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vs. 트럼프 지지율, 이메일 스캔들

존경하는 블로거 산타크로체님 (산타크로체님 네이버 블로그 링크)과 페북에서 댓글로 나눈 대화를 저장해 둔다. (이후 산타님으로 표기)

나: 대통령 후보 확정 직후 지지도가 오르는 현상은 일반적이라 지켜봐야 하긴 합니다.

2008년에도 맥케인이 지지 수락 연설 후, 오바마를 잠시 앞선 적이 있죠. 오바마는 후보로 확정되고 다시 우위를 회복 했습니다. 다만, 놀라운 것은 트럼프가 폴 라이언(온건보수)이나 테드 크루즈 (강경보수)의 지지 없이 공화당의 표심을 다 모으는 일을 했다는 점입니다.

클린턴 측에서는 후보 확정 이후 지지율을 끌어올릴 여력도 있고 아직 선거 초반이라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치만 공화당 경선 때도 설마 설마 하다가 여기까지 온지라…

산타님: 유동적 요인이 있긴 하지만 FBI가 기소를 하거나 갑자기 뇌졸증이 재발하지 않는 한 물론 샌더스 후보의 돌발적 선택이 없다는 전제하에서 본선에서 지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저번에 한번 정리했지만 트럼프를 혐오하는 여성표가 워낙 절대적으로 높은 것이 히스패닉/흑인 표 보다도 큰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나:


산타님: 설명이 덧 붙여지면 이해에 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나: 2008년 미국 대선 때, 맥케인과 오바마의 지지율 차이 그래프 입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후보자 선정을 빨리해서 한명에게 힘을 몰아주는데, 초반 그래프를 보시면, 맥케인 확정 이후 지지율이 잠깐 오바마를 앞선 시점이 있었습니다. 이후 오바마가 후보를 확정짓고 나서 다시 지지율을 회복합니다.

산타님: 감사합니다. 그런 효과가 있어 보입니다. 다만 당시는 금융위기 발발로 인해 나중에 갈수록 오바마 후보에게 표가 쏠릴 상황이긴 했습니다.

나: 물론 결정타는 2008년 금융위기 였는데, 맥케인이 “미국 경제는 fundamental이 튼튼해서 문제가 없다” 라는 발언을 했죠. 결과는 알다시피…

지금은 워낙 초반이라, 2008년 처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죠. 미국에 대형 테러 공격이 있다던가, 경제 위기가 온다던가, 막판이라면 작은 hiccup도 변수가 될 수 있긴 합니다.

산타님: 사실 그렇긴 합니다. 다만 트럼프 후보에 대한 혐오도가 쉽게 누그러지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유세장에서 이렇게 폭력사태가 발생하기는 반전/민권 운동이 드세던 60년대나 가봐야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솔직히 외부인이 보는 시각은 트럼프가 대통령 되는 것 못지 않게 현 상황도 미국내 분열이 커지는 것 같아서 걱정은 됩니다.

나: 이메일 건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물론 예측은 신의 영역이라,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만약 문제가 정말로 커져서 힐러리 중도 하차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면, 민주당 측에서는 바이든 카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쪽에서는 바이든 구원 등판보다는 현재 상황을 더 선호할 것 같습니다. 근거가 약한 음모론이나, 의심을 제기하면서 지지율을 살금살금 갉아먹는 네가티브가 효과적이기도 하고요.

산타님: 그런데 경선을 거친 2위 후보를 그냥 무시하고 바이든 부통령을 후보로 정하기는 흠… 기술적으로 가능할지 모르지만 샌더스 측에서 독자 후보 선언하기 딱 좋은 명분이긴 합니다.

그리고 말씀대로 양측 모두 매우 높은 혐오층이 있기에 정말 진흙탕 싸움이 될 것 같습니다. 현실은 현실대로 받아 들여야 겠지만 그런 난장판을 겪고 리더십을 확보하기도 참 쉽지 않아 보입니다. 클린턴을 싫어하는 중산층 고학력 자들의 심리 중 끝없는 교착상태에 빠질 것이 뻔하다는 게 있는데 걱정되는 부분이긴 합니다.

나: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바이든은 경선 출마 자체를 안했고, (막판까지 고심은 했습니다만,) 당시 명분은 힐러리를 밀어준다 였습니다. 힐러리 지지자들은 바이든 쪽에 좀더 가깝다고 보입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정말 난장판이 되겠지요. 결과는 정말 아무도 모르게 될 것 같구요.

산타님: 당연히 바이든 부통령이 내용상 민주당 후보가 되는게 맞긴 할겁니다. 제가 걱정되는 것은 EU 또는 유로체제가 올해 브렉시트 등 고비를 어떻게 넘겨도 경제가 되살아나지 않는 이상 내년이든 후년이든 체제 불안이 급격히 고양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2017년 프랑스 대선에서 르펜이 대통령이 되지는 않겠지만 결국 르펜이 주장하는 국경 통제 등 반EU 정책은 더 힘을 받을 것이고 그래프로 보여 주셨듯이 인종주의 정당들의 힘은 더 커져갈 것입니다. 여기서 미국마저 무력함에 빠지면 이래저래 세계적으로 참 걱정되는 상황이 도래할 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오늘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글을 정리해 봤지만 장기적 세계 인류의 미래는 포기해도 당장 눈 앞의 실리를 챙기자는 주장은 의외로 힘을 받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걱정되는 것은 지구온난화가 가속되는 것보다 국제적 합의체제가 점점 무력해지며 각자 도생의 길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나: 한꺼번에 너무 많은 주제를 이야기 하셔서, 다 이야기하자면 밤을 꼴닥 새워야 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말씀하신 주제 하나하나가 워낙 무게감이 있는 주제라. (글적글적.) 한번 뵙고 밤을 세워야 하는 건 아닐지요. ^^

아이오와 코커스 감상

어제 아이오와 코커스를 보고서 느낀점을 간략하게 남긴다.

들어가기 전에, 나는 특정인을 지지하지 않고 동네 싸움 구경하듯이 관전만 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게다가 미국 정치에 조예가 있는 것도 아니기에 예측 같은 것은 할 능력도 되지 않는다. 그저 현재 돌아가는 이야기만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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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승자는 누가 뭐라해도 테드 크루즈이다. 7 포인트 정도 뒤지는 여론 조사 결과를 뒤집고 트럼프 대세론을 잠재웠다. 아이오와는 50개 주 중의 하나로 산술적으로는 경선에서 1% 밖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서프라이즈를 보여주면 분위기를 타게된다. 아무래도 여론조사와 실제 경선은 무게가 다르다. 크루즈는 아이오와에서 보수 기독교 층과 티파티의 지지를 바탕으로 승기를 잡았다. 그런 점에서 다음주에 있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중요하다.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와 크루즈의 지지율은 아이오와 보다 차이가 큰데, 여기서도 크루즈가 이기면 트럼프에게는 치명타이다.

<아이오와 공화당 지지도 여론조사 (source: HuffPoll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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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트럼프이다. 지금까지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위너의 이미지를 구축해왔던 그가 뉴햄프셔에서도 고전한다면 버티기가 힘들어진다. 그가 아이오와에서 부진했던 것은 여러가지 이유를 댈 수 있겠지만,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자와의 차이, 저학력자 지지층이 경선에 참여하기 어려웠던 점, 아이오와의 보수 기독교층 등등…) 핑계를 대어봤자 이득될게 없다. 그의 지지가 일정부분 승리자로서의 이미지에 기대왔던 것을 생각하면 트럼프는 꾸준히 이겨야 한다. 그는 리얼리티 쇼에서 종종 ‘No one remembers second place’ 같은 말을 하지 않았던가.

마르코 루비오는 나름 선전했다. 공화당 주류의 지지를 받는 그는 아이오와에서 strong third를 했다. 이를 바탕으로 온건 보수층의 표를 결집한다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는 경선 초반 신선한 정책을 바탕으로 젊은 층의 지지를 모았다. 그러나 치열한 공화당 경선판에서 흔들리며 같이 막말에 동참하여 지지율이 지지부진해 졌는데, 아직은 두고봐야 할 것 같다.

벤카슨과 젭부시는 아이오와 경선 이후 제대로 선거운동을 진행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특히 젭부시는 치명타를 입었다. 아이오와에만 $14 million 를 쓰고서 5,165 표를 얻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민주당은 셈이 좀 복잡해보인다. 특히 지지자에 따라서 다른 이야기를 한다. 샌더스를 지지하는 분들은 막판까지 추격한 모습을 보며 실질적인 동률(virtual tie)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힐러리를 지지하는 분들은 어쨌든 이겼으니 선방했다고 평가한다. 다음번 경선이 있을 뉴햄프셔는 샌더스 의원의 텃밭이므로 그의 승리가 거의 확실해 보이지만, 이어 치뤄지는 사우스 캐롤라이나 경선에는 힐러리가 우세하다. 이쪽도 역시 좀더 지켜봐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샌더스 의원이 이렇게까지 지지를 받을지 상상하지도 못했다. 확실한 것은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힐러리 지지자와 비교해 보았을 때) 상당히 열정적이라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자신의 지지를 표명할 때 자동차 트렁크에 스티커를 붙인다. 지금은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되지 않았고 경선 시즌임에도 종종 샌더스 스티커를 붙인 차량을 본다. 반면 아직까지 나는 힐러리를 지지 스티커를 본 적이 없다. 페북과 트위터에서의 buzz도 샌더스 쪽이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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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은 돌발 변수가 또 있다. 바로 전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이다. 그는 수차례 민주당과 공화당을 오간 인물이다. 일종의 중도를 표방하는 정치인인데, 경제 이슈에는 공화당 지지, 인권/총기 관련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포지션이다. 그는 힐러리 지지를 선언했으나 지지부진한 그녀의 성과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그는 샌더스의 승리가 확실해지면 무소속으로 출마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트럼프를 능가하는 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허무맹랑한 이야기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