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친의 페친께서 우울증을 고백하는 포스트를 보았다. 우울증을 겪어본 일은 없지만, 주변에 가까운 몇분의 우울증을 지켜보면서 우울증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래의 TED 동영상은 내가 우울증을 이해하는 데에 가장 큰 도움을 주었다. New Yorker지의 staff writer인 앤드류 솔로몬은 진솔한 자신의 이야기에서 출발해서 우울증에 대해 깊이있는 성찰을 한다. (참고로 동영상에 한글 자막이 있다.)
몇 부분 옮긴다.
“전 항상 자신이 강하다고 생각했어요. 강제 수용소에서도 살아남을 인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991년, 전 많은 헤어짐을 겪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연인과도 헤어졌고, 몇 년 간의 외국 생활을 접고 미국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흔들림 없이 잘 견뎌냈어요. 그러나 3년 후인 1994년 모든 것에 흥미를 잃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좋아하던 일을 더는 하고 싶지 않았어요. 왜 그런지 몰랐습니다. 우울증의 반대는 행복이 아닌 활력입니다.”
“우울증에 관해 얘기할 때 종종 간과하는 것은 본인이 그 한심함을 안다는 것입니다. 우울증을 앓는 동안 그게 얼마나 한심한지 잘 알아요. 왜냐하면 대다수 사람들이 아무 문제 없이 음성 메세지를 듣고 점심을 먹고, 샤워를 하고 현관을 나서니까요. 일상적인 일이죠. 그럼에도 이 손아귀를 빠져나올 방법을 찾지 못해 헤매게 됩니다. 저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행동이 줄고 생각도 줄어들고 감각이 무뎌졌죠. 무감각 상태였어요.”
“사람들은 보통 3가지를 혼동합니다. 우울증, 비애, 그리고 슬픔입니다. 비애는 주변의 영향을 받습니다. 누군가를 잃고 나서 비통함에 빠졌더라도 6개월이 지난 후 아직 슬픔이 가시지는 않았지만 전보다는 나아졌다면 아마 비애일 겁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저절로 어느 정도 사라지고요. 만약 처참한 상실을 겪었고 끔찍한 기분인데 6개월 후에도 생활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힘든 상황으로 인해 발생한 우울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구분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사람들은 우울증이 단지 슬픔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깊고 깊은 슬픔이며, 커도 너무 큰 비애입니다. 원인은 찾기 힘듭니다.”
아참, 앤드류 솔로몬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에 하나이다. 그의 글은 항상 진솔하고, 내면 깊숙한 곳까지 파고 들어간다. 글 자체는 참 드라이한데, 아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기에 읽고 나면 글에서 온기를 느낀다. (TED 강연에서도 참 dry하게 말한다.)