시 경제 용어로) 저축보다 투자를 한다는 의미이다. 자본수지는 흑자를 기록하게 되어 있고 (자본수지 흑자는 경상수지 적자를 의미한다.), 강달러를 유인하고 수입을 늘이는 방향이다. 거기다가 금리는 차근차근 올라가고 있고.

그러니까 거시 경제의 렌즈로 보면 트럼프의 무역전쟁은 뭔가 앞뒤가 안맞는다. 그래서 요새 나오는 분석이 무역전쟁은 경제논리가 아니다라는 얘기다. 뭐 그건 처음부터 그랬다. 하지만 그때는 많은 분들이 협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트럼프가 숨긴 패라고 해석했지.

아 그리고 한국. 한국 경제는 내가 입털만한 내공이 없어서 그냥 넘어간다. IMF 보고서는 한국 정부에게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주문한다. 서비스업과 사회안전망 강화로 국내 수요를 창출하라고 한다. 뭐 내가 보기엔 지나치게 원론적인 얘기고 한국 정서상 가능하지 않아보인다. 내수 진작하고 서비스업 키우는게 그렇게 쉬웠으면 벌써 했지 싶기도 하고.

보고서 세부 내용은 아래 링크 참조.

2018 External Sector Report: Tackling Global Imbalances amid Rising Trade Tensions (IMF, 2018년 7월)

관련한 이코노미스트지 기사는 아래 링크 참조.

What a rising current-account surplus means for the euro area (the Economist, 8월 23일자)

보우소나루, 브라질 버전 트럼프?

이번 브라질 대선은 보우소나루 돌풍으로 요약될 듯 하다. 자세한 내용은 브라질 전문가 ^^ 산타님의 포스팅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요즘 바쁘신가보다.

어쨌든 어제 1차 투표에서 과반이 조금 못 미쳐 보우소나루 당선은 늦춰졌으나, 현실적으로 그의 당선이 유력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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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르 보우소나루 (1955 – )

이번 선거의 이슈는 브라질의 막장 치안, 경제 위기를 간신히 넘긴 브라질 경제, 그리고 이전 정권의 심각한 부패 스캔들이 아닐까 한다.

브라질인 친구들의 페북 포스팅을 보면 보우소나루의 유일한 장점(?)은 정치 신인(?)이라 부패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점.

그걸 빼면 (생각해보니 포함해서라고 해야되나?) 트럼프와 별로 다를바 없는 품성과 노선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수위의 막말, 기후변화 부정, 동성애/여권운동 혐오, 강력한 공권력 필요성 강조, 20세기 후반 브라질 독재에 대한 향수, 고문 옹호, 총기 규제 반대, 이민자 배제의 레토릭 등등.

막말 리스트는 한두개가 아닌데,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여성 국회의원을 면전에 두고서 ‘너는 너무 못생겨서 강간할 생각도 안든다.’ 라고 한 건이 있다. 국회의원이 분해서 따귀를 때리려고 하자. 한번 쳐보라고 도발한다. 심신 건강을 위해 동영상 링크를 달지는 않는다. 궁금하면 검색해보면 된다.

브라질 정치의 혼돈상은 산타훈장님 이전 포스팅을 참조하면 좋을 것 같다. (아래 링크) 그중 최근 부패 스캔들은 소위 말하는 car wash 작전인데, 지우마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간 사건이다.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뇌물 액수가 약 2조원으로 추정 된다.

세상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대통령의 몰락: 룰라 이야기 (2017년 7월 15일자)

+ 덧1: WSJ 의 간단한 논평을 동영상으로 올린다.

 

+덧 2: 브라질의 막장 치안에 대한 동영상

코니 청의 미투와 캐버노 상원 인준 투표

코니 청의 미투. 70이 넘은 원로 언론인에게서 여전히 느낄 수 있는 기품에 한번 놀란다. 그리고 적나라한 묘사와 생생한 증언에 두번째 놀란다. (자녀와 같이 듣긴 좀 민망할 수도.)

“Bravo, Christine, for telling the truth.”

오늘 오전(3시간 쯤 뒤) 캐버노 인준 상원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전 미국인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정치권은 시끄러울 것이다.

(예전에도 언급했지만) 린지 그레이엄이 정치 공작이라며 분노할 때 이미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넜다. 인준이 통과되지 못하면 많은 사람들이 (린지의 편에서) 분노할 것이다. 반대로 통과되도 많은 사람들이 분노할 것이다.

나는 정치 공학과 별개로, 그리고 미투 진실 여부와 별개로, 캐버노가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생각이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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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nie Chung (1946 – )

80년대초 파티 문화에 대한 미투?

캐버노 청문회는 인준 후보의 35~36년전 과거 행적에 대한 논란이 주이다. 그러다보니 1980년대 초반 엘리트 프렙 스쿨문화가 재조명된다. 그런 맥락에서 어떤 이들은 이번 청문회를 80년대 백인 청소년 문화 전반에 대한 미투로 읽기도 한다.

80년대 초반은 지금보다 청소년의 성적 일탈에 대해 좀더 너그러운 시대였다. 그리고 에이즈의 공포가 확산되기 이전이었다. 조금 앞으로 시대를 되돌려 보자면 70년대 성혁명이 미국을 흔들었었다.

돌이켜보면 80년대는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버젓이 하드코어 포르노 공연이 있던 시절이었다. (댓글 첨부 참조) 참고로 맨하탄 (크게는 미국) 섹스 인더스트리의 발흥은 요즘 방영중인 HBO 드라마 deuce가 잘 묘사했다.

여담이지만 80년대는 (아마도 90년대 까지?) 한국도 청량리 등지에서 버젓이 사창가 영업이 벌어지던 시기이기도 하다. 초등학생이던 나도 그 정경을 기억한다. 청량리역에 택시를 타고 갈일이 있었고, 그때 기사가 소위 588을 통해서 지나갔었다. (교통 체증 때문이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초등학생임에도 풍경이 기억에 남는걸 보면 그닥 교육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 그러니까 그당시는 초등학생에게 그런 풍경을 보는 것이 대수롭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물론 어머니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던게 기억난다.

어쨌든 미국얘기로 돌아와서. 80년대 일부 부유한 백인 청소년들은 매주 술파티를 벌였다. 그당시 개봉한 영화들을 보면 80년대 초반 미국 틴에이져들의 성풍속이 잘 드러난다. 대표적인 영화가 1983년도 톰크루즈의 ‘위험한 청춘 risky business’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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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미국 틴에이지 영화는 십대 남자들이 몰려다니며 술파티를 벌이고, 자빠뜨릴(!) 여자를 찾거나, 아니면 창녀를 불러내 질펀한 파티를 벌일 생각에 몰두해 있었다고 말한다. 코메디 영화라 그 과정에 벌어지는 주인공들의 어이없는 실수와 해프닝이 주된 소재이다.

1980년대 초반은 플레이보이지의 전성기였다. 소위 말하는 “if it feels good, do it” 이라는 플레이보이 철학이 그 시대를 대표한다. 페미니즘을 기준으로는 70년대 에리카 종의 ‘비행공포 fear of flying’이 이미 담론 형성을 마친 상황이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지난 주말 SNL에서 방영한 80년대 파티 라는 제목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수다를 마친다.

대법관 인준 청문회 감상 포스팅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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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투표권자도 아니고 한낱 필부인 내 의견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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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제의 청문회가 대법관 지명자의 자질을 평가하는 자리가 되었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이번 스캔들이 대법관의 자질을 평가하는 척도인지 아닌지는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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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캐버노가 청문회에서 보인 행동. 그러니까 철저하게 법리에 근거해 법을 집행해야하는 판사가 자신이 정치 공작의 희생자라며 울먹이는 행위. 자신의 정당성을 논리가 아닌 정치 감정에 호소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충분한 결격 사유가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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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안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 연방 대법원을 정치에서 완전히 독립된 단체라고 보지 않는다. 또한 잘 훈련된 판사도 인간이기에 판단에 편향이 있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판사가 이렇게 대놓고 정치적인건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어제 대법관 인준 청문회 감상

어제의 청문회를 (물증과 증인이 중요한) 재판으로 보느냐, (지명자의 자질이 중요한) 인준 청문회로 보느냐가 판단의 기준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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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한국과 비교해서 생각하자면, 정치적인 판단과 법리적인 판단이 분리되어 이뤄졌던, 안희정 건이 좀더 낫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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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론은 당사자들만 아는 엇갈리는 진술 (소위 말하는 he said, she said story) 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고, 이코노미스트지는 단호하게 여자 편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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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관련 기사
Kavanaugh versus Blasey (9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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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지가 기사 마지막에서도 말했지만, 정리적 계산으로는, 대법원 지명자 인준은 중도 라인에 서있는 몇몇 상원의원의 판단이 결론을 낼 것이다. 그리고 이변이 없는한 통과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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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청문회에서 린지 그레이엄이 정치공작이라며 분노를 표현할 때. 이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구나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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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출근해보니 직원들도 온통 어제 청문회 이야기다. 청문회가 OJ 심슨 급의 관심을 모은지라 정치적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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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버노 대법관 지명자 (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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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가 업데이트: 방금 속보로는 중도라인 Jeff Flake 의원이 캐버노 지명자 지지를 선언했다고 한다.

월요일의 학살?

오늘 오전 법무부 차관 로젠스타인이 백악관으로 호출되었다. 그의 해임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닉슨의 탄핵절차는 닉슨이 법무부 장/차관을 해임하면서 시작되었다. 역사는 이를 토요일밤의 대학살이라고 한다.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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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가 업데이트: 사안이 사안인 만큼, 백악과 미팅은 목요일(9/27)로 연기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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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 목요일에는 대법원 판사 지명자 카버나의 성추문을 폭로한 포드 교수의 청문회가 예정되어 있기도 하다. 목요일은 팝콘을 두봉지는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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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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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한 예전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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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d Rosenstein (1965- )

인도: 나라라기 보다는 연맹에 가까운

한 페친께서 인도 아대륙에 대해 포스팅을 했는데, 예전에 읽었던 이코노미스트 기사가 하나 생각나서 공유한다.
 
페친님 포스트 링크
 
이코노미스트지 기사 링크
Is India a country or a continent? (2017년 2월 9일자)

source: 이코노미스트지 해당 기사

 
페친도 이야기했지만, 인도를 하나의 나라라고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짧은 경험이라 일반화하기 좀 무모하지만) 내가 느끼기엔 인도인들끼리도 자기들끼리 동질감이 그다지 크지 않더라. 유학 시절을 돌이켜보면, 유학생들은 보통 나라끼리 잘 뭉치는 편인데, 한국/일본인들, 심지어 중국인들보다, 인도인들은 서로간에 데면데면해 했다.
 
생각해보면 인도인은 영국에게 식민지배를 받았다는 걸 제외하곤 공통점이 거의 없다. 한번도 통일국가를 이룬 적이 없고. 민족도 언어도 종교도 기후도 모두 다르다. 인도는 크기로만도 서유럽 비견할 만하다. (인도: 330만km2, 서유럽: 440만 km2) UCLA의 Romain Wacziag 팀의 자료에 따르면 인도인 두명을 무작위로 뽑으면 같은 언어를 사용할 가능성은 20% 미만이라고 한다.
 
인도라는 나라는 거칠게 말하자면 미연방 보다 조금 느슨하지만 EU 보다는 조금더 견고한 연맹이다.
 
첨부한 이코노미스트 기사를 보면 수치로도 그러하다. 인도의 ‘공식’ 언어는 22개이다. 인도보다 큰 미국도 영어면 다 통한다. 하지만 EU를 보면, 공식 언어가 24개이다.
 
투표율을 보면 그림이 더 명확해진다. 보통은 중앙 선거의 열기가 지방 선거의 열기보다 뜨겁기 마련이다. 그러나 인도의 경우, 펀잡이나 고아의 주정부 선거가 더 투표율이 높다. 대통령 선거에 대부분의 관심이 집중되는 한국이나 미국과 비교하면 참 이상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EU를 생각해보면 이런 현상이 수긍이 간다. 뉴스에서 유럽 각국의 선거 얘기는 가끔 들어도 유럽의회 선거를 들은 기억은 없다.
 
정당 시스템. 양당제가 기준인 미국의 렌즈로는 인도 정치를 이해하기 힘들다. 인도는 국회에 의석이 있는 정당만 세어도 35개가 넘는다. 한두개의 의석을 가진 군소 정당도 흔하다. EU랑 비교하면 이도 이해가 간다. 유럽도 개별 국가의 정치 이슈가 우선이다. 국경을 넘어서는 정치 이슈는 그 다음이다.
 
지역간 빈부 격차.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주인 Bihar의 경우 인당 GDP가 Goa의 10%에 불과하다. 미국이 빈부 격차가 심하다고는 하지만 이정도는 아니다. (매사추세츠 65000불, 미시시피 31000불) 반면 EU를 생각해보면, 그나마 비교할 만한 숫자가 나온다. NUTS-2 기준으로 인당 GDP는 불가리아 Severozapaden 지역이 8600유로, 룩셈브루크는 75000 유로이다.
 
지역간 재화의 이동. 인도는 주끼리의 교역에 장벽이 높기로 악명이 높다. 주마다 다른 세법이 다르고, 세율이 다르다. 미국도 차이는 있지만 인도와 비교할 수 없다. 그래서 교역량은 얼마나 될까?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끼리의 교역량이 미국의 경우 GDP의 78%로 인도는 54%라고 한다. 그치만 이조차도 EU의 20%에 비하면 월등하게 높다.
 
어떻게 보면 인도 아대륙이 하나의 국가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참 신기한 일이다.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가 갈라져 나가긴 했지만.) 13억의 인구가 하나의 국가 체제를 유지하고 굴러가는 게 어디 보통일일까. (중국이 있지만, 거기는 독재국가이고 또 여러 다른 면모로 끝판왕이시니 예외로 하자.)

9/11과 피자 도우

9/11은 뉴요커에게 어떤 식으로든 트라우마를 남겼다. 당시 뉴욕에서 학교를 다녔던 아내는 아직도 기분이 안좋은 날이면 테러꿈을 꾼다. 하루는 탄저균이 전세계에 퍼지기도 하고 다른 날은 그날처럼 다수의 비행기가 추락하기도 한다. 꿈속에서는 항상 먼지가 자욱했고 매퀘한 냄새가 가득했다고 했다. 다행히도 지금은 빈도수가 많이 줄었다.

오늘 읽은 기사는 당시 잿더미에서 시신을 수습했던 경찰의 이야기다. 뉴욕 경찰 Douglas Greenwood는 40일간 시신 수습 작업에 투입됐었다. 이후 PTSD에 시달린다. 그는 26년을 일하던 NYPD를 떠난다.

After 9/11, a Police Captain Wanted to Change His Life. He Opened a Pizza Place (NYT, 9월 10일자)

이탈리아계인 그는 할머니가 피자도우를 만들던 모습을 기억하고, 피자를 만들면서 아픔을 잊는다. 뉴욕코너의 조그만 공간에서 나름 자리를 잡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작년 겨울 Douglas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피자집은 지금 70먹은 Doug의 형과 같이 일하던 주방장 둘이서 운영하고 있다. 올 가을 확장을 해, 조그맣게나마 앉을 공간도 생길 예정이라고 한다. 그건 Doug의 소원이기도 했고.

출처: http://scoutmob.com/new-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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