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틴 여행기 – 첫째날 (2) : 알라바마와 플로리다

몽고메리와 목화밭

2시간 반 정도 달렸나. 이제 제법 큰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몽고메리에 온 것이다.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나는 몽고메리라는 이름을 들으면 Rosa Park가 떠오른다. 버스 보이콧 운동을 이끌었던 여성이다. 마틴 루터킹도 이곳에서 목회를 했었다지. 남부는 많은 지명이 흑인 민권운동과 연결되어 있다. 내가 사는 조지아도 그러하고 알라바마도 흑인의 인구 비중이 많다. 알라바마와 조지아인구 30%는 흑인이다.

(직찍. 길위에 펼쳐진 알라바마의 목화밭)

고속도로에서 85번 국도로 접어 들자 간간히 목화밭이 보인다. 아직도 미국에서 목화를 키우는 구나. 10월 초까지는 목화 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남부는 예로 부터 목화 농사의 중심지였다. 햇살이 강하고 땅이 비옥해서 목화가 좋아하는 환경이다. 나는 목화밭을 보면 일렬로 서서 목화를 따는 노예들이 떠오른다. 아마도 헐리우드 영화가 만들어준 이미지일 것이다. (참고로 아래 사진은 노예가 아니고, 죄수들이다.)

Parchman_prison_convict_labor_1911

(image source: wikipedia)

지금은 당연히 목화를 손으로 재배하지 않는다. 경비행기로 농약을 주고 (돌아 오는 길에는 경비행기가 하늘에서 농약을 뿌리는 것도 보았다.), 트랙터로 추수하고서, 방직기로 솜을 뽑아낸다. 모든 과정은 기계화되어 있고, 규모의 경제가 있지 않고서는 이윤을 남기기 힘들다. 여전히 미국은 목화를 생산하고 있지만, 인건비 때문인지, 지금에 와서 목화의 가장 큰 생산국가는 중국과 인도이다.

Capture

(wikipedia 재인용)

남부의 문화

남부는 남부만의 색이 있다. 남부는 초기 이민자들의 문화가 원형에 가깝게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19세기 남북전쟁 이전까지 남부 부자들은 북부사람들을 양키라고 부르며 문화적으로 열등하다고 했다. 청교도, 도덕주의, 가족은 남부의 중심가치이다.

Vivien_Leigh_as_Scarlett_OHara_in_Gone_With_the_Wind_trailer

(image source: wikimedia)

남부 사람들의 시각은 소설 (또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잘 드러나 있다. 한 장면만 예를 들어보자. 스칼렛의 두번째 남편은 프랭크라는 제제소 주인이다. 스칼렛이 흑인들에게 성추행을 당하는데, 프랭크는 도덕적인 응징으로 KKK단과 함께 복수를 한다. 마거렛 미첼이 가진 가치관을 평범한, 그리고 선량한(?) 남부 백인의 세계관으로 본다면 당시 그들은 KKK를 테러집단이라기 보다는 도덕적, 문화적 순결함을 지키는 모임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물론 시대는 변했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남부는 여전히 도덕적인 가치가 강조되는 곳이다. 때로 도덕적인 순결의식은 인종차별의 모습, 또는 강한 보수성향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남부에서 도덕과 보수 성향이 분리된 가치가 아닌 것이다.

Florida_(Chile)

(image source: wikipedia)

플로리다, 히스패닉, 그리고 쿠바계 미국인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플로리다에 들어왔다. ‘Welcome to Florida’ 표지판 옆에는 야자수가 심겨져 있다. 제일 먼저 풍경의 변화를 느낀다. 목화밭이 야자수로 바뀌고, 활엽수림이 늪지대로 변한다.

플로리다와 알라바마의 차이는 식생만이 아니다. 문화도 다르다. 우선 건물이 그러하다. 붉은색 지붕과 분홍색 벽은 스페인의 영향 때문이다. 플로리다는 원래 스페인 사람들이 처음 ‘발견’해서 정착했던 땅이기도 하다.

인종 구성도 다르다. 조지아와 알라바마가 흑인들의 주라면 이곳은 히스패닉의 주다. 히스패닉 액센트를 자주 들을 수 있다. 조지아에서 흑인 액센트 (Ebonics)를 듣는 것과 비슷한 빈도이다. 수치상으로도 드러나는데, 조지아에서 히스패닉은 9%인 반면에 플로리다는 25%를 차지한다.

젭 부시와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에 기반을 둔 정치인이 히스패닉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젭 부시의 부인은 라틴 아메리카 출신이다. 공화당의 젊은 신성 마르코 루비오는 쿠바계 미국인이다. 여담이지만, (선거 시즌이니까 덧붙이자면) 마르코 루비오는 젭 부시 똘마니 정도로 여겨졌는데, 요즈음 젭 부시의 인기를 넘어서고 있다. 운이 따라준다면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가 될 수도 있을 정도이다.

그러고 보면, 플로리다는 쿠바계 미국인이 가득하다. (미국내 히스패닉의 대다수는 멕시코계인 것과 달리.) 쿠바계를 생각하면 짙은 눈썹, 부리부리한 눈, 갈색 머리, 넓은 이마, 넙대대한 얼굴이 떠오른다. 2011년 겨울, 플로리다 팜 비치에 갔을 적에 식당의 서버의 얼굴이 전형적인 쿠바계의 얼굴이었다. 비슷한 느낌의 얼굴을 피델 카스트로가, 그리고 마르코 루비오가 가지고 있다. 체게바라는 아르헨티나 사람이지만, 왠지 모르게 쿠바인 얼굴을 하고 있다. 쿠바에 머무르면서 얼굴도 쿠바 사람처럼 변한 걸까.

Cuban_American_people

(Cuban American: source wikipedia)

Fidel_Castro      download

(카스트로(좌), 체게바라(우): source wikipedia)

<목차>

데스틴 여행기 – 첫째날 (1) : 로드트립

데스틴 여행기 – 첫째날 (2) : 알라바마와 플로리다

데스틴 여행기 – 둘째날 : 해변과 악어

데스틴 여행기 – 셋째날 : 석양의 결혼식

데스틴 여행기 – 마지막날 : 돌아가는 길

Leave a Reply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