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top 10 influential books

페친께서 저에게 영향을 끼친 10개의 책 릴레이의 바톤을 넘겨주셨네요.

딱히 독서 세계가 넓지도 않지만, 책이야기 하는 것 만큼은 좋아하기에 영향을 끼친 10개의 책을 선정해 봤습니다. 대단한 깊이가 있는 책도 아니고 그저 동시대를 살았으면 한번쯤 들어봤을 책들입니다. 포스팅 하면서 책에 얽힌 옛날의 추억들을 되새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쓰다보니 늘어나서 10개의 책이라기 보다는 10개의 뭉터기가 되었습니다. 제가 워낙 이야기를 좋아하다보니 기억에 남는 책은 거의 소설이네요. 비소설도 분명히 꽤 읽었는데 말이죠.

참고로 이건 책추천도 아니고 불량식품 같은 책도 끼어있는 목록입니다. 그냥 제가 재미있게 읽은 책 이야기 정도랄까요? 주로는 유년기/청소년기에 읽은 책들입니다. 아무래도 자아 형성은 그 시기에 되지 않았을까 싶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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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웅진 세계 전래 동화 시리즈 (일본 전래동화, 아코마 인디언, 호피 인디언 전래동화 등등)

유치원 시절, 어머니가 잠시 책 외판일을 하셔서 우리집에는 세계 전래 동화 시리즈 전집이 있었다. 집에서 딩굴거리며 책읽기만 좋아했던 나는 어렸을 때 인디언 전래동화의 환상적인 세계와 일본 전래동화의 기묘한 이야기 같은 것을 읽으면서 상상하는 것이 주된 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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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아가사 크리스티)

내 또래의 중고딩들이 그렇듯이 나는 추리소설에 심취해 있었다. 사촌형 집에 홈즈(아서 코난도일) / 뤼팡 (모리스 르블랑) 전집이 있었는데 거기 놀러가서 하나씩 빌려서 읽는게 삶의 낙이 었다. 그러나 그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은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그 서늘한 공포는 나를 한동안 사로잡았다. 수십번은 읽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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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타임머신 (H. G. 웰스)

내가 탐닉했던 장르 중에 하나는 SF다. 고딩 때 한동안은 매일 서점에 들러 SF 코너에서 신간 리스트를 보던게 주된 낙이었다. 필립 K 딕 단편들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 두번째변종 등)이나 아이작 아시모프의 작품들도 인상 깊었지만 아무래도 좀더 고전적인 <타임머신>이 나를 오랜 기간 사로잡았었다. 최근에 기회가 되어 다시 읽어 보았는데, 자본주의와 인류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상징이 닮긴 수작이었다. 만화까지 포함하자면 고3 때 ‘총몽’에 빠져서 사이버 펑크 세계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기억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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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개미 (베르나르 베르베르), 쥬라기 공원 (마이클 클라이튼)

두 책을 함께 묶은 이유는 세상에는 내가 알 수 없는 무지의 영역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책들이기 때문이다. <개미>는 철저히 개미의 관점에서 그려진 세계이다. 그것은 3차원이 아닌 2차원/1차원의 세계이다. 인간이 인지 할 수 있는 세계가 3차원이라면 그 이상의 차원은 우리가 인지하는데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유클리드 기하학의 세계에서는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이해할 수 없다. 과학과 현대 문명에 한계가 있음을 얄팍하게 나마 느꼈다.

<쥬라기 공원>은 영화 덕분에 액션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그 소설이 소개하는 카오스 이론에 꽂혔었다. Chapter 마다 묘한 그림의 일부를 보여주면서 예상치 못한 큰그림을 보여 주었던 것이 신선했다. 그리고 어설프게나마 복잡계에 대한 개념을 접했었다. 속편에서는 퍼지 이론에 대해서 소개했는데 그것은 1편보다 신선함이 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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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은하영웅전설 (다나카 요시키)

고등학교 시절 영웅 이야기에 빠져 보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나도 그 중에 하나 였다. 그리스의 영웅들 (플루타크 영웅전), 삼국시대 중국의 영웅들 (삼국지), 무협세계의 영웅들 (김용의 사조 삼부작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도 모두 나의 영웅들이었지만 아무래도 은영전의 라인하르트와 양 웬리를 뛰어 넘지는 못할 것 같다. 지금 읽으라고 하면 다분히 중2병스러운 인물 묘사를 견디지 못할 듯 싶지만, 그당시 나에게 너무나도 멋있던 그들이었다. 고등학교 시절은 아니지만 같은 맥락에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도 재미있게 보았다. (역사라기 보다는 소설로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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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동주 열국지 (민음사 판)

이문열 역 민음사 삼국지 10권을 세번 정도 읽고서 내 눈에 들어왔던 것은 서유기와 열국지였다. 열국지는 당시 10권으로 민음사에서 나왔는데 12권으로 최근 다시 증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야기는 주로 춘추전국시대의 제자 백가 이야기. 전국의 군웅들이 패권을 다투는 춘추전국시대를 거쳐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하기까지, 약 800년간 벌어진 이야기를 다루는 소설이다. 이 책을 다 읽고서 초한지까지 읽었었다. 한번 빠지면 디비 파는 내 성향으로 맹자와 장자까지 손을 뻗쳤긴 했다. 물론 고딩인 내가 내용은 거의 이해하지 못했지만… 장자의 기묘한 이야기는 그래도 재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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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세계사 편력 (네루)

소설을 말고 내가 좋아했던 건 역사였다. 역사 또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러했을 지 모르겠다. 네루의 세계사 편력은 나에게 균형잡힌 역사관을 심어준 책. 영웅 중심의 역사에 심취해 있던 나에게 사람들의 이야기가 역사라는 것을 알게 해준 책이다. 비교적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는 한국 근대사를 다룬 <우리역사 최전선> (허동현, 박노자)를 재미있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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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장미의 이름 (움베르트 에코)

너무나도 매력적인 이책을 만난건 도서 대여점이었다. 방학때 시간 때우기로 빌린 이 책은 단숨에 나를 사로잡아서 이틀동안 밥도 먹는둥 마는둥하면서 책만 읽었다. 책 곳곳에 가득한 기호학/신학/중세의 모습이란… 그러한 풍부한 이야기를 추리소설의 형식으로 단숨에 읽게 만든 저자의 재능/노력은 나의 가슴을 벅차게 만들었다. 지금도 표지를 보면 설레는 그런 책. 여담으로 당시 묘사했던 중세의 도서관의 모습을 스위스 장트갈렌의 고성당에서 발견해서 너무나도 흥분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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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하나님을 아는 지식 (제임스 패커)

장미의 이름이 소설적인 재미로 나를 흥분하게 했다면 신앙적으로 나를 흥분하게 만든 책은 제임스 패커의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다. 하나님의 성품에 대해 차분하게 논리 정연하게 서술한 이 책은 나의 신앙의 큰 기둥이 된 책이었다. 대학 시절 나의 주된 독서의 영역은 신앙에 관한 책이 었는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간증이나 사례집도 많이 읽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보니 좀더 단단한 근본에 대해 이야기 하는 책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지금도 생각나는 책들로는 마틴 로이드 존스 ‘복음의 핵심’, 유진 피터슨 ‘다윗, 현실에 뿌리박힌 영성’, IVP ‘복음주의와 복음주의 학생운동’ 이다. 한때 로이드 존스에 심취해 있었는데, 런던에 갔을 때 흠모하는 마음으로 웨스트 민스터 채플에 방문해서 주일 예배를 드렸던 기억이 난다. 그때 교회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로이드 존스 목사님을 흠모한다고 하니 교인분께서 설교가 타이핑되어 있는 당시의 주보를 원본으로 몇부 주셨고, 책을 한권 주셨는데 그 때 받았던 책이 ‘복음주의와 복음주의 학생운동’이다. 복음주의 운동을 잘 정리한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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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창세기 (구약 성경)

성경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창세기 이다. 항상 성경 통독을 시작할 때마다 처음 만나는 책이라서 가장 익숙하지만, 사실은 이야기 이기 때문에 나에게 항상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굳이 두번째를 꼽는다면 바울의 ‘빌립보서’ 바울의 케노시스의 신학이 잘 나타나 있고, 통달한 도인 같은 자기 비움의 삶의 모습이 그대로 나와 있는 책이다. 빌립보서는 참으로 사람을 평안하게 하는 책이다.

* 그외

내 인생의 책을 꼽으라면 어찌 이것 뿐이겠는가. 10개로 압축해서 이렇게 써봤는데, 그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책을 나열해 보고자 한다.

키노 (영화잡지), 몬스터(만화) (우라사와 나오키), 먼나라 이웃나라 (이원복), 대지 (펄벅), 톨스토이 단편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등등),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마거릿 미첼), 순전한 기독교(C S 루이스), 노인과 바다 (헤밍웨이), 나무를 심은 사람 (장지오노), 괴짜 경제학 (스티븐 레빈),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유홍준),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 (리차드 파인만), 학문의 즐거움(히로나카 헤이스케),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 (로버트 피어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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