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이 조금 넘는 미국 생활. 주말 마다 변하지 않는 ritual의식이 있다. 예배 후 한인마트 pilgrimage순례. 고백한다. 날라리 신자인 나는 간혹 교회를 빼먹고, 덩달아 한인마트 순례를 넘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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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2년을 살았던 North Carolina에는 한인 커뮤니티가 작았다. 한인 마트는 멀었다. 통로는 비좁았으며 정체모를 아시아 식재료가 뒤섟여 있었다. 그나마 라면을 제외하고는 한국에서 먹던 그 맛과 차이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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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 애틀란타에 왔다. 할렐루야. 거대 한인 마트는 널찍 널찍 했고, 복도마다 한국 식재료가 칸칸이 들어차 있었다. 딸애는 옆에서 떡을 먹으며 행복해 하더라. 이사 참 잘왔다.
우리집 식탁은 국적불명이다. 아침엔 hummus와 naan, 브리치즈가 등장하여 유럽/지중해 스타일이 되었다가, 파스타와 김치를 곁들이는 점심을 먹었다가, 저녁에는 미역국 옆에 두고서 쌀밥과 잡채를 접시에 던 다음 쇠젓가락으로 피클을 집어먹는다. 우리 가족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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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한식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쌀, 콩나물, (요리하기 딱 좋게 썰어진) 갈비, 라면, 김, 미역, 고추장, 참기름, 김치, 칸쵸 같은 것들은 없어서는 안될 필수재이다. 한인마트는 일용할 양식을 채우는 신성한 곳이다. 두부/간장은 타겟이나 홀푸드 ethnic section에서 구할 수 있지만, 마트 전체가 한국 것으로 채워진 H mart나 메가/시온 마트에 비할 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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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인가? 추석 때였다. 갑자기 한국적인게 먹고 싶어져서, 전도 부쳐보고 고기를 다져다가 피망에다 채워넣어 완자를 만들어 본적이 있다. 그후 몇달간 한국 음식에 대한 갈망이 극에 달했다. 한국에서도 즐겨 먹지 않던 족발, 감자탕, 청국장, 갓김치를 어찌저찌 구해다가 먹었다. 대단한 솜씨는 아니지만, 몇번의 시행착오 끝에 김치찌개를 만들어봤는데 어머니가 해주던 맛 얼추 비슷하다는 생각에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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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포 2세, 3세를 만나보면 엄마, 아빠 말고 한국말을 거의 못하는 녀석들도 한국음식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떡볶이, 갈비, 짜장면. 언어 보다 더 짙게 민족 정체성을 드러내는 건 식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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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뉴요커에서 H mart에 대한 에세이를 읽었다. half-Korean American 인디가수가 암투병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와 H mart에 대해 썼다. 뉴요커 글 답게 상당히 길다. 이 가수가 쓴 에세이는 예전에도 읽은 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예전 글이 더 짧고 깔끔해서 좋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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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 에세이 링크
Crying in H Mart (8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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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amour 에세이 링크
Real Life: Love, Loss, and Kimchi (2016년 7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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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달걀이 풀어진 채 돌솥안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순두부 찌개는 어떤이에게 엄마이기도 하고, 유전자에 남아있는 한국인의 끈 같은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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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 글쓴이가 리드하는 인디밴드 Japanese Breakfast 공연 클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