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이오와 코커스를 보고서 느낀점을 간략하게 남긴다.
들어가기 전에, 나는 특정인을 지지하지 않고 동네 싸움 구경하듯이 관전만 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게다가 미국 정치에 조예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예측 같은 것은 할 능력도 되지 않는다. 그저 현재 돌아가는 이야기만 정리해 본다.
어제의 승자는 누가 뭐라해도 테드 크루즈이다. 7 포인트 정도 뒤지는 여론 조사 결과를 뒤집고 트럼프 대세론을 잠재웠다. 아이오와는 50개 주 중의 하나로 산술적으로는 경선에서 1% 밖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서프라이즈를 보여주면 분위기를 타게된다. 아무래도 여론조사와 실제 경선은 무게가 다르다. 크루즈는 아이오와에서 보수 기독교 층과 티파티의 지지를 바탕으로 승기를 잡았다. 그런 점에서 다음주에 있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중요하다.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와 크루즈의 지지율은 아이오와 보다 차이가 큰데, 여기서도 크루즈가 이기면 트럼프에게는 치명타이다.
<아이오와 공화당 지지도 여론조사 (source: HuffPollster)>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트럼프이다. 지금까지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위너의 이미지를 구축해왔던 그가 뉴햄프셔에서도 고전한다면 버티기가 힘들어진다. 그가 아이오와에서 부진했던 것은 여러가지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자와의 차이, 저학력자 지지층이 경선에 참여하기 어려웠던 점, 아이오와의 보수 기독교층 등등…) 핑계를 대어봤자 이득될게 없다. 그의 지지가 일정부분 승리자로서의 이미지에 기대왔던 것을 생각하면 트럼프는 꾸준히 이겨야 한다. 그는 리얼리티 쇼에서 종종 ‘No one remembers second place’ 같은 말을 하지 않았던가.
마르코 루비오는 나름 선전했다. 공화당 주류의 지지를 받는 그는 아이오와에서 strong third를 했다. 이를 바탕으로 온건 보수층의 표를 결집한다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는 경선 초반 신선한 정책을 바탕으로 젊은 층의 지지를 모았다. 그러나 치열한 공화당 경선판에서 흔들리며 같이 막말에 동참하여 지지율이 지지부진해 졌는데, 아직은 두고봐야 할 것 같다.
벤카슨과 젭부시는 아이오와 경선 이후 제대로 선거운동을 진행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특히 젭부시는 치명타를 입었다. 아이오와에만 $14 million 를 쓰고서 5,165 표를 얻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민주당은 셈이 좀 복잡해보인다. 특히 지지자에 따라서 다른 이야기를 한다. 샌더스를 지지하는 분들은 막판까지 추격한 모습을 보며 실질적인 동률(virtual tie)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힐러리를 지지하는 분들은 어쨌든 이겼으니 선방했다고 평가한다. 다음번 경선이 있을 뉴햄프셔는 샌더스 의원의 텃밭이므로 그의 승리가 거의 확실해 보이지만, 이어 치뤄지는 사우스 캐롤라이나 경선에는 힐러리가 우세하다. 이쪽도 역시 좀더 지켜봐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샌더스 의원이 이렇게까지 지지를 받을지 상상하지도 못했다. 확실한 것은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힐러리 지지자와 비교해 보았을 때) 상당히 열정적이라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자신의 지지를 표명할 때 자동차 트렁크에 스티커를 붙인다. 지금은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되지 않았고 경선 시즌임에도 종종 샌더스 스티커를 붙인 차량을 본다. 반면 아직까지 나는 힐러리를 지지 스티커를 본 적이 없다. 페북과 트위터에서의 buzz도 샌더스 쪽이 압도적이다.
이쪽은 돌발 변수가 또 있다. 바로 전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이다. 그는 수차례 민주당과 공화당을 오간 인물이다. 일종의 중도를 표방하는 정치인인데, 경제 이슈에는 공화당 지지, 인권/총기 관련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포지션이다. 그는 힐러리 지지를 선언했으나 지지부진한 그녀의 성과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그는 샌더스의 승리가 확실해지면 무소속으로 출마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트럼프를 능가하는 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허무맹랑한 이야기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