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다. 한석규가 자신의 영정사진을 찍는 모습이었는데, 다른 사람이 기억해 주기 원하는 자기 모습을 남겨 둔다는 행위가 낯설었다.
독거노인 영정사진을 찍어 드리는 봉사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그분들이 경건하게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면서 죽음에 대해 묘한 느낌을 받았던 생각이 난다.
NYT 기사에 공감한다. 영정사진을 미리 준비해두는 일은 지극히 한국적인 풍습이다. 영정사진에는 지금의 나의 모습, 내가 기억하는 나의 모습, 그리고 다른 이에게 기억되고 싶은 나의 모습이 동시에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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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재미교포가 한인 교회를 순회하며, 영정사진을 찍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사진들을 찬찬히 보았다. 사진에 타국 생활에서 오는 고단한 세월의 흔적, 자식 손주에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 소망, 세상과 이별을 준비하는 마음가짐 같은 것이 담겨 있다. 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