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코끼리를 타고 다닌다구?

이번 주말에 한국을 방문한다.

이 이야기를 회사 동료에게 했더니, “좋겠다. 그럼 코끼리도 타고 그러는거야?”라고 묻는다. 뭐라고 대답할지 모르겠더라. 좋은 의도로 말했는데, 민망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한국에는 코끼리가 없어.”정도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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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는 무늬만 아시아 사람인데, 할머니가 태국 출신이라 어릴 적에 태국에 한번 가봤단다. 그때 코끼리를 타본게 그 친구가 아는 아시아의 전부이다.

딱히 뭐라할께 못되는게, 당장 누가 아르헨티나에서 왔다고 하면 거기서 커피 마시면 맛나겠다. 내지는 거기 여인들은 정열적이라며? 또는 거기도 독재자가 대통령이야? 말고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친구가 만약 흥분해서 자기네 나라가, 브라질보다 1.5배 정도 부유하고 (인당 GDP 기준으로) 남미의 경제를 이끄는 파워호스이며, 농산물 수출 강국이면서, 동시에 하이테크가 엄청나게 성장하는 곳이야. 라고 말하면… 그래…라고 웃음정도 짓고, 속으로는 ‘그래도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잖아… 치안도 안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도 생각하지 않을까?

아… 아르헨티나 얘기는 경험담 아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출신 친구가 있는데, 두나라가 서로간에 미묘한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신기했던 적이 있다. 이를테면 브라질 사람은 아르헨티나 사람이 잘산다고 뻐긴다며 질투(?)하고, 아르헨티나 사람은 브라질 사람이 별것도 없이 자존심이 세다고 말한다. 브라질만 남미에서 유일하게 포르투갈어를 쓰는 나라이기도 하다.

맥도날드의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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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wikipedia)

딸아이의 생일

아이의 생일 파티 장소를 물색하는 중이다. 올해는 한국에서 생일을 치른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자주 못보는 손녀이기 때문에 기왕이면 좋은 장소에서 해보려고 한다. 어버이날 식사를 겸해서 아마 부페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한국은 부페가 워낙 비싸서 부담스럽긴 하다.

아이가 옆에서 듣고 있더니 뾰루퉁 하다. 못마땅한 표정을 모른 척 넘어가기 힘들어 이유를 물어보았다. ‘내 생일 파티인데 내가 장소를 골라야지!’ 그래서 대체 어디를 가고 싶냐고 물어보았더니, 가고 싶은 곳이 맥도날드란다. 딸아이 답다. 생일 때 말고 언제 한번 데려가기로 했다. 하긴 외식이 흔하지 않았던 나의 어린 시절, 나도 생일 파티를 버거집에서 하고 싶었다.

아이는 맥도날드를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의 식습관을 생각해서 특별한 날만 가는 곳으로 정해놨다. 그래서인지, 외식을 할 때 어디갈까 물어보면 언제나 맥도날드다. 키즈밀에 따라나오는 장남감도 좋아하고, 프랜치 프라이도 좋아한다. 특히 케찹을 좋아하는데, 케찹을 먹기위해 프라이를 먹는 것인지 프라이를 먹기 위해 케찹을 먹는 것인지 헤깔릴 정도이다. 그렇게 보니 녀석이 생일파티 장소로 맥도날드를 생각한 건 당연하다.

아이 엄마의 입덧

아이가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였다. 세상의 모든 예비 아빠가 그렇듯, 나도 마눌님이 입덧을 하면 무엇이든 구해주리라 마음 먹었다. 경험자들에 의하면 족발/냉면/곱창/우유/레몬즙 등등… 뭔가 특이한 것이 먹고 싶을 때가 많다고 했다.

마눌님께서 원한 음식은 지극히 평범했다. 맥도날드 빅맥 세트. 당시 우리는 한국에 있었다. 마눌님께서는 미국에서 자란 지라 입덧 때 지극히 미국적인 음식이 먹고 싶었고, 가장 미국적인 음식으로 빅맥이 떠오르셨단다. 그래서 빅맥 세트를 전화로 주문했고 나의 입덧음식 조달은 싱겁게 끝났다. 너무 싱거운 것 같아서 다른게 없냐고 물었더니 떡볶이가 먹고 싶다고 하신다. 그것도 역시 배달로 해결했다.

생각해보니 딸아이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도 맥도날드를 찾았다.

첫번째 패스트 푸드

딸이 어렸을 때, 마눌님은 먹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다. 어디에 가도 딸아이 먹을 것은 따로 만들어 챙겨 다녔다. 어쩔 수 없이 사먹어야 할 때도, 소금을 빼고 요리해달라고 주문했다. 노력의 효과였을까. 아이는 가리는 것 없이 잘 먹고, 저염식을 선호하며, 채소도 잘 먹는 편이다.

2013년 봄. 독일 친구 집에 머물렀다가 스위스로 넘어가는 길이었다. 차를 타고 하는 장거리 여행이었는데, 독일과 스위스 국경지대를 지나쳐야 했다. 아침에 프라이부르크(Freiburg)에서 출발해서 점심 때는 국경지역의 작은 도시 콘스탄츠(Konstanz)를 지나쳤다. 로드 트립의 중간에 미리 음식을 챙기기는 쉽지 않다. 또 낯선 시골 도시에서 제대로 된 음식점을 어디에서 찾는단 말인가. 나는 맥도날드에서 점심을 때울 것을 강하게 주장했고, 마눌님은 마지못해 승낙했다. 딸아이가 처음으로 패스트푸드를 먹는 순간이다.

한적한 독일 시골에서 동양인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맥도날드에 들어서자 시선은 우리에게 집중되었다. 맥도날드의 알바생은 영어를 한번도 안해본 친구였다. 나는 손짓발짓을 동원했지만, 그는 당황했고 결국에는 매니저를 불렀다. 우여곡절 끝에 빅맥과 키즈밀을 주문했다. 그러나 식사를 하다가 냅킨과 플라스틱 포크를 가져와야 했을 때는 독일어가 되는 마눌님께서 나서야 했다.

드디어 첫 키즈밀. 아이는 세상의 맛을 처음 본 냥 행복해 했다. 그때부터 아이의 프랜치 프라이 사랑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키즈밀 장남감 수집도 그때 시작하였다. 독일/스위스/프랑스/이탈리아 등등 새로운 나라에 갈 때마다 키즈밀 장난감을 모으기 시작했다. 재미도 쏠쏠 하다.

그럼 나는?

사실 나는 맥도날드에 별 애착이 없다. 어렸을 때는 롯데리아를 사랑했고, 커서는 버거킹을 선호했다. 캐나다에 1년 있을 때도 맥도날드 보다는 웬디스였다.

그래도 미국 밖을 나가면 한번은 맥도날드에 가게 된다. 맥도날드는 참 미국적이고, 이상하게 미국 밖을 나가면 미국적인게 가끔 생각난다.

맥도날드 현지화 전략을 살펴보는 건 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배달이 되서 좋고, 유럽의 맥도날드는 커피가 좋다. 맥카페 전략으로 맥도날드에서 가격 대비 괜찮은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잘 모르는 곳에 가서 어설프게 음식점 찾느라 고생하는 것 보다는 맥도날드가 안전한 선택이기도 하다.

한국인의 스팸 사랑에 관한 NPR 기사를 보고

최근 스팸을 먹을 일이 많았다. 혼자 밥먹을 상황에서 스팸만큼 요리하기 편한 음식이 없더라.

외국 사람들에게는 한국 사람들의 스팸사랑이 신기한가부다. 작년에 BBC와 WSJ에서 한국사람의 스팸사랑을 뉴스로 다루더니 (BBC 기사 링크, WSJ 기사 링크) 어제는 NPR에서 다뤄주신다. 기사에 의하면 한국이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스팸을 많이 사먹는 나라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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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NPR)

In Korea, Spam Isn’t Junk Meat – It’s A Treat.

뭐, 먹는 거 가지고 저급하네, 세련되네 하는 건 무지의 소치이다. (제목과 달리 기사는 중립적인 톤을 유지한다.) 그치만 spam이라는 단어 자체가 spam mail의 어원이 될 정도로 싸구려 음식이라는 인식이 박혀있는 단어이다. Luxury까지는 아니어도 아직도 우리는 스팸을 선물로 주고 받는 것도 사실이고.

어찌 됐든, 기사보니까 갑자기 한국가서 부대찌개 먹고 싶네…ㅎㅎ

미국 기업과 feeder school

M.B.A. Programs That Get You Where You Want to Go (NY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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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feeder school이라 하여 회사 (또는 학위) 마다 선호하는 학교가 있고 선후배 커넥션이 있다. 우리나라도 암암리에 그러한 것이 있지만, 이 동네는 그걸 대 놓고 한다. 문화 충격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삼성에 Y대 경영학과 출신, SK에 K대 경영학과 출신, 서울대 xx과 박사과정에 P 공대 출신… 뭐 이런 식이다. (예시는 그냥 예시이다.) 우리나라처럼 줄세우기 라고 말하기는 좀 애매하다. (그런면이 아예 없다고 하긴 좀… 미국도 snob은 많다.) 학교마다 학풍이라는 게 있으니.

몇년 전까지 치열하게 구직활동을 했던 경험에 의하면 기사의 내용은 상당히 정확하다. 사실 아마존에 U of M MBA 출신이 몇명 취직했다는 정도의 디테일까지 나온 것을 보고서 놀랐다. (아마 학교에서 자료를 받지 않았나 싶다.)

언젠가 블로그에 내 구직활동 경험을 올려 놓을 까 한적이 있었다. 좀 논란이 될 수 있겠다 싶어서 접었는데, 메이저 언론에서 친절하게 정리해서 기사로 올려주셨다.

기사 내용에 개인적인 경험 몇가지 덧붙이자면, P&G 랑 아마존은 MBA top school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리쿠르팅을 하지만, 애플은 Duke에만 기회가 한정되어 있다. (역시 동문이 잘나가야되. 팀쿡이 CEO가 될 줄이야…) 듁이 옆에 있어서 몇차례 두들겨 봤지만 쉽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는 출신회사가 좀 문제가 되었던 것 같기도 하고. (당시 애플과 삼성이 워낙 상극이었던 지라…)

기사 보고서 옛날 생각이 들어 몇자 적어봤다.

+ 덧: 참고로 Duke과 우리학교는 지역 라이벌이다. 사립명문과 주립명문의 미묘한 자존심 뭐 이런 거에다가, 대학농구 강자들인지라 서로 못잡아 먹어 안달이다. 어제 NCAA basketball에서 Duke이 우승을 차지해서 심기가 몹시 불편하다. Boo~~~

뒷마당이 있으면 나무를 심어볼 텐데

회사에서 전체 메일이 하나 날라왔다. 로비에서 묘목을 나눠준다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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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Oak, Kousa Dogwood, Shumard Oak, Swamp White Oak, Red Maple, Flowering Dogwood. 종류도 다양하다. 하나 가져다 심고 싶은데, 아쉽게도 우리는 뒷마당이 없네.

묘목 분배는 회사 차원에서 하는 green initiative 중에 하나이다. 봄이 오긴 왔나부다.

애틀란타 꽃가루 공습

며칠전엔가 미국 윗동네에는 눈도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여기는 완연한 봄이다. 비가 며칠 드문드문 내리더니 집앞 나무에 싹이 돋기 시작했다. 햇살도 제법 따가운게 이제 사월이구나 싶다.

좋은게 오면 항상 나쁜 것도 따라오는 법. 이맘 때가 되면 항상 꽃가루가 난리다. 나무가 울창한 이동네는 이때 쯤이면 노란색 송화가루가 공기에 가득하다. 자동차들이 분필가루를 뒤집어 쓴 것 처럼 노랗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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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Atlanta 11 alive)

나 같은 외부인은 앨러지가 무섭다. 앨러지는 하루종일 머리를 무겁게 하고, 콧물과 기침으로 고통을 준다. 꽃가루(pollen)랑 잔디 앨러지가 잘못오면 된통고생한다. (심한 경우는 고생해서 10키로 정도 살이 빠졌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땅이 보기에는 내가 이질적인 인자라도 되는 걸까. 괴롭게 해서 나를 몰아내려고 하는 걸까. 그나마 도움이 되는건 인류의 축복 항히스타민제. 지르텍, 베나드릴, 클라리틴… 조금은 도움이 되지만 워낙 심할 때는 큰 차이를 못느낀다.

하긴 옛날만 해도 (여기서 옛날이라 함은 근대) 나처럼 지구 반대편에서 온 이질적인 사람이 걱정해야 하는 것은 풍토병이 었다. 말라리아, 이질, 티푸스 및 각각 괴질들… 대항해시대에 대양을 건너온 사람들에게 원주민이나 무서운 짐승은 풍토병에 비하면 큰 위협은 아니었다.

이질적인 인자들이 섞이기 시작하면 자연은 갖가지 수단으로 자신을 보호한다. 이질적인 것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위험을 의미하기도 한다.

세상이 많이 좋아졌다. 백신 같은게 생겨서 지구 반대편에 와서 정착하는 것은 이제 일도 아니다.

그래도 나는 아직 괴롭다. 균처럼 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꽃가루는 나를 못살게 군다. 내가 이동네에서 고통 받을 때마다 새삼 내가 지구 반대편에서 왔다는 사실을 느낀다.

+ 덧: 뭐… 물론 한국에 있는 친구들은 지금쯤 황사로 고통 받겠지만… 이 정도 불평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주라….^^

Active Listening Skill

# 들어가며: 국민성이나 문화를 비교하는 글은 인종적인 편견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의 제한된 경험으로 느낀 내용이니 감안하고 읽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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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과 미국 사람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다르다. 대표적인게 듣는 자세. 미국인들은 누군가 이야기를 하면 대화에 참여하고 있다는 표시로 적극적으로 질문한다. 쓰잘데기 없는 질문부터 잘난척하려는 질문, 인사이트 있는 질문까지 각양각색이다.

한국인들은 그렇지 않다. 윗사람들이 이야기하는데, 토다는 것은 암묵적인 금기 사항이다. 나는 이것이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미국 학교에서 수업을 받아본 사람들은 공감할런지 모르겠다. 너무나도 쓰잘대기 없는 질문을 해대는 사람들 때문에 수업이 진행이 안될 때가 있다. 미국 사람들은 중구난방으로 이야기 하다가 삼천포로 빠지기 쉽상이다.

내 짧은 경험에 의하면 유대인은 이게 더 심하다. 그래도 미국인들은 상대의 감정은 존중하는 편인데, 그들이 대화에 끼면 항상 피가 튀긴다. 부모 자식간에도 항상 논쟁하고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은 그들의 일상이다. 이것이 유대인의 강점이기도 한 것 같다. 그런데, 토종된장은 이게 그리 편하지는 않다. 아마 그냥 다르게 생겨먹은 거겠지.

한국인이 미국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존재감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이건 꼭 영어 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를테면 미국인은 대화를 나눌 때, 되든 안되든 막 질문을 던진다. 그게 어찌보면 그들이 말하는 active listening skill이다. 말없이 앉아있다면, 그들은 이사람이 대화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미국인과 비교해서 질문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정말 궁금하거나 insight가 없을 때면 언제나 듣는 편이다. 나는 한국 사람 중에서도 조용한 편이고, 말하기 보다는 글을 쓰는 게 좀더 편하다. 굳이 변명하자면 나는 대화에 contribute할 말이 없는데, 끼어드는게 좀 어색하다. 매번 대화에서 번쩍이는 인사이트가 생길리가 없다. 미국식 커뮤니케이션이 장점은 있겠지만, 내몸에 맞는 방식이 아니다.

최근에 회사 보스로부터 피드백을 받았다. 우려하던 대로 그부분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다행인것은 그래도 생각보다 나의 insight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가 있었다. (오히려 self-rating보다 좋았다.) 속은 쓰리지만, 개선할 부분이 분명해 졌기에 유익한 시간이었다.

미국 언론과 한국 언론의 살인사건 서술 방식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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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BBC)

2년 동안 채플힐에 살았었다. 미국에서 흔한 총기사건도 이 동네에서는 거의 없었다. 이 조용한 대학도시에 최근에 이슬람인을 대상으로 한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개인적으로 참 안타깝다.

근데, 인상적인 것은 언론이 이 사건을 다루는 태도였다. 기사는 빼곡히 사실을 바탕으로 쓰인다. 명확한 출처가 기재된 것은 기본이다.

deulpul님께서 미국과 한국의 살인사건 기사 서술 방식을 비교/분석해주셨기에 공유한다.

들풀.넷: 무슬림 부부 살해사건 기사

카풀을 하다가 있었던 일

며칠전에 아내가 딸친구들 카풀을 해주면서 있었던 이야기.

Portrait

(image source: wikipedia)

아내는 운전을 했고 아이들 셋은 뒤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딸: My mom had a haircut over the weekend. But I don’t like it.
Hailey: Hmm… I sorta like it.
Ashley: People feel long hair is prettier. I like long hair too. I’d like to grow my hair long like Rapunzel.

아내는 들으면서 어이가 없었다구.

뒷자리에 앉아서 머리 품평을 하는 유치원생 아가씨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었을 아내의 모습이 그려졌다. 나는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다.

생일 즈음에

한해가 시작되었고, 한살을 더 먹었다. 매년 별 감흥없이 생일이 지날 때가 많은데, 올해는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셨다. 참 감사하다. 딱히 세상에 보탬이 될만한 일을 한 기억은 없는데, 따로 챙겨서 기억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는 것이 신기하다. 세상에 빚진 것이 많다.

어렸을 때와 달리 가끔은 내 나이를 잊곤 한다. 최근에 누가 나이를 묻는데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아서 태어난 해를 기준으로 계산을 했야만 했다. 그래서 빠른 계산법으로 생각해낸 게 하나 있는데, 딸의 나이를 기준으로 내 나이를 계산하는 것이다. 나는 딸아이와 정확히 30년 차이가 나기 때문에 내 딸 나이에 서른만 더하면 된다. 내 나이는 기억하지 못해도 딸애 나이는 항상 기억하고 있기에 이 방법이 가장 빠르다. 어느새 삶의 중심이 딸로 이동했다.

감사하게도 딸은 잘 크고 있다. 내가 따뜻하게 잘해주는 아빠는 아닌데도, 자기 아빠를 무척 사랑한다. 이번 생일에는 딸아이가 직접 골라서 내게 잠옷을 선물해주었다. 편한옷을 좋아하는 아빠를 생각해서 특별히 보들보들한 소재의 옷을 골랐다고 한다. 아이의 계획 대로라면 ‘서프라이즈’ 선물인데 입이 간질간질해서 며칠전에 내게 귀뜸해주었기에 품목은 이미 알고 있었다.

딸아이의 기준으로는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부자이다. 돈모는 재미를 느끼게 해줄 요량으로 작년에 저금통을 마련해 주었는데, 요새는 동전이 생기면 의례히 딸아이의 손에 쥐어준다. 그렇게 일년을 모으니 꽤 묵직해졌다. 그래서 인지 딸아이는 항상 자기가 부자라고 말한다. 한번은 아내랑 내가 어떤 물건을 살 때 너무 비싼게 아닌가 고민을 한 적이 있다. 갑자기 딸아이가 대화에 끼어든다. 자기가 부자니까 걱정 말라며 좋은 걸로 사라고 한다. 아이 때문에 우리 가족도 덩달아 부유한 사람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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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녀석이 어디서 돈이 생겨서 잠옷을 샀을까. 동전만을 모아서는 부족할 터이다. 사실은 얼마전 아이 외할머니가 세뱃돈을 주셨더랬다. 그 돈을 가지고서 엄마랑 선물을 사러 갔다고.. 아이 엄마가 타겟(우리나라로 치면 이마트 같은 곳)에서 할인코너를 기웃거렸더니, 아이가 제일 비싼 몰에가서 제일 좋은 옷으로 골라야 한다고 말하며 단호한 표정을 짓더란다. 결국 아이가 주장한 대로 백화점으로 갔다고… 내가 살면서 받아본 중에 가장 부담스러운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