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Americans See Gains in Life Expectancy (NYT)

어제 일자 뉴욕타임스 기사

기사에 따르면, 최근 미국내에서 흑인의 기대수명과 백인의 기대수명의 차이가 줄고 있다고 한다. 한가지 요인은, 약물 중독과 자살로 백인의 기대수명이 주는 추세 (관련해서 이전 포스팅, NYT 관련 기사) 때문이다. 그러나, 흑인의 기대수명이 느는 것도 확실한 추세라고.

Capture

기대수명이 증가하는 것은 단순히 몇가지 이유로 설명하기엔 복잡한 측면이 있겠지만, 기사에서는 1) 메디케어, 메디캐이드로 인해 흑인들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늘었고, 2) 흑인의 흡연인구 감소로 인한 폐암 사망률 감소, 3) 흑인 사회에서의 폭력 범죄 감소, 4) 영아 사망률의 감소 등을 원인으로 언급하고 있다.

물론 폭력 범죄의 감소는 흑인 남성 수감자의 증가 (관련해서 이전 포스팅, NYT 기사) 때문인지 핑커교수의 지적처럼 인류의 폭력 성향의 감소 때문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어쨌든 좋은 소식.

단견이긴 하지만, 기사에서 든 네가지 원인들을 보면서 든 생각이, 국가의 기대수명을 늘리는 것은 의학의 발전도 있지만, 사회의 공중보건, 치안, 교육 수준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가 싶다.

관련 NYT 기사

공화당 경선 정리: 트럼프와 크루즈

Disclaimer: 페북에 지인들과 댓글로 수다 떤 내용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수정없이 이곳에 저장합니다. 저는 미국 정치에 조예가 없습니다. 자료도 근거도 빈약합니다. 그저 어디서 줏어들은 이야기를 옮겼을 뿐이니 과도한 신뢰나 비난은 삼가주세요. 다 그냥 감으로 하는 이야기고 정밀하게는 학자나 전문가들이 퀀트/퀄 분석을 하겠죠.

Q: 최근 트럼프가 힐러리를 앞섰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있던데.

A: 최근에 Rasmussen이라는 곳에서한 여론 조사가 그렇게 나오긴 했는데, outlier로 보시는게 맞을 것 같아요. 그 outlier를 말하는게 좀더 선정적이고 기사감이 되는지라, 한국 언론은 그 결과만 언급하더군요. 저는 huffpost pollster를 참고합니다. 거기 차트는 여러 여론 조사를 취합해서 이동평균으로 추세선을 그리거든요. 링크는 아래를 참조하세요.

2016 General Election: Trump vs. Clinton (실시간)

20160506133535553

(5월 6일 기준)

그리고 하나만 덧붙이면, 미국 선거는 전체 지지율도 중요하지만, 승자독식 선거제 때문에 스윙 스테이트 결과가 더 중요합니다. 전체 지지율은 물론이고, NYT 분석대로 주별로 자세히 보면, 스윙스테이트서도 대부분 힐러리가 확실히 우세한지라, 이리봐도 저리봐도 아직은 트럼프가 큰차로 뒤지는 것이 맞습니다.

Q: 힐러리 이메일 수사나 향후 다른 스캔들이 생길 변수는?

A: 트럼프가 넌지시 이메일 스캔들을 언급하면서 벌써부터 힐러리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긴 하더군요.

사실 작년에 있었던 벵가지 청문회도 공화당에서 힐러리를 잡기위해 준비한 회심의 카드였다고 들었습니다만, 당시는 케빈 맥카시가 뻘짓을 하고 공화당 조사위원회도 어설프게 준비하는 바람에 결국에는 힐러리만 득을 봤죠.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눙치면서 받아치는데 능숙한 힐러리의 강점이나 풍지박산난 요새 공화당 상황으로 보면 대단한 내용이 아닌 이상 큰 흠집이 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힐러리는 르완스키 스캔들 때부터 청문회와 언론 다루기를 경험해온 사람입니다. 새로운 비젼을 제시하는 건 몰라도 터프하게 방어하는 데에는 충분한 단련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결과야 그 때 가봐야 아는 거 겠죠. 정말 대박 껀이 있다면야 아무리 힐러리라도…

아래 기사는 벵가지 청문회가 끝나고 뉴욕타임스 칼럼리스트 Blow가 올린 기고문입니다.

Q: 트럼프와 개신교/천주교 표심의 연관성은? 트럼프의 인기가 개신교의 반발작용인지?

A: 천주교는 잘 모르겠고요. 트럼프 지지자들 중에서 보수 복음주의자 기독교인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트럼프에 대해서는 예전에 제가 한번 정리글을 올린 적도 있습니다.

여기서 언급한 NYT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의 인기가 높은 지역은 인구 구성으로 봤을 때, 보수 복음주의자의 비율이 높은 지역이기도 하고요.

Capture

다만, 트럼프가 보수 복음주의자를 대변했다고 보기에는 좀 애매한 점이 있습니다. 트럼프는 원래 아주 세속적인 사람이고, 옛날부터 낙태를 찬성해왔던 사람이기도 하고요. 물론 선거가 본격적으로 돌입한 이후에는 기독교계의 표를 의식하여 낙태에 대한 이야기를 피하기는 합니다.

오히려 보수 복음주의자의 표심을 대표하는 인물은 테드 크루즈 입니다. 그는 남침례교 목사의 아들이라 교회 문화에 익숙하고, 유세도 잘 들어보면 부흥회 스타일로 진행합니다. 크루즈는 교회 집회를 돌아다니면서 연설을 했고, 연설 할 때 교회에서 좋아하는 부흥 단어 대신 미국의 부활을, 초대교회의 성령의 역사 회복 대신에 레이건 시대의 회복이란 단어를 사용했죠. 이에 대한 포스팅은 링크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링크

크루즈의 전략은 가능한한 모든 원리주의자의 표를 끌어드린다 였고, 종교계는 물론이고, 작은 정부 주의자, 극단적인 리버테리안 까지 지지자로 만드는데 어느정도는 성공했습니다. 그의 타협을 모르는 원리주의자 이미지는 2013년 미국 정부 셧다운 사태를 주도한 모습으로 대표됩니다. 결국 나중에는 보수 복음주의자의 표를 마이크 허커비, 벤카슨, 릭 샌트럼 같은 사람에게서 가져오는데 성공하고, 랜 폴에게서 리버테리안의 표를 가져오는데도 성공하죠.

테드 크루즈는 야망도 크고 오랫동안 선거를 준비해온 사람인데, 어떻게 보면 거슬러 올라가서 미국 보수의 대부인 배리 골드워터 라인에 충실하고, 레이건 정부에서도 급진주의로 떨어져 나온 아웃사이더에 속합니다. 오히려 부시는 온건보수에 가깝죠. 크루즈가 온건 보수의 선택을 받은 마르코 루비오를 앞서고 나중에는 온건 보수 주류인 젭부시, 밋롬니, 린지 그램 같은 사람의 지지까지 이끌어 낸걸 보면 그의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하긴 했습니다.

다만 갑자기 트럼프라는 예상 못한 변수가 생기면서 선거판이 완전히 바뀐 거죠.

Mr_Donald_Trump_New_Hampshire_Town_Hall_on_August_19th,_2015_at_Pinkerton_Academy,_Derry,_NH_by_Michael_Vadon_02

정리하자면, 제가 이해하기로는 보수 복음주의계 표심은 크루즈가 대표했지만, 복음주의자들이 동시에 저학력 백인 블루칼라 이기도 했기 때문에 다수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태가 벌어진 거고요.

크루즈는 워낙 야심이 크고 젊은지라 다음 선거에서 또 보게될 것 같습니다.

관련 기사

Reblog: 맥도날드의 기억들

일년전 오늘 포스트.

요즘 첫째의 케첩 사랑은 예전만큼 강렬하지는 않다. 케첩 조금 뿌려주고 사랑받을 수 있을 때는 아빠 노릇하기가 참 쉬웠는데…

isaacinseoul's avatarIsaac의 생각저장 창고

New_McDonald's_restaurant_in_Mount_Pleasant,_Iowa

(image source: wikipedia)

딸아이의 생일

아이의 생일 파티 장소를 물색하는 중이다. 올해는 한국에서 생일을 치른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자주 못보는 손녀이기 때문에 기왕이면 좋은 장소에서 해보려고 한다. 어버이날 식사를 겸해서 아마 부페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한국은 부페가 워낙 비싸서 부담스럽긴 하다.

아이가 옆에서 듣고 있더니 뾰루퉁 하다. 못마땅한 표정을 모른 척 넘어가기 힘들어 이유를 물어보았다. ‘내 생일 파티인데 내가 장소를 골라야지!’ 그래서 대체 어디를 가고 싶냐고 물어보았더니, 가고 싶은 곳이 맥도날드란다. 딸아이 답다. 생일 때 말고 언제 한번 데려가기로 했다. 하긴 외식이 흔하지 않았던 나의 어린 시절, 나도 생일 파티를 버거집에서 하고 싶었다.

아이는 맥도날드를 좋아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의 식습관을 생각해서 특별한 날만 가는 곳으로 정해놨다. 그래서인지, 외식을 할 때 어디갈까 물어보면 언제나 맥도날드다. 키즈밀에 따라나오는 장남감도 좋아하고, 프랜치 프라이도 좋아한다. 특히 케찹을 좋아하는데, 케찹을 먹기위해 프라이를 먹는 것인지 프라이를 먹기 위해 케찹을 먹는 것인지 헤깔릴 정도이다. 그렇게 보니 녀석이 생일파티 장소로 맥도날드를 생각한 건 당연하다.

아이 엄마의 입덧

아이가 엄마의…

View original post 357 more words

미국 이민 생활의 어두운 단면 – Crime in Atlanta

블로그 Santacroce의 세상이야기의 쥔장께서 애틀란타 아시아 갱단 범죄에 관련한 기사를 공유했다. 관심있는 이야기라서 덧글을 달았는데, 이곳에도 저장해 둔다.

Santacroce님의 포스트: 아시아계 미국 이민의 이면: 너드가 되지 못한 애틀랜타 아시아 10대의 운명

economist 원문 기사: Fighting back (2015년 6월 13일자)

20150613_USP005_0

(image source: economist 원문 기사)

내가 쓴 댓글은 아래와 같다.

———————

애틀란타에 사는 사람으로서 생각할 거리가 많은 기사를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애틀란타에 한인인구가 늘어난 것은 96년 애틀란타 올림픽을 전후해서입니다. 물론 2000년 이후 부터 현기차 공장이 들어서면서 조지아에 한국 기업이 들어오고는 있지만, 공장들은 도시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고, 자동차 업계가 현지 인력 고용이 많아서인지 인구 구성상에 영향은 크지 않았습니다.

애틀란타 올림픽 이후 이곳으로 유입된 한인들은 뉴욕이나 LA 쪽에서 힘들게 사시다가 이리로 밀려난 분들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남부는 물가가 싸서 뉴욕/LA 쪽에서 집한채를 판 돈이면 여기서 집을 사고 개인 사업체를 꾸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온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올림픽 특수 이후 몇번의 불경기를 거치며 자영업 기반의 한인들은 타격을 받았습니다. 특히나 한국 교민들은 특별한 기술이 없이 성실함을 무기로 열심히 일하면 보상받는 주유소/유통업/식당/서비스업에 많이 종사하는데, 아무래도 불경기에서는 자영업이 직격탄을 맞았고 올림픽 특수를 보고 몰려들었던 한인들끼리의 경쟁마저 심해졌습니다. 한국에서 치킨집을 차린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된 거죠.

한인 교민 사회의 문제와 더불어 애틀란타 자체의 어두운 도시화의 일면도 애틀란타 아시아 갱단의 문제를 더 크게 한 것 같습니다. 애틀란타가 미국에서도 범죄율이 높은 도시인데다가 남부 물류의 중심지인 동시에, 코카인 등 마약 유통의 허브이기도 하니까요. 아무래도 부모가 자식을 돌볼 여력이 없고, 하루하루의 희망이 없는 저소득 계층은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높습니다. 한인 교민들은 대부분 영어가 안되기 때문에 자식들과 단절되기 쉽고 자영업의 특성상 쉬는 날없이 밤낮으로 일에만 매달려야 하는 경우가 많은 데 그렇게 방치된 청소년은 범죄조직의 인력풀이 되기 좋은 타겟입니다. 다만 애틀란타가 대규모 조직범죄가 있는 곳은 아니다보니 기사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소규모 갱단 정도로 자생하는 것 같네요.

여기다가 남부 특유의 폐쇄적인 문화도 한몫을 합니다. 문화/인종/언어적인 다양성이 높은 미국 동부/서부와 달리 남부는 아무래도 전통적인 백인과 노예의 후손인 흑인 이외의 다른 인종이 (미국 타지역에 비해) 적은 편이고, 아시아인은 외국인이라는 느낌으로 타자로 존재하게 됩니다.

기사가 사회의 부정적인 단면을 보여주는 내용이다보니, 제가 너무 부정적인 이야기만 늘어 놨네요. 누가 보면 제가 사는 애틀란타가 범죄의 소굴이고 총맞아 죽기 딱 좋은 곳으로 오해하실 듯 합니다. 사실 제가 사는 지역이 그렇게 위험한 곳은 아닙니다… ㅎㅎ 범죄자들과 일반인들은 물과 기름처럼 분리되어 마주칠 일도 없습니다. 애틀란타는 세상 모든 곳이 그렇듯이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공존하는 평범한 도시죠.

결국 이민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고, 외국에 나가 보면 지금까지 한국 사람으로 한국에 태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누리는 혜택/보호막이 사라지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지기 쉽습니다. 애틀란타의 아시아 갱단문제는 이러저러한 문제들이 엮여서 노출된 사회 문제의 단면 입니다. 다만 지역경제가 활력을 잃어 총체적인 난국이 발생한 일부 다른 지역의 예(디트로이트 라던가…)와는 달리, 애틀란타는 도시 자체가 활력을 잃은 것이 아니니 차츰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미국 민주당 싸움 이야기 업데이트

오늘자 뉴스에 따르면 샌더스 의원이 힐러리에게 대통령 자격이 없다며 강하게 비난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상대방에 대한 비난을 삼갔던 그의 톤이 사뭇 달라졌기에 의아해서 메모를 남긴다.

싸움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려면 전후사정, 맥락 등을 다 살펴야 하므로 기사에 인용된 이야기로만 판단하기는 무리가 있을 듯 하다. 그럼에도 나는 선거권이 없는 그저 구경꾼이니 기사 (링크: Bernie Sanders and Hillary Clinton Spar Over Presidential Qualifications, NYT 4월 7일자) 를 따라 상황을 재구성해보면,

– 클린턴이 샌더스의 월스트리트 개혁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숙제를 덜 했다고 언급했다. (클린턴측 주장에 따르면 대통령 자격을 말한 것은 아니라고 함.)

– 샌더스가 어제밤 필라델피아 유세에서, 이에 대해 답하면서, 클린턴이 나에게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힐러리는 1) 슈퍼팩으로 각종 이익단체로 부터 수백억원을 기부 받았고, 2) 이라크 전쟁에 찬성표를 던졌고, 3) 수백만 미국인 일자리를 담보로한 trade agreements를 지지했기 때문에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물론 슈퍼팩과 이라크 전쟁, 자유무역 반대는 샌더스 의원이 줄곧 이야기 해온 것이지만, 그 대상으로 힐러리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었기에 의외이다.

맥락을 보자면, 샌더스의 경선 6연승 이후에 힐러리의 우세가 예상되는 뉴욕주 경선을 앞두고 나온 말이라서 참 묘하다.

나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선거는 싸움구경이라고 말하는데, 오늘 뉴스는 진짜 싸움 구경 하는 것 같았다.

Capture

미국 백인 중년 남성 사망률 통계

얼마전에 포스팅 했듯이, (이전 포스트1, 이전 포스트2) 트럼프 현상을 보면서 하나 알게된 사실이 있다. 그것은 21세기 들어서 미국 저학력 백인 중년 남성들이 (경제적/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왔다는 것이다.

관련해서 미국 백인 중년 사망률 통계자료를 블로그에 저장해 둔다.

20151107_usc395

출처는 여기. Unseen killer (economist, 2015년 11월 7일자). 관련 페이퍼는 Rising morbidity and mortality in midlife among white non-Hispanic Americans in the 21st century 이고, 페이퍼 저자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디턴 교수이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중년 백인 남성의 사망률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주된 원인은 알콜, 마약 중독, 자살, 간질환의 급증이다. 위의 그래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코노미스트 기사에 따르면 같은 백인 남성 안에서도 고졸자와 대졸자의 사망률은 현저하게 다르다.

굳이 트럼프 현상과 이 통계를 연결짓자면, 지금까지 술과 마약에 빠져 좌절하고 있던 백인 저학력/저소득층이 자신의 수준에 맞는 언어를 사용해서 (인종차별적인 언어 포함) 그들의 편이 되어준 트럼프에 열광하는 것이 이해가 간다. 그들은 지금까지 투표에 열심이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표를 계산할 때 고려하지 않았던 잊혀진 사람들이기도 하다.

예전에 내 직장 보스들 중에 하나는 은퇴를 앞둔 오하이오 출신 백인 할아버지였다. 오하이오는 지금은 쇠락한 rust belt 지역이다. 그분이 한번은 휴가기간에 고향에 다녀오고서, 옛날 친구들을 만나보니 반갑긴 했지만 동네가 너무 우울해졌다고 했다. 한때 미국의 공장으로 활기가 넘쳤던 곳이 지금은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며, 대부분 술에 빠져산다며 안타까워 했다. 통계와 기사들을 보면서 예전 보스의 푸념이 생각 났다.

월수금 오후 세시

갓구은 쿠키와 그냥 쿠키는 전혀 다른 종류의 음식이다. 스콘도 그러한데, 예전에 누가 스콘을 직접 구워주길래 먹어보고 반한 적이 있다. 미리 구워서 파는 스콘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같이 일하는 신입이 월수금 오후 3시가 되면 구내식당에서 갓 구운 쿠키를 내놓는다는 정보를 알려주었다. 그러려니하고 흘려 들었는데, 우연히 먹어보고서 그친구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요즘은 그시간을 은근히 기다리고 있다.

그나저나 늘어만가는 뱃살은 어떻게 한다.

미국 민주당쪽 이슈 관련 기사모음

트럼프 현상관련 글이 나름 반응이 있어서, 민주당쪽 상황 정리 포스트를 하려다가 말았다. 조금 거리감을 가지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백인 블루칼라 얘기와 달리 이쪽은 다소 핫한 주제라…

그냥 내가 정리했던 기사 링크만 걸어 둔다.

13BOOKMAYER-master180

 

혹시 내 의견이 진심으로 궁금한 사람들은 아틀란타 놀러와서 밥사주면 술술 불수 있다. ㅎㅎ

트럼프 현상 관련 뉴욕타임스 칼럼

뉴욕타임스 간판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와 폴 크루그먼이 오늘 동시에 트럼프에 대한 칼럼을 냈다. 설마설마하다가 현실로 다가오니 모두들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듯.

브룩스는 지금껏 블루칼라 백인 계층에 무관심했던 자신을 반성한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소외되었던 그들이 조명되는 것은 옳지만, 그 결과가 트럼프여서는 안된다고 이야기 한다.

No, Not Trump, Not Ever, NYT 3월 18일자

크루그먼 역시 공화당이 부자에만 집중하고 경제/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게 등을 돌렸기에 결국 이지경에 이르렀다는 진단을 한다.

Republican Elite’s Reign of Disdain, NYT 3월 18일자

나도 며칠전에 트럼프 현상에 대해서 정리한 적이 있다. 데이타나 관련 기사들이 더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링크 참조.

Mr_Donald_Trump_New_Hampshire_Town_Hall_on_August_19th,_2015_at_Pinkerton_Academy,_Derry,_NH_by_Michael_Vadon_02

(image source: wikipedia)

미국의 정체성과 도널드 트럼프

이민자의 나라 미국

몇주 전 있었던 사내 교육 시간. Ice break를 하게 되었다. 자기 소개와 함께 독특한 경험담을 하나 곁들이는 것. 대부분 가벼운 이야기를 한다. 성패트릭 데이에 술집에서 쫒겨난 이야기라던지, 어릴 때 집에서 곰을 키워봤다던지 등등. 그런데 남미 지역 PR을 담당하는 한 매니져가 일어나서 본인은 술집에서 죽은 고양이를 걸어둔 것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다들 무슨 재미있는 뒷 이야기가 있겠거니 웃었는데, 그 친구는 그것이 갱단의 소행이었다고 하면서 자신은 콜롬비아 난민 출신이라고 말했다. 분위기가 잠시 심각해졌다가 다음 사람 순서로 넘어갔다.

이 친구와 몇번 점심을 할 기회가 있었다. 외국 출신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쉽게 친해졌다. 콜롬비아는 마약 카르텔이 국가 조직을 장악하고 있는 나라이고, 다른 남미 국가와 달리 사회주의가 아닌 우파 독재자가 통치하는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옆자리에 앉은 동료직원은 이탈리아계 이민 3세 이다. 그 친구와 가끔 음식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주로 한국 음식 이야기를 그 친구는 주로 이탈리아 음식 이야기를 한다. 그 친구는 지금은 이탈리아어를 거의 못하지만 어렸을 적에는 할머니와 이탈리아어로 대화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 온지 5년 정도 되었다. 그동안 나는 미국 사람들 눈에는 한국 이민자 비슷한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다.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여기 있는 동안은 한국 출신 이민 1세대 비슷한 처지다. 아이는 한국말에 능숙하고 밥과 김치를 좋아하지만 초등학교에서 미국 역사를 배운다. 벤자민 프랭클린과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이야기를 아이에게서 들으면 생경한 느낌이 든다.

다양한 문화 배경과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과 매일 만나고 그속에서 함께 살면서 이 나라의 독특한 정체성을 생각하게 된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heritage가 뚜렷하게 남아 있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데, 이를테면 미국 이민자 중에 대다수를 차지하는 독일계와 England 계 이민자들은 문화적인 정체성이 강하지 않다. 직장 동료 중에 독일계가 한명이 있다. 대화 소재로 독일 이야기를 꺼내봤으나 잘 알지도 못하고 별 관심이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독일계 미국인 이민자들은 1,2차 세계 대전의 기억 때문에 의도적으로 독일인의 정체성을 지운 역사가 있다고 한다. (관련 기사: The silent minority,economist, 2015년 2월 7일자)

트럼프 지지자들은 누구일까?

그런데 미국에서도 조금 다른 그룹이 있다. 조상을 물어보면 German, Irish, English라고 대답하는 사람들과 달리 American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오늘의 주제인 도날드 트럼프의 지지자들이다. 내가 매일 만나는 미국인들은 대다수 대학교육을 받은(bachelor or master degree), 관리/사무직 직장인 (managerial career) 들이고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나는 트럼프 지지자를 만나본 일이 없다. 나는 도대체 트럼프 지지자 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아래는 뉴욕타임즈에서 조사한 트럼프 지지 지역과 인구 센서스 데이터와의 상관관계이다. (The Geography of Trumpism, NYT, 3월 12일자)

Capture

위의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저학력의 백인이고, 자신의 정체성을 American이라고 보고 있으며, 트레일러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고, 농업/건축인부/공장 근로자 같은 전통적인 업종에 종사하는 블루칼라이고, 미국 출생이면서 복음주의 보수 기독교인이 대다수 이다.

Capture

지역적으로 보면 남부 복음주의 보수 기독교인이 몰려 있는 Bible belt 지역과 산업기반이 약한 upstate New York, 그리고 과거 미국의 공장이었으나 쇠락한 미시건 일대의 rust belt 지역이다. (출처: Donald Trump’s Strongest Supporters: A Certain Kind of Democrat, NYT, 2015년 12월 31일자)

트럼프 지지자들의 현지 목소리는 링크한 뉴욕타임즈 기사에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한글 번역이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This Is Trump Country (NYT, 3월 4일자) 한글 번역: 트럼프 지지자를 찾아서 (뉴스 페퍼민트)

트럼프가 막말 제조기에 지나지 않을까?

트럼프를 떠올리면 보통은 그의 인종차별적이고 무례한 언사가 떠오른다. 그런데 나는 종종 그것이 언론이 만들어낸 일종의 이미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트럼프 본인도 자신의 이미지를 노이즈 마케팅으로 활용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에 대해서 말할 때, “he is crazy but…”이라고 말을 꺼낸다. 그 말인 즉슨 트럼프가 싸가지는 없지만 일리가 있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며칠전 우연히 라디오에서 나오는 그의 연설을 듣게 되었다. 그가 하는 이야기는 의외로 인종차별 주의적인 발언말고도 진지한 이야기가 많다. 이를 테면 트럼프는 군수사업이나 제약 산업과 결탁한 정치인들이 미국을 말아먹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이라크에 수조원을 쓰고  아무것도 건진 것이 없고, 실질적인 의료 독과점으로 미국인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또 자주 말하는 것은 자유무역에 대한 이야기이다. NAFTA나 TPP 같은 자유무역 정책이 미국 제조업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실직자를 양산했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심각한 미국의 무역 적자를 말한다. 자신의 회사 경영 경력을 인용하면서 이렇게 적자 보는 회사를 운영하면 경영자가 쫓겨 나야 한다고 한다.  (관련 자료: Millions of ordinary Americans support Donald Trump. Here’s why, the guardian, 3월 7일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지만, 하나만 집고 넘어가보자. 경상수지 적자가 회사의 적자와 같은 개념인가? 트럼프가 이야기 하는 무역의 개념은 중상주의에 가깝다. 경제학에서는 200년 전에 내려놓은 접근법이다. 하지만 일반인이 상식 수준에서 이해하기 쉬운 관점이다. 수출을 많이 해서 돈을 벌면 나라가 부강해지고, 싸게 물건을 들여오는 외국은 도둑이라고 본다. 실제 트럼프는 대미 무역에서 엄청난 흑자를 보는 중국을 역사상 가장 큰 도둑이라고 표현했다. (출처: On Trade, Donald Trump Breaks With 200 Years of Economic Orthodoxy, NYT, 3월 10일자)

경상수지 적자가 국가 경제를 망하게 한다는 것은 직관적으로 맞는 이야기 처럼 들린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내가 거시 경제학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이 그 부분을 강조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관련해서 궁금한 분들은 다음 두 글을 보시면 도움이 될 듯. 한글로 되어있다. 거시를 공부한 사람들은 상식적인 이야기, 경제학에 익숙치 않으면 조금 기술적인 이야기이다. ([경제학으로 세상 바라보기] 경상수지 흑자는 무조건 좋은 것일까?, 불황형 흑자가 문제가 아니라…)

자유무역 이슈는 정치적으로는 이견이 갈린다. 다만 경제학의 관점에서 무역은 상호간에 이익을 주는 행위라고 보며, 보호 무역에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트럼프의 정치적인 이해는 정확히 그 반대에 위치하고 있다. 그의 지지층 중 상당수가 전통 산업에 종사했으나 지금은 일자리를 잃고 쇠락해버린 사람들이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트럼프와 샌더스

잠깐 민주당 이야기도 해보자. 민주당 경선 이야기는 공화당처럼 흥미진진하지는 않아서 한국에 그다지 보도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지난주에 있었던 민주당 미시건 경선은 의외였고, 시사점을 남겼다. 여론조사에서 20포인트 정도 우세를 보이던 힐러리를 샌더스가 누른 것이다. Rust belt에 위치하는 미시간에 클린턴이 통과시킨 NAFTA에 대한 피해의식 남아 있다고 보는 분석이 많다. 그리고 샌더스는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Capture

(미시간 민주당 여론조사. 출처: huffpost pollster)

최근 샌더스와 트럼프에서 공통점을 찾는 분석 기사들이 보인다. 몇몇은 샌더스와 트럼프가 자유무역에 반대한다는 것에 주목했다. (관련 기사: What Trump and Sanders Get Wrong About Free Trade, NYT, 3월 16일) 샌더스 지지자 들에게는 트럼프가 엮이는 것이 불쾌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둘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무역 뿐 아니라, 의료개혁, 외교 방향 (고립주의) 등에서 생각보다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물론 샌더스을 지지하는 사람들 모두가 rust belt 지역 사람은 아니다. 젊은 지지층이 있고, 그들은 샌더스의 한결같음, 대학/의료 개혁에 대한 지지, 월가에 대한 비판의식에 공감했다. 그러나 샌더스 인기에 일정 지분을 차지하는 중서부 백인 남성의 지지는 이러한 역학관계를 고려하지 않고서 이해하기 힘들다.

맺으며

이야기가 길었다. 올해 미국 대선은 힐러리 vs. 트럼프의 구도로 정리 되는 분위기 이다. 올해는 트럼프 이야기를 듣기 싫어도 계속 들어야하는 상황이 되었기에, 이 시점에서 나름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물론 전문성은 떨어지는 이야기이고, 그저 신문 기사들 요약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