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크루즈와 마이크 펜스

어제 트럼프의 후보수락 연설 전에 페북에 올린 포스트를 저장해 둔다.

 


 

예상대로 올해 공화당 전당대회는 뉴스 꺼리가 풍성하다. 멜라니아 트럼프의 표절부터 테드 크루즈의 잔치집 찬물 끼얹기까지. 물론 하일라이트는 오늘 저녁 트럼프의 후보수락 연설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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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보여주었던 테드 크루즈의 행동으로 언론들이 뜨겁다. 크루즈가 한 행동은 잔치집에 가서 축하의 말 대신에 침뱉고 나온 모습인데, 이보다 더 재미있는 기사가 어디있겠는가. 물론 막판까지 후보자리를 두고 다투었던 경쟁자가 반드시 지지 선언을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당대회는 분위기 띄우기 행사고, 후보를 지지 하지 않는다면 조용히 불참을 하게 마련이다. 예를 들자면 존 메케인, 부시 부자, 밋 롬니, 존 케이식은 이번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공화당 전당대회 단골 연사인 클린트 이스트우드나 미식축구 스타 팀 티보도 이번 행사에는 불참이다. 그런데 크루즈는 축하에 자리에 나와서 트럼프 지지 선언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11월 있을 선거에 꼭 참석해서 양심에 따라 투표하십시요.’ 라고 했고, 그 말의 의미를 깨달은 청중은 야유를 했다.

동영상: Cruz Booed After Not Endorsing Trump

캡처

크루즈는 역시 크루즈다. 그는 언제나 야심이 가득한 사람이었고 항상 굽히지 않는 원칙주의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는 이번 선거를 오랜 시간 준비해왔던 사람이다. 그리고 그의 전략은 가능한한 모든 원리주의자의 표를 끌어들인다였다. 결과적으로 그는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었고 트럼프에 대항할 마지막 카드로까지 여겨 졌다. 그는 전략대로 보수적인 복음주의 기독교의 표를 기반으로 하여 작은 정부 주의자, 극단적인 리버테리안들까지 지지자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번 경선에서 트럼프는 선거판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고, 결과적으로 크루즈의 전략이 통하지 않는 선거가 되었을 따름이다. (참고로 크루즈에 관해서는 몇차례 포스팅 한적이 있다. 관련글 링크)

원래 전당대회는 마지막날 후보 수락 연설이 하일라이트이고, 그 전까지는 러닝 메이트가 분위기를 살리는게 보통이다. 그런데 이번에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마이크 펜스는 참 조용하다. 오히려 트럼프의 아들들과 부인, 그리고 어제는 크루즈가 뉴스의 중심이었다. 마이크 펜스라는 이름은 나도 처음 들어보았는데 그래서 관련 기사를 좀 찾아봤다. 아래는 펜스 주지사의 삶을 정리한 NYT 기사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펜스는 보수주의 기독교 가치관을 신념으로 하는 정치인이다. 펜스가 전국구 정치인으로 부상한 것은 작년 인디아나 주에서 낙태를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 시키면서이다. 법안은 산모의 뱃속에 있는 태아를 인종, 성별, 유전병 (다운 신드룸 같은) 때문에 낙태 시술을 하는 것을 금지했다. 당연히 이 법은 연방 대법원에 의해서 위헌 판정을 받았고 지금은 무효화된 상태이다.

낙태 이슈에 대한 논쟁은 예나 지금이나 미국 정치에서 뜨거운 이슈이다. 예전에 낙태와 관련해서 정리한 적이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은 링크를 참조하길 바란다. (낙태 이슈에 관한 논점들)

어떤 면에서 크루즈와 펜스는 정치적인 노선이 같다. 둘은 보수 복음주의 기독교인을 정치적 지지기반으로 갖고 있다. 그러나 그 종착점이 자신의 야심인 크루즈와 달리 펜스는 기독교 가치관을 수호하는 것 자체가 지향점인 사람으로 보인다.

기사에 따르면, 펜스는 2012년 인디애나주 주지사로 선출된 이후 매년 다양한 형태로 낙태 제한하는 법을 제안해왔다. 그리고 2015년 법안 통과까지 하게 된 것이다. 그는 2015년 법을 통과시키면서 “소중한 아이들과 어머니들, 그리고 가족들을 하나님께서 축복해주시길 기도하면서 법을 통과시켰다. (I sign this law with a prayer that God would continue to bless these precious children, mothers and families.)” 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대다수 보수 복음주의자들의 생각을 대변한다. 이를 테면, 그는 1973년 대법원의 Roe v. Wade 판결을 노예를 사유재산으로 본 1857년의 Dred Scott 판결과 같은 수준의 오점라고 믿는다. 그는 학부시절 예수를 만나고 회심한 이후로 자신의 삶을 주님께 바쳤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사람이다. 소위 말하는 신실한 기독교인으로, 심지어 그의 앞에서는 사람들이 비속어나 욕을 사용하기도 어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술자리가 있으면 반드시 부인을 동석시키며, 원칙에 벗어나는 일이라고는 없는 사람이다.

그렇게 보면 펜스의 원칙주의는 크루즈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 동기 측면에서는 전혀 다르다. 크루즈에 관련해 생각나는 일화가 하나 있다. 크루즈는 대학 때도 야망이 대단했다고 한다. 그는 데이트 첫 만남에서 항상 상대의 SAT 성적을 묻고, 집안 배경을 확인했다고 한다. 크루즈는 하버드 법대 출신으로 전국 토론대회에서 우승을 한 경력이 있다. 그는 꾸준히 엘리트의 길을 걸어 왔고 성공을 위해 달려온 전형적인 인물이다. 성공만을 바라보고 달리는 그의 성격은 워싱턴에서도 그를 왕따로 만들었고, 항상 아웃사이더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동시에 확실한 색깔 때문에 원칙주의자들에게는 지지를 받아왔다.

다시 트럼프와 general election 이야기로 돌아오자. 사실 트럼프는 점잖은 기독교인에게는 반감을 주는 인물이다. 그는 상당히 세속적인 사람이고, 결과적으로는 공화당 경선에 승리했지만, 왠지 보수 복음주의자들과는 어우러지는 그림이 잘 안나온다. 대표적으로 종교색이 짙은 유타주는 트럼프를 못마땅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리고 그들의 표심을 대표하는 롬니는 트럼프를 지지하기를 거부했다. (물론 유타는 한국 기독교에서 이단으로 분류되는 몰몬교이다. 그러나, 미국 기준으로 몰몬교는 복음주의 기독교와 보수적인 가치관을 공유한다.) 트럼프가 펜스를 러닝메이트로 선정한 배경에는 이러한 계산이 있지 않았을까하는 추측도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 보아서는 트럼프와 펜스 역시 상당히 이질적인 조합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어제 저녁 순서에 자신의 자식들의 찬조 연설을 몰아 놓고서 하일라이트 처럼 순서를 짰다. 부통령 후보는 안중에도 없다. 누가봐도 트럼프가 자기 가족을 띠우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선명하다.

트럼프가 자기 밖에 모른다는 것은 미국인 모두 아는 사실이다. 그러한 거부감을 덜어보고자 펜스를 불러오고서 들러리만 세운다. 아마도 딸 이반카를 부통령 후보로 내세우고 싶은게 트럼프의 본심이지 않았나 싶다. 하긴 지금의 그라면 뭔들 못하겠는가.

Ivanka Tru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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